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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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콜네임 블랙맘바3
‘망할 인간!’
가명일게 뻔한 아랍계 DGSE 요원 미구엘은 머리를 절절 흔들었다. 이래서 머리 굳은 군바리가 싫다. 외인용병대의 장교들은 거의 프랑스 정규군 출신이다.
프랑스 장교는 신사적이고 사고의 폭도 넓은 편이다. 이들이 레종 에뜨랑제에 적이 오르면 사람이 달라져 버린다. 한마디로 저돌적인 또라이가 되어 버린다. 희한하게도 명석하고 합리적인 장교도 외인부대에 배속되면 단순 무식해졌다. 그나마 필립 대령은 온화한 편이다. 물론 그도 엇나가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는 인간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마쿰보 구출은 미테랑의 승인이 떨어진 작전이다. 소수 특공대를 투입한다는 작전도 국방부에서 받아들였다. 방법론은 되지엠 랩과 공정여단 참모부가 결정할 일이다.
되지엠 랩의 희생이 요구되는 작전이다. 알을 품은 악어만큼이나 신경질적으로 변한 필립 대령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 더욱 곤란한 것은 야전통인 필립 대령의 편견 아닌 편견이었다. 그는 DGSE가 뒷구멍으로 지저분한 공작만 한다는 선입견을 굳건히 보유한 지휘관이다.
시간을 다투는 작전이다. 필립 대령의 잘난 인도주의는 하등의 도움이 안 되는 꼬장이다. 미구엘도 짜증이 났다.
물론 DGSE는 지저분한 뒷공작을 많이 했다. DGSE의 전신은 드골이 창설한 SDECE(국외정보첩보부)다.
SDECE는 레지스탕스에 포함된 공산당을 감시 색출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당시 비시정부는 레지스탕스에 대량의 공산주의자를 침투시켰다. SDECE는 주로 가족과 친지를 이용한 함정을 파서 이들을 색출해 냈다.
DGSE는 전신인 SDECE부터 뒤통수를 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정보기관인 셈이다. 1981년 미테랑이 DGSE로 개편했지만, 유난히 과격한 뒷공작과 거친 정보활동으로 세간의 비난이 높았다.
뒷공작은 정보기관의 속성상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태생적으로 신사적인 정보기관이란 세상에 존재할 수가 없다. 그것은 마치 코브라에게 독을 뿜지 말고 포션을 뿜어라는 말과 같다.
필립 대령은 신사다. 문제는 신사 성향이 작전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필립 대령은 하브레 정부와 손을 잡으려는 마쿰보를 싫어했고, 믿지도 않았다. 그러나 작전은 작전이다.
미구엘은 울화통이 터졌다. 레종 에뜨랑제가 무엇인가. 작전에 투입되는 첨병이다. 돼지를 애써 키우는 이유는 잔치 때 잡아먹기 위해서다. 용병대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고 막말을 할 수없으니 더 화가 났다.
“대장님, 마쿰보만 확보하면 다른 FAP 지도자들을 흔들 수 있습니다. 프랑스 국익을 위해서도 그를 최대한 빨리 확보해야 합니다.”
미구엘은 울화를 누르고 설득했다.
“그렇지, 내 부하들의 피로 그놈을 구해야 하고 말고. 권력욕에 미쳐 홀로코스트를 밥 먹듯이 저지르는 그놈을 말이야. 여자와 아이를 죽이는 일을 펍에서 맥주 한잔 하는 정도로 여기는 놈을 구해서 달콤한 권력을 쥐여 주어야 하고말고.”
필립 대령이 한껏 이죽거렸다. 마쿰보는 DGSE에 딜을 제안했다. 국민을 위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하브레의 FAN과 손을 잡겠다. 대승적 차원에서 종파와 종족의 반목과 질시를 해소하겠다. 프랑스 측이 자신의 정치적 후원자가 되어서 총리로 밀어달라는 주문이었다. DGSE는 즉각 마쿰보의 제안을 수락했다.
필립은 마쿰보의 제안을 개소리로 치부했다. DGSE의 내부 문건에 의하면 마쿰보는 FAP 군벌 중에 더러운 짓거리를 가장 많이 저지른 놈이다. 학살자 놈이 갑자기 대오각서해서 국민을 위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하이에나가 웃을 일이다. 놈은 정세 변화를 재빠르게 읽고 변신을 꾀하는 너구리에 불과하다.
“대령님, 마쿰보는 프랑스에 꼭 필요한 인물입니다.”
“이봐 미구엘, 자네 회사에서 올라온 자료에도 있구먼.
최근 1년간 마쿰보가 사헬 벨트와 카넴주 일대에서 10여 개 마을을 전소시키고, 삼백 명이 넘는 소년병을 징집해 갔군. 그놈이 죽인 원주민들만 천여 명이 넘었어.
남하 중인 마쿰보의 일부 병력이 차드 호 북부 라카족 마을을 습격했군. 살해한 주민만 사십 명이야. 총알을 아낀다고 도끼로 목을 쳤군. 게다가 20명이 넘는 십 대 소년을 납치해 갔단 말이야.”
물을 한 모금 마시고 필립이 목소리를 높였다.
“미구엘, 놈들이 잡아간 소년들을 어떻게 써먹는지 자네들이 더 잘 알지?”
필립이 정보 파일로 테이블을 탕탕 두드렸다.
‘아이구, 저 인간!’
미구엘은 머리를 싸쥐었다. 필립 대령은 본론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이야기가 산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물론 차드 군벌의 더러운 행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안다. 반군 게릴라들은 마을을 불태우고 십 대 소년을 납치해 간다. 납치된 소년들은 총알받이 병사로 키워진다.
더욱 구역질 나는 사실은 반군 게릴라들이 학살극을 벌이고 병사를 충원하는 과정에서 벌어진다. 그들은 어린 소년들로 하여금 가족을 죽이도록 강요한다.
돌아갈 마을이 불타 없어지고, 자신의 손으로 부모 형제를 죽인 십 대 소년들은 인간성이 붕괴된 정신장애아가 되어 버린다. 소년 병사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휘자의 명령이 떨어지면 무조건 달려든다.
그들은 압도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지휘자에게 극도의 두려움을 품고 맹목적인 복종을 한다. 자아가 형성되기도 전에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FAP든 FAN이든 군벌 지도부는 정치인도, 군사 지도자도 아닌 피에 미친 도살자에 불과한 놈들이다.
DGSE는 마쿰보의 움직임을 양동작전으로 보았다. 마쿰보가 자신의 군대를 먼저 남하시켜서 FAP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그 틈에 호위대만을 이끌고 빠져나가려는 작전으로 판단했다.
마쿰보가 왜 프랑스 측에 탈출 협조를 요청했을까?
DGSE는 일종의 보험으로 분석했다. 양동 작전이 FAP에 간파될 위험에 대비한 것으로 본 것이다. DGSE는 양동작전으로 인해 마쿰보의 의도를 진실하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마쿰보가 FAP의 촉수에 걸렸다는 것이다. 하비브 군은 남하중인 병력을 버려두고 마쿰보를 포위 고립시켰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원인이 무엇일까?
블랙 슬리퍼가 삼중 첩자가 되어 프롤리나트에 마쿰보의 정보를 넘겼거나, 마쿰보를 포함한 프롤리나트가 뭔가 엉뚱한 일을 꾸미고 있다는 이야기다.
DGSE는 통제 못 할 변수가 생기기 전에 마쿰보를 확보하려고 몸이 바짝 달아오른 상태였다. 필립 대령 본인도 DGSE의 판단과 분석에 신뢰성을 보였다. 그러고도 배를 산으로 몰고 올라가니 미칠 노릇이다.
“대장님!”
이야기가 옆길로 빠지자 미구엘이 정색을 했다.
“알아, 나도 안다고. 연금을 받으려면 학살자 새끼를 빼내긴 빼내야지.”
필립이 손을 흔들어 미구엘의 말을 막았다. 군인인 이상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짜증이 나 몽니를 부렸을 뿐이다.
고급 장교인 그가 사정을 모를 리 없다. 마쿰보가 정부·군에 합류하면 엄청난 이익이 발생한다. 친 프랑스 정부인 하브레 정부는 정치적 정당성과 군사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프랑스 역시 차드 내전 개입 정당성 획득은 물론 정치적인 입김이 강해진다. 덤으로 프롤리나트의 내부 분열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11명의 프롤리나트 지도자 중 FAP파벌에 속한 자가 다섯이다. 구쿠니, 톰브예, 하비브, 마쿰보, 로무 다섯 명이다. 서열 4위의 마쿰보가 전향하면 비둘기파인 톰브예와 로무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았다.
DGSE가 마쿰보에 집중하는 가장 큰 이유가 FAP를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공작이다. 그럼에도 필립이 꼬장을 부리는 이유는 쓰레기 같은 놈을 구조하느라 부하들이 흘릴 피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프랑스 국민을 구출하라는 명령이었으면 신 나게 움직였을 것이다.
필립은 부관이 새로 들고 온 커피를 물 마시듯 훌쩍 마셨다. 부관이 커피를 너무 진하게 탔다. 커피가 목구멍을 줄줄 긁고 내려가는 것 같았다. 식도가 메마른 탓이었다.
“미구엘, 과일 장수 관리는 문제없나?”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믿을 만한 현지 정보원이고 이중 감시 중입니다.”
마쿰보와 DGSE를 연결한 블랙 슬리퍼는 파야 시장의 난전 과일 장수다. 상황이 진행되는 현재 DGSE가 별도 관리 중이다.
문제는 마쿰보 구출이다. 프롤리나트의 사나운 개들을 피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대규모 병력을 투입할 수도 없고, 소규모 특공대 투입도 축차 소모될 공산이 컸다.
미구엘 역시 고민이었다. DGSE도 여단급의 프롤리나트를 뿌리칠 자신이 없어 외인부대에 팔밀이를 했다. 그야말로 사자 굴에 들어가서 새끼 사자를 훔쳐 오는 모험이다.
물론 그들도 작전 성공률을 높게 보지 않았다. 되지엠 랩인들 용빼는 재주가 있을 리 없었다. DGSE는 작전을 레종 에뜨랑제에게 팔밀이하고, 늘 그렇듯이 조커를 한 장 슬쩍 끼워 넣을 심산이었다. 작전관인 미구엘은 조커에 관한 사항은 철저히 함구했다. 필립 대령이 알면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어진다.
“대장님, 제게 맡겨 주십시오. 제 모자를 걸고 너구리를 빼내 오겠습니다.”
삐에프가 비장하게 외쳤다. 외인부대에서 모자를 건다는 것은 목숨을 걸겠다는 말과 동의어다. 모자는 그들의 자부심이고 자존심의 상징이다. 삐에프는 고참 대위다. 이번 작전을 성공해서 진급할 욕심에 가득 차 있었다.
삐에프 본인도 소수 저격조의 투입이 부하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작전임을 잘 알고 있었다. 전멸할 위험도 컸다.
그러나 되지엠 랩에 발을 들여 놓은 이상, 피가 두려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군복을 입은 이상, 핏값을 받은 이상, 피를 내 놓는 것은 당연했다. 군인은 부하의 피를 먹고 출세하는 법이다. 외인부대도 다를 바 없었다.
“삐에프, 자넨 여태까지 이야기를 똥구멍으로 들었나. 카넴 북부와 보루쿠 남부 사헬 벨트에 차단 망을 친 하이에나가 여단 규모란 말이야. 그것도 기동력까지 갖추고 미친개처럼 돌아다니는 사나운 놈들이라고. 그놈들의 그물을 찢어 내고 아랫배 불룩한 중늙은이를 업고 직선으로 육백 마일을 돌파해야 하는 작전이야. 자네가 무슨 사막의 로렌스인줄 아나. 아니 사막의 로렌스도 턱도 없겠군.”
연대장의 호통에도 삐에프는 굴하지 않았다. 블랙맘바의 실력을 잘 아는 그는 자신이 있었다. 블랙맘바와 그를 보조할 특과로 구성된 특전대라면 신뢰할 만했다. 장비가 부실한 오합지졸 반군쯤이야 숫자일 따름이다.
“대장님, 로렌스는 없지만, 람보를 찜 쪄 먹는 블랙맘바가 있지 않습니까.”
“응, 블랙맘바?”
필립 대령이 갑자기 자세를 고쳐 앉았다. 갓 스나이퍼 블랙맘바, 프랑스 육군의 유일한 콜 네임, 되지엠 랩의 자부심이 블랙맘바다. 숨겨진 외인부대의 치트키가 블랙맘바다. 삐에프가 블랙맘바를 언급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필립이 삐에프를 노려보았다. 부하가 명예를 걸고 나서니 계속 무시하기도 곤란했다. 그리고 블랙맘바라면 10% 가능성이 50%로 높아진다.
그도 소수의 특공대를 투입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있었다. 정규군을 투입했다가는 발뺌을 할 여지가 없어진다.
“그렇지, 그놈이 괴물이긴 하지. 그렇지만 그 녀석은 아직 일 년도 채 안 된 햇병아리 아닌가? 실전 경험이 없단 말이야.”
“그놈은 햇병아리가 아니라 블랙맘바입니다. 대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그놈은 일인 군단입니다. 실전 경험이 없긴 하지만 근접 격투와 은신 탈출에도 당할 자가 없습니다. 저도 딱 일격에 정신을 잃었습니다. 부족한 경험은 노련한 고참들로 보조하면 됩니다.”
필립은 눈을 크게 떴다. 블랙맘바가 근접 격투의 달인이란 사실은 처음 알았다. 스나이퍼가 칼질도 잘한다니 더할 나위 없는 적격자다.
“호오, 카포엘라 명인인 자네가 일격에 뻗었다고! 그 장면을 못 본 게 아쉽구먼.”
필립이 낄낄거리자 삐에프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연대 격투기 시합에서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르고 한방에 뻗어 버렸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필립은 테이블에 팔을 괸 채 장고에 들어갔다. DGSE에서 마쿰보 구조 작전을 자신에게 일임한 것이 내내 찝찝했다. 지금까지 꼬장을 부린 것도 미구엘을 통해 속내를 알아보려는 의도였다. 되지엠 랩 연대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나름 노력했지만 음흉한 미구엘 과장은 끝내 말려들지 않았다.
필립이 미구엘을 노려보았다.
“미구엘, 이번 작전에 밑장 빼기가 있나? 설마 우리 새끼를 미끼로 써먹는 것은 아니겠지?”
“제 보안 등급을 오버하는 질문입니다.”
미구엘로서는 당연한 대답이다. 예민한 질문엔 시인도 부인도 하지 못한다.
“이런 젠장! 이번 작전에 간섭은 없겠지?”
“그렇습니다. 작전의 시작과 끝은 몽탕 참모장님과 대장님께 있습니다.”
“이번 작전에 다른 고려할 정보가 있나?”
미구엘의 속이 썩어 문드러졌다. 그는 자신을 회의에 밀어 넣고 도망간 아프리카 과장의 콧잔등을 주먹으로 뭉개고 싶어졌다.
반군의 손에 스트레슬라 2가 들어갔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 스트레슬라 2는 SAM-7로 알려진 소련제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이다. 사실을 말하자니 필립 대령이 또 지랄을 떨게 분명했다. 특공대 투입에 헬기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체공 고도가 낮고 저속인 헬기는 휴대용 미사일에도 쥐약이다. 그렇다고 정보를 숨겼다간 정보 은닉죄로 군사 재판정에 설 수 있다.
“프롤리나트 놈들이 SAM-7을 입수한 정보가 있습니다.”
“뭐야, 이런 젠장! 왜 그걸 이제야 말하는 거야. 이래서 당신들은 안돼. 그따위 싸구려에 내 새끼들이 물오리 신세가 되란 말이야!”
예상대로 필립이 펄펄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