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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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장 응무소주 이생기심5
공진파는 간섭장이다. 고유진동수에 같은 진동수로 강제력을 가해 진동을 키운다. 채찍을 휘두를 때 작은 손목 움직임만으로 채찍 끝이 수 미터의 반원을 그리는 현상과 유사하다.
아이의 다리를 잡고 기생충과 파장을 맞추었다. 진피아래 조직 속에서 움직이는 생물의 기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미약하지만 숫자는 많다.
공진파가 기생충을 감쌌다. 미약한 진동이 거대한 흐름으로 바뀌었다. 증폭된 에너지 장에 휩쓸린 벌레들이 몸부림 쳤다. 맷돌에 들어간 콩처럼, 허리케인에 말려들어간 목재 가옥처럼 벌레가 산산이 으깨졌다. 아이들은 자신의 몸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통나무를 쪼개기는 쉽지만 가루로 만들기는 지난하다. 블랙맘바는 아이 셋의 치료를 끝내고 축 늘어져 버렸다. 눈앞에 번개가 튀고, 머릿속에서 북이 둥둥 울렸다. 정상이 아닌 몸으로 뇌를 혹사시킨 후유증이다. 에델의 눈이 기대로 반짝였다.
“블랙, 필라리아시스는 죽었나요?”
“가루로 만들었다. 밀가루보다 더 곱게 갈았다.”
“오 마이 굿니스, 내 생애 최고의 날이예요.”
에델이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애들아, 예쁜 다리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어. 이젠 놀림을 받지도 않을 거야. 블랙 선생님께 감사를 드리렴.”
“아슈쿠르카!”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이 입을 모아 소리쳤다. 에델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팔짝 팔짝 뛰었다.
‘저렇게 좋을까?’
정력이 펄펄 넘치는 아가씨다. 사심이 없다. 순수한 기쁨이 보는 사람마저 즐겁게 만든다.
블랙맘바가 에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믿지 못할 사건을 그냥 믿어버리는 이 아가씨도 정상이 아니다.
“에델 선생님, 내 말을 믿나? 이때는 나를 사기꾼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아뇨. 열 번을 확인해도 못 믿을 인간이 있고, 보기만 해도 믿어지는 인간이 있어요.”
‘아 놔, 이거 스토리가 불안한 방향으로 가는데.’
아무래도 예쁜 얼굴과 달리 4차원적인 사고를 가진 아가씨다. 블랙맘바는 슬슬 불안해졌다.
투타타타- 요란한 로터 소음이 바타강 연안의 빠스깨발 계곡을 흔들었다.
“중대장님, 헬기가 왔습니다.”
감격에 겨운 발부아 중위가 우는 소리로 보고했다.
“듣고 있다. 부하를 다 잃은 지휘관이 구차한 목숨을 붙여서 돌아가는군. 시끄러운 블레이드 소리가 교향곡처럼 들리다니, 나 자신이 너무 싫다.”
44일간 처절한 전투를 치른 라텔팀 11명은 5명이나 생존했다. 자신이 이끄는 구출 팀은 50명중 5명이 살아남았다. 그것도 제대로 된 전투 한 번 치르지 못하고 쫓겨 다녔다. 포로로 잡힌 몸을 블랙맘바가 구출해 주지 않았으면 사막에 묻혔을 몸이다. 지휘관으로서 이보다 참담할 수는 없었다.
삐에프의 탄식에 발부아의 고개가 절로 땅바닥을 향했다. 소대원을 다 잃은 주제에 목숨을 건졌다고 좋아 날뛰다니, 쥐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발부아, 신호탄을 올려라. 산 놈은 살아야지.”
쉬이익- 계곡 안쪽에서 한 줄기 붉은 불꽃이 하늘로 치솟았다. 퍼펑- 불꽃을 확인한 치누크가 육중한 몸체를 계곡 안쪽으로 우겨 넣었다.
가젤 한 대가 상공 일백 미터에서 호버링하고, 세 대가 써클을 그리며 경계에 들어갔다. 가젤의 엄호 하에 치누크 두 대가 마른 와디에 착륙했다. 치누크에서 SAMU의료팀이 들것을 들고 후방 램프에서 쏟아져 나왔다.
“후우, 살아남았군!”
장쒼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SAMU요원들이 익숙한 솜씨로 환자들을 이송했다. 벨맨과 장쒼도 총을 놓고 응급 베드에 드러누웠다. 44일 만에 손에서 총을 놓았다.
“내 다시 아프리카에 발을 들여 놓으면 개 아들놈이다.”
들것에 실려 가며 장쒼이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내 말이!”
눈이 퀭해진 벨맨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건 왜 싣나?”
선우현이 바이크를 후방 램프로 밀어 넣자 호송 장교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블랙맘바가 필요하다고 했다.”
“블랙맘바! 알았다. 이봐, 고박을 철저히 해라.”
호송 장교는 두 말하지 않고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
‘흐흐, 와킬 덕분에 애마가 생겼다. 한 대는 와킬, 한 대는 내거임메.’
선우현이 흐뭇한 표정으로 1200CC짜리 BMW 바이크 시트를 탕탕 두드렸다. 북한에서는 꿈도 못 꿀 사치품이다. 이런 귀물을 버리고 가다니 말도 안 된다.
“전원 탑승 완료.”
“우리의 영웅을 모시러 가자.”
헬리본 중대가 요란스런 폭음을 남기고 NGO병원으로 향했다.
투투투투-
프로펠러 굉음이 병원을 흔들었다. 한 두 대가 아니다. 깨비텐이 진료실로 들어섰다.
“블랙, 헬기가 왔다.”
깨비텐의 음성에 만감이 서렸다.
“가젤 4대에 치누크 2대다. 삼만 피트 상공에 미라주 2대가 감시중이다. 흐흐 늙은이들이 똥줄이 타는 모양이다.”
“미라주까지?”
미라주의 호위를 받는 후송이라니 국방부 장관도 받지 못할 예우다.
“이제 영웅 대접할 준비가 된 모양이다.”
깨비텐은 가슴이 서늘했다. 블랙맘바는 전후사정을 모두 꿰고 있다. 그의 분노가 어디로 튈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삐에프의 걱정이 그냥 걱정이 아니다.
치누크 두 대가 병원앞 공터에 내려앉았다. 가젤 네 대는 동서남북으로 나누어 경계에 들어갔다. 치누크에서 중무장한 코만도 2개조 20명이 튀어나와 병원을 에워쌌다.
단단하게 생긴 장신의 군인이 병원에 들어섰다. 11공정여단 대위 계급장을 단 장교다.
“11공정여단 코만도 조장 리슐리외 대위다. 폴 중위가 누구인가?”
“악트! 라텔팀장 장 폴 중위입니다.”
대위가 귀찮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아아 됐어. 블랙맘바는 어디 있나?”
오만한 태도다. 하루 이틀 겪는 일이 아니지만 11공정여단 장교들의 방약무인함은 씹어 먹고 싶을 정도다. 일반 정규군이 외인부대를 보는 시각도 공정여단과 별반 다르지 않다. 깨비텐의 눈꼬리가 부르르 떨렸다.
기즈 박사와 대화중인 블랙맘바는 대위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옴부티가 한쪽 구석에서 비시시 썩은 미소를 지었다. 오만한 대위가 와킬에게 묵사발 나는 장면이 눈에 선했다.
와킬은 특권의식을 가진 인간을 싫어한다. 우월의식을 가진 인간도 싫어하고 사람을 구분하는 인간도 싫어한다. 계급장 따위는 와킬에게 양철 조각일 뿐이다. 대위 놈의 꼬락서니가 딱 작살날 타입이다.
“기즈, 필라리아시스는 물벼룩이 매개체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 주민들이 오염된 웅덩이 물을 마신다. 본국의 원조를 받아 우물을 파고 있지만 예산도 모자라고 관리도 안 된다. 사헬은 너무 넓다.”
“그렇겠지. 식수 공급 사업은 하루 이틀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하수를 찾기도 만만치 않을 텐데.”
“당연히 힘들지. 깨끗한 물이 부족하니 효과적인 예방이 어렵다.”
“물벼룩이 세균은 아니지 않나? 크기가 미크론 단위냐?”
“약 1mm다.”
“그래? 메시로 물벼룩을 걸러내서 사용하면 되지 않나?”
“억, 메시!”
기즈 박사가 자신의 머리를 쳤다.
“그 생각을 왜 못했지. 아프리카에서 몇 년 굴렀더니 원숭이가 되어 버린 모양이다. 이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를 고민만 하고 있었다니 기가 막히는군.”
기즈 박사도 대위를 투명 인간 취급했다. 그는 교수 자리를 팽개치고 MSF에 자원할 만큼 꼴통이다. 총탄이 쏟아지는 전장에서 부상자를 치료하기 수차례다. 옆에서 울그락불그락하는 대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용병 따위가 전공을 세우더니 미쳐버렸군.’
꾸어 논 보리자루가 된 리슐리외는 어이가 없었다. 두 놈이 대놓고 자신을 무시하는 언동이 가관이다.
용병은 아무리 전공을 세워도 용병일 뿐이다. 더구나 저놈은 레죠네흐 뒤지엠 클라스(이등병)다. 용병 이등병에게 무시당했다고 소문나면 얼굴을 들 수 없게 된다.
“자네가 블랙맘바인가?”
리슐리외가 대화중에 끼어들었다. 핏- 블랙맘바가 환자복 단추를 떼어 내어 손가락으로 툭 튕겼다. 누구도 알아보지 못한 암수다.
찍- 리슐리외의 전투화 앞을 기어가던 커다란 거미가 단추에 맞아 툭 튕겨졌다. 박살난 거미가 리슐리외의 전투화에 철썩 붙었다. 절묘한 힘 조절이다. 퍼런 체액이 전투화 앞 코를 적시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공정여단은 평소 구두를 닦지 않는 모양이지.”
블랙맘바가 베드에 누운 채로 이죽거렸다. 대위의 얼굴이 돼지 간으로 변했다.
화를 내려고 해도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가 없다. 폴과 에밀은 터지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보나마나 블랙맘바의 장난이다. 블랙맘바의 속셈이 빤히 보였다. 고의로 계속 대위를 도발해서 폭발시키려는 수작이다. 그 와중에 에델이 호들갑스럽게 박수를 쳤다.
“블랙, 당신은 천재예요. 메시를 생각해 내다니 정말 존경스러워요. 이건 상이예요.”
에델이 블랙맘바의 볼에 키스를 날렸다. 졸지에 기습을 당한 블랙맘바가 머쓱한 표정이 되었다. 그 나이의 남자라면 가슴이 벌렁거릴 사건이다. 블랙맘바의 표정은 순식간에 본래의 덤덤함으로 돌아갔다.
“아니다. 존경받을 사람은 에델이다. 당신은 샤넬 NO5를 뿌리지 않았고, 랑세 루즈를 바르지 않았다. 엠마뉴엘 웅가로를 걸치지 않았고, 클로에의 스카프로 멋을 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당신은 이 세상에서 세 번째로 아름다운 여자다.”
블랙맘바는 그냥 자신이 느낀 바대로 이야기했다. 음성에 절로 공간지각력이 실렸다. 진심과 진정이 에델의 심장을 두드렸다. 블랙맘바는 자신이 무심코 던진 말이 목을 조르는 밧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리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상대방에게 사랑을 느낄 때와 성적 매력을 느낄 때의 시선이 다르다고 했다. 사랑을 느낄 때는 얼굴에 시선이 머물고, 섹스를 느낄 때는 섹슈얼한 부위, 즉 엉덩이, 젖가슴, 허벅지, 무릎 사이 등에 눈길이 머문다고 했다.
에델의 아름다운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블랙맘바를 바라보는 두 눈에서 하트가 줄줄이 쏟아졌다. 남자만 여자에게 한눈에 반하라는 법이 없다. 에밀은 절망했다.
‘하늘이시어, 아직도 저 녀석에게 던져 줄 재능이 남았습니까? 망할 녀석, 정조대는 거짓이었어.’
“블랙, 내가 태어나서 들어 본 중에 최고의 찬사였어요. 첫 번째는 당연히 마마겠지요. 왜 두 번째가 아니고 세 번째인지 시간을 두고 따지겠어요.”
에델이 눈에 웃음을 담고 입을 삐쭉 내밀었다. 에밀의 비통한 울부짖음이 목구멍에 턱 걸렸다. 남자의 간담을 떨어지게 만드는 귀여운 모습의 절정이다.
‘저 저것이 언제 봤다고 블랙이야? 내게도 기회를 주란 말이야.’
에밀의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갔다.
“나는 사헬이 얼마나 험악한 곳인지 충분히 경험했다. 젊은 여자의 몸으로 일신의 편안함을 버리고 소외받은 자를 위해 일하는 당신은 아름답다. 쥐꼬리만 한 지위에 자존망대하는 얼간이도 있지만 말이다.”
꾹꾹 눌러 참고 있던 대위의 머리 뚜껑이 열렸다. 연놈의 수작도 두 눈 뜨고 보기 힘든 마당에 자신을 대놓고 모욕하는 발언이다.
“뭐라고, 감히 노랑이 용병 따위가~”
뻑-
뺨을 치려는 듯 손을 치켜들던 대위가 벽에 부딪힌 스쿼시 공처럼 튕겨나갔다. 리슐리외 대위는 알곡을 털어낸 짚단처럼 날아가서 뒹굴었다. 누구도 대위를 가슴을 치고 돌아간 손바닥을 보지 못했다.
“아이고 저 놈이 환자를 치네.”
블랙맘바가 침대에서 몸을 뒤틀었다.
“큭큭큭!”
에델이 터지는 웃음을 참느라 끅끅거렸다. 지구상에 이런 남자가 있을 줄은 몰랐다. MSF보다 백배는 흥미롭고 호기심이 가는 남자다. 거기에 더해 잘 생겼다.
‘아 놔, 기어코 사건 터지네.’
폴이 이마를 짚었다. 로비 구석에 처박힌 대위의 얼굴이 뻘겋게 변했다. 폐가 작동 중지되면서 발생된 급성 호흡부전 현상이다. 공진파가 침투한 흉벽이 경련을 일으킨 탓이다.
“어머 폐 색전이에요. 저를 어째!”
에델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대로 두면 5분 내에 사망한다.
“에이 귀찮아!”
블랙맘바가 끙 하고 베드에서 몸을 일으켰다.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고 손바닥으로 쳐서 날렸더니 숨이 막혀 뒈지게 생겼다. 대위를 발끝으로 뒤집고 등을 한차례 쾅 밟았다.
푸악- 대위의 입에서 핏물이 한 모금 튀어 나왔다. 거칠지만 효과는 직방이다. 정상적인 호흡이 가능해진 대위가 정신없이 숨을 들이켰다.
“어머, 어머!”
“저런!”
무지막지한 치료법에 기즈 박사와 에델의 눈이 잔뜩 커졌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먹어 봐야 아는 놈은 직접 먹여 줘야지.”
블랙맘바가 기즈와 에델을 향해 눈을 찡긋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