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62
x 162
제20장 블랙맘바 귀환2
“좋다. 우리는 지옥에서 손을 잡고 올라온 형제다. 무분별한 분노를 자제한 형제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다. 죽은 전우는 가슴에 묻었다.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들은 지금쯤 잔뜩 긴장해 있을 것이다. 두들겨 패든 변기에 대가리를 처박든 이자까지 받아내겠다.”
“흐흐흐, 그 뭐냐? 무치 시바리아게를 베풀어 주라고. 마누라 고쟁이라도 벗겨 줄걸.”
벨멘의 말에 깨비텐, 에밀은 물론이고 멀찍이 떨어져서 안 듣는척 귀를 세우고 있던 선우현도 부르르 떨었다. 세 사람 모두 블랙맘바의 접타술에 당해 본 인간들이다.
“뼈마디 약해진 늙은이들은 죽는다. 물론 주겠다는 선물은 모두 챙겨야지. 동의하나?”
“동의한다.”
대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옴부티는 바라는 바가 없나?”
“와킬의 뜻에 따를 뿐입니다.”
옴부티가 에델을 흘끗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블랙맘바는 뒷목을 잡았다. 늙은 쥐가 독 뚫는다고, 옴부티의 속셈이 훤히 보였다. 기즈 박사의 헌신을 보고 자신도 느끼는 바가 많았다. 응무소주 이생기심이다.
“쫄따구는?”
“내래 와킬과 함께 할 수만 있으면 좋디.”
선우현은 자신의 순발력 있는 대답에 스스로 흐뭇했다. 자잘한 부탁을 하면 바보가 된다. 큼직한 떡을 쥐고 있으면 떡고물이 계속 떨어진다. 깨비텐이 손뼉을 짝짝 두드려 주의를 모았다.
“군부 생리상 은자메나에 돌아가면 치료를 핑계로 격리 수용할 것이다. 벨맨, 에밀, 장쒼은 모든 것을 나와 블랙맘바에게 맡기고 치료에 전념해라. 국방부 감찰국과 DGSE조사가 있을 것이다. 있는 대로 이야기하면 된다.”
“깨비텐, 은자메나 본부에 돌아가서 바람 좀 잡아라. 영감을 잔뜩 겁주라고.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끼리 열심히 전화를 돌리겠지.”
“흐흐흐, 양동 작전인가? 잔뜩 겁을 주도록 하지. 블랙 덕분에 중위가 대령을 겁주는 경험을 하고 말이야.”
“사헬에 들어서고부터 정상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
“그렇지, 우리는 사헬에서 날아오른 독수리다.”
“가슴에 묻은 전우를 위하여!”
“우하, 셍크 프레어 에글러!(독수리 오형제를 위하여!)”
깨비텐의 선창에 나머지가 후창으로 답했다. 깨비텐의 예상은 정확했다. 라텔팀의 귀환은 극비로 다루어졌다. 검은 전투복을 입은 코만도 3개조가 대원들을 격리 호위해서 대기 중인 허큘리스에 탑승시켰다. 허큘리스는 곧바로 프랑스로 향했다. 기지내의 동료들 얼굴을 볼 틈도 없었다.
에밀은 멀쩡했지만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환자로 분류되어 예외 없이 후송 당했다. 중환자인 블랙맘바는 극비리에 파리 소재 육군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에델이 동행했음은 불문가지다.
귀환 대원의 신상은 DGSE와 국방부에 의해 철저히 보안 통제를 받았다. 관계자들은 비밀서약을 하고 입을 다물었다. 블랙맘바가 이끄는 라텔팀의 신화는 표면적으로 일단락되었다.
폴은 은자메나 차드 파견군 본부 야전 병원에서 떨어져 나간 귀를 수술 받았다. 치료를 마친 폴은 보고를 핑계로 후송을 연기했다.
꽝-
거친 발길질에 부관실 문짝이 날아갔다. 폴이 연대장 막사에 들이닥쳤다. 피와 땀에 쩐 간두라 차림 그대로다. 블랙맘바가 할 일은 블랙맘바에게 맡겨두면 된다. 팀의 리더로서 할 일은 해야 했다.
“폴, 진정하라고.”
“비켜, 멍청한 놈”
막아서는 아르망 중위의 사타구니를 올려 찼다. 한 방에 가차 없이 무력화 시키는 폴이다.
“으헉!”
불쌍한 부관은 연탄불에 올려진 마른 오징어 꼴이 되어 풀썩 주저앉았다.
당번병과 참모들이 막아서자 글록을 뽑아들었다. 화들짝 놀라는 무리를 밀어제치고 연대장실 도어를 걷어찼다. 살기등등한 폴을 아무도 막지 못했다. 필립 대령이 엉거주춤 일어나서 폴의 난입을 맞았다.
“앉게”
필립이 맞은편 의자를 손짓했다. 폴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실핏줄이 터져 시뻘게진 눈이 필립 대령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코로넬(Colonel, 대령)은 류트낭(Lieutenant, 중위)과 급이 다른 고급 장교다. 코로넬과 류트낭 사이는 타른 협곡(Tarn Gorge, 프랑스 랑그르도크르시용 소재 깊은 협곡, 협곡 깊이 300~400m로 타른 강이 협곡을 흐른다. 자연공원으로 지정된 협곡 주변은 절경으로 이름나 있다.)만큼이나 간극이 있다. 블랙맘바라는 든든한 배후를 둔 폴은 막 나갔다.
‘새끼 잃은 어미 표범 눈깔이구먼.’
계급 빨로 먹힐 놈이 아니다. 필립 대령의 시선이 폴의 사나운 눈빛을 비켜갔다. 살육으로 날을 지새운 폴의 투기와 살기를 버티기엔 너무 편하게 지낸 세월이다.
필립은 난감했다. 폴의 눈빛에 주저함이 없다. 자신의 대답여하에 따라 이마에 콩알을 박아주겠다는 단단한 결심이 느껴졌다. 예상된 반발이지만 생각이상이다.
타타타타- 문밖에서 요란한 발자국이 울렸다. 폴의 난동을 보고받고 출동한 헌병대다.
필립이 부관을 불렀다.
“아르망, 문밖에 대기 중인 사르코지 들어오라고 해.”
“악트! 장 폴 중위를 연행하겠습니다.”
“무슨 개 풀 뜯는 소리야. 타격대 치워.”
“하지만……”
“너 이시키, 내가 새카만 쫄따구에게 당하는 모습을 생방송하려는 거지? 대장이 쪽 팔리는 모습을 병사들에게 보이고 싶은 거야? 그런 거야? 앙!”
필립은 심화를 애꿎은 헌병감에게 풀었다. 사르코지 소령은 미친 멧돼지가 된 폴 중위를 흘낏 쳐다보았다. 폴과는 한때 기니에서 같이 근무한 적도 있다. 그는 적국에 정보를 넘긴 조프레 소령과 통신 사관 에땅 중위를 체포한 장본인이다. 고지식한 폴 중위가 느꼈을 배신감이 능히 짐작되었다.
“폴, 피스톨은 집어넣어. 일단 이야기를 해야 할 것 아닌가. 상관 협박은 드레퓌스 형무소행이다.”
“지랄마쇼. 내 부하 여섯을 사헬에 묻고 왔소. 블랙맘바 덕분에 귀 한쪽만 떼 놓고 왔지만 내 목숨은 이미 사헬에 버리고 왔소. 목숨 따위는 배신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요.”
폴 중위는 꿈쩍도 않았다.
‘흥, 드레퓌스 형무소! 니들이 블랙을 알아? 나를 구치하면 담장을 박살내 버릴걸.’
단단히 믿는 구석이 있다. 연대장의 이마를 겨냥한 총구가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사르코지, 대장이 쪽 팔리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나?”
필립이 버럭했다.
“알겠습니다. 폴 대충하게.”
헌병감은 더 이상 폴을 채근하지 않고 타격대를 물렸다. 전후 최고의 영웅을 연행할 명분도 없고 내키지도 않았다.
“대장님도 알고 계셨습니까?”
폴이 물어뜯을 듯이 말했다.
“후!”
필립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부하에게 허접한 변명을 늘어놓자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휴, 나는 왕따가 되었네. 나도 자네 전화를 받은 후에야 백도어 작전이 진행 중임을 알았네. 그때가 아마도 작전 십육일이 지난 시점이었지.”
폴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무슨 말씀! 놈들의 포격으로 위성 전화기가 박살난 날짜가 작전 십팔 일째입니다. 그날 후송을 기다리던 샤트르가 파상풍으로 죽었단 말입니다.”
필립의 시선이 테이블위로 툭 떨어졌다. 어쩌다 새까만 부하에게 추궁당하는 신세가 되었는지 가슴이 헛헛했다.
“미안하네. 국방부 장관이 직접 함구를 명했네. 발설 시에는 반역죄로 다스린다고 협박받았네.”
폴이 냉소를 쳤다.
“흥, 부하들의 목숨 값이 협박보다 가벼웠습니까?”
신랄한 비난에 필립 대령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저 말만은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백도어 작전을 묵인하고 얼마나 노심초사 했던가! 국익 때문이라고 합리화 했지만 장군이 될 욕심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필립이 버석해진 얼굴을 두 손으로 쓰다듬었다. 손에 개기름이 잔뜩 묻어나왔다. 얼굴이 좀비처럼 변한 폴을 보기 민망했다.
“폴, 나도 힘들었네. 내 독단으로 구출팀을 보내고 직권 남용죄로 곧바로 연금을 당했거든. 5일 전에야 연금이 풀렸다. 삐에프팀이 전멸 당했다는 보고에 난 절망했네. 살아 돌아와서 고맙네. 삐에프를 구해주어서 고맙다고 블랙맘바에게도 꼭 전해주게.”
권총을 든 폴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바짝 말라 강퍅해진 얼굴에 살기가 번득였다.
“그딴 이야기는 대장님이 블랙맘바에게 직접 전하십시오. 아마 이등병에게 맞아서 의병 제대하는 최초의 장군이 될 겁니다.”
필립은 망연한 눈으로 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도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라텔팀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구출팀으로 밀어 넣은 삐에프는 오히려 짐이 되었다. 보고에 의하면 블랙맘바가 중상을 입은 이유도 삐에프 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폴, 미안하네. 자네도 알지 않나. 내가 멍청한 대장이지만 치사하고 비겁한 인간은 아니야.”
“그런 말씀 마십시오. 황량한 사헬에서 썩어가는 부하가 여섯입니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아버지인 부하 여섯이 절망 속에 죽었단 말입니다. 명예로운 레종 에뜨랑제가 부하를 적의 먹잇감으로 던졌습니다. 적에게 정보를 넘겨주며 사지로 밀어 넣었습니다. 크흐흐흑!”
격정을 이기지 못한 폴이 얼굴을 손바닥으로 덮고 흐느꼈다.
“허어, 이럴 수가!”
필립은 한숨만 푹푹 내 쉬었다. 결론적으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음모의 주재자중 한사람이 바로 자신이다. 할 말이 없었다. 지금 와서 이런저런 변명을 해 봐야 자신의 이미지만 꾸겨진다.
다음 달이면 라텔팀, 아니 블랙맘바의 대활약에 힘입어 소장 진급이 예정되어 있다. 별은 부하들의 절망과 피값이다. 하긴 어느 나라든 별을 단 인간들은 마찬가지다. 수많은 부하들의 한숨과 피를 밟고 별을 달았다.
“그들이 더러운 땅에서 죽어갈 때 대장님은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귀환 요청을 수락만 했어도 미구엘, 모리스, 마이크, 부리머, 샤트르는 죽지 않았습니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울분에 찬 폴의 고함이 쩡쩡 울렸다. 참모들이 연대장실에 고개를 들이 밀었다. 필립이 손짓으로 내보냈다.
“할 말이 없네. 화가 풀릴 때까지 나를 때리게. 나도 보니파스처장 턱을 날려 버리는 바람에 옷을 벗을지도 모르네.”
흉흉한 폴의 기세에 필립은 불쌍한 척 했다.
“흥, 대장님이 그까짓 주먹질 한번 했다고 옷을 벗으면 개가 웃을 일이지요. 대장님이 고작 주먹질이나 하고 있을 때 배신당한 부하들은 죽어가고 있었단 말입니다.”
폴은 코웃음을 쳤다. 불쌍한척해서 곤란한 자리를 모면하려는 필립 대령의 잔머리가 가증스러웠다.
“폴, 그만해. 대장님도 자네들을 찾기 위해 할 만큼 했단 말이다. 자네 잘못도 있어. 통신을 중단하는 바람에 헬기를 투입할 수 없었단 말이다.”
아르망 중위가 폴을 말렸다.
“폴 진정하게. 자네들을 찾느라 가젤을 두 대나 잃었어. 빌어먹을 스트렐라 때문에 더 이상 수색 헬기를 띄울 수 없었네. 자네들이 고립된 것은 DGSE놈들의 작전 탓이지만 재수가 없었던 탓도 있어.”
루이 소령이 부관을 거들었다. 쩍- 폴의 주먹이 아르망 중위의 얼굴을 강타했다.
“이 새끼야, 통신만 하면 좌표를 프롤리나트에게 팔아먹는데 어떻게 통신을 해.”
‘으이그 새끼가 만만한 동기만 때리고 지랄이야.’
불쌍한 부관은 코피가 줄줄 흘렀지만 발작하지 못했다. 몇 대 얻어맞고 폴의 분노가 풀리면 남는 장사다. 아니 폴이 문제가 아니라 블랙맘바가 문제다. 대장이 고스란히 당하는 이유도 블랙맘바가 배후에 있기 때문이다.
“파야 호텔에서 통신을 시도할 때 히트맨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부리머가 희생되었습니다. 블랙맘바가 아니었으면 몽땅 죽었겠죠. 마쿰보를 빼내고 나니 라텔팀이 거치적거리던가요? 백도어 작전을 숨기려고 더블 컨트랙트를 실행하다니, 이게 도덕을 신봉한다는 프랑스의 얼굴입니까?”
“뭐라고, 더블 컨트랙트! 그건 지나친 억측일세. DGSE가 더러운 짓거리를 잘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야. 하비브가 보낸 암살자들이겠지.”
필립이 펄쩍 뛰었다. 폴의 발언은 상당히 위험했다. 정보국의 행사엔 구린내 나는 작전이 많다. 더블 컨트랙트는 마피아 놈들이나 애용하는 더러운 작전이다.
도덕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공론화되면 관련자들이 법정에 서야 한다. 도덕성을 표방하는 미테랑 정권에도 큰 부담이 된다. 국가 체면에 관한 사안은 끝까지 잡아떼는 게 상수다.
“훗, 그렇게 말씀하셔야죠.”
폴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