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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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블랙맘바 귀환4
“당연히 유감이 많겠지요. 반드시 대가를 받겠다고 이빨을 갈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얀 죽음이라 불리는 헤위헤 정도야 블랙맘바와 비교거리가 안되죠. 그는 인간이지만 블랙맘바는 죽음의 주재자, 아즈라일입니다. 그는 배신자나 음모자에겐 섬뜩할 만큼 잔인해집니다. 고향에서 배신한 친구 놈의 팔 다리를 박살내고 심장을 꺼내서 돼지 먹이로 줬다는 놈입니다.”
“헉, 그래서 레종 에뜨랑제로 탈출했군.”
“어쩐지 눈깔이 무섭더라니, 본래 싸이코패스였어.”
“미 미친 놈, 인간성이 그렇게 더러운 놈일 줄이야!”
폴의 겁주기 엄포에 필립대령과 작전참모장, 부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집무실 밖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참모들도 질린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블랙맘바는 졸지에 천하의 망종, 싸이코패스가 되었다.
‘블랙맘바, 자네를 악당으로 만드는 나를 용서하게.’ 폴은 속으로 블랙맘바에게 용서를 빌었다.
“젠장, 자네 의도가 협박이라면 성공했네. 그 친구를 잘 달래주게. 그런 무지막지한 녀석의 뜨거운 관심은 피하고 싶구먼.”
필립은 껄끄러운 대화를 얼른 종결짓고 싶어 몸이 달았다. 블랙맘바가 쳐들어오기 전에 늙다리들과 협의할 사항이 한 둘이 아니다. 재미가 들린 폴은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다.
“글쎄요. 쉽게 설득이 될지. 게릴라를 고문할 때는 손가락을 차례로 꺾더군요. 손가락을 끝내고 발가락을 차례로 꺾더군요. 허연 뼈가 손바닥으로 튀어 나오고, 힘줄이 드러나자~”
폴이 말을 멈추고 세 사람의 얼굴을 쓰윽 돌아보았다. 잔뜩 긴장한 얼굴이다.
“힘줄을 잡아 뽑더군요. 피와 체액에 뒤섞인 힘줄을 해부 학자처럼 정확히 한 가닥씩 가려내서 뽑아내는데 나도 두 눈 뜨고 보지 못하겠더라고요.”
“으, 잔인한 놈. 그 놈이 그런 놈이었나!”
루이 소령은 자신의 힘줄이 뽑히는 양 손을 오므렸다. 폴은 한 술 더 떴다.
“무치 시바리아게라는 구타 고문술에 비하면 손가락 열 개와 발가락 열 개 꺾는 고문은 어린애 장난입니다.”
“무치 시바리아게? 그건 무슨 뜻인가?”
“고대 동양의 고문술인데 몽둥이로 때려서 뼈를 접는다는 뜻입니다.”
폴이 말을 멈추고 필립의 표정을 훔쳐보았다. 잔뜩 긴장한 얼굴이다.
‘그래, 겁을 먹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지.’
“몽둥이로 절묘하게 때려서 인체에 존재하는 뼈 206개를 400개로 늘립니다. 두개골은 건드리지 않지만 골반뼈로 숫자를 채우죠. 간단히 말하면 문어 인간을 만드는 고문술입니다. 지금도 마이크, 아니 포로의 입에서 나온 처참한 비명이 귀에 쟁쟁합니다. 손가락, 발가락 열 개를 꺾어도 버티던 놈이 그냥 술술 불더라고요. 기가 막히게도 온 몸의 뼈가 다 부서지고도 정신이 말짱해 보였습니다. 블랙맘바의 말로는 고통을 적절히 통제해서 정신을 맑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폴은 블랙맘바가 들려준 무치시바리아게 3단계를 적당히 각색해서 들려주었다.
“……”
듣는 사람은 말을 잃어 버렸다. 몸에 있는 뼈란 뼈는 전부 부순다는 소리다. 뼈를 박살내는 마당에 정신이 더 말짱해진다는 고통은 들어 보지도 못했다.
‘흐흐, 이 맛에 마피아가 협박을 하는가 보군.’
폴은 한껏 말꼬리를 늘이며 얼굴이 창백해진 사람들의 표정을 즐겼다. 점점 망가지는 폴이다.
“혹시 자네팀이 도살자 하비브의 저택을 박살내고 그를 납치했나?”
필립 대령은 구금된 시점부터 라텔팀의 행적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DGSE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통제한 탓이다.
“정확히는 블랙맘바죠. 저와 대원들은 늘 조공이니까요.”
“역시 그랬었군.”
구금에서 풀린 날 하비브의 저택이 초토화되고 그가 행방불명되었다는 DGSE보고를 받았다. 이제야 황급히 구금을 풀어준 11공정연대의 처사가 이해되었다. 필립은 속으로 이빨을 갈았다.
‘망할 새끼들, 블랙맘바가 건재하니까 나를 풀어주었어.’
DGSE와 공졍여단이 라텔팀만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장난을 친 것이다.
“하비브는 죽었겠군.”
“블랙맘바가 보통 독한 인간이 아니죠. 정보를 빼낸 다음 페니스를 자르고 사막에 목만 내놓고 묻었습니다. 새벽에 하이에나가 뜯어먹고 남은 대퇴부 뼈 두 개와 두개골을 발견했습니다. 짐승 같은 놈이 짐승의 배속에 들어갔으니 제 자리를 찾은 거죠. 블랙맘바의 똥집을 건드리면 그 누구도 무사하지 못합니다.”
“포로에게 그런 엽기적이고 야만적인 처사를 하다니 그, 그놈은……”
필립 대령이 말을 더듬었다. 미친놈이다. 라는 말을 꿀꺽 삼켰다.
30년 전 리엔필드 소총을 들고 싸운 디엔비엔푸 전투가 떠올랐다. 백병전에서 월맹군 둘을 총검으로 찔러 죽였다. 겁에 질린 한 놈이 손을 번쩍 들었다. 피에 취한 그는 곧바로 가슴을 찔렀다.
겁에 질린 어린 군인의 눈망울이 지금도 눈앞에 떠오른다. 살인은 군인인 이상 어쩔 수 없는 행위다. 그러나 인간을 죽이더라도 최소한의 존엄은 지켜야 한다.
끔찍한 고문도 지나친 행위지만 심문이 끝난 포로를 그토록 잔인하게 처리하다니 인간도 아니다. 꼼짝도 할 수 없는 몸, 묽은 침을 질질 흘리며 다가서는 야수, 하비브가 느꼈을 절망과 공포가 어땠을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블랙맘바에 대한 호감이 역겨움과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죽음의 천사가 돌아왔다. 자신에게 원한을 품고 지옥에서 살아왔다. 필립은 이마를 문질렀다. 식은땀이 손바닥에 주르륵 묻어 나왔다.
그는 진짜로 겁에 질렸다. 내일이면 꿈에 그리던 장군이 된다. 예정된 별도 못 달아보고 악몽에 시달리게 생겼다. DGSE에서 올라 온 따끈따끈한 보고서가 새삼 경종을 울렸다.
[……사망자 612명중 145명이 냉병기와 둔기를 이용한 타격에 의해 사망했다. 둔기의 종류는 몽둥이, 자갈, 미상의 도구다. 미상의 도구는 블랙맘바의 신체로 추정된다. 기타 19명은 넝쿨 종류를 이용해 교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는 예외 없이 단 일격에 목숨을 잃었으며…….프롤리나트 동북사령부에서 생존자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이 정도면 인간이 아니라 재앙, 천재지변 급이다. 재앙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기에 재앙이라고 불린다. 블랙맘바가 그토록 무서운 놈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알았다면 백도어 작전 따위를 쓸 이유도 없다. 재앙이 덮친다.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했다.
“삼일 뒤에 보고서를 올리겠습니다. 워낙 양이 많아서요. 아무리 요약해도 100페이지는 넘을 겁니다. 블랙맘바는 기분파니까 선물을 듬뿍 안겨주고, 몇 대 맞아 주면 화를 풀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평생 불안하게 살아야 할 겁니다.”
“끙!”
필립의 얼굴이 썩어문드러졌다. 폴이 루이와 아르망을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당신들도 마찬가지요. 전장의 악몽이 찾아 올 거요. 하비브의 페니스가 잘렸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블랙 미안하네.’
폴은 내친김에 옴부티의 만행까지 블랙맘바에게 덮어 씌웠다. 늙은이들이 겁에 질릴수록 보상이 넉넉해진다.
세 사람의 얼굴이 허옇게 떴다. 작전팀을 보내고 최선은 아니라도 차선의 노력은 했다. 문제는 블랙맘바가 노력을 알아주느냐다. 블랙맘바 입장에서 보면 도움은커녕 뒤통수만 계속 맞은 셈이다.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것이다.
재앙이 그냥 재앙으로 불리지 않는다. 똥집이 틀어진 블랙맘바의 오해를 풀지 못하면 끔찍한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뇌를 흔들었다.
인간의 머리통을 터뜨리는 주먹, 킥 한 번에 부러지는 허리,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친토산 훈련장에서 단단한 적벽돌 열장을 손바닥으로 박살내던 놈이다. 그 조차도 능력을 숨긴 상태란다.
“차라리 자네가 열 번 주먹질을 하게.”
“안됩니다. 고통을 당한 자는 분노와 슬픔으로 증오의 골을 깊이 파냅니다. 가해자를 증오의 골 속에 매몰시키기 위해서죠. 장담컨대 보니파스 처장은 곧 트렌스젠더가 됩니다.”
폴의 단언에 필립은 입을 딱 벌렸다.
‘이 자식이 블랙맘바와 놀더니 이상하게 변해버렸네.’
폴 중위는 상하 관계와 명령을 중시하는 고지식한 군인이다. 지금은 마피아 중간 보스처럼 어르고 눙치는 모양새가 장난이 아니다.
보니파스가 누구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DGSE의 핵심 부서인 작전부 해외작전처장이다. 현재는 작전부장 대행이다. 실세중의 실세인 보니파스를 트렌스젠더로 만들겠다니 점입가경이다. 말하는 놈이야 제 맘이지만 듣고 있는 놈은 오금이 저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국방부와 DGSE 책임자들과 만나서 충분한 보상이 되도록 하겠네. 자네가 그 놈을 진정시켜 주게.”
필립은 진심으로 부탁했다. 새까만 부하에게 사정하는 자신이 서글펐지만 상대는 블랙맘바다. 분노한 야수가 병원에서 튀어나오면 천재지변이 발생한다.
“글쎄요. 배신자들의 목을 잘라버리겠다고 이를 갈고 있는데 제가 달랠 수 있을지……. 사실은 제 이름을 걸고 블랙맘바에게 약속한 사실이 있습니다. 말씀 드리기가 쫌~”
폴이 어깨를 으쓱 올려 말하기 민망하다는 체스쳐를 썼다. 필립이 얼른 말해 보라는 듯 인상을 콱 썼다.
“사망한 동료 숫자만큼 대장님을 때릴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을 하고서야 간신히 후송을 보냈습니다. 그나마 대장님이 구출팀을 보내는 성의를 보였기에 그 정도로 타협이 되었습니다. 그 친구 쿠크리에 목이 잘린 게릴라가 수백 명입니다. 탕가에서는 투부족 전사 60명이 몽땅 목이 잘렸죠.”
폴은 어느새 본부 지휘관들을 겁주는 재미에 푹 빠졌다. 사실 과장도 아니다. 블랙맘바가 야간에 잠입하면 대통령이라도 목이 떨어진다. 그의 실체를 알게 되면 신이라도 공포에 질릴 것이다.
“너무 겁주지 말게. 늙어서 뼈대가 삭았다고. 무치 시바리아게인가 뭔가로 당하면 문어 인간이 된다며? 그 놈에게 한 대만 맞아도 나는 죽을 걸세.”
필립의 얼굴이 딱할 정도로 노래졌다. 참모들도 얼굴색이 썩 좋지 못했다. 대장이 몽둥이로 맞을 판인데 참모들이 무사할 리 없다. 아무리 농담으로 돌리려 해도 농담을 할 계제가 아니다. 한 자리서 60명의 목을 자른 살육자, 생각만 해도 으스스 떨리는 놈이다.
“폴, 그 친구가 때리면 난 죽는다니까.”
“대장님, 블랙맘바가 아무리 무지막지해도 대장님을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그가 죽인 인간들은 모두 적입니다.”
“블랙맘바가 나를 같은 편이라고 생각할까?”
연대장의 걱정스런 말에 폴은 하마터면 웃음이 튀어 나올 뻔했다.
“그게 좀 문제군요. 독 오른 블랙맘바는 코브라도 잡아먹는다는데……. 어쨌든 그냥 맞으십시오. 몇 대 맞고 입원하시면 깔끔합니다. 수면 중에 심벌이 잘리거나 평생 뒤통수가 근질거리며 사는 것 보다야 낫지 않습니까.”
폴은 속으로 다시 한 번 용서를 빌었다.
‘블랙맘바, 용서하게. 자네가 악당이 될수록 우리는 늙은이들에게 얻어 낼게 많아져.’
“쩝, 그래도 그놈의 몽둥이가 무서운 건 무서운 거지”
살벌하던 자리는 어느새 코미디 판이 되었다. 폴도 어쩔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은 프랑스를 조국으로 두고, 프랑스 사관학교를 나왔고, 프랑스 정부에 고용된 군인이다.
배신당했다고 징징 거려봐야 돌아올 것은 불명예제대뿐이다. 감정대로 움직였다간 엄청난 공훈에 불구하고 반역죄를 덮어 쓸 위험도 있다.
언론에 썰을 풀어봐야 한동안 센세이션을 일으키다 끝난다. 프랑스 언론은 자유롭다. 반면에 대외적인 국익이 걸리면 보수적인 태도로 바뀐다. 사건은 르몽드지에 몇 줄 실리고 데스크에 처박히기 십상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블랙맘바의 협상을 도와주는 조공이다. 곧 소장으로 진급하는 필립 대령의 힘은 자신과 비교가 안 된다. 겁을 잔뜩 주었으니 연대장이 알아서 뛰어 다닐 것이다.
필립 대령에게 DGSE측의 더블 컨트랙트를 거론한 것도 국방부와 정보국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블랙맘바의 존재는 DGSE와 국방부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묻고 싶지만 묻을 수 없는 존재. 입을 막으려다가 목이 떨어져 나갈 존재가 블랙맘바다.
“저를 비롯해서 벨맨, 에밀, 장쒼은 블랙맘바 덕분에 목숨이라도 건졌습니다. 우리는 블랙맘바에게 죽은 여섯 명의 동료들 몫을 모두 넘겼습니다. 노친네들은 블랙맘바를 상대로 협상을 해야 할 겁니다.”
“으음, 자네들은 최선의 선택을 했지만 그들은 최악의 상대를 만나게 되었어.”
필립은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흥, 맹수를 상대로 잘 해 보시구랴.’
폴은 필립을 충분히 압박했다고 자평했다. 두려움은 인간의 감정 중에 가장 빠르게 전파되는 감정이다. 겁먹은 필립 대장이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들에게 두려움을 전파하면 보따리가 커지게 되어있다.
국방부가 관리하는 파리 뽀흐후와얄가 발데그라스 군사병원, BM이라는 이니셜로 표기된 환자가 VVIP병실에 입실했다. VVIP병실은 장관급과 장군 전용으로 거실과 침실이 딸려 있다. 거실은 옴부티와 선우현이 점령하고 침실은 에델의 차지가 되었다.
폴 중위가 필립을 겁주고 있을 때 블랙맘바는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었다. 7성급 호텔 스위트룸을 방불케 하는 병실, 막강한 의료진, 끼니마다 배달되는 호텔식사, 영리하고 발랄한 에델의 간호, 충성스런 옴부티와 약삭빠른 선우현의 시중, 천국인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그는 성인 5인분에 해당하는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며 급속히 정상을 찾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