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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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블랙맘바 귀환5
DGSE정보부와 작전부는 블랙맘바의 신원을 극비 처리했다. 이니셜외에는 나이, 병력, 심지어 신체 치수도 없다. 콜네임에 대한 당연한 조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외과병원답게 메타 쉐프 블랑과 플로베르가 이끄는 수술팀은 임시 봉합된 어깨 수술을 깔끔히 처리했다. 파열된 어깨 회전근을 돌려놓고, 찢어진 관절낭을 섬세하게 봉합했다. 뒤엉킨 힘줄과 신경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캐비테이션(cavitation, 탄자가 음속으로 체내 조직을 돌파할 때 조직을 옆으로 밀어내는 현상)에 의해 유실된 힘줄은 돼지 힘줄을 이용해서 임시로 연결해 놓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BM의 요구에 의해 후 치료는 의사들이 암사자라 부르는 에델에게 돌아갔다. 암사자라는 별명은 그녀가 BM에 관한 일이면 어미사자처럼 으르렁거리며 챙겼기 때문이다.
상처 소독, 멸균 붕대 교체 같은 허드렛일까지 암사자가 처리했다. 병원 측은 카텍스조차 기록하지 못하고 보고를 위한 경과 관찰만 하는 구경꾼이 되었다.
BM, 아니 블랙맘바의 상처는 3일이 지난 시점에서 경이적인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차 분열을 마친 세포가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블랙맘바의 식사량은 10인분으로 늘어났다.
옴부티와 선우현은 블랙맘바가 대식가임을 잘 알고 있다. 놀랄법한 에델도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에델을 바라보는 옴부티의 눈이 점점 부드러워졌다.
“쫄따구, 손바닥으로 내 옆구리 때려봐.”
“일 없슴메. 옴부티 시키라우.”
선우현이 도끼눈을 부릅뜬 에델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물러났다.
“와킬, 소인은 얼쌰(Alysh, 차드의 주식, 수수를 둥글게 반죽해서 구워낸 음식으로 소스에 적셔 먹는다.)를 만드는 중입니다요. 손에 반죽이 잔뜩 묻었습니다.”
병실 밖에서 옴부티가 커다란 소리로 외쳤다.
“에이구, 나잇값도 못하는 인간들.”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옴부티와 선우현은 단 4일 만에 에델의 눈치를 보며 설설 기었다. 블랙맘바가 그 이유를 알기엔 너무 둔했다.
“에델, 부탁해.”
에델의 얼굴에 포식한 고양이처럼 만족스런 미소가 떠올랐다.
“긴장 하세요.”
톡- 앙증맞은 주먹이 부러진 갈비뼈 부위를 살짝 건드리고 지나갔다.
“세게 때려.”
“안 돼요.”
에델이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사랑하는 남자의 상처를 후려칠 여자는 세상에 없다.
“에휴 내가 앓느니 죽지.”
“귀여운 괴물 양반, 걱정 말아요. 캘러스 과정은 끝났어요. 지금은 리모델링 중이예요. 블랙은 팔이 떨어져도 만화처럼 불쑥 돋아 날 거예요. 그런 일이 있어선 절대 안 되지만요.”
에델이 상처를 쓰다듬으며 배시시 웃었다. 선우현은 어느 틈에 흔적이 없어졌다.
창상보다 골절상이 당연히 회복 시간이 많이 걸린다. 장기에 손상을 줄 정도로 중골절된 갈비뼈가 아물러 붙으려면 최소 4개월이 걸린다. 단순히 금이 간 수준이면 4~6주면 거동에 지장이 없게 된다.
블랙맘바는 중골절된 갈비뼈가 두 개다. 일반인은 걷지도 못한다. 블랙맘바는 전장에서 부러진 갈비뼈를 끌어내서 접합시켰다. 그로 인해 회복 기간이 대폭 줄어들었다.
골절이 회복되는 메커니즘은 두 가지다. 일차적이고 직접적인 내부 리모델링을 통한 회복과 이차적이고 간접적인 캘러스(유합조직)를 통한 회복이다. 각각의 메커니즘은 독립적 기전이지만 중첩되어 진행된다.
골절된 뼈는 염증단계-소프트 캘러스 단계-하드 캘러스 단계-리모델링 단계를 거쳐 회복된다. 요약하면 골절된 뼈 끝단을 괴사시키고 부종이 발생하는 염증 단계 7일, 골절된 뼈를 캘러스로 덮어씌우는 소프트 캘러스 단계 2~4주, 뼈 끝단이 자라나서 연결되고 석회화되는 하드캘러스 단계 3~4개월, 마지막으로 골절 부위를 덮어씌운 뼈가 조직에 흡수되고 골수강이 회복되는 리모델링에 4개월~수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캘러스는 드레곤볼에 나오는 피콜로가 떨어져 나간 팔을 재생시키는 장면을 생각하면 된다. 줄기 세포에 발생기의 조직이 메모리 되어 있으므로 원판을 복제할 수 있다. 캘러스가 강력하고 빠르게 진행되면 피콜로 식의 재생도 가능하다. 물론 블랙맘바는 피콜로가 아니지만 믿을 수 없는 회복 속도를 보였다.
블랙맘바의 경우는 캘러스 생성과 석회화가 비상식적으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골절된 갈비뼈는 4일 만에 하드캘러스 단계에 접어들었다. 통상 회복기 3~4개월을 도약해 버린 경이적인 회복세다. 총탄이 헤집은 어깨도 제한적이나마 360도 회전이 가능해졌다. 나머지 자잘한 상처야 말할 것도 없다.
의사인 에델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치료과정은 물론 일상 생활 중에 발생된 모든 가검물을 수거해서 소각 처리했다. 각질 한 조각도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집요한 감시에 발데그라스 의사들은 진저리를 쳤다. 에델이 암사자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다.
“옴부티, 지금쯤이면 폴 중위가 할 일을 했겠지?”
“고지식한 양반인데 필립 대령을 제대로 흔들었을까요?”
“그 양반도 처음과는 달리 많이 망가졌으니까 믿어도 된다. 은자메나 기지로 전화 연결해.”
“외부 회선이 막혀 있습니다.”
“뭣? 언제부터?”
“와킬이 입원한 날 부터입니다.”
“얼래, 이것들이 뭔 삽질을 하는 거야?”
블랙맘바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며칠간 신체 회복에 전력을 기울이느라 몰랐다. 똥싼 놈이 성낸다고 하더니 하는 짓이 가관이다.
“한바탕 뛰어야 하나?”
“지하에 시설 좋은 헬스장이 있습니다.”
미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한 옴부티가 딴 소리를 했다.
“쫄따구, 바깥에 있는 시커먼 놈들 들어오라고 해.”
검은 전투복에 MP5를 든 DGSE타격대 셋이 들어섰다. 블랙맘바가 침대에 걸터앉아 이들을 맞았다.
“악트!”
“조용히, 나 안정이 필요한 환자다. 소속?”
“죄송합니다.”
“허, 종간나새끼래 감히 와킬의 질문을 씹었슴둥?”
선우현이 기가 찬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렸다.
“세 번은 묻지 않는다. 소속?”
“죄송합니다.”
검은 복장은 부동자세로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말단 타격대인 그들은 블랙맘바의 신원을 모른다. 철저히 경호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뿐이다. DGSE타격대는 어떤 경우에도 신분을 밝힐 수 없다.
선우현의 발이 솟아올랐다. 뻑- 채찍으로 후려치듯 검은 복장의 경동맥을 때렸다.
“종간나새끼, 와킬이 세 번 묻지 않는다 하지 않았슴메.”
풀썩 쓰러진 요원을 옴부티가 질질 끌어다 구석으로 옮겼다. 그 와중에도 요원 둘은 부동자세를 풀지 않았다. 경호 대상과 맞 주먹질을 할 수 없는 요원들도 죽을 맛이다.
“소속? 이젠 두 번 묻지 않는다.”
높낮이가 없는 평온한 질문이다. 듣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두 번째 요원이 움찔했다. 쉭- 턱- 번개같이 날아드는 선우현의 손날을 검은 요원이 하박으로 막아냈다. 즉각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에 대한 방어는 허용되어 있다.
“끄윽!” 공격을 막은 자세 그대로 검은 복장이 허물어졌다. 목을 후려친 하트만 수액 줄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쯧쯧! 느려터진데다 창의성이라곤 벼룩 뒷다리만큼도 없어.”
블랙맘바의 타박에 선우현의 얼굴이 붉어졌다.
뻑- 마지막 검은 복장이 푹 고꾸라졌다.
“니도 말을 안 할 꺼제?”
말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놓고 묻는 블랙맘바다.
“내래 와킬에 비하면 아직 멀었슴둥.”
선우현은 구부러진 하트만 지지대 철봉을 펴는 블랙맘바를 보며 한탄했다. 와킬의 손에 잡히면 무조건 흉기가 된다. 단호하고 무자비한 손속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를 패버렸으니 주인이 나타나겠지. 새끼들이 경호를 핑계로 사람을 성가시게 한단 말이야. 치워.”
“블랙, 열 시간쯤 재워 버릴까요? 미다졸람과 메토카르바몰이 있을라나?”
옴부티가 뜨악한 눈으로 약장을 뒤지는 에델을 바라보았다.
‘놀라지도 않네. 어째 와킬과 비슷해. 엉덩이도 크고 가슴도 크고. 흐흥!’
옴부티의 눈이 반달로 변했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쫄따구, 그게 뭐냐? 저런 허접한 놈과 손을 섞다니 쪽팔리지 않나. 일주일 후 수련을 시작하겠다. 죽지 않으려면 오늘부터 몸을 만들어 둬.”
“알겠슴메.”
선우현은 두말하지 않았다. 아니 희열이 넘쳤다. 세상에 홀로 남은 몸, 몸뚱이가 재산이다. 와킬이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데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셍도미니끄가의 DGSE본부, 7층 해외작전처장실은 예의 골루즈 연기로 가득했다. 필립과 긴 통화를 마친 보니파스는 머리가 빠개질 것 같았다.
“영리한 새끼, 폴 중위를 보내서 먼저 변죽을 올렸군. 젠장, 써펀트가 블랙맘바에게 잡아먹히게 생겼어. 드래곤을 빼면 써펀트가 최강이라는 판타지 작가 새끼들은 다 죽어야 해.”
보니파스는 시덥잖은 말을 중얼거리며 테이블에 올려진 자료를 노려보았다. 몇 가지 준비된 보상안으로는 턱도 없게 생겼다.
[블랙맘바 개인에 대한 처우] [라텔팀 공적에 따른 처우와 보상] [사망한 대원의 처우와 보상] [훈장 등급 조정에 대한 협의 안] [폐기자 리스트]뱀같이 가느스름한 눈이 책상위에 널린 비밀문서를 쭉 훑어보았다.
“망할 새끼, 이걸로는 안 되겠어.”
똑 똑-
미구엘이 들어섰다.
“부장님, 칸마가 움직였습니다. 경호중인 작전부 요원들을 떡으로 만들었습니다. 발데그라스 파견 조장이 대기 중입니다.”
“뭐라고? 총상과 파편상을 당했다고 하지 않았나?”
“다른 놈이면 두 세 번은 죽고도 남을 중상이었죠. 그 친구는 상식적인 판단이 무용(無用)임을 아시지 않습니까?”
“미치겠군. 요원을 들어오라고 해. 직접 들어보겠다.”
“악트! 삼조장 가스통입니다.”
“현재 블랙맘바의 상태에 대해서 요약 보고하라.”
“현재 입원 4일째, 상체 깁스와 붕대를 모두 풀었습니다. 자잘한 상처 35개는 흉터만 남았습니다. 병실에서 가벼운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블랑 과장의 소견으로는 열흘 이내에 퇴원 가능합니다.”
“크으 미치겠군. 스틱스를 건너도 남을 놈이 3일 만에 깁스를 풀고 구타까지 한다는 게 말이 돼? 요원들을 떡으로 만든 이유는?”
“보안회선 때문입니다.”
“이런 바보 같은! 어떤 놈이 멍청한 짓을 했어?”
“국내작전처 랑드르님의 지시였습니다.”
어이없는 얼굴이 된 보니파스가 버튼을 눌러 비서를 호출했다.
“똥막대기 불러.”
보니파스는 더 이상 랑드르를 언급하지 않았다. 어차피 문화부 장관 자끄 랑의 체면 때문에 깍두기로 박아 놓은 놈이다. 국내작전처가 국토부로 이관되면서 해외작전처로 자리가 옮겨질 놈이다.
“가스통, 당장 보안회선 취소해. 도청도 하지 마. 성난 맹수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 앙!”
“옙, 즉시 조치하겠습니다.”
보니파스의 짜증을 덮어쓴 가스통이 황급히 뛰쳐나갔다. 보니파스가 손가락에 끼고 있던 골루즈를 신경질적으로 재떨이에 눌러 껐다. 비릿한 연기에서 해방된 미구엘의 숨통이 터졌다.
“미구엘, 요원들은 많이 다쳤나?”
“기절만 시켰답니다.”
“별일이군. 칸마가 자비를 베풀다니 말이야. 미구엘 자네 사표는 오늘부로 수리하겠다. 몇 달 잠수타라.”
“그러죠.”
미구엘은 속이 시원했다. 백도어 작전과 더블 컨트랙트 작전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소위 꼬리 자르기다. 억울할 것도 없다. 그는 둠브레이숲 전투 보고를 받고 마음을 비웠다. 미구엘은 진심으로 칸마의 예봉을 피하고 싶었다.
“자네 후임은 위고 랑드르다.”
보니파스가 문을 열고 나가는 미구엘의 뒷등에 대고 말했다. 미구엘이 휙 돌아섰다.
“랑드르? 미련한 책상물림에게 필드 책임자 자리를 맡기다니, 문제없겠습니까?”
“그 놈은 문화부 장관 자끄 랑의 조카다. 나도 살아야지. 블랙맘바를 담당하게 되었으니 맞아 죽거나 사표를 내겠지.”
‘써펀드 다운 일처리다. 블랙맘바의 아가리에 처넣을 생각이구먼.’
미구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조직이나 정실 인사는 어쩔 수 없다. 합법적으로 규격 미달 제품을 폐기하려는 잔머리다.
미구엘과 교차해서 40대 초반의 아랍 혼혈인이 처장실에 들어섰다. 주변머리만 남고, 뒤통수가 훤했다. 원형 탈모증이 심각하게 진행된 인간이다.
“부장님, 부르심받고 왔습니다.”
“랑드르, 발데그라스 병원으로 가라. 블랙맘바의 기분을 풀어주고 와. 요구 사항은 다 들어줘.”
랑드르는 피지컬 능력이 좋은 놈이지만 작전시마다 사고를 쳐서 내근으로 돌린 놈이다. 보니파스는 꼴보기 싫은 똥막대기를 바로 쫓아냈다.
그날 저녁, 랑드르는 곧바로 발데그라스 병원을 찾았다. 블랙맘바라는 괴물이 어떤 인간인지 알고 싶어 좀이 쑤셨다.
“DGSE 작전부 아프리카 신임 과장 위고 랑드르다.”
허리를 숙이자 머리 뒤꼭지가 조명을 받아 번쩍 빛을 발했다. 에델이 웃음을 참느라 끅끅거렸다. 에델을 돌아 본 랑드르의 눈이 번쩍 빛났다.
“오우 마드모아젤,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이 칙칙한 병원에 계시다니 가슴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