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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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블랙맘바 귀환6
에델은 짧은 반바지에 탱크 탑으로 가슴을 감싸고 민소매 아머 셔츠를 받쳐 입었다. 미모도 미모지만 젊음의 향기와 건강미가 철철 넘친다. 더해서 성격도 밝고 목소리도 맑다. 로만 발터 같은 호색한이 아닌 지극히 정상적인 남자도 침을 흘릴 매력이 넘쳐 난다.
보석을 발견한 랑드르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임무를 망각했다. 음습한 눈길이 탐색을 시작했다.
경주마처럼 가는 발목에 머물던 시선이 단단한 허벅지와 바짝 올라붙은 탱탱한 엉덩이에 잠시 머물렀다. 꿀꺽- 마른 침을 삼킨 랑드르의 시선이 다시 위로 향했다.
한 줌에 불과한 허리, 가는 허리가 받치기에 부담스러울 폭발적인 가슴, 곧은 어깨, 가늘고 섬세한 목, 자그마한 얼굴에 균형 잡힌 이목구비, 티 한 점 없는 푸른 눈동자, 풍성한 블론드 머리를 말총머리로 대충 묶은 수수함까지.
쎙도미니끄가의 호텔 목록이 주르륵 눈앞을 스쳐갔다. 출렁이는 침대, 몸부림치는 그녀, 작렬하는 스킬……. 신체 한 부분이 꿈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눈깔 뽑히고 싶어요?”
쨍하는 소리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랑드르의 정신을 돌려놓았다.
수술용 모스키토 가위를 집어든 에델이 흠칫하고 얼른 가위를 놓았다. 블랙맘바의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자는 궂이 눈으로 보지않아도 남자가 자신을 쳐다보는지 다른 곳을 보는지 절로 아는 초능력이 있다. 서리가 깔렸던 얼굴도 순식간에 화사하게 바뀌었다. 카멜레온은 쨉도 안 되는 변신 능력이다.
“랑드르씨, 만나서 반가웠어요.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래요.”
에델이 인사를 남기고 슬쩍 돌아서서 블랙맘바의 시선을 가렸다. 선우현을 향해 주먹을 살짝 흔들어 보이고는 침실로 들어갔다. 당장 구토를 할 듯한 표정이다. 선우현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헐, 암사자의 진면목이구먼.”
옴부티가 감탄했다. 투아레그족은 일부일처제지만 대다수 아랍 부족과 아프리카 부족은 일부다처제다. 첫째 부인은 저 정도의 강단이 있어야 와킬의 신관이 편해진다.
“종간나새끼래 모가지를 뽑아주디.”
옴부티와 달리 단순무식한 선우현이다. 당장 박살을 내려고 움찔거리는 선우현을 옴부티가 제지했다.
“진정해. 와킬이 처리할 문제다.”
“살벌한 가위를 집어 드는 거 봤슴메? 대단한 성깔이디.”
“와킬의 여자가 되려면 그 정도는 돼야지.”
“방금 주먹을 흔드는 모습 봤슴둥?”
“너무 귀엽다.”
“내래 에델양이 와킬보다 더 무서운디.”
“흐흐 저런 여자가 진짜 좋은 여자다. 그나저나 저런 떨거지를 보내다니 DGSE도 맛이 갔어. 쯧쯧!”
“알쪼디. 저놈 반짝이는 DGSE가 아니라 시장 양아치 패거리에서 나왔는지도 모르디.”
선우현과 옴부티가 속닥거리며 한심한 눈으로 랑드르를 흘낏 거렸다.
“신사답지 못하게 무슨 짓이요. 예의를 갖추시오.”
랑드르가 울컥할 때 블랙맘바가 말을 던졌다.
“무슨 일로 왔나?”
‘뭐 이런 새끼들이 다 있어! 싸가지 없는 놈들 집합소인가?’
랑드르의 이마에 주름이 접혔다. 블랙맘바가 싸가지없는 끔찍한 놈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작전부에 쌓인 블랙맘바 관련 자료가 한 트럭이다. 읽는 것 만으로 등에 소름이 돋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만나보니 별로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동양인이다. 유색 인종을 열등하게 보는 랑드르다. 부쩍 자신감이 붙었다. 부하로 보이는 놈들을 패 주고 싶지만 첫 임무를 망쳤다간 써펀드의 한 끼 식사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그는 끓어오르는 성질을 꾹꾹 눌러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
“블랙맘바, 불편하게 해서 미안하다. 치료에 집중토록 하라는 상부 지시에 충실한 부하들이 실수했다.”
“치료는 내가 알아서 하고 있다. 당신이 걱정할 일이 아니다. 저것들 치우고 전화부터 개통해.”
블랙맘바가 병실 구석에 짐짝처럼 포개놓은 요원을 가리켰다. 역시 싸가지없는 태도다. 랑드르는 기분이 팍 상했다. DGSE과장은 중령급이다. 계급을 떠나서 새파란 놈의 말투 자체가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전화는 이미 개통되었다.”
“제법 빠르군. 문 앞에 세워 둔 시커먼 놈들도 다 치워.”
“경호원들 말인가? 즉시 철수 시키겠다.”
“말이 통해서 좋다. 내놔.”
“무엇을?”
랑드르는 어리둥절했다. 다짜고짜 내놔라니? 무엇을 내 놓으란 말인가? 미구엘이라면 바로 알아들었을 것이다. 땜질 정실 인사가 부른 화다.
“명단!”
“명단?”
“아직 대화 준비가 되지 않았나 보군. 돌아가서 상관에게 물어보도록.”
“이 이게 무슨 무례한……”
랑드르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블랙맘바의 말을 무조건 들어주라는 상부 지시를 깜빡 잊었다. 쩍- 선우현의 수도에 뒷목을 맞은 랑드르가 말을 끝맺지 못하고 풀썩 무너졌다.
“존만이가 가라면 갈 것이지. 매를 벌고 지랄임둥.”
선우현이 발길에 감정을 실어 랑드르를 걷어찼다. 에델을 쳐다보던 느끼한 눈깔을 생각하면 문어 인간을 만들어 버리고 싶지만 쓸모가 있어 참았다. 옴부티가 합세해서 랑드르와 타격대를 쓰레기 버리듯 문밖에 집어 던졌다.
‘종간나새끼를 죽도록 패놔야 에델양이 점수를 줄 텐데.’
학습 능력이 광속인 쫄따구다.
“이 자슥들은 대화가 안 돼, 대화가!”
블랙맘바가 투덜거렸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듯합니다.”
옴부티가 맞장구를 쳤다.
대화할 틈도 없이 묵사발 낸 장본인들이 할 말이 아니다.
“흐흥, 이러면 더 비싸지는데.”
블랙맘바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DGSE별관 3층 작전부 해외작전처 아프리카 담당 과장실, 통화중인 남자의 정수리가 불빛에 반짝였다. 뒷목에 통증완화 패치를 붙이고,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 랑드르다.
전화기에 붙은 빨간 표시등이 계속 깜박거렸다. 도청방지 장치 작동중이다.
-과장님은 블랙맘바와 악연이 없는 걸로 아는데 이렇게 나서는 이유가 뭐요?
-흐흐, 그 한 놈으로 인해 작전부가 쑥밭이 될 판이요. 써펀트까지 겁을 먹은 것 같소. 이건 프랑스 자존심의 문제요. 작전부의 존재 이유가 조국에 해가 되는 존재를 지우는 것이요.
불행하게도 랑드르 본인은 미인 앞에서 얻어터진 보복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조국과 조직에 해가 될 놈은 없애야 된다는 열망에 불탔다. 일종의 도착 증세다.
-랑드르 과장님의 애국심에 경의를 표하는 바요. 놈의 부상은 얼마나 회복되었소? 부상을 당했다고 섣불리 건드릴 놈이 아니요.
-거동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되었다고 하지만 나는 믿지 않소. 나와 대화중에도 줄곧 침대에 앉아 있었소.
땅쉬 대령은 좋아서 입이 찢어질 것 같았다. 필립 대령의 연락을 받고 갈피를 잡지 못하던 중에 멍청이가 먼저 연락을 했다. 블랙맘바의 경호는 DGSE소관이다. 블랙맘바를 제거하기엔 최적의 조건이다.
-놈의 부하인 쫄따구라는 놈도 보통이 아니요. 내가 평가하는 놈의 전투력은 코만도 셋이오. 공격조 준비는 어떻게 할 거요?
-작전부를 움직일 수는 없소. 써펀트가 알면 나를 한 입에 삼켜 버릴 거요. 진입 통로는 내가 치워 두겠소.
-과장이 팀을 직접 이끈다면 공격조는 내가 준비 하리다. 능구렁이 땅쉬 참모장은 랑드르를 끌고 들어갔다.
-좋소, 내가 팀을 이끌겠소.
통화를 마친 랑드르가 이빨을 악물었다.
“망할 새끼, 노랑이 따위가 감히 내 몸에 손을 대!”
질투와 굴욕감은 이성을 잃게 만드는 강력한 감정이다. 랑드르는 인생 최악의 어리석은 결정을 내렸다.
네께흐 병원 외과 병동 휴게실, 흰 가운 셋이 커피 타임을 즐기는 중이다. 분위기가 그리 좋지는 않은 편이다.
“카바니, 오늘 BM의 옆구리 창상 확인했나?”
“네, 표피세포 증식과 재상피화 과정이 끝났습니다. 골절된 갈비뼈는 리모델링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부러진 갈비뼈를 덮은 캘러스가 빠르게 평탄해지고 있습니다. 촉진으로는 약간의 둔감만 느껴집니다.”
“EGF(표피성장인자)촉진제를 사용했나?”
“전혀요. 암사자가 거부했습니다.”
“미치겠군. 3개월을 예상한 골절 접합이 5일 만에 끝났어. 현재 회복 속도라면 이틀 후 원래의 강도를 찾는다. 인간이라면 이럴 수 없어. 시간이 없는데……”
블랑과 플로베르는 정보국의 통제를 피해서 BM의 피 한 방울이라도 얻으려고 혈안이 되었다. 그들의 시도는 계속 실패했다. 정보국의 감시도 심했지만 BM의 옆에는 늙은 아랍인과 젊은 동양인이 늘 붙어있다. 그들의 눈을 속여도 최종 관문인 암사자 에델의 눈을 피하기란 불가능이다.
블랑은 외과 과장이다. 그와 메사 쉐프 플로베르는 BM병실의 출입을 금지 당했다. BM의 피를 빼 돌리려다 암사자 에델에게 적발되었기 때문이다. 수련의 카바니를 통해 작업을 하자니 블랑은 답답해 미칠 덕 같았다.
그는 불행 중 다행임을 알지 못했다. 옴부티나 선우현에게 걸렸으면 출입 금지가 아니라 양 손목뼈가 박살났을 것이다.
“방사능에 오염된 인간이 아닐까요?”
“잔존 방사능 검사는 이미 끝났어. 세슘 알갱이 한 개 없는 인간이다.”
메싸 쉐프 플로베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각종 기기류에서 방사선이 방출된다. 근무자들은 통상 3~4밀리시버트의 피폭량을 보인다.
역학 피폭량외에 자연 피폭량이 있다. 쎙자끄가 행인 누구를 검사해도 0.3밀리시버트 농도는 나올 것이다. 청정 방사능 인간이라니 더욱 이상했다.
“유전공학적 생물이 아닐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줄기세포 연구는 초기 단계다. 게놈 지도도 이제야 단초를 잡았단 말이다. 인간 게놈 지도 해석에만 백년은 걸릴 거다.”
외과 과장 블랑이 턱도 없는 소리라는 듯 손을 내 저었다.
“그럼 저 인간은 뭐냐고?”
“쉿, 목소리 낮춰 호기심을 갖지 말라는 시커먼 놈 말을 듣지 못했나.”
블랑이 플로베르에게 주의를 주었다.
“내 생각엔 돌연변이다. 내 조부가 나폴레옹 1세의 주치의였다. 당시에 아라고 동굴 사건이 있었다. 동굴에 들어간 마을 사람이 모두 죽었지만 초인이 되어 나온 소년이 있었다. 나는 BM도 당시의 초인 소년과 비슷한 유형이라 생각한다. 피와 줄기세포를 얻을 수만 있으면 노벨상은 따 놓은 당상이다.”
블랑의 말에 플로베르와 카바니의 눈에서 빛이 났다.
“아라고 동굴 사건이 진실이라면 혈액 샘플은 반드시 얻어야 해.”
플로베르가 결의를 다졌다.
“카바니, 오늘도 실패했나?”
“죄송합니다. 아랍인 늙은이와 동양인 젊은 놈이 잠시도 눈을 떼지 않습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입수해. 가래침, 소변, 대변, 피부 각질, 눈물, 콧물 뭐든지 무조건 입수해.”
“아랍인과 꼬레앙의 감시도 심하지만 암사자의 눈을 피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이 자식아, 우는 소리하지 말고 방법을 생각해. 쉬우면 내가 활동비까지 주면서 부탁하겠어.”
블랑이 힘없는 수련의를 윽박질렀다.
“블랑, 현재 회복 속도로 볼 때 보름 안에 퇴원할 가능성이 높다.”
초조한 플로베르의 말에 블랑이 고개를 흔들었다.
“보름이 아냐, 내가 볼 때는 열흘 안쪽이다. 회복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환장하겠군. 4개월이 10일로 단축된 건가? 아메바 인간도 아니고 도대체 뭐냐고!”
플로베르가 뒷목을 잡았다.
“어깨 총상은 어떻게 되었나?”
블랑이 남은 커피를 꿀꺽 마시고 물었다. 그들이 손을 댄 유일한 부위가 어깨 총상이다. 인간의 어깨는 모든 동물의 관절중 자유도가 가장 높다. 그만큼 복잡하고 예민한 구조다.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내원 당시에 BM의 어깨는 최악이었다. 옆구리 파편상은 근육 손상과 갈비뼈 골절에 그쳤지만 어깨 총상은 덤블링 현상으로 인해 조직이 광범위하게 손상되었다.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무리한 전투를 계속한 탓이다. 집도의 플로베르는 완치후 어깨 활용도를 50%이하로 추정했다.
“손상된 견갑하근과 소원근은 거의 회복되었습니다. 놀랍게도 힘줄이 재생되고 있습니다. 양 끝단에서 각각 10mm 뻗어 나왔습니다.”
“그런 황당한 일이 있을 수 있나. 인간이 아니라 우파루파(멕시코 호히밀코 호수에 서식하는 도롱뇽, 떨어져 나간 몸체가 금방 돋아난다.)란 말이냐?”
세로로 파열된 힘줄은 별다른 의료 조치 없이도 재생한다. 끊어진 경우도 봉합 수술을 하면 이어 붙는다. 그러나 일부가 유실된 경우는 불구가 되거나 회복에 수년이 소모된다. 블랙맘바의 경우는 3cm가 떨어져 나갔다.
“조직 재생이 워낙 빨라서 내일이면 연결될 것 같습니다. 표현이 이상하지만 뻗어 나온 힘줄이 돼지 힘줄을 잡아먹고 있습니다.”
“뭐 뭐라고! 돼지 힘줄을 잡아먹어?”
이어지는 카바니의 말에 블랑과 플로베르는 넋을 놓았다. 힘줄이 말려들어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인체와 가장 유사한 돼지 힘줄로 연결했다. 카바니의 말은 본연의 힘줄이 돼지 힘줄을 흡수해서 재생 재료로 쓴다는 말이다. 괴기 소설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다.
“젠장, 내가 여태 배우고 연구한 의학은 도대체 뭐냐고.”
블랑이 한탄했다.
“블랑, 내가 한 가지 방법이 생각났는데 말이야.”
불행하게도 플로베르는 아이디어를 말할 기회를 놓쳤다. 아울러 블랙맘바의 DNA샘플을 얻을 기회도 영영 사라졌다.
퍽-
창문으로 주먹크기 깡통이 날아와서 툭 떨어졌다. 쉬이이― 깡통이 빙빙 돌며 회백색 연기를 강력하게 뿜었다.
“아악, 사람 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