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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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블랙맘바 귀환7
“끄윽!”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최루 가스를 덮어쓴 블랑과 플로베르, 카바니는 눈물 콧물을 쏟으며 가슴을 쥐어뜯었다.
이들은 한국의 80년대 민주화 데모대도 아니고, 유격 훈련을 이수한 어둠의 자식 올빼미도 아니다. 최루 가스에 대한 면역력이 제로다.
휴게실 문이 활짝 열렸다. 검은 전투복에 검은 마스크를 뒤집어 쓴 남자 셋이 뛰어 들었다.
“이 새끼들은 왜 늦은 시간에 남아서 귀찮게 하는 거야.”
“서둘러, 작전 시간은 3분이다.”
검은 마스크가 발작중인 의사의 뒷덜미를 손날로 사정없이 가격했다. 뚜둑하는 소리와 함께 블랑과 플로베르의 노벨상 기회가 날아갔다.
-5층이다. 당직 간호사와 의사 무력화.
-현재 시각 23시 정각이다. 표적은 7층 B지구 동쪽 끝 VVIP실내 남자 셋이다. 타격대와 7층 경비원은 퇴출시켰다.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는 요원들과 합류하라. 불필요한 사살은 피한다.
-알러 알러(go go)
복도를 달리는 괴한 셋의 움직임이 기민해졌다. 쿵쿵거리는 소리도 없이 가벼운 파찰음만 낭하를 울렸다. 코만도에게 지급되는 생고무 창을 댄 단화가 충격음을 흡수했다.
“한 놈, 두 놈, 세 놈,……아홉이다. 쎄 모베(형편없군), 이 자식들 이틀이나 지나서 오네.”
침대에 걸터앉은 블랙맘바가 스산하게 웃었다.
“와킬을 투아레그족의 예언자로 모시고 싶습니다.”
“농담이지?”
“아닙니다. 진담입니다.”
옴부티가 빙그레 웃었다. 암살자들이 떼로 몰려드는 긴급한 상황에 불구하고 긴장감이라곤 조금도 없는 모습니다.
“상대의 됨됨이를 파악하고, 허약한 부분을 찔러보면 다음 행동은 충분히 예측된다.”
“기럼 와킬이 랑드르라는 녀석을 일부러 자극했단 말씀임메?”
“덜 떨어진 놈이 신임 아프리카 과장이라고 했거든. 우리 뒤통수를 친 전임자가 꼬리를 자르고 잠적했다는 뜻이다. 그놈을 찾으려면 랑드르를 족쳐야 해. 내가 양아치도 아닌데 명분 없이 멀쩡한 놈을 족칠 수야 있나.”
선우현은 가슴이 서늘했다. 작전을 입안하고 실행한 담당 책임자를 찾으려고 랑드르의 습격을 유도했다는 이야기다. 블랙맘바라는 콜네임이 딱 어울리는 집요한 인간이다. 이런 인간과 원한을 맺으면 평생 편한 잠을 자기는 글렀다.
“와킬이 어떤 존재인지 아는 그 자가 행동을 개시할 줄은 어케 알았슴메?”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니 믿지 못했겠지. 여자를 밝히는 놈이 미인 앞에서 뒈지게 터졌으니 눈이 뒤집혔을 테고 말이다. 이참에 와킬을 제거해서 조직의 인정을 받고 싶었겠지.”
옴부티가 부연 설명을 했다.
“블랙, 죽이지는 말아요. 멍청한 인간이 똑똑해질 기회는 줘야죠.”
“어이쿠, 에델양의 마음씨는 천사도 울고 갈 겁니다. 어쩜 마음도 얼굴만큼 예쁠까!”
옴부티의 말에 에델은 쓴웃음을 지었다. 똑똑해질 기회를 주라는 말은 쥐어 패라는 말인데 옴부티 아저씨가 오버했다.
“예쁘면 뭐해요. 정작 봐줘야 할 사람은 관심도 없는데. 때려주고 싶다니까요.”
에델이 블랙맘바 안보이게 돌아서서 주먹질을 했다. 블랙맘바가 병실 문을 나서며 당부했다.
“쫄따구, 놈들 외에 다른 위험요소는 없다. 병실 문이 방탄이지만 안심 못한다. 혹시 내가 놓치는 놈이 있으면 무조건 쏴버려. 뒷일 생각할 필요 없다.”
“그거이 내래 가장 자신 있는 일임메. 걱정 마시라요.”
선우현이 베레타를 뽑아 탄창을 확인했다.
쉬이이- 자연동화술을 펼친 블랙맘바가 복도로 녹아들어갔다.
에델이 눈을 비볐다. 인간이 공기 중으로 녹아 사라지다니,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옹골찬 성격이 아니었으면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옴부티 아저씨, 블랙이……”
“에델양, 와킬의 능력 중에 한가지입니다. 못 본 것으로 하십시오. 와킬은 아즈라일의 환생입니다. 그분의 능력이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됩니다.”
“잘 알고 있어요. 특별한 분이죠. 아티 병원에서 중상을 입은 몸으로 아이들을 치료해 줄 때 영혼의 울림을 느꼈어요. 그가 어떤 모습이든 어떤 일을 하든 믿을 수 있어요. 블랙이 내치지만 않으면 저는 생명이 다 할 때까지 블랙의 옆에 있을 겁니다.”
에델의 결연한 발언에 선우현은 감동했다. 세상에 이런 여자도 있다니, 블랙맘바가 너무 부러웠다.
“넨장, 와킬같이 둔한 사람은 없을 거임둥. 내래 에델양의 마음을 와킬에게 알려 주디.”
“안돼요!”
에델이 바락 소리 질렀다.
“저는 남녀의 사랑보다 더 큰 무엇이 있다고 생각해요. 내 욕심 때문에 블랙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돼요.”
“천사다! 죽음의 천사와 사랑의 천사라니, 하느님 맙소사.”
‘띨한 자식, 지금이 죽음을 천사를 꺼낼 타이밍이냐.’
옴부티가 주접을 떠는 선우현을 흘겨보았다.
“블랙이 다치면 어떡해요? 몸도 성치 않은데.”
“와킬이 다친다고요? 장수말벌이 덮치면 꿀벌 수천마리가 죽습니다. 꿀벌이 사단으로 덤벼도 장수말벌이 다치는 일은 없어요. 에델양의 걱정은 코끼리가 개미에게 밟힐까봐 걱정하는 겁니다.”
선우현이 에델의 걱정을 일고의 여지도 없이 날려버렸다.
VVIP실이 있는 B지구는 십자로 나뉜 회랑의 동쪽 끝에 있다. 천정에 줄지어 달린 형광등이 복도를 훤히 밝혔다. 이곳은 야간에도 복도 등을 소등하지 않는다.
계단 입구 데스크에 늘 있던 경비원이 보이지 않았다. 형광등 빛을 받은 흰색 천장과 녹색 텍스타일 바닥만이 을씨년스럽게 빛났다.
“얼래, 이것들이 작정을 했구먼.”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VVIP실은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다. 전용 엘리베이터 입구에 경비원이 상시 대기한다. 침입자들이 별다른 충돌 없이 7층까지 스며들었다. 경비를 무력화시켰거나 병원 측이 협조했다는 뜻이다.
착착착- 2인 1조로 달리는 발소리다. 회랑 모퉁이를 돌아온 복면은 콘크리트벽과 동화된 블랙맘바를 알아보지 못했다.
퍽퍽- 대추혈을 강타당한 복면 둘이 풀썩 쓰러졌다.
‘쓰레기를 담기에 적당하구먼.’
마침 병실 세탁물을 수거하는 커다란 카트가 눈에 띄었다. 블랙맘바는 카트 속에 복면 둘을 던져 넣었다.
B지구 회랑에 들어서는 순간 랑드르는 이상을 느꼈다. 선발대로 보낸 부하 둘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물러났다.
“천정 등을 쏴. 전원 야시경 착용.”
책상물림으로 좌천되었지만 랑드르의 현장감은 녹슬지 않았다.
퍽 퍽 퍽- 회랑 좌우에서 뛰쳐나온 복면들이 일제히 천정 등을 박살냈다. B지구는 일시에 암흑 속으로 잠겨들었다. 단숨에 이십 여개가 넘는 천정 등을 명중시킨 사격술이 대단했다.
복면들의 실력이 상당했지만 안타깝게도 상대가 나빴다. 광원을 없앤 다음 야시경을 착용할 만한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회오리바람 한 줄기가 복도를 휘감았다.
뻑- 뻐억- 툭탁- 몇 차례 소음이 일더니 사위가 조용해졌다. 검은 형체 일곱 개가 회랑 이곳저곳에 널브러졌다.
슈악- 블랙맘바가 허깨비처럼 허공을 날아 꺾어진 모퉁이를 돌았다.
퍼퍼퍼퍽- 랑드르는 시커먼 그림자가 덮치자 본능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MP5 자동 발사 속도는 초당 13발이다. 2초면 30발 탄창이 바닥난다.
그림자는 빨라도 너무 빨랐다. 초탄 발사와 동시에 좌측으로 순간 이동 했다. 뻑- 겨우 5발이 발사되었을 때 랑드르의 눈앞이 까맣게 변했다.
‘이게 도대체 뭐야?’
철푸덕 바닥에 쓰러지는 랑드르의 의식에 남은 의문이다. 역시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고 호기심의 동물이다.
“존만아, 입이 필요 없었으면 대가리를 박살냈어. 귀찮게 하고 지랄이야.”
블랙맘바가 랑드르의 발목을 잡고 질질 끌고 갔다. 회랑 이곳저곳에 널브러진 침입자들을 카트에 휙휙 던져 넣었다. 길이 1.5m, 폭 1.2m인 세탁용 카트는 용적이 제법 컸지만 넉넉하지는 않았다. 랑드르까지 포개놓자 인간 산이 만들어졌다.
상처를 입어도 호랑이는 호랑이다. 코만도 1개조로 블랙맘바를 클레어 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말도 되지 않았다. 보니파스가 똥막대기라 부르는 랑드르의 불행인 동시에 DGSE의 불행이다. 공정여단 참모장 땅쉬 대령 역시 불행이란 웅덩이에 한 다리가 푹 빠졌다.
“갑돌이와 갑순이는 한 마을에 살았더래요♬♪~둘이는 서로 서로♪~”
혜영과 비진도에서 함께 불렀던 노래다. 캄캄한 복도에 음정 안 맞는 노래와 육중한 무게를 이기지 못해 삐꺼덕 거리는 바퀴 소리가 을씨년스럽게 울렸다. 사랑은 멀리 사라지고 피와 폭력만 난무하는 세상에서 무쌍은 끝없이 헤매고 있다.
“와킬,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 뭘, 쓰레기 몇 개 주워 오는 일인데.”
“그래도 제법 사나운 쓰레기지요.”
옴부티와 선우현이 합세해서 카트를 거실 한쪽에 밀어두었다. 선우현이 슬그머니 나갔다. 잠시 후 유기된 무기를 잔뜩 수거해 왔다.
에델은 태연한척 했지만 가슴이 벌렁거렸다. 블랙맘바가 병실을 나간 지 겨우 3분 남짓한 시간이 지났다. 그야말로 쓰레기 줍듯 무장 괴한 아홉을 카트에 쓸어 담아왔다. 아즈라일의 환생이라는 옴부티 아저씨의 말 그대로다.
그를 주인으로 섬기는 두 사람도 대단하긴 마찬가지였다. 능력도 있고 주인을 완벽히 신뢰한다. 계약과 돈이 아니라 정과 신뢰로 묶여진 관계, 에델이 몽매간에도 원하는 관계다.
부하의 배신으로 암살당한 아버지, 아버지를 그리워하다 병이 든 어머니, 블랙맘바가 아버지 곁에 있었더라면…….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루드리 에델, 홀로코스트가 벌어지는 검은 땅에 스물다섯 젊은 나이로 뛰어든 여자, 경인(驚人)할 상황에서도 미소를 짓는 여자, 그녀도 범상치 않은 사연이 있는 여자다.
“쫄따구, 녹색 마스크 쓴 놈이 그저께 삽질한 놈이다. 나머지 놈들 신원 밝히고 진술서 받아둬.”
“그거이 내래 잘 하는 일이지비. 에델양 치아 발치용 집게 좀 챙겨 주시라요. 일단 정신을 들게 해야 하니끼니.”
옴부티가 녹색 마스크를 질질 끌어다 블랙맘바앞에 팽개쳤다. 옴부티가 마스크를 벗기고 두툼한 손바닥으로 훤한 정수리를 찰지게 두드렸다. 짝- 짝- 짝- 뺨를 치지 않고 드러난 민머리를 때리는 옴부티도 뒤끝이 강한 인간이다.
작전부 타격대로 잔뼈가 굵은 랑드르다. 정신이 드는 순간 이지관수로 옴부티의 눈을 쑤셨다. 본능적인 반응이다.
“억!”
두 눈을 쑤셔드는 손가락 두 개, 옴부티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번쩍 빛이 흘렀다. 손가락 두 개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랑드르의 본능적인 대처는 잘못된 결과를 만들었다.
끄아악- 촌각의 시간이 지나 처참한 비명이 병실을 울렸다. 손가락을 훑고 지나간 쿠크리 칼등이 툭하고 천돌혈을 치고 지나갔다. 비명이 그치고 식식거리는 바람 빠지는 소리만 났다.
랑드르는 멍한 눈길로 침대에 걸터앉은 블랙맘바를 올려보았다. 연산 능력이 마비된 뇌가 난마처럼 얽혔다. 지금 상황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옴부티, 대화할 분위기가 필요하다.”
“일단 제정신으로 돌려놓겠습니다.”
두 눈을 잃을 뻔한 옴부티는 잔뜩 화가 나 있던 참이다. 랑드르의 단화를 벗겨서 사정없이 정수리를 깠다.
“그만, 그만하란 말이다.”
정수리가 터진 랑드르가 비명을 질렀다. 선지가 주르륵 얼굴을 덮었지만 눈동자가 초점을 잡았다. 그는 선혈이 쏟아지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움켜쥐고 으르렁거렸다.
“블랙맘바, 이게 무슨 짓이야? 이러고도 네놈이 살아 날 것 같나?”
지혈 준비를 하던 에델의 아미가 찌푸려졌다. 자동소총을 들고 야간에 떼거리로 들이닥친 인간이 오히려 협박질이다.
잊고 싶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저런 종류의 인간이 있다. 절대적인 갑의 입장으로 살아온 인간들의 행태다. 상대방의 무조건적인 굴복을 요구하는 인간들, 자신을 천상의 존재로 착각하는 가증스런 인간들이다.
“블랙, 저 인간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네요.”
에델은 서늘한 한 마디를 남기고 침실로 들어갔다. 끔찍한 장면을 볼 용기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