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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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블랙맘바 쓰리탭 희망을 쏘다1
“천사에게도 버림받은 멍청한 놈. 쯧쯧!”
옴부티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이어지는 스토리는 뻔했다. 와킬의 말대로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는 놈은 먹여주면 된다. 된장을 퍼 넣든 똥을 퍼 넣든.
쉭 쉭- 쿠크리가 갈지자로 번쩍였다. 수액제를 걸어두는 강철 지지대 아래위가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쿠크리 도면으로 툭치자 1.2m짜리 쇠파이프가 블랙맘바의 손에 쥐어졌다.
“헛!”
랑드르의 얼굴색이 변했다. 대검으로 쇠파이프를 케이크 자르듯이 잘라냈다.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그는 눈앞의 존재가 허접하게 여기던 유색 인종이 아니라 블랙맘바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블랙맘바, 내가 잘못했다. 뒷일을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여기서 끝내자.”
블랙맘바의 입 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시작은 네놈이 했지만 끝은 내가 낸다. 난 몸을 쓰는 사람이라 뒷일 같은 복잡한 생각은 안 해. 협박은 내가 해야 하는데 오히려 협박을 받다니 갑자기 화가 나네.”
블랙맘바가 짐짓 화났다는 표시로 쇠파이프를 허공에 휘둘렀다. 붕붕이 아니라 파악 파악하는 살벌한 소리가 울렸다. 물체가 공기를 밀어내지 않고 끊어내는 소리다.
“나는 DGSE작전 과장이다. 이러고 네놈이 성할 것 같나?”
랑드르가 악을 썼다.
“맞아 죽을 건데 직위가 무슨 상관이야. 더욱이 야간에 히트맨을 끌고 온 놈이 그 따위 소리를 해.”
“협상하자. 돈이든 이권이든 충분히 보상하겠다.”
“네놈 따위는 내 협상 대상이 아니다. 일단 축대뼈 다섯 개를 분쇄하고 신경 조직을 서너 군데 해체시켜주지. 결혼은 했겠지? 화장실 갈 때와 밥 먹을 때도 부인의 도움이 필요할거야. 뭐 부인이 도망가면 할 수 없고. 요즘 의술이 많이 발달했으니 십년쯤 노력하면 포크질은 가능할 수도 있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미쳤나?”
랑드르의 눈이 불안감으로 출렁거렸다. 뼈마디를 짓이겨서 기어 다니게 한다는 소리다. 놈의 악명으로 볼 때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랑드르 네놈은 본인이 잘나서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생각하겠지. 너는 대가리를 폼으로 달고 있는 놈이다. 네놈이 진짜 중요한 인물이라면 조직이 너를 그 자리에 앉히지 않았어. 왜냐하면 현재 그 자리는 잔뜩 독 오른 블랙맘바를 상대해야 하는 위험한 자리거든. 야망과 자신감은 능력이 따라줄 때 빛나지만…….가만 내가 왜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
블랙맘바가 벽시계를 흘끗 올려다봤다.
“블랙맘바, 현직 작전부 과장을 건드려서 좋을 게 뭐가 있나. 돈이라면 얼마든지~”
“닥쳐, 구린내 나는 입을 한 번 더 벌리면 강냉이를 왕창 털고 시작한다.”
랑드르의 얼굴이 식은땀으로 번질거렸다. 18년 동안 협박을 하기만 했지 받아본 적이 없다. 현실적이고 즉물적인 협박에 간담이 떨렸다.
“벌써 자정인가. 랑드르, 넌 오늘 독 오른 블랙맘바 꼬리를 밟은 거야.”
퍽- 강철봉이 어깨를 내리쳤다.
“윽, 작전부에 발을 들여놓으려면 이 정도는~”
퍽퍽-
“망할 새끼, 작전부 과장을 건드렸으니 네놈은 끝났어.”
랑드르가 독기를 풀풀 피웠다. DGSE작전부는 정보기관 계통에서 거칠고 잔인하기로 이름 높다. 위험 지역에 수시로 투입되는 만큼 요원들은 2년 주기로 고문 대응 훈련을 받는다. 고문 대응 훈련의 대종은 두려움을 적개심으로 치환하는 심리 고양 훈련이다.
퍽퍽퍽- “끄윽~” 세 번째 접타다. 랑드르의 입에서 독기 대신 신음이 새어 나왔다. 무치 시바리아게는 통증이 중첩되고 중첩된 통증이 증폭된다. 강철봉이 무섭게 공기를 갈랐다.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박자와 타이밍이 올라갔다.
“크아악, 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병실을 울리기 시작했다. 짐승이 죽어갈 때 내는 단말마다. 놀란 에델이 침실에서 나오다 얼른 문을 닫고 들어갔다.
블랙맘바도 2단계에서 맥을 놓은 잔인한 수법이다. 랑드르가 견딜 수준이 아니다. 옴부티가 질린 얼굴로 외면했다. 코만도를 족치던 선우현과 당하던 코만도도 넋을 잃었다.
“살려 주세여~ 제발~ 끄아악”
첫 번째 스테이지가 끝나기도 전에 랑드르가 애처롭게 애원했다. 블랙맘바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기계적으로 파이프를 내리쳤다.
단 1분 만에 랑드르는 더 이상 신음 소리를 내지 못했다. 구린내와 지린내가 병실에 확 퍼졌다.
“주둥아리만 까진 새끼구먼. 뼈대가 형편없어.”
“에이, 더런 새끼!”
걸레가 된 랑드르를 옴부티가 질질 끌고 욕실로 들어갔다.
코만도 이레이저 팀원들의 얼굴이 허옇게 떴다. ‘가장 원시적이자 가장 효과적인 고문’ 그들의 머리에 떠 오른 두려움이다. 선우현은 수고스럽게 손가락을 꺾을 필요가 없어졌다.
“랑드르, 질문에 성실히 답하면 더 이상 때리지 않는다. 불성실하면 당연히 맞아 죽는다.”
랑드르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악마 같은 놈이 매질만 멈춰 준다면 마누라를 내 줄 수도 있다.
“더블 컨트랙트 작전 입안자와 지휘자가 누구냐?”
“나는 아니다. 전임 과장 미구엘이다. 사바트 미구엘.”
“그자는 지금 어디 있나?”
“사직서를 제출하고 종적을 감추었다. 별장이 프로방스에 있다. 내부 자료에 주소가 있다.”
“좋아. 먼저 백도어 작전에 관여한 자, 더블 컨트랙트 작전에 관여한 자, 필립 대령으로 하여금 퇴출 헬기를 띄우지 못하게 압박한 자, 정보를 흘린 스파이, 내부 배신자를 깔끔하게 적어라.”
툭- 노트와 만년필이 랑드르의 눈앞에 떨어졌다.
“네놈의 작문이 마음에 들면 이걸로 끝낸다. 참고로 아직 네놈의 뼈도 성하고, 신경조직도 상하지 않았다.”
랑드르는 정신없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는 무치 시바리아게 1단계도 아닌 초입에 벌써 의지가 바닥까지 무너졌다. 당연한 일이다. 몽둥이질 같은 원초적이고 즉물적인 야만을 언제 당해 보았겠는가.
랑드르는 CPGE(Classes Préparatoires aux Grandes Ecoles, 그랑제콜 준비반)시험을 칠 때보다 더 집중했다. 활성화 된 뇌가 언 듯 스쳐본 미구엘의 별장 주소까지 기억해 내는 쾌거를 이루었다.
랑드르가 제출한 숙제를 훑어본 블랙맘바가 쇠파이프를 고쳐 잡았다.
“왜 왜? 난 최선을 다 했단 말이야. 살려줘.”
랑드르가 남은 기력을 모아 몸부림쳤다.
“……”
퍽- “끄윽!”
대답 없이 쇠파이프가 우박처럼 쏟아졌다. 두 번째 구타는 피부를 종이 찢듯 찢어냈다. 랑드르는 체액과 피에 푹 젖었다. 툭- 다시 노트와 만년필이 앞에 떨어졌다.
“다시!”
랑드르는 죽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기억을 쥐어짰다. 그런데 더 이상의 내용이 없다. 첫 번째 보고서를 낼 때 이미 철저히 기록했다.
“정확하구먼.”
“그 그렇다. 난 처음부터 최선을 다했다.”
“알고 있었다.”
“그, 그럼 왜?”
“마침표가 한 개 빠졌다.”
“아 악마! 끄으윽!”
간신히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랑드르의 정신 줄이 툭 끊어졌다. 덜커덕- 고개가 바닥에 처박혔다.
선우현과 옴부티도 소름이 쭉 돋았다. 악마도 와킬처럼 인간을 우롱하지는 않을 것이다.
“쫄따구, 저거 시커먼 놈들은 머꼬?”
“11공정여단 코만도임메.”
“가지가지 하는구먼. 11공정여단이면 땅쉬 대령?”
랑드르가 제출한 자료를 확인한 블랙맘바가 땅쉬라는 이름에 체크를 해 두었다. 그가 침실을 흘끔 쳐다보았다.
“에델, 도어 틈새로 보고 있는 거 다 알고 있어. 한바탕 뛰었더니 출출하네.”
“헤에~”
에델이 민망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물고 나타났다. 살벌하던 병실이 환해졌다.
“블랙, 어제 가르쳐준 닥토리탄 어때요? 조리 과정이 간단하던데.”
“닭도리탕? 그거 좋지.”
옴부티와 에델이 요리를 시작하고, 선우현은 종류가 다른 요리를 재개했다. 이곳은 문명의 땅 프랑스다.
이튿날, 죽끓듯 끓어야 할 병원이 조용했다. 한 떼의 괴한이 병원을 습격했고, 중상을 입은 의사가 셋, 뇌진탕으로 입원한 간호원이 여섯이다. 더욱이 그들의 표적이 VVIP임이 명백한 상황이다. 외부의 강력한 힘이 작용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블랙맘바는 느긋했다. 답답한 놈이 우물을 파게 되어있다. 어차피 찾아 올 놈은 찾아오고, 음모를 꾸밀 놈은 음모를 꾸민다. 범인이 가히 상상 못할 고난과 마음수련, 처절한 전투가 그를 한층 성숙시켰다.
그는 폴 중위와 통화를 마치고 생각을 정리했다. 예상대로 정보가 빠른 DGSE는 백기를 들었다. 랑드르의 돌출행동은 해외작전처장 보니파스를 엿 먹일 기가 막힌 호재다. 11공정여단은 리노세로스(rhinocéros, 코뿔소)라는 부대 명처럼 또 한 번 삽질을 했다.
로베르 땅쉬 대령, 11공정여단의 참모장으로 여단장 랑동 세실 소장의 장자방이다. 해외 식민지 정책 강경파의 핵심인물로 보니파스와 함께 차드 전략을 수립한 인물이다.
노트에 기록된 이름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랑드르가 분류 기록한 명단이다. 무치 시바리아게는 원초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점진적인 고통의 상승, 그 고통이 끝없이 계속되리라는 공포는 뇌가 개체의 생존에 집중하게 만든다. 랑드르 아니라 랑드르 할애비라도 거짓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
[백도어 작전]입안자 : 미구엘 해외작전처 중동/아프리카 과장
승인자 : 보니파스 해외작전처장, DGSE총국장 라고스, 국방부 장관 제르맹,
참고 승인자 : 외인부대 사령관 디망쉬 중장, 국방부 작전참모장 몽탕 소장. 국방부 전략 자문관 페롱.
필립 대령의 라텔팀 구출 작전을 돈좌시킨 오바뉴 회의 참석자 : 보니파스 처장, 몽탕 소장, 국방부 전략 자문관 페롱, 땅쉬 대령.
[더블 컨트랙터 작전]입안자 : 미구엘 과장, 땅쉬 대령
실행자 : DGSE작전부 제5타격대 1번~7번
승인자 : 미구엘 과장의 단독 작전이나 상부의 묵인이 있었다고 추정됨.
목 적 : 라텔팀 생존자 클레어.
진행결과 : 작전 실패, 레 메르엔 호텔 작전조 6명 피살됨. 후위 감시 7호는 2km도주후 피살.
이레이저 : 블랙맘바
[은자메나 레종 에뜨랑제 정보 누설 건]라텔팀 행적 누설 : 작전부 조프레 소령
정보 입수처 : 리비아 정보부
되지엠 랩 몰 : 통신사관 에땅 중위
DGSE 포섭 공작에 의해 가공의 인물 타와르가에게 정보를 흘림. 에땅 중위는 조프레 소령의 정체를 감추기 위한 희생물임.
…….
“빌어먹을 놈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면면이 손대기 힘든 거물이다. 이들을 몽땅 징치하겠다는 소리는 프랑스를 들어 엎겠다는 소리다.
치누크로 후송될 당시 동료들의 바램은 고스란히 기억되어있다. 블랙맘바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훨씬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파상풍에 시달리다 죽은 샤트르의 비틀어진 안면, 오셀롯의 일격에 배가 터져 죽은 부리머, 하반신이 날아간 모리스 등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으음, 오셀롯!”
부지불식간에 신음이 새 나왔다. 오셀롯에 관한 사항은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놈을 언급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인간의 일은 인간이 해결해야 한다. 괴물이 끼어들면 초점이 흐려진다.
“와킬, 손님입니다.”
옴부티의 전언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빨리도 왔구먼.”
“보니파스 처장이 직접 왔습니다.”
옴부티는 얼굴이 상기되었다. 그는 DGSE말단 슬리퍼였다. 보니파스는 쳐다볼 수도 없는 까마득한 인물이다.
“내가 나가지.”
‘이 자가 써펀트라 불리는 보니파스 처장?’
초로의 신사가 거실 한쪽 구석에 버려진(?) 랑드르라 불렸던 폐품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퉁- 블랙맘바가 가볍게 바닥을 굴렀다.
중늙은이가 고개를 돌렸다. 모직 코듀로이를 눌러쓰고 8부 길이의 평범한 갈색 외투를 걸친 모습이다. 파리 거리를 걸으면 수없이 만나는 평범한 차림이다. 고개를 들자 코듀로이 아래 뱀처럼 가느스름한 눈이 드러났다.
“죽였나?”
“나는 당신의 수고를 들어줄 만큼 오지랖이 넓지 않다.”
“놀랍군, 그 나이에 이면을 보는 능력을 갖추다니. 인사하지. DGSE 작전부장 대행 보니파스다.”
“내 신분이야 당신이 만들었으니 번거로운 인사는 생략한다.”
늙고 젊은 두 인간의 눈이 한 순간 마주쳤다. 보니파스의 눈에서 예리한 빛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푸악- 블랙맘바의 눈에서 살기가 확 퍼져나갔다.
“컥!”
보니파스는 자신도 모르게 두 세걸음 물러났다. 눈동자를 송곳으로 찔린 느낌이다. 안간힘을 써서 자세를 바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