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7
x 17
제4장 사헬1
‘망할! 카다피에게 따지지 왜 내게 지랄이야.’
미구엘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SAM-7은 적외선 유도 시스템을 채용한 견착식 지대공 미사일로 사거리 4km의 일인용이다. 샘은 그리 뛰어난 미사일이 아니지만, 저공 저속 항공기에는 치명적이다. 헬기는 1.15kg탄두에 한 발만 맞아도 추락한다.
“카다피가 소련에서 1,500기를 구매했습니다. 그 물량 중에 십 퍼센트는 프롤리나트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뭐야! 그럼 수 백기가 넘지 않나. 이런 젠장.”
이렇게 되면 방공 식별 구역이 확보되지 않은 차드 호 북쪽 운항은 치명적인 위협을 감수해야 한다. 작전의 폭이 더욱 좁아진 필립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번 작전은 갈수록 물귀신처럼 자신을 늪 속으로 끌고 들어가고 있었다.
헬기 사용에 제한을 받으면 소수 정예 위주의 작전이 불가피하다. 그것도 엄청난 제한을 받으면서.
“좋아, 이번 작전명 ‘래쿤 몰기’는 분대 단위의 특공대 4개 조를 준비한다. 주공인 저격 특공대는 블랙맘바를 보조할 최상의 전력을 짜라고. 어떤 연대에서든 인원을 뽑아 쓰라고. 삐에프 자네가 작전관과 상의해서 진행하도록. 조공 3개 조는 각 중대에서 1개조씩 선발한다. 젠장, 이놈이나 저놈이나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
긴 회의가 끝났다. 블랙맘바를 중심으로 스나이퍼 조를 투입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조공 3개 조는 프롤리나트의 이목을 분산하고 작전에 혼란을 주는 역할이다.
마쿰보에게 래쿤(rccoon, 미국 너구리. 가죽은 고급 모피 옷 소재로 쓰인다)이란 별명을 붙인 사람은 연대장 필립이었다.
마쿰보를 싫어하는 필립은 껍질을 벗기고 싶은 놈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필립은 미국 역시 마쿰보 만큼이나 싫어한다.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붙는 교활한 마쿰보, 껍질을 벗기고 싶은 놈, 마쿰보만큼이나 싫은 미국, 껍질을 벗겨 모피를 만드는 래쿤의 연상 조합이었다. 미국 너구리인 래쿤이란 별칭을 붙인 사연이다.
그러고 보면 콜네임 블랙맘바도 필립의 작명이었다. 필립은 늙다리 군인치고 작명 센스가 나쁘지 않았다.
항모 클레망소 함상의 아일랜드 4층에 위치한 비행관제소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란색 복장의 이함 신호수가 맹렬히 깃발을 휘둘렀다.
플라이트 데크가 숨 가쁘게 움직였다. 육중한 C-130이 캐터펄트를 뿌리치고 데크를 떠났다. 선수를 떠나는 순간 잠시 기우뚱거린 C-130이 곧 자세를 잡고 카메룬 상공으로 날아갔다.
록히드마틴사가 개발한 거대한 두 대의 공중 짐꾼 뱃속에는 스나이퍼 중대인 제4중대 대원 138명이 탑승했다.
레종 에뜨랑제 기지는 은자메나 외곽, 샤리 강변에 자리 잡고 있었다. 기지는 한 달 전에 공병부대의 손으로 완공되었다.
수도 은자메나는 방사선 도심을 가진 계획도시로 본래 이름은 포트라미다. 프랑스가 건설했고, 프랑스 색채가 짙게 남았다. 은자메나는 샤리 강과 로곤 강의 꼭짓점에 자리 잡고, 두 개의 강을 따라 시가지가 펼쳐져 있다.
레종 에뜨랑제 기지는 도시 최외곽인 스타보루 구역에 있다. 연대 본부에서 100m만 걸으면 샤리 강 변이다.
되지엠 랩 대원들은 샤리 강 변에 급조된 기지에 상당 부분 만족했다. 샤리 강에 접한 기지 주변은 수목이 무성하다. 탕탕히 흘러가는 샤리 강과 무성한 숲은 차드의 메마른 더위를 보상해 주었다.
기지에서 3km 거리에 샤리 호텔이 있다. 샤리 호텔의 자랑이 에보니 미녀 군단이다. 용병들은 주변 환경에 만족하고, 콜걸 중대가 대기 중인 호텔에 더욱 만족했다.
연대 본부는 기지 외부 이동을 통제했지만 부리머와 블랙맘바는 툭하면 샤리 강으로 빠져 나갔다. 블랙맘바는 부리머 덕분에 외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틀렸다. 부리머가 블랙맘바의 이름을 빌려 빠져 나갔던 것이다. 콜네임을 받은 블랙맘바는 단독 작전 권한이 있고, 활동 제한을 받지 않는다. 블랙맘바는 콜네임의 위력을 여전히 자각하지 못했다.
샤리 강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북동부의 고지에서 발원해서 북서방향으로 흐른다. 차드를 거쳐 1,200km를 흐른 강은 차드 호로 유입된다. 샤리 강변은 한낮의 더위만 피하면 시원한 편이다. 오염되지 않은 강에 온갖 종류의 물고기가 가득했다. 강변을 날아다니는 새떼는 사람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되지엠 랩 부대원 중에 가장 행복한 사람은 낚시광인 제4중대 부리머 중사였다. 그는 샤리 강을 누비는 물수리와 넓적부리 황새를 보고 환호했다.
포식자가 많다는 것은 피식자인 물고기가 많다는 의미였다. 샤리 강은 역시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름도 모를 다양한 물고기가 줄줄이 올라왔다. 물고기는 차드의 군벌 지도자들만큼이나 멍청했다. 야드급 나일 농어를 올렸을 때 부리머의 기쁨은 절정에 이르렀다. 그는 틈만 나면 낚싯대를 들고 샤리 강을 찾았다. 부리머는 출조할때마다 블랙맘바의 훈련을 핑계 댔다.
블랙맘바 역시 샤리 강을 좋아했다. 해 질 녘이면 어김없이 느릿느릿 흘러가는 샤리 강 강변에 블랙맘바가 나타났다. 석양의 샤리 강은 인간들의 다툼과 상관없이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물고기가 은빛 비늘을 번쩍이며 튀어 오르고, 강심에 형성된 섬과 강기슭 소택지에는 하마와 악어가 어슬렁거렸다.
강변 모래밭은 노을빛에 물들어 황금색으로 빛나고, 이름 모를 설치류가 뛰어다녔다. 강심에 우뚝우뚝 솟은 바위에는 황새 몇 마리가 지친 날개를 접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강변에서 7m 떨어진 강심에 4m 높이의 화강암 바위가 있다. 고삐리 시절의 송하암처럼 블랙맘바의 전용 휴식처다. 블랙맘바는 강변에서 훌쩍 도약하여 바위에 올라섰다.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물고기가 헤엄치는 소리, 블랙맘바는 평화로움과 몽상적인 풍경에 금방 빠져들었다. 악의와 살육은 인간의 일일뿐 자연은 있는 그대로다. 증오하고 다투고 싸우는 모든 행위가 부질없이 느껴졌다. 그는 날이 어두워지도록 바위에 앉아 있다 숙소로 돌아가곤 했다.
은자메나가 정부·군의 손안에 들어왔지만,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다. 리비아와 프롤리나트의 첩자가 날뛰고, 대낮에도 총격전이 벌어졌다. 되지엠 랩은 하루 3회 시내를 위력 정찰했다. 지프로 시내 정찰에 나선 블랙맘바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일국의 수도라고 보기엔 너무나 열악했다.
도시는 불결하고 먼지투성이였다.
프랑스풍 회벽 건물을 제외하면 3층 이상의 건물이 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의 집은 갈대로 둘러친 울타리 속에 대여섯 가구가 들어 있는 형태였다. 공터나 광장에는 지저분한 옷을 걸친 아낙네들이 물통을 들고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으로 인해 파괴된 건물이 이곳저곳 보였다. 원주민들은 날이 어두워지면 집안으로 도망치듯 사라져 버렸다. 날이 어두워지면 인적이 끊어졌다.
주민들의 가옥은 모래 섞인 황토로 벽을 만들고 갈대로 지붕을 덮었다. 발로 뻥 차면 무너질 집이다. 허섭한 갈대 지붕이 무슨 엄폐물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곳을 안식처로, 피난처로 여긴다. 법당 부처님 발밑에 머리만 쑤셔 박고 숨는 장끼처럼 애처로웠다.
힘이 없으면 의지도 사라지는 법이다.
연대기지 4중대장 막사, 장방형 테이블에 실무 지휘관이 모였다. 중대장 삐에프, 작전참모장 루이 중령, 작전참모 빼당 대위, 네 명의 소대장, 작전 통신관이 머리를 맞댔다.보델레 저지에 투입할 특공대를 구성하느라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중이다.
조공을 맡을 3개 조 특공대는 각 중대장이 알아서 본인의 중대에서 차출하면 된다. 문제는 블랙맘바를 보조할 구출조 구성이었다.
작전은 간단했다. 헬기는 하브레 군이 장악한 몬도까지만 운행할 수 있다. 몬도에서 차량을 타고 들어가서 보델레 저지에 은신해 있는 마쿰보를 찾아서 모셔 오면 된다. 무척 간단했다. 늘 그렇듯, 어떻게? 라는 방법론에 들어가자 끔찍한 난제가 줄줄이 앞을 막았다.
연대 작전참모인 빼당 대위가 정리했다.
“작전의 어려움은 세 가지요. 첫째는 작전 지역의 프롤리나트 게릴라 숫자가 너무 조밀하다는 거요. FAP가 주축이 된 프롤리나트군 오천 명 이상이 카넴과 보루쿠 사헬 벨트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이동 수단입니다. 알다시피 차드에는 포장도로가 없습니다. 철로도 없습니다. 중북부는 활용 가능한 비포장도로가 삽십프로 안쪽입니다. 구출 팀은 길도 없는 곳을 수천 킬로 이상 이동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지리와 기후 문제지요. 지금은 시월이라 기온이 조금 내려갔지만 사헬벨트와 사막지역은 여전히 섭씨 삼십도 이상입니다. 게다가 밤이면 섭씨 십도 이하로 떨어질 거요. 작전이 길어지면 풍토병이나 의료상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삐에프가 인상을 찌푸렸다.
“보잘것없는 땅에 금광이라도 발견됐나? 허접한 반군 놈들이 그곳에 왜 그리 많소?”
“금광보다 더 비싼 유전이 카넴에 있소. 삐에프, FAP 놈들을 우습게보면 안 됩니다. 사막은 놈들의 안방입니다. 장비가 열악하다고 녹녹히 보다가는 한방에 훅 갑니다. 놈들은 이번에 카다피로부터 휴대용 대공 미사일 스트렐라와 바이크까지 대량으로 지원받았어요. 블랙맘바를 보조할 팀은 사막전 경험이 풍부한 최정예로 구성해야 합니다.”
빼당대위는 무리한 작전에 걱정이 많았다.
“놈들이 포진한 카넴과 보르쿠지역만 해도 프랑스 절반이 넘는 면적이요. 오천 명이 넘는 병력이라야 마당에 쏟아진 콩알 한줌이오. 우리에겐 블랙맘바가 있소. 놈들이 대대 병력을 교전에 투입하지 않는 한 문제 없소. 허접한 게릴라 정찰병 따위는 식전 운동거리도 안되오.”
빼당 대위의 염려에 불구하고 삐에프는 자신만만했다. 블랙맘바의 은신능력과 속사 저격이면 소대 병력도 일분 이내에 전멸시킬 수 있다. 빼당은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기에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블랙맘바가 대단하지만, 독불장군은 없소. 실전 경험도 없고 말이요.”
“블랙맘바라면 믿어도 됩니다. 실전 경험만 없을 뿐 그는 완성된 살인 기계입니다. 경험치 부족은 노련한 하사관을 붙이면 됩니다. 화력만 보충되면 작전은 성공합니다.”
2소대장 앙리도 자신만만했다. 소대장인 자신만큼 블랙맘바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중대장도 블랙맘바의 진정한 능력을 모른다.
“블랙맘바는 그렇다 치고 도로사정과 기후는 어떻게 대응할 셈인가?”
루이 중령의 물음에 삐에프는 할 말이 없었다. 환경적 핸디캡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몸으로 견디라고 할 수밖에.
“솔직히 보급을 충실히 하는 외에는 현지에서 대원들이 극복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작전을 위해 개조된 차량이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막 운행에 끄떡없고, 제한적인 장갑도 보강했습니다.”
“소풍 가는 건 아니니까!
루이 중령이 고개를 수긍하자 참석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차드까지 항공모함을 끌고 소풍오지 않았다. 공수대원은 가장 위험한 임무를 맡는 최전방 전투병이지 행정병이 아니다.
특공대가 작전에 투입되는 이유가 환경과 상황이 극악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좋으면 특공대가 투입될 이유가 없다.
외인부대 전체에서 아프리카 지역 전투 경험이 있는 정예 대원이 선발되었다. 화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관총 주특기와 폭파 주특기, 박격포 주특기도 선발했다.
“기후와 질병으로 인한 전투력 저하도 고려해야 할 걸세.”
루이 중령은 알제리와 니제르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무모한 작전에 뛰어들어야 하는 부하들이 못내 걱정스러웠다.
“그건 작전 팀이 현장 상황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의사 출신 대원을 선발하고 의료 보급품 지원에 각별히 신경 쓰겠습니다.”
작전 지역은 사헬과 사하라 사막이다.
사헬 벨트는 반사막 기후와 스텝기후에 속한다. 10월임에도 낮 기온은 여전히 섭씨 30도를 웃돈다. 밤이면 섭씨 10도 이하로 뚝 떨어진다.
일교차가 섭씨 25도나 벌어진다. 작전이 장기화하면 대원들의 컨디션 유지에 문제가 생긴다. 최강의 용병이 열사병에 걸리거나 얼어 죽는 웃기지도 않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다.
게다가 3년째 계속되는 가뭄이다. 수풀이 말라죽어 그늘도 찾기 힘들다. 가뭄으로 창궐한 파리와 모기류의 극성을 받아 내야하고, 곤충이 매개하는 바이러스도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부족한 정보다. DGSE도 마쿰보의 정확한 현재 위치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 정보 부재로 인한 걱정은 빼당 대위도 마찬가지였다. 차드는 너무 넓고 사회 인프라는 형편없었다. 대부분 정보를 휴먼에 의지해야 했다. DGSE로서도 제때 정보를 입수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삐에프, 래쿤은 아직도 위치 확인이 되지 않았나?”
루이 중령이 물었다.
“옙, 보델레 저지 동북부로 이동했다는 정보가 마지막입니다. DGSE에서 곧 확인 가능하다고 장담했습니다. 일단 작전지역에 들어가서 위성 통신으로 확인하면 될 겁니다.”
루이 중령은 내내 기분이 개운치 못했다. 하비브 병력과 교전까지 벌이면서 도주한 인물이다. 천하의 DGSE가 마쿰보의 행로를 놓치다니 믿기 어려웠다.
삐에프의 자신만만함도 불안했다. 작전의 축인 블랙맘바의 전설적인 전투력은 누차 들었다. 현대전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여단 병력이 우글대는 사헬에서 한 줌의 특공대는 아차 하는 순간에 녹아 버린다.
차드 중북부는 끝없이 광활한 황무지다. 정확한 위치 정보를 얻지 못하면 황량한 스텝 지대와 사막 지대를 하염없이 헤매고 다녀야 한다. 엄마 찾아 삼만 리가 아니라 너구리 찾아 삼만 리가 될 수 있다.
회의는 자료 검토와 추천을 거쳐 10명의 팀원을 선발하는 것으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