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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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블랙맘바 쓰리탭 희망을 쏘다5
파리에서 안시까지 항행 거리로 440km다. 발데그라스 병원에서 이륙한 가젤이 105분후 안시 상공에 도착했다. 아네씨 호수는 알프스 산맥에 둘러싸인 산중 호수다. 여름철에도 20℃를 오르내리는 서늘한 기후 덕분에 피서객이 많이 찾아든다.
호수 동안의 장대한 절벽과 스키장이 관광객을 부르고, 호수에 서식하는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가 낚시꾼을 부른다.
1월의 아네씨 호수는 적막하다. 알프스 산록은 설백의 세계에 매몰된다. 36㎢에 이르는 장대한 호수도 가장자리가 얼어붙고, 중심부만 푸른 물이 출렁거렸다.
가젤이 눈덮힌 아네씨 호수 상공을 가로질러서 서안으로 날아갔다. 죽음의 천사는 관광객이 아니다. 가젤이 즐비한 호텔을 외면하고 베오그라드 호텔 뒤쪽 산록을 타고 올라갔다.
“와킬, 전방에 목표입니다.”
엽서 그림처럼 숲속에 들어선 자그마한 2층 통나무집이 보였다. 똥 막대기 랑드르가 말한 미구엘의 은신처다.
“음모를 꾸미거나 뒤통수치는 놈은 왜 항상 경치 좋은 곳에서 인생을 즐기고 있냐고? 룰을 바꿔야 돼.”
선우현이 투덜거렸다. 통나무 집 상공을 통과한 가젤이 횡전해서 고도를 급격히 떨어뜨렸다. 가젤이 고도를 낮추자 블레이드 하강풍에 휘말린 눈보라가 자욱하게 솟구쳐 올랐다.
“착륙을 할까요.”
“미속 20km, 고도 50m유지하라.”
“엇!”
조종사가 낮은 비명을 질렀다. 말릴 새도 없이 승객 한명이 패스트 로프도 없이 뛰어내렸다.
“아악, 큰일 났다. 구조해야 돼.”
광분하는 조종사에게 선우현이 고함을 질렀다.
“임마 신경꺼. 알러 알러!”
선우현의 재촉에 영문을 모르는 조종사가 고도를 높였다. 청파보의 편복야행을 시전한 블랙맘바가 기류를 타고 활공했다. 등산용 바람막이를 활짝 펴자 활공 거리가 대폭 늘어났다. 상승 기류를 탄 그는 단번에 500m를 날았다.
두웅- 착지와 동시에 공간지각력이 발동되었다. 300m방원 내에 인간이 없다. 영하 20℃를 오르내리는 동절기다. 깊은 산속 호수를 찾는 사람은 특별한 목적이 있는 인간밖에 없다.
쌓인 눈에 무릎까지 푹푹 빠졌다. 산복에서 몰아치는 바람이 눈을 못 뜰 정도로 눈가루를 휘날렸다.
“젠장, 열흘 전에 뜨거운 모래와 씨름했는데 눈보라에 시달리는 인생이라니 기가 막히는군.”
블랙맘바는 고글을 쓰고 준비해 온 설상화를 등산화에 부착했다. 쉬이이- 흰색 설상복을 겹쳐 입은 블랙맘바가 눈 위를 미끄러지듯 치달렸다.
진화된 청파보는 파워에 유연함이 더해졌다. 가지에 눈을 잔뜩 얹은 침엽수 가지를 건드리지 않고 바람같이 빠져 나갔다. 블랙맘바가 지나가고서야 풍압에 밀린 눈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2.5km가 촌각에 단축되었다. 통나무집을 둘러싼 2m높이의 울타리를 훌쩍 넘어가서 태연히 현관을 두드렸다.
딱 딱 딱-
“바람이 세차군.”
견지낚시 도구를 손질하던 미구엘이 중얼거렸다. 바람에 날려 온 나뭇가지가 현관에 부딪히는 일이야 늘 있다.
딱 딱 딱-
화들짝 놀란 미구엘이 귀를 기울였다. 자연적인 소음이 아니다. 일정한 인터벌과 강도가 가해진 노크 소리다. 놀란 그는 낚시도구를 밀어놓고 벌떡 일어났다.
별장 위치를 아는 사람은 아내와 DGSE 2급 이상 보안등급자뿐이다. DGSE 고위층이나 아내가 눈보라를 맞으며 알프스를 오를리 없다. 비밀 별장을 찾아오려면 산길을 4km나 걸어야 한다.
‘써펀트가 나를 버렸구나!’
서늘한 한기가 등줄기를 스쳐갔다. 딱 딱 딱- 또다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지옥으로 초대하는 악령의 부름이다.
“젠장, 좋은 놈은 오지 않고, 찾아오는 놈은 나쁜 놈이라더니. 빌어먹을!”
미구엘은 베레타를 뽑아들고 카메라 스위치를 올렸다. 장신의 동양인이 파인더를 가득 채웠다. 이웃집에 온 듯 한가로운 표정으로 방한모를 벗어 눈을 털어내고 있다. 바로 현관 앞이다.
“억, 블랙맘바!”
미구엘의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설상복에 고글을 썼지만 그는 한 눈에 알아보았다. 작전부 소거팀을 예상했던 그는 눈앞이 아득해졌다.
히트맨이라면 일말의 생존 가능성이라도 있다. 상대가 블랙맘바라면 절망밖에 없다. 미구엘은 혀를 깨물어 정신을 차렸다. 작전부에서도 최고로 거친 5과를 이끌어 온 미구엘이다.
그는 잽싸게 서랍을 뒤져 백린탄을 찾았다. 블랙맘바는 베레타 따위로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유일하게 먹힐 무기가 대인용 백린탄이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탄창 멈치를 눌러서 탄창을 빼냈다. 총탄을 꺼내고 백린탄 다섯 발을 삽탄했다. 9mm 백린 파라블럼탄은 DGSE 기술부가 테러 진압용으로 1972년에 개발했다. 지나치게 잔인하다는 비판에 밀려 생산도 못하고 폐기된 탄종이다. 그는 호기심으로 몇 발을 빼돌려 놓았다. 철컥- 탄창을 결합한 미구엘이 현관옆 벽에 붙어 섰다. 뿌드득- 팔목 굵기인 오크 빗장이 투두둑 부러졌다.
“헉!”
식겁을 한 미구엘이 룸으로 뛰쳐 들어갔다. 수차례 노크를 해도 답이 없자 블랙맘바가 현관문을 밀고 들어섰다. 조금 거친 방문이다.
“미구엘, 대화가 필요하다.”
퍽 퍽 퍽- 미구엘은 총탄으로 대답했다. 대인용 백린탄은 물체와 접촉하는 순간 탄자가 폭발하며 방원 1m를 백린이 뒤덮는다.
블랙맘바의 상체가 능수버들처럼 흐느적거렸다. 관법만으로 충분했다. 총구가 미세하게 이동하고, 근육이 수축되는 순간 총탄 궤적이 파악된다. 회피는 여반장이다. 푸왁- 푸왁- 벽에 맞은 탄환이 폭발하며 하얀 연기가 거실을 뒤덮었다.
챙- 쿠크리로 탄환 한 발을 쳐냈다. 푸확- 흰 연막이 블랙맘바를 덮었다.
“이런, 빌어먹을 새끼!”
분노의 욕설이 튀어나왔다. 쉿쉿쉿- 쿠크리가 무서운 속도로 허공을 갈랐다. 지근거리에서 확산된 연막이 좍 갈라졌다. 갈라진 틈으로 블랙맘바가 튀어나왔다.
슈악- 슈악- 사방에서 튄 백린 불꽃이 검풍에 휘말려 날아갔다. 옷에 붙은 백린은 지글거릴 틈도 없이 쿠크리에 잘려나갔다.
퍽 퍽 퍽- 백린탄 다섯 발을 모두 소모한 미구엘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악마다, 악마!”
그는 공포에 질렸다. 칼을 휘둘러 백린을 걷어내는 인간이라니,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블랙맘바는 바빠졌다. 백린 불꽃을 쳐내고 총탄을 피해야 했다. 청파보가 극성으로 시전 되었다. 블랙맘바의 몸이 유령처럼 방안을 휘돌았다. 미구엘은 타점을 잡지 못했다.
쉬악- 블랙맘바가 방안으로 뛰어들었다. 목덜미를 잡힌 미구엘이 백린이 타오르는 거실로 짚단처럼 날아갔다.
“끄아아악!”
처참한 비명이 울렸다. 백린 연막은 공기와 무게가 비슷하다. 타닥 타닥- 거실에 가득찬 연막이 새로운 희생물을 집어 삼켰다.
미구엘이 미친 듯 바닥을 굴렀다. 지글거리는 백린 불꽃을 잡기엔 턱도 없다. 백린은 물속에서도 연소된다. 방법은 칼로 연소부위를 잘라내는 수밖에 없다. 피부에 붙으면 피부를 잘라내야 한다.
“살려줘. 블랙맘바, 내가 잘못했다. 살려줘!”
처절한 비명이 타닥거리는 백린 연소음을 누르고 왕욍울렸다. 매캐한 캐로신 냄새와 단백질 타는 냄새가 공기 중으로 퍼졌다. 화마가 순식간에 실내를 집어삼켰다.
“이크, 내가 너무 성급했어.”
블랙맘바인들 백린 불꽃에 휩싸인 미구엘을 구할 방법이 없다. 지체 하다간 자신도 타 죽을 판이다.
꽝- 발길질 한 방에 뒷벽이 박살났다. 블랙맘바가 집밖으로 튀어나갔다. 산소 공급이 원활해지자 불길이 무섭게 일었다.
블랙맘바는 착잡한 눈으로 불타는 통나무집을 바라보았다. 죽일지 살릴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미구엘이 납득할만한 변명을 한다면 무치 시바리아게로 간단히 두들겨 주고 끝낼 생각도 있었다. 성급한 놈이 스스로 불구덩이에 들어가 버렸다.
“나무아미타불, 다음 생엔 무탈한 인생이 되기를 바랍니다.”
화마에 휩싸인 통나무집이 방태산에서 적면 다섯을 죽이고 불태웠던 최도식의 안가와 겹쳤다. 그날도 오늘처럼 눈이 무릎께에 쌓였었다.
“이젠 두 놈이 남았군.”
착잡한 눈으로 불타는 건물을 바라보던 블랙맘바가 눈 위를 미끄러지듯 사라졌다. 산불 염려가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이구, 배고프다.”
09시에 병원을 떠난 블랙맘바다. 정확히 점심을 먹을 시간에 병실에 나타났다. 파리에서 600km이상 떨어진 안시에 칩거한 미구엘을 처리하고 왔음을 누구도 상상 못할 것이다.
“블랙, 등산은 즐거웠어요?”
“별로 즐겁지 않았다.”
“그런 것 같네요. 나 좀 봐요.”
설상복 외피를 불타는 통나무집에 버렸지만 등산복에도 드문드문 불똥이 졌다.
에델이 블랙맘바를 병실로 끌고가서 가위로 손상된 등산복을 잘라냈다. 벌겋게 변색된 오른팔 상박 부분이 드러났다.
백린은 3,000℃ 고열을 뿜는다. 옷에 튄 불똥이 파고들기 전에 쳐냈지만 깨알처럼 작은 입자까지 막지는 못했다. 상어껍질 만큼이나 단단한 피부도 수천도 고열엔 무력했다. 에델이 피부에 눌어붙은 섬유를 알코올로 씻어내고 화상 거즈를 부착했다.
“겨울 알프스는 위험해요. 특히 스위스쪽 중부 알프스는 눈사태가 수시로 발생하거든요. 블랙이 아무리 강해도 자연을 이기진 못해요. 서부 알프스가 지중해 쪽으로 떨어지는 아네씨 호수는 여름에 가면 최고죠. 이탈리아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얼마나 극성을 떠는지 몰라요. 아무렴 등산을 하려고 헬기를 부르는 블랙만큼 극성스럽기야 하겠어요. 어머나, 배고프다는 사람을 잡고 무슨 수다야.”
쫑알대던 에델이 앞치마를 팔랑거리며 주방으로 달려갔다. 굳어있던 블랙맘바의 얼굴이 스르르 풀렸다. 치료를 보조하던 옴부티가 빙그레 웃었다.
“현명하고 사랑스럽지 않습니까. 와킬이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한 마디도 묻지 않네요. 수다스럽지 않은 아인데 와킬의 기분을 전환시키려고 수다를 떠는군요. 보기 드문 현명한 처녀입니다. 이제 그만 루드리라고 불러주시지요.”
옴부티의 은근한 권유다.
“옴부티, 월하노인이라도 되어 보겠다는 건가? 에델은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현명한 아가씨다. 내겐 과분한 여자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아끼다 똥 된다는 아마지그 속담이 있습니다.”
“내겐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먼 곳에 있지만 한시도 그녀를 잊은 적이 없다. 나는 남녀 간에도 지켜야 할 의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옴부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지그 귀족의 생각도 와킬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내로 맞아들이는 것과 여자를 즐기는 문제는 다릅니다.”
옴부티가 평소답지 않게 밀어붙였다. 그가 보기에 루드리 에델만큼 주인에게 어울리는 여자는 세상에 없을 것 같았다.
“에델은 보기 드문 여자다. 그녀 덕분에 백인 여자가 방종하다는 선입견을 버렸다. 그녀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다. 눈앞에 이익이 있을 때 그 이익이 정당한지를 먼저 생각하라는 말이 있다. 나는 용병이다. 피바다를 떠도는 작은 통나무배다. 언제 뒤집어 질지 모른다. 에델은 정이 깊은 여자다.”
“맞습니다. 정이 많지요. 쫄따구를 굶기지 않으려고 말라빠진 소시지 두 개를 주었지요. 허허허!”
옴부티가 은근슬쩍 말을 끊었다. 블랙맘바가 ‘그러나’라는 말을 하기 직전이다. 능구렁이 옴부티는 화제의 방향 전환을 원치 않았다.
“하하하, 그렇지. 쫄따구는 소시지 두 개의 의미를 평생 모를 거다. 나는 아직 어리지만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서 나 자신을 속인적은 없다. 내 의식이 나 자신에게 머물지 않고 루드리 에델에게 머무는 한 내가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없다. 그녀가 평생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도록 만들고 싶지 않다.”
“와킬이 간혹 말씀하는 엠무소뚜 이샌기띰과 비슷한 내용인 듯합니다.”
“그렇다. 응무소주 이생기심과 통하는 말이다. 인간은 마음이 들뜨면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어리석은 판단을 후회하고 한탄한다. 결국 수양의 문제겠지.”
“아이구, 소인은 무슨 말씀인지 도통……”
옴부티가 머리를 싸쥐고 물러났다.
“나도 모른다. 내가 무쌍인지 블랙맘바인지, 아수라인지 야차인지, 칸마인지 아즈라일인지…….피에 절은 손으로 어떻게 저리도 순결한 천사의 몸에 손을 대겠나!”
블랙맘바가 침울하니 중얼거렸다.
“크하하하, 블랙! 파트너가 왔다.”
유럽산 불곰 한 마리가 방탄 유리문을 밀고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