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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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블랙맘바 쓰리탭 희망을 쏘다6
덩치 뒤에서 왜소한 남자가 튀어나왔다.
“우악, 이게 뭐야. 우리는 오두막에 처박아 놓고 아방궁에서 뒹굴고 있었던 거야? 그런 거야?”
병실의 규모와 설비에 놀란 장쒼이 호들갑을 떨었다. 에밀이 장쒼의 뒤통수를 때렸다.
“임마, 아방궁은 니네 나라에 가서 찾아. 여기는 엘리제궁이 최고라고. 근데 입원실에 주방과 침실, 거실까지 따로 있네. 병실이 이래도 되는 거야?”
“당연하지, 블랙은 아즈라일이라고. 살생부를 들고 있는 악마에게 누가 까불겠어. 여차하면 대갈통에 구멍이 뚫릴 판인데 병실이 문제야.”
늘 붙어서 티격태격하는 바퀴벌레 한 쌍이 나타나자 조용하던 병실이 어수선해졌다.
실제로 블랙맘바가 입실한 VVIP실은 병실은 지난 열흘간 휴양실이자 수련실로 전용되었다. 300㎡가 넘는 실내는 각종 운동기구와 먹거리 재료가 점령했다. 에델이 정화시키지 않았으면 블랙맘바와 선우현이 흘린 땀 냄새로 찌들었을 것이다.
“이럴 수가! 에델양이 왜 여기에?”
손님맞이 준비 중인 에델을 발견한 에밀이 영각키는 황소처럼 울부짖었다. 에델이 돌아보고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아티에서 실례가 많았어요. 블랙의 친구 분이라니 잘 부탁드려요.”
“그 그럼?”
“어떤 상상을 하던 말리지 않겠어요.”
참으로 애매모호한 말이다.
“그 그래요?”
에밀이 얼음판에 자빠진 황소처럼 에델을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머리 회전이 늦은 에밀이다. 말뜻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떤 상상을 해도 현실이라는 뜻이 아닌가!’
“크아악! 블랙 결투닷.”
“에밀 동무, 그전에 나와 한판 합세.”
밤에 볼까 무서운 노란 쌍판이 불쑥 튀어나왔다. 에밀의 고개가 쑥 들어갔다.
“겁나는 꼬레앙 새끼들!”
에밀이 입을 닫자 세상이 조용해졌다. 에밀은 입원해 있는 동안 열심히 작업해둔 쟌느를 위안삼아 억울한 심정을 꾹꾹 눌렀다.
뒤이어 한 떼의 손님을 대동한 폴과 벨맨이 VVIP실에 들어섰다. 갑작스런 손님의 등장에 옴부티와 에델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침대에 누워있던 블랙맘바가 벌떡 일어났다. 옴부티와 에델도 정신없이 바빠졌다.
사헬에서 살아남은 대원들이 모두 모였다. 서로 손을 맞잡고 어깨를 부딪는 것으로 인사를 끝냈다. 거친 사나이들의 인사법이다.
“폴, 어떻게 된 거냐? 유가족이냐?”
“미리 연락하지 못해 미안하다. 부리머와 샤트르의 유가족이다. 안타깝게도 모리스, 미구엘, 마이크, 마크의 유족은 확인되지 않았다. 모리스와 미구엘은 가족이 없고, 마이크와 마크는 부모님이 계시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
폴의 설명에 블랙맘바가 옴부티를 돌아보았다.
“옴부티, 똥 막대기를 통해서 확인해 봐. 사람 찾는 일은 사령부보다 그쪽이 훨씬 낫다.”
“알겠습니다. 와킬의 지시라고 한마디 해 두면 바다 밑바닥까지 뒤질 겁니다.”
“자네가 유가족들 대책을 준비해 두었겠지. 이 분들과 슬픔을 함께 하는 것이 먼저 간 동료에 대한 예의고, 깨비텐으로서 내 마지막 임무라 생각했다. 모두들 어떻게 생각하나?”
“동의한다.”
“깨비텐, 전역하고 의회로 가라.”
폴은 쓴웃음을 지었다. 툭하면 의회로 가라는 녀석들이다. 진짜 의회로 갔다간 허구한 날 시민을 팔아서 주머니를 챙기는 의원 놈들을 모두 쏴 죽이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블랙맘바로부터 한국의 국회의원이 개판이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프랑스도 만만치 않다.
“소개하지. 이쪽은 부리머 중사의 가족이다. 어머니 에밀리 여사, 부인 쥴리 여사, 딸 실비와 레아다. 이쪽은 샤트르 병장의 아버지 피에르님과 어머니 엠마 여사님이다.”
“저 친구가 블랙입니다. 중상을 입었는데 보기엔 멀쩡하군요. 여기 키 작은 친구는 장쒼, 곰 같은 친구는 에밀입니다.”
여섯 쌍의 시선이 블랙맘바에게 집중되었다. 그는 12개의 화살에 관통당하는 아픔을 느꼈다. 보니파스와 마무리 지은 보상 줄다리기가 끝이 아니었다. 정작 난감한 상황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에밀과 장쒼이 고개를 숙일 때 블랙맘바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진정으로 죄송합니다. 부리머와 샤트르의 희생 덕분에 저희만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자식을 잃고, 남편을 잃고, 아버지를 잃은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죄송할 따름입니다.”
“지나친 말이네. 자네들이 살아왔기에 내 아들의 소식을 알게 되었지 않나. 못난 놈이 동료를 구하고 죽었다니 그나마 다행일세.”
“샤트르는 용맹하고 현명했습니다. 전우이기 전에 형제로 제 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내 아들의 마지막이 어땠나?”
피에르의 어조는 평온했지만 주름진 얼굴이 눈물로 번질거렸다.
“동료들의 보살핌 속에 편안하게 갔습니다. 권력자의 허울 좋은 부추김에 속지 말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리고 제게 연로한 부모님을 부탁했습니다.”
샤트르는 대원들이 프롤리나트와 격전을 벌일 때 막사에 남았다. 홀로 근육이 오그라드는 파상풍 후유증을 버티다 호흡 부전으로 죽었다. 유언도 남기지 못했다. 블랙맘바는 노부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고맙네, 내 자식이 편안하게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갔다니 마음이 놓이는구먼.”
피에르가 입술을 물고 천정을 쳐다보았다. 마치 그곳에 아들이 있는 것처럼.
“죄송합니다. 크흐흑!”
블랙맘바가 기어코 눈물을 쏟았다. 자식을 잃은 슬픔의 크기는 수미산보다 크다고 했다. 애써 의연함을 유지하려는 피에르의 모습이 아버지의 마지막을 재인(在認)시켰다. 자상하고 사려 깊은 샤트르 생전의 모습까지 떠올라 가슴이 울컥거렸다.
“울지 말게. 폴 중위가 자네 이야기를 많이 했어. 자네는 또 다른 내 아들일세.”
엠마 여사가 쿨럭 거리는 블랙맘바의 등을 쓰다듬었다. 떨리는 노부인의 손길이 더욱 애달팠다.
“내 아들도 편히 갔는가?”
에밀리 여사의 물음에 장쒼이 나섰다.
“장쒼입니다. 부리머 중사님은 제 목숨을 구하려다 대신 총탄을 맞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중사님 덕분에 얻은 목숨입니다. 제가 아들이 되겠습니다.”
“살아남은 우리 모두가 부리머고 샤트르입니다. 우리 다섯은 여러분의 아들입니다.”
폴의 말에 에밀리 여사와 엠마 여사가 흐느꼈다.
“고맙네, 새로운 아들을 다섯이나 얻었으니 크게 남는 장사 아닌가요. 모두들 울지 말아요. 으흐흑!”
에밀리 여사가 울지말라고 하면서 자신이 더 크게 울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흐흑!”
“아앙!” “엄마!”
쥴리가 눈물을 쏟기 시작하자 실비와 레아가 따라서 울기 시작했다. 에델도 한쪽 구석에서 쿨쩍거렸다. 블랙맘바는 여자의 눈물을 겪어보지 못했다. 여자 다섯이 울음을 터뜨리자 초난감이다.
“에밀리 여사님, 부리머 중사가 블랙에게 유언을 남겼습니다.”
옴부티다. 주인의 난감한 심기를 눈치 채고 귀신같이 나섰다. 에밀리 여사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나는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요.”
“부리머 중사는 마지막까지 가족을 걱정했습니다. 저에게 가족을 부탁했습니다. 고향인 웨일즈 스완시 베이에 묻어달라고 했습니다. 퀸즈닥 페리 터미널 뒤쪽 언덕을 오르면 꼭대기에 보이는 빨간 대문이 스위트 홈이라고 했습니다. 부인이 원하는 파란색 칠을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부인과 두 딸에게 면목이 없다고 했습니다.”
“흐흐흑! 바보 같은 양반, 보고 싶어서 파란색으로 바꿔달라고 했는데…….흐흐흑!”
쥴리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음을 터트렸다. 실비아 레아의 울음소리가 높아졌다.
또 한 차례 폭풍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남은 유족의 슬픔은 깊고도 깊다. 차라리 프롤리나트 연대를 상대하고 싶었다. 어허~ 어허~ 상두군의 선창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상여를 엎어지고 자빠지며 따라가던 여덟 살 사내아이가 실비와 레아의 얼굴에 오버랩 되었다.
‘이 이게 아닌데.’
진화를 하려다 오히려 불길을 키웠다. 급 당황한 블랙맘바가 작전을 바꾸었다. 아이 공략하기다.
“네가 언니인 실비구나, 너는 동생 레아?”
블랙맘바가 실비와 레아의 손을 잡았다. 자신은 여덟 살에 아버지를 잃었지만 실비는 7살이다. 죽음을 이해할까 말까한 나이에 아버지를 잃었다. 가슴이 아렸다.
‘너희들을 꼭 지켜주마.’
두웅- 측은지심이 공간지각력을 타고 두 소녀에게 전해졌다.
“네 아저씨, 제가 실비에요.”
“저는 레아예요.”
“예쁘구나. 아저씨가 너희 삼촌이다. 삼촌이라 불러라.”
“네, 삼촌!”
“이리 오너라. 안아 보자.”
실비와 레아가 눈물을 닦고 블랙맘바에게 안겼다.
“어머나!”
“저럴 수가?”
쥴리와 에밀리 여사가 탄성을 터뜨렸다.
실비는 낯가림이 심하고, 레아는 지체부자유에다 가벼운 자폐 증상이 있다. 할머니에게도 안기지 않는 아이들이 처음 보는 남자에게 안겼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 공략하기 작전이 성공했다. 부리머의 가족들은 모두 놀라 울음을 그쳤다. 샤트르의 부모도 뜨악한 눈으로 블랙맘바를 쳐다보았다. 에델만이 다 안다는 듯이 따뜻한 미소가 가득했다.
블랙맘바가 흘끗 에델을 돌아보았다. 겨울 끝자락 매화가 필 무렵 잔설 속에 꽃망울을 틔우는 진노랑색 복수초를 보았는가! 꽃이름 그대로 행복이 넘치는 미소다.
강철처럼 정련된 심장에 작은 불똥이 툭 튀었다. 복수초의 서양 명칭은 아무르 아도니스다. 블랙맘바는 아도니스의 꽃말이 ‘슬픈 추억’임을 알지 못했다.
“에델, 이분들 욕실로 모셔.”
늘 건조하던 음성에 살짝 감정이 실렸다.
“장쒼, 블랙 저 녀석 부(vous)를 쓸 줄 알잖아? 존댓말을 몰라서 무조건 반말을 쓴다고? 에이 사기꾼 녀석 같으니.”
“에밀, 입 닥쳐. 블랙은 무조건 옳아. 존대를 하든 말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신경 끄.”
“아 놔, 이 자식 이거 옴부티 바이러스에 먹혀 버렸어.”
에밀이 뒷목을 잡았다.
“이봐요, 거기 덩치 좋은 양반, 친구 씹지 말고 의자나 씹어요. 밥먹기 싫어요?”
에델이 잔뜩 쌓인 의자를 가리켰다. 옴부티는 최강 집사다운 면모를 여지없이 발휘했다. 쫄따구와 에밀, 장쒼을 닦달해서 빈틈없이 정찬 준비를 마쳤다. 병원 식당에서 장테이블과 의자가 운반되고, 인근 호텔에서 공수된 요리가 줄줄이 세팅되었다. 에델이 플로리스트라도 된양 꽃으로 테이블을 뒤덮었다.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창밖엔 눈보라, 실내엔 굵은 촛불과 꽃으로 장식된 오뜨 뀌진, 죽은 자는 죽은 자의 세상으로, 산자는 산자의 삶을 영위한다. 슬픔도 행복도 시간 속에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그래서 정부와 군부의 고위급 인사들이 직접 동료들의 유해를 송환하기 위해 이틀 후 아프리카로 출발한다.”
“오오, 그런 일이!”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렇지. 난 블랙맘바가 해 낼 줄 알았다고.”
“이 자식아, 아까는 블랙이 사기꾼이라며?”
에밀의 천적인 장쒼이 지청구를 놓았다.
“흐흐, 최강의 사기꾼이 아니면 어떻게 DGSE를 등칠 수 있겠어. 그 인간들 살아서 돌아 올 수 있으려나?”
“그건 그래. 오케오필라 스마그라디나가 불쌍하다.”
동료들은 물론 유족들도 크게 놀랐다. 군부와 정부의 고위 인사가 직접 유해를 찾아 아프리카로 떠난다니 전무후무한 일이다. 블랙맘바가 얼마나 겁나게 압박을 가했을지 눈에 선했다. 선물이 이어졌다.
“유족의 생계를 위해서 일천만 프랑의 신탁보험이 설정된다. 보험 기간은 50년이다. 일단 매년 수익금 50만 프랑중 부리머와 샤트르의 유족에게 15만 프랑씩 지급하고 20만 프랑은 적립한다. 오케오필라 스마그라디나가 조성하는 재단기금 삼백만 프랑은 향후의 레종 에뜨랑제 유족을 위한 보훈 기금이다. 피에르님과 쥴리님을 이사로 추천해 두었다. 두 분이 상의해서 공동 관리하기 바란다.”
“신탁보험과 재단기금은 유족 보상금과 별개인가?”
“당연히 별개다. 쥐꼬리만 한 보상금으로 어떻게 노후 생활과 자녀 교육을 시키나. 협박을 조금 했다.”
조금이 아니라 많이 했다. 보니파스가 죽상이 된 사안이다.
“헐, 보니파스 머리털이 다 빠졌겠구먼.”
폴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은 개인별 상훈에 대해 정리해 주겠다.”
에델이 병실에서 서류철을 들고 나왔다. 입안의 혀가 따로 없다.
“전사자는 3계급 특진이다. 부리머 중사는 상급 상사, 샤트르 병장은 상급하사다. 생존자는 2계급 특진이다. 폴 중위는 진짜 깨비텐이 되었다. 진급을 축하한다. 벨맨, 케피블랑을 반납해야겠군.”
“허허, 동료의 죽음을 딛고 케피느와를 쓰게 되다니……”
벨맨이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