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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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블랙맘바 쓰리텝 희망을 쏘다11
“에밀, 보직 이동은 결정 났나?”
“블랙맘바가 추천했는데 누가 감히 토를 달겠어. 어제 필립 소장님의 재가가 났다. 휴가가 끝나면 곧바로 지원 장비 관리를 맡게 된다.”
에밀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오른손 검지와 중지의 신경이 마비되었다. 전투 와중에 날아온 쇄설물에 강타 당했을 수도 있고, PTSD에 따른 심인적 요인일 수도 있다.
스나이퍼가 방아쇠를 당길 손가락 두 개의 감각을 잃었으니 의병 제대 사유가 된다. 에밀은 고아로 자랐다. 청소년기를 주먹이나 휘두르며 낭비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총질밖에 없다.
레종 에뜨랑제에서 용도 폐기되면 꼬훅스 산림보호원이나 해야 할 처지다. 딱하게 여긴 블랙맘바가 본부에 에밀의 잔류를 요청했었다.
“잘됐군. 푹 쉬고 돌아와라. 잔소리 한 마디만 하겠다. 여자 조심해라.”
“인생 뭐 별거 있어. 먹고, 싸우고, 싸는 거지.”
에밀이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허이구, 단순무식한 놈. 쟌느 라는 여자가 몇 살이야?”
“그 글쎄, 물어보지 않았어.”
‘아 놔, 이 자식 이거 중증이네.’
블랙맘바가 뒷목을 움켜쥐었다.
“이봐 친구, 생각이 제대로 박힌 여자면 며칠 본 남자와 한 달간이나 크루즈를 타지 않아.”
“그게 바로 내 매력이지.”
“어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자네 수당 46만 프랑 중에 40만 프랑을 압류하겠다.”
“뭐 말도 안 돼, 아무리 블랙컬처 회장이라도 이건 횡포야. 계좌 주인은 나라고.”
에밀이 펄펄 뛰었다.
“흐흐, 아닐걸. 자네 수당은 이미 내가 수령해서 내 구좌에 들어있거든.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면 나머지를 지급할 테니 그렇게 알라고.”
“으아, 미치겠네. 쟌느가 언약의 증표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요구했단 말이야.”
“1캐럿짜리로 해 줘. 6만 프랑이면 한 달간 덮어쓰고도 남아.”
“아이고, 이거 엉겨볼 수도 없고. 어쩌지.”
에밀이 구시렁거렸지만 블랙맘바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듣고 있던 에델이 입을 가리고 킥킥거렸다. 블랙의 주위 사람은 전부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재미있지만 남자로서 에밀은 절대 사양이다.
벨맨과 장쒼이 병실에 들어섰다.
“아니, 이 사람들이 오늘 웬일이래? 벨맨도 떠나려고?”
블랙맘바가 뜨악한 눈으로 벨맨을 쳐다보았다. 약속이나 한 듯이 줄줄이 떠난다고 한다.
“그렇다. 난 더 이상 응급 륙색을 메고 전장을 뛰어다닐 자신이 사라졌다. 자네 덕분에 팔자에 없는 케피느와를 써 보았으니 미련 없이 떠나련다.”
“개업을 할 셈이냐?”
“피라면 진절머리가 난다. 사람 몸은 만지기도 싫다. 지금도 눈앞에 피가 줄줄 흐르는 장면이 보인다. 의사가 PTSD라니 웃기지?”
“웃기지 않는다. 피를 그렇게 덮어쓰고 멀쩡하면 더 이상하지 않나?”
“그러게 말이다. 허허허!”
벨맨의 웃음소리가 허탈했다. 살아서 돌아왔지만 정신은 아직도 전장을 둥둥 떠다닌다.
“의사 면허증이 아깝다. 밥 먹고 살려면 뭐라도 해야지.”
“전역 신청을 했다. 고향으로 돌아가서 총기 상을 개업할 생각이다. 친구 덕분에 개업 자금은 충분하다.”
“에밀이 본부 지원 관리관으로 간다. 저 녀석 뒷구멍으로 열심히 무기를 빼내겠군.”
“흐흐흐. 형제의 밥벌이를 당연히 도와야지.”
“자금이야 된다지만 신분상의 문제가 있을 텐데?”
블랙맘바의 염려는 기우가 아니다. 벨맨은 익명이다. 신분을 밝히지 않을 때는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말인데 나 좀 도와주게. 상 파피에(sans pappier, 자신의 신분을 입증할 서류가 없는 사람)가 되게 생겼네.”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면 되지 않나?”
“문제가 조금 복잡하다.”
벨맨이 블랙맘바를 끌고 응접실로 나갔다. 그는 블랙맘바와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농 쁘라블렘”
블랙맘바의 마지막 말에 벨맨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는 곧바로 캐리어 백에 짐을 챙겼다.
“너도 전역할 생각이지?”
장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질은 완치되었지만 PTSD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붉은 색만 보면 토하고, 왼 손목을 떠는 증세가 생겼다.
“요리를 하려면 손목이 강해야 한다. 문제없겠나?”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 중국 요리는 본래 흔들어 줘야 한다고. 히히히!”
장쒼이 에델을 흘끗 보고 속없이 웃었다.
“잘 될 거다.”
“내 인생은 실패와 분노의 연속이었다. 첫 행운이 펑요우와 만남이다. 그 만남이 내 인생을 바꾸었다. 고맙다. 내 생명은 펑요우가 살려 주었다. 언제든지 필요하면 내 목숨을 가져가라. 친구를 위해서라면 박격포를 들고 뛰어가겠다.”
“미친놈, 박격포 같은 소리 말고 만두나 잘 빚어라. 호우잉의 재수술도 해야 하지 않나? 개업 자금을 보태줄까?”
“농 쁘로블렘! 내가 받은 돈이 52만 프랑이다. 중국 근로자가 몇 백 년을 일해도 모을 수 없는 돈이다. 자금도 충분하고 실력도 충분하다. 호우잉은 싱가포르 병원에 입원시키고 나는 그곳에서 만두 전문 요리점을 개업할 계획이다.
“결심이 섰군. 자네 손기술이면 가게가 미어터지도록 손님이 몰려들 거다. 간혹 전갈꼬치와 풍뎅이 튀김도 서비스하라고. 싱가포르의 명물이 될 거다.”
“펑요우, 내 목숨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라. 블랙컬처 회원은 모두 회장에게 목숨을 맡겼다.”
“임마, 실없는 소리 말고 어서 가기나 해. 호우잉은 한시가 급하다.”
장쒼도 짐을 챙겨서 안휘성으로 떠났다.
“폴, 어디로 발령 났나?”
“지부티 13연대 중대장으로 배속 받았다. 나도 떠나겠네.”
“왜 전부 꽁무니에 불이 붙은 듯이 떠나지?”
블랙맘바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제까지도 별말 없이 빈대 붙던 인간들이 밑구멍 빠진 통발에 고기 새듯이 우르르 몰려 나간다.
“으 응, 라텔팀 주특기가 먹튀 아닌가. 며칠 동안 무전취식했으니 청구서 나오기 전에 튀어야지.”
“휴가는 어디로 갈 거냐?”
“니스 해변으로 간다. 3개월이나 여유가 있으니 이참에 아이를 만들기로 마누라와 합의를 봤네.”
“그거 잘했다. 아이를 만들 때는 장소도 중요하다. 안정된 장소에서 열정적으로 만들어야 제품 품질이 좋아지거든. 하하하!”
“임마, 너나 잘해. 너는 총각이고 난 십년 경력의 유부남이다. 번데기 앞에 주름잡지 말어. 푸헤헤헤!”
폴은 자신이 블랙맘바보다 앞선 부분이 있다는 사실에 취해서 방정맞게 웃었다. 처음과 달리 많이 망가진 모습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꼭 아이를 만들어 와라. 대부는 내 차지다.”
“찬하의 블랙맘바를 대부로 두다니, 태어날 놈이 부럽군. 내 파무스는 자네에게 선물한다.”
“고맙다.”
용병이 자신이 사용하던 소총을 선물한다는 의미는 자신의 목숨을 맡긴다는 의미다.
그렇게 용병 넷이 서로 입을 맞춘 듯이 썰물처럼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났다. 은자메나의 메르디앙 호텔에서 삼박사일을 뒹군다는 약속도 까마득히 잊고서 말이다.
블랙맘바는 그냥 우연이거니 했다. 그는 옴부티의 얼굴에 떠 오른 득의의 미소를 보지 못했다. 에델이 슬쩍 옴부티와 눈을 마주치는 장면도 보지 못했다.
늙은 쥐, 옴부티는 떠나는 폴과 다정하게 포옹을 했다. 옴부티가 폴의 귀에 속삭였다.
“깨비텐, 나이 먹고 그렇게 눈치가 없나. 주인이 에델 양과 거시기 하려면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할 거 아냐. 눈치 없는 에밀 녀석 때문에 산통이 깨질 판이었단 말이다.”
능숙하게 용병들을 요리하는 고참을 바라보는 선우현의 눈에 선망이 가득했다. 역시 하인 노릇을 하더라도 정승 집에서 해야 한다.
옴부티의 권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깨비텐이었던 폴도 꼼짝을 못했다.
“미안하다. 블랙과 함께 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뒷일을 부탁한다.”
병실을 나서던 폴이 되돌아섰다.
“에델양,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꼬레앙 속담이 있어요. 니스 해변으로 끌고 와요.”
텅- 떠날 사람이 모두 떠났다.
떠날 사람들이 또 있다. 블랙맘바가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라 부르는 군부와 정부 실세들이다.
국방부(Ministère de la Défense)건물이 소재한 유니벡씨떼가에서 센 강 다리를 건너면 콩코르드 광장이다. 광장에서 행사가 한창이다. 출정식 행사다. 내외신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국방부 장관 제르맹의 연설이 이어졌다.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친 애국자들의 유해가 거친 사헬 땅에 묻혀 있습니다. 프랑스는 국적을 불문하고 프랑스를 위해 희생한 위대한 영혼을 잊지 못합니다. ……장병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레종 에뜨랑제의 알 부리머 상급 상사, 폴 마이크 상급 상사, 데이비드 마크 중사, 후앙 모리스 중사. 하캄 샤트르 중사, 후앙 미구엘 중사, 이들은 제2의 조국 프랑스를 고귀한 생명을 바친 애국자입니다. 이에 각급 사령관과 정부 인사가 유해를 회수하기 위해 오늘 직접 아프리카 사막으로 출발합니다. …….영광의 군단 프랑스는 명예를 존중하고, 여러분의 희생을 잊지 않습니다. 프랑스 만세!]“와! 프랑스 만세!”
[레종 에뜨랑제 만세!]“와! 레종 에뜨랑제 만세”
군중들이 함성이 터졌다.
폴등은 아직 떠나지 않았다. 광장 한 구석에서 행사를 지켜보았다. 그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죽어서 사막에 묻힐 몸, 이미 묻힌 전우들이 되살아났다. 전적으로 블랙맘바의 힘이다.
“블랙, 자넨 우리의 영원한 와킬이다.”
폴이 소매로 번질거리는 눈물을 닦았다. 벨맨, 에밀, 장쒼도 다르지 않았다.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유해 회수 팀의 소개가 있겠습니다. 외인부대 사령관 디망쉬 중장, 필립 소장, 11공정여단 몽탕 소장, 국방부 페롱 전략 자문관……]“와!”
“와!”
직위와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함성이 터져 나왔다.
에델은 착잡한 얼굴로 환호하는 군중과 한껏 거드름을 피우는 늙은이들을 바라보았다. 권력의 중추에 있는 보니파스 작전부장이 블랙맘바 면전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어떤 권력과 지위도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그 폭력이 명분까지 갖췄을 때는 파괴적이다.
‘아버지!’
십자가에 매달려 피를 흘리던 아버지가 단상의 늙은이들과 오버랩 되었다. 이들을 어찌 우매하다 할 수 있겠는가.
대중은 먹고 살기 바쁘다. 무대 위를 보기에도 바쁘다. 장막 뒤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른다. 장군과 고위 공무원들이 블랙맘바의 주먹이 무서워서 아프리카 사막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알면 표정이 어떻게 될지.
주먹도 쓰기 나름이라는 블랙맘바의 말이 가슴을 쳤다.
“과연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답다.”
광장 한켠에서 출정식을 지켜보던 블랙맘바가 감탄했다. 늙은이들은 파렴치함을 환호로 바꾸는 초능력을 발휘했다.
“대단한 인간들입니다.”
옴부티도 감탄했다.
“나는 늘 신기하다. 특별한 인간들이 높은 자리에 앉는지, 높은 자리가 특별한 인간으로 만드는지 말이다.”
“아무런들 무슨 상관입니까. 대중의 눈을 가리는 기술은 타고난 인간들입니다. 와킬의 주먹에 맞는 꼴을 보지 못해 아쉽습니다만 전우들에겐 더없이 잘 된 일입니다. 와킬은 위대하신 분입니다.”
“아이고 낯간지러운 소리 마. 경호병들을 주렁주렁 달고 가겠지?”
“해병공정연대를 끌고 갈 겁니다.”
“내래 몰래 뒤쫓아 가서니 저것들 대갈통에 구멍을 뚫어주디.”
선우현은 당장이라도 광장을 빠져나가는 차량 행렬을 따라갈 기세다.
“따라가긴 뭘 따라가. 모래바람이 지겹지도 않나? 출발을 확인했으니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내래 전혀 지겹지 않슴메. 17년 정찰여단 생활보다야 백배는 흥미롭디. 얼른 가기오.”
“에델양, 히볼리가의 후루떼 레스또랑이 미슐렝 등급입니다. 가시죠.”
“오우 미슐렝! 너무 비싸지 않을까요?”
“와킬이 백만장자인데 무슨 걱정입니까?”
“그래도~ 한 끼 식사대로 수백 명의 굶주림을 달래 줄 수 있는데.”
에델은 블랙맘바가 듣지 못하게 옴부티에게 속삭였다.
“5천만 프랑이 있지 않습니까. 와킬이 섭섭해 할지 모릅니다.”
옴부티의 말에 에델의 입이 조개처럼 다물어졌다.
“이번에도 달팽이 먹슴메?”
“쫄따구, 저번 멘치로 달팽이 잡고 주접떨 마 안된데이. 내 얼굴이 화끈거릴라 카더라.”
짐을 내려놓은 블랙맘바의 입에서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그만큼 마음이 풀어졌다는 의미다.
“자, 어서 가자고. 미슐렝이 얼마나 비싼지 먹어 보자고.”
블랙맘바가 휘적휘적 앞섰다. 짚은다리 촌놈의 간뎅이가 부었다. 블랙맘바는 삐에프와 식사할 당시의 올챙이 시절을 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