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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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필립 소장 블랙맘바를 감동시키다1
“옴부티, 좋은 아침.”
명상을 끝낸 블랙맘바가 쁘띠 데제네(아침)를 준비 중인 옴부티에게 말을 건넸다.
“편한 밤을 보내셨습니까? 옆방에 독수공방하는 미녀를 두고 편한 잠은 힘들 것 같습니다만.”
옴부티가 은근히 씹었다. 충직한 옴부티도 에델 문제만은 눈에 쌍심지를 켰다.
“오늘은 멕시칸 타코인가?”
블랙맘바가 슬쩍 비켜갔다.
“미녀의 냄새를 맡지 못하는 코로 바비큐의 종류를 구분하다니 대단하십니다.”
계속되는 갈구기 신공에 블랙맘바가 손을 들었다.
“에델은 산책을 나갔나?”
옴부티가 침실 쪽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이마를 찌푸리고 입 꼬리를 내려뜨려서 상태가 별로라는 제스처를 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듯합니다.”
“늘 쾌활한 에델이 웬일이지?”
블랙맘바가 돌아보자 옴부티와 선우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중년 초입의 남자와 말년의 남자가 하루에 열두 번 변한다는 처녀의 마음을 어찌 알겠는가.
“식사 준비 끝났습니다. 직접 불러오시지요.”
“그러지!”
블랙맘바가 노크를 했다. 반응이 없다. 문을 살짝 열자 파바로티의 화려한 리릭테너가 흘러나왔다.
마시자, 마시자, 이 밤에
꽃으로 장식된 잔을 들고
잠시 동안 환락에 취하도록.
마시자, 사랑을 북돋우는
흥겨운 전율 속에,
그 눈이 내 마음에 대해
전능의 힘을 휘두르니까.
마시자, 사랑은 입맞춤을
좀 더 뜨거운 잔에서 얻으리라.
…….
귀에 익은 베르디의 축배의 노래다. 침대에 걸터앉은 에델의 시선이 창밖을 향해있다. 라 트라비아타는 길은 잃은 여인이란 뜻이다.
‘길을 잃은 여자라!’
마음이 짠했다. 그는 상대방의 기파를 읽을 수 있다. 늘 쾌활한 에델이지만 때때로 불안정한 뇌파가 방출된다. 깊은 근심이 있거나 불안하다는 의미다.
“에델!”
“오우!”
놀란 에델이 어깨를 덮은 숄로 얼굴을 문질렀다. 돌아보는 얼굴에 물기가 번져있다.
“눈 덮인 시가지가 너무 멋있어요.”
분위기와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급조된 말이다. 물기 젖은 커다란 두 눈이 ‘난 설경을 보고 있지 않았어요. 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처녀의 처연한 모습에 가슴이 흔들리지 않을 남자가 없다. 블랙맘바는 찌르르 떨리는 가슴을 정심법으로 다스렸다.
백인이면 백인의 사연이 있다. 방년의 처녀가 험악한 아프리카에 뛰어들어 의료봉사를 하는 자체가 심상한 사건이 아니다. 책임지지 못할 일이면 모르는 게 낫다.
“이곳에서는 샹젤리제 거리가 보이지 않는다.”
“몽마르트 묘지도 보이지 않아요.”
우울한 일을 잊으라는 은유에 우울하지 않다는 응답이 돌아왔다. 샹젤리제 거리는 창녀 마르그리트와 귀족 자제 아르망이 사랑을 나누고 그 사랑이 끝장난 곳이다.
마르그리뜨는 몽마르트 묘지에 무연고 시체로 묻혔다. 미모와 젊음으로 빛날 때 그녀의 주위엔 수많은 남자가 우글거렸다. 묻힌 뒤에는 꽃을 들고 찾아오는 남자가 한명도 없었다. 뒤마의 프랑스판 공수래공수거 소설이다.
“센 강도 식후경이다.”
블랙맘바는 벌집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숨겨진 이야기는 늘 골치 아프다. 자신의 인생만도 충분히 골치 아프다. 또 다른 부하를 걸고 싶지 않았다. 에델의 시선이 돌아나가는 넓은 뒷등에 머물렀다. 연푸른 눈에 서운한 감정이 담겼다.
“와킬, 설거지도 끝나고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도 사헬에 내다버렸습니다. 좀 쉬시지요.”
식사가 끝나자 옴부티가 은근히 휴식을 권했다. 옴부티는 주인과 에델을 짝지어서 둘만의 공간으로 후딱 보내고 싶어 몸이 달았다. 피 끓는 청춘이 붙어있으면 사고는 당연히 치게 되어있다.
“지금 쉬고 있다.”
무발효 바게뜨같은 응답이 돌아왔다.
“점과 점을 잇는 시간을 휴식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선과 면을 찾아보시지요.”
“선과 면이라!”
블랙맘바는 말의 행간을 충분히 알아들었다. 마음의 짐과 어깨에 쌓인 짐을 모두 내려놓으라는 충고다.
“좋은 이야기다. 부상도 다 털어냈으니 필립이나 만나러 가 볼까. 계급장도 받아야하고 말이다.”
‘이런 멍청이 와킬, 그게 아니라고!’
옴부티가 가슴으로 절규했다. 잘 돌아가는 잔머리가 에델과 연관되면 매번 신통치 못했다. 아니 와킬이 너무 둔탱이다.
파란트로푸스의 회복력은 역시 대단했다. 블랙맘바는 보름 만에 부상을 깨끗이 털어냈다. 그는 팬티만 입고 전신경 앞에 섰다. 전면의 상처를 확인하고, 배면의 상처를 확인했다.
흡사 문어인 듯 고개가 270도로 돌아가서 얼굴이 등에 붙었다. 유연한 관절과 질기고 탄력 있는 근육이 마술을 가능하게 했다.
어깨의 관통총창 출입공은 나팔꽃 모양의 거친 흉터만 남았다. 완치 상태다. 파편상을 입은 등의 자잘한 상처는 흉터조차 흐릿해졌다. 가장 큰 상처는 포탄 파편이 가로로 박혔던 옆구리다. 옆구리에서 등 쪽으로 150mm가 뒤집어졌다. 순진이가 보면 울고불고 난리날 흉터다.
사헬에서 새로 얻은 흉터는 모두 107개다. 아니 왼쪽 얼굴을 가로지른 흉터까지 108개다.
“108번뇌를 몸에 새긴 건가!”
중얼거리며 다시 한 번 흉터를 세었다. 108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지만 기분이 묘했다.
블랙맘바의 나신을 시선 세 쌍이 훔쳐보았다. 선우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옴부티는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에델은 놀라움보다는 안타까운 표정이다. 커다란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굴러 떨어질 것 같았다.
“블랙, 통증은 없나요?”
“없다.”
에델이 손가락으로 관통총창 흉터를 지그시 눌렀다.
“어때요?”
“문제없다.”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하세요.”
“내가 알아서 한다.”
흠칫한 블랙맘바가 반걸음 뒤로 물러났다. 턱밑에서 에델이 말끄러미 올려보고 있다. 아네씨 호수처럼 크고 맑은 연푸른 눈에 눈물이 그렁거렸다.
“아 알았다.”
“다른 분들은 진급했는데 블랙은 진급하지 않나요?”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에델이 말꼬리를 돌렸다.
“진급은 별 의미가 없다. 쫄따구, 몸은 좀 만들었나?”
싱그러운 처녀의 체향과 눈빛 공격을 감당하지 못한 블랙맘바가 선우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래 일주일간 죽도록 뛰었슴메.”
“오늘부터 시작이지. 일주일간 최대한 베이스를 만든다.”
“제대로 굴려야합니다. 와킬의 호위가 저렇게 비리비리해서야 안심이 안 됩니다.”
옴부티가 시누이처럼 거들었다.
‘에구, 저 아가리질 보기요.’
선우현이 옴부티를 흘겨보았다.
“흠, 용병의 자산은 몸뚱이다. 언제든지 풀로 가동할 수 있는 컨디션을 유지해야 만수무강에 도움이 된다. 쫄따구, 인간의 신체 한계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나?”
“주먹이 바위보다 단단할 수는 없지비.”
“틀렸다. 주먹이 바위보다 단단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의지, 정신력은 바위보다 단단해 질 수 있다.”
“그거이 다들 하는 말 아임메?”
“그렇지 않다. 흔히 말하는 육체의 한계는 한계가 아니다. 육체는 정신의 통제를 받는다. 강력한 암시에 걸리면 하릴없이 화상을 입거나 상처를 입기도 한다. 플라시보 효과나 노시보 효과를 보면 육체는 정신에 종속되어있다.”
“그 말은 죽도록 굴리겠다는 말이지비?”
“빙고, 지하 체력단련 장에서 35년간 쌓인 노폐물을 뽑아내고 무뎌진 전투 감각을 끌어올린다.”
선우현의 얼굴이 꺼멓게 죽었다. 노폐물을 뽑아낸다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다.
2,000㎡에 이르는 체력단련장이 텅 비었다. 블랙맘바의 요청에 의해 당국이 새벽 두 시간과 저녁 한 시간 동안 철저히 출입을 통제했다.
흡흡흡- 호- 흡흡흡- 호- 급박한 들숨, 느릿한 날숨 속에 손발이 무서운 속도로 허공을 갈랐다. 파파파팡- 손과 발을 뻗을 때마다 파공성이 헬스장을 흔들었다.
오금공과 호흡법은 파란트로푸스의 힘을 효율적으로 뽑아내는 수단이다. 세포가 포도당과 유기물질을 이용해서 ATP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하다. ATP를 대량으로 생성하는 만큼 대량의 산소가 필요하다.
ATP가 무지막지하게 소모되는 만큼 흡단호장 호흡법이 산소 효율을 극도로 높여 세포에 공급했다.
‘흘러가는 물은 썩지 않고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오금공은 무협소설처럼 내공을 기르는 무예가 아니다. 신체를 극한으로 몰아붙여 조금씩 한계를 돌파하는 외공이다. 물론 현실 속에 내가 무예가 존재하지 않으니 외공이란 표현도 사실 맞지 않다.
블랙맘바의 몸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현란하게 운신법을 펼쳤다. 파악- 파악- 공기가 찢어지는 파공성이 연신 울렸다. 운동장처럼 넓은 체력단련장이 오히려 비좁았다.
청파보의 용등호약, 궁신탄영은 15미터를 순간 이동한다. 세 사람의 눈에는 그림자가 고무줄처럼 쭉쭉 늘어지는 모습으로 보였다. 동체시력이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이다.
치고 때리고 꺾고 휘돌고, 한 번 도약에 수십 번의 발길질이 터지는 원앙각, 섬전같이 터지는 십륜연환격, 풍차돌 듯 휘몰아치는 전륜십팔박, 선우현의 입이 딱 벌어졌다. 입 꼬리로 주르르 침이 흐르는 것도 몰랐다.
“흐으, 저거이 진짜임둥. 내래 흉내라도 내고 말가써.”
선우현은 한 자락이라도 전수받고 싶어 몸이 달았다. 블랙맘바에게 맞아죽는 한이 있더라도 배우고 싶었다.
위이잉- 몸서리치던 주변 대기가 가라앉았다. 호박섬전타를 마지막으로 오금36식 216로세가 25분 만에 끝났다. 일 년 전에는 세 시간이 걸렸던 수련이다.
에델이 타월을 들고 다가서자 블랙맘바가 손을 뻗었다. 타월을 건네는 에델의 눈에 서운함이 감돌았다.
‘괜히 말했어.’
에델은 섣불리 고백한 자신의 입을 저주했다.
“쫄따구, 시작해 보자구.”
떵- 50kg바벨이 선우현의 발 앞에 떨어졌다.
“이거이 너무 가볍지 않슴메.”
선우현이 한 손으로 바벨을 들어올렸다. 왜소한 체격에 불구하고 대단한 완력이다.
선우현의 건방은 곧 비명으로 변했다. 옴부티가 헬스장 한켠에 놓인 스미스머신에 선우현을 거꾸로 달아맸다.
“자 시작해.”
“으윽, 이거이 머임둥.”
“모든 무예는 상허하중에서 시작된다. 하체를 튼튼히 단련하려면 처진 장기를 올려붙이고, 혈류 속도를 높여야 한다. 시작해.”
선우현은 스미스머신에 거꾸로 매달린 채 50kg바벨로 숄더 프레스를 해야 했다. 대우스님은 무쌍을 절벽에 3박4일 매달았다. 양팔에 100kg 돌망태 2개까지 매달았다.
선우현은 프레스 횟수가 대여섯 번도 지나기 전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머리로 몰린 혈류가 뇌를 압박했다. 눈앞이 벌겋게 변했다.
“아악 아악”
악과 깡으로 뭉친 선우현이다. 설마 죽기야 하랴는 각오로 기상천외한 숄더 프레스를 계속했다.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육수가 비처럼 쏟아졌다. 머리 아래쪽에 땀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내래 뱃대지에 기름기가 끼었어.’
자책감이 든 선우현은 이빨이 부러져라 악물었다. 공화국의 훈련은 훨씬 비인간적이고 혹독하다.
‘내래 죽더라도 놓치지 않겠슴메.’
혼미해지는 정신을 필사적으로 다잡았다. 7분이 지났다. 더 이상 근육이 수축되지 않았다.
“으으얍!”
기합도 들어가지 않았다. 깡이 통하지 않았다.
쿵- 주춤 들리던 바벨이 바닥에 떨어졌다. 벌겋던 눈앞이 암흑으로 변했다. 악을 쓰던 인간이 조용해졌다. 도롱이 벌레처럼 힘없이 흔들거리는 시체 비슷한 물체만 남았다.
“어머, 저를 어째”
대기하고 있던 에델이 벌떡 일어났다.
“그냥 둬. 옴부티, 그 인간 내려서 냉수 한 바가지 부어.”
푸악- 옴부티가 얼음이 들어간 냉수를 사정없이 끼얹었다.
깨어난 선우현은 눈을 반개하고 숫자를 열부터 거꾸로 세기 시작했다. 오버 히팅 상태에서 정신을 빠르게 되찾는 스킬이다.
선우현은 십단위 숫자 두 차례를 세고 벌떡 일어났다. 몇 차례 비틀거리던 그가 끝내 중심을 잡고 섰다.
“호오, 정신력이 제법이다.”
블랙맘바도 감탄했다. 뇌가 혈류 압박을 받아 기절한 인간이 수십 초 만에 기립해서 신체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다. 가르칠 맛이 났다. 물론 선우현 입장에선 쓰디 쓴 맛이다.
“내래 준비됐시오.”
“옴부티!”
옴부티가 길이 1.5m짜리 몽둥이를 들고 왔다. 지름 30mm FRP파이프에 생고무 끈을 촘촘히 감은 교구재다. 블랙맘바가 검은 몽둥이를 들고 우뚝 섰다.
‘으, 칸마!’
선우현의 눈에 공포가 스쳐갔다. 블랙맘바에게 엉기려다 치가 떨리도록 맞고 피똥을 싼 기억이 생생했다. 오금이 저리고 방광이 짜릿해졌다.
‘환혼구타술!’
떠난 혼이 놀라서 돌아온다는 극악한 매질, 벨맨이 생존 불가 판정을 내린 에밀의 혼을 저승에서 끌고 나온 구타술이다. 기절도 못한다는 타격, 살을 뜯어내고 내장을 휘젓는다는 몽둥이질이다. 선우현은 바짝 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