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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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필립 소장 블랙맘바를 감동시키다2
쩍-하는 소리가 울렸다. 퍽이 아니라 쩍이다. 생고무를 감은 몽둥이가 피부에 착 달라붙었다. 생고무는 물볼기 효과를 충분히 재현했다.
“큭!”
선우현의 입이 딱 벌어졌다. 생살이 한 움큼 뜯겨나가는 극악한 통증이 치달렸다. 북한 특수군의 극기 훈련은 상상할 초월할 정도로 가혹하다. 정찰여단 소좌가 몽둥이질 한 번에 비명을 질렀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환혼구타술은 단순한 매질이 아니다. 기혈이 머무는 부분, 교차하는 부분을 정확히 가려서 때려야 한다. 타격 부위는 인간의 통각점이 집중된 부분이자 신경 다발이 모인 부위다. 천안통을 얻은 대우 선사나 공간지각술을 얻은 블랙맘바만이 가능한 수법이다.
쩍- 쩍- 선우현은 타격이 가해질 때 마다 소금뿌린 지렁이처럼 몸을 비비꼬았다. 화들짝 놀란 신경이 아우성을 쳤다. 형언 못할 통증이 발끝에서 정수리까지 내달렸다.
쩍- 쩍- 쩌적- 쩌저적- 타격 속도가 빨라졌다. 중모리, 중중모리, 휘모리로 박자를 맞추는 환혼구타술, 선우현은 자신의 몸이 갈가리 찢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능력 있는 인간을 만나 잘 살아보려 했지만 결국 말복 맞은 개처럼 비참하게 맞아죽는다. 자상한 오마니와 엄격한 아바이의 얼굴이 스쳐갔다.
“쿠아악!” “끄으악!”
처절한 비명소리가 지하 체력단련장을 울렸다. 비명이 울릴 때마다 에델의 몸이 움찔거렸다. 매질 횟수가 늘어나자 선우현의 몸에서 열기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3분이 채 지나지 않아 악을 쓰며 뒹굴던 선우현의 사지가 축 퍼졌다. 더 이상 회피 행동도 못하고 악다구니도 멈추었다. 쩍 소리가 날 때마다 부르르 떨기만 했다.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맞았다.
에델은 주먹을 움켜쥐고 덜덜 떨었다. 미리 이야기는 들었지만 듣는 것과 보는 것은 너무 달랐다. 세상에 인간이 인간을 이처럼 참혹하게 때릴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수련이라지만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그녀는 자리를 피하고 싶었지만 행여 불행한 일이 벌어질세라 꼼짝을 하지 못했다.
선우현의 몸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한발 떨어진 옴부티가 열기를 느낄 정도로 체온이 상승했다. 강도와 밀도, 시간을 맞추어 때리는 블랙맘바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아차 잘못 때리면 선우현은 요단강을 건너간다. 바늘끝처럼 신경이 곤두섰다. 대량의 정보를 연산해야 하는 뇌가 에너지를 사정없이 소비했다. 블랙맘바의 턱 끝에서 땀이 줄줄 흘러 내렸다. 쓸 만한 쫄따구 한 놈 건지기가 만만치 않았다.
10분이 지났다. 구린 냄새가 확 번졌다. 인세에 존재하지 않을 악취가 확 퍼졌다. 기습을 받은 에델과 옴부티가 코를 싸쥐고 뒤로 물러났다.
블랙맘바가 손가락으로 변을 찍어 눈앞에 가져갔다. 피거품이 섞인 검은색 변이다. 묵은 숙변과 노폐물, 괴사된 세포 찌꺼기다.
“화따 시원하겠구먼. 좀 더 시원하게 해 주지.”
블랙맘바가 축 늘어진 선우현을 번쩍 들어서 얼음이 채워진 욕조에 집어던졌다.
“끄아악!”
정신을 놓았던 선우현이 펄쩍 튀어나왔다. 체온을 한계까지 높여놓은 신체다. 0℃물속에 들어가면 본인이 느끼기엔 냉기가 아니라 열기다. 암모니아 냉매 가스에 접촉된 피부가 화상을 입는 현상과 유사하다.
“이 시끼는 엉아가 잘 해 준다는데 반항하고 지랄이야.”
블랙맘바가 튀어나오는 선우현의 가슴을 후려치고, 정수리를 손바닥으로 눌러서 물속에 처박았다.
“아아악, 살려줘!”
선우현이 몸부림을 쳤다. 턱도 없다. 곰의 앞발에 짓눌린 개구리 꼴이다. 사피엔스의 힘은 파란트로푸스에 비해 너무나 미약했다.
얼음 녹은 물에 거무죽죽한 핏물이 잉크 풀리듯 배어나왔다. 에델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무지막지한 매질에 이어 이 무슨 끔찍한 장면이란 말인가. 생존 본능으로 퍼덕이는 인간과 그 인간을 짓누르는 인간, 땀구멍에서 새 나오는 핏물, 지옥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다.
에델은 블랙을 말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수련도 좋지만 사람이 죽을 판이다. 에델의 의학 지식으로는 혈압을 잔뜩 높였다가 급속 냉각을 시키면 백프로 쇼크사가 발생한다.
“블랙! 이건~”
“에델양, 와킬을 믿으십시오. 그냥 믿으면 됩니다.”
옴부티가 에델을 제지했다.
“옴부티 끌어내.”
10분이 지났을 무렵 블랙맘바가 손을 뗐다. 의외로 선우현의 얼굴은 평온했다. 결론적으로 선우현은 죽지 않았다.
“에델, 에피네프린 투약, 포도당 정맥주사. 주입 속도는 일반인의 5배속.”
에델은 더 이상 의문을 표하지 않고 움직였다. 상식 밖의 인간을 상식적인 인간이 재단해봐야 답이 없다. 옴부티가 바쁘게 움직였다. 오물을 치우고, 환풍기를 풀가동시켜서 악취를 빼 냈다.
선우현은 두 시간 후 의식을 회복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선우현의 의식은 짙은 안개 속을 둥둥 떠다녔다.
“으이그 쫄따구 녀석 많이도 싸질렀네!”
옴부티가 투덜거렸다.
‘쫄따구, 많이 듣던 소리다. 무서운 놈, 무서운 놈인데.’
“쫄따구!”
블랙맘바가 공진을 실어 불렀다. 강력한 저주파 음이 고막을 강타했다. 부유하던 의식이 철커덕 현실에 접속되었다.
“헉, 괴물!”
선우현이 불빛에 놀란 바퀴벌레처럼 발발 기어서 구석으로 피신했다. 그의 의식엔 공포만이 접속되었다.
“뛰어!”
선우현이 벌떡 일어섰다. 뇌가 판단할 겨를도 없이 신체가 절로 반응했다. 비틀거리며 몇 발자국 걸음을 떼었다.
“멈춰!”
선우현이 꼭두각시처럼 딱 멈추었다.
“5분간 신체를 푼다. 실시”
선우현은 꼭두각시처럼 움직였다. 사지를 풀고, 허리를 풀고, 목을 풀었다.
“제자리서 호흡 없이 풀 스피드로 뛴다. 무릎이 가슴에 닿아야 한다. 뛰어!”
블랙맘바가 열을 센 다음 소리쳤다.
“호흡, 세 번 들이쉬고 열 번 내 쉰다.”
선우현이 파래진 얼굴로 헐떡였다.
“뛰는 동안 호흡을 멈추고 멈춰라고 하면 호흡을 한다. 좌라고 하면 좌측으로 뛴다. 우 라고 하면 우측으로 90도 꺾어서 뛴다. 알았나?”
“넵!”
“좌!” 제자리 뛰기를 하던 선우현이 좌로 꺾어 달렸다.
“숨 쉬지 말란 말이다.”
악마가 으르렁거렸다.
“풀 스피로 뛰어. 우!”
“멈춰. 좌!”
“다리를 가슴까지 들어 올리란 말이다.”
몽둥이를 든 악마가 쉴 새 없이 명령을 내렸다. 무산소 인터벌 갤럽 훈련이다. 무산소 운동은 근육이 빨리 지쳐버리기 때문에 3분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
무산소 운동의 숨겨진 효과는 뼈대 강화다. 무산소 운동으로 한계까지 신체를 몰아붙이면 뼈가 알아서 칼슘 밀도를 높인다. 아울러 환혼구타술로 기맥이 통한 신체를 유지 정돈시키는 효과가 있다.
블랙맘바가 악마같이 선우현을 몰아쳤다.
풀썩- 30분을 버틴 선우현이 빈 부대자루처럼 털썩 쓰러졌다. 텅 비어진 위장에서 역류한 위액이 시큼한 냄새를 풍겼다.
블랙맘바가 쓰러진 선우현을 질질 끌어다 욕조 옆에 팽개쳤다.
다시 한 번 환혼구타술이 시전 되었다. 쩍- 몽둥이가 떨어지자 기절했던 선우현이 번쩍 눈을 떴다.
‘오마니, 불효자는 괴물에게 맞아 죽습니다.’
선우현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비명을 지를 힘도 남아 있지 않다. 피하고 싶지만 손가락 발가락도 움직이지 않았다.
올올이 풀어헤쳐진 근육은 움직일 줄을 몰랐다. 그럼에도 신경은 날이 바짝 섰다. 맞을 때마다 놀란 신경이 아우성을 쳤다.
선우현의 코와 입에서 검은 피가 주르륵 흘러 나왔다. 항문으로도 피가 줄줄 새 나왔다. 처참한 모습에 에델은 덜덜 떨었다.
블랙맘바는 냉정했다.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번쩍 들어서 얼음 욕조에 처박았다. 선우현은 더 이상 인간의 몰골이 아니었다. 숨만 붙은 좀비 꼴이 되었다.
“옴부티, 업어라.”
병실로 옮겨진 선우현은 기절한 채로 포도당 주사를 맞았다.
“아이구, 인간 만들기 힘들 구마.”
블랙맘바가 투덜거리며 추궁과혈을 시전 했다. 예전에 스승이 자신에게 베풀어주었던 방법 그대로다. 엉키고 막힌 기혈을 뚫어주어야 혈류가 빨라지고 근육이 질겨진다.
오금연노법은 쇠를 담금질하듯 인간의 육신을 담금질하는 극악한 수법이다. 선우현은 악랄한 임상 실험물 신세가 되었다. 본래의 오금연노법은 현대 인간의 신체로 견디지 못한다. 블랙맘바가 행한 방법은 그나마 약식 오금연노법이다.
다음날도 동일한 수련이 이어졌다. 그 다음날도 선우현은 곤죽이 되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러갔다. 선우현이 일주일간 겪은 고난은 필설로 헤아리기 힘들었다. 의지가 견고하지 못한 인간이었으면 진작 요단강을 건넜을 것이다.
선우현이 새롭게 태어나는 이곳, 프랑스 파리의 발데그라스 군사 병원 지하실이다.
발데그라스 병원 입원 22일째,
선우현 구타 개조 7일차가 지났다. 공짜로 잘 먹고 잘 지낸 병원을 떠날 때가 되었다.
블랙맘바가 옴부티를 대동해서 시내 외출에 나섰다. 그는 청소며 세탁물이며 고생한 메이드들에게 간단한 선물을 하자는 옴부티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와킬, 지옥에서 살아나온 기념으로 형제들과 공유할 기념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좋은 생각이다. 무엇이 좋을까?”
“변하지 않는 귀금속류가 좋겠지요. 파리에는 품질 좋고, 가격도 착한 보석상이 많습니다.”
블랙맘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서 깊은 보석상들은 방돔 광장 주변에 많이 포진해 있습니다. 쎙 오노헤가를 따라가면 소위 명품 숍이 줄지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난 지리를 모른다.”
“병원에서 채 10km도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지난번 늙은이들이 소란을 피운 콩코르드 광장에서 동쪽으로 한 블록만 건너면 방돔 광장입니다.”
“가깝구먼. 가보지.”
블랙맘바의 허락이 떨어지자 옴부티의 입이 슬며시 찢어졌다. 옴부티가 택시를 불러 탔다. 택시가 쎙 오노헤가에서 이름 높은 모브상앞에 멈추었다.
“착하기는 개뿔이”
전혀 착하지 않은 가격에 놀란 블랙맘바가 투덜거리며 가게를 나섰다. 허접해 보이는 백금큐브 반지가 일만 프랑이라니 기가 질렸다. 모브상의 하이 쥬얼리 고객은 왕실 인물이나 부호들이다. 촌놈 무쌍은 악독한 가격에 악 소리가 나왔다.
결국 고야드(Goyard)라는 가죽제품 전문 가게에서 지갑 8개를 구입했다. 에델 몫을 옴부티가 슬쩍 끼워 넣었다.
“아주머니들 선물은 뭘로 하지?”
“과자나 한 상자씩 돌리면 됩니다. 소인이 적당히 준비하겠습니다.”
옴부티는 고개를 숙이고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의도가 살짝 빗나가긴 했지만 목적을 달성했다. 근무원 선물은 핑계일 뿐이다. 주인을 속인 셈이지만 둔탱이 주인은 백날가야 여자를 얻기 틀렸다.
‘내가 아니면 누가 지옥을 가랴!’
옴부티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쎙 오노헤가를 빠져 나오던 블랙맘바가 발길을 멈추었다. 마카롱(아몬드가루, 밀가루, 달걀흰자, 설탕으로 만드는 지름 5㎝ 정도의 프랑스 고급 과자) 매장 앞이다. 알록달록한 수십 가지 파스텔 톤 색상을 뽐내는 마카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카롱은 머랭(거품) 과자의 일종으로 속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하다. 바삭한 겉과 달달한 속이 어울려서 독특한 식감과 단맛으로 유명하다.
‘어머니!’
유난히 단 것을 좋아하던 어머니, 아버지는 읍내 시장에 나가면 늘 팥빵을 사왔다. 아들이 부탁한 만화책은 잊어도 엄마가 부탁하지도 않은 팥빵은 잊지 않고 사왔다.
엄마와 댓돌에 나란히 앉아 팥빵을 나누어 먹었다. 엄마는 아들에게 반을 뚝 떼어주고 남은 반을 조금씩 조금씩 아껴서 먹었다.
반 조각을 꿀떡 삼키고 엄마가 먹는 빵을 노려보았다.
‘맛있제?’
엄마가 미소를 지으며 먹던 빵을 내밀었다. 철없이 엄마가 아껴먹던 팥빵을 홀딱 받아먹었다.
‘맛있제?’ ‘맛있제……’ 환한 미소와 맛있제? 라는 따듯한 말이 환청처럼 귀를 계속 울렸다.
‘어머니! 하늘은 같은 하늘인데 어느 하늘아래를 헤매고 계십니까.’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며 코허리가 시큰해졌다.
블랙맘바는 홀린 듯이 가게로 들어갔다. 귀여운 캐릭터로 장식된 빨간색 마카롱을 한 상자 샀다. 영문을 모르는 옴부티는 고개를 외로 꼬았다.
그날 저녁, 정찬을 마치고 에델이 준비한 커피와 아이스크림으로 간단히 디저트를 대신했다.
옴부티가 쎙 오노헤가에서 쇼핑한 지갑을 꺼냈다.
“와킬이 준비한 선물이다. 와킬이 직접 주시죠.”
옴부티는 지옥에서 살아온 기념 선물이라는 말을 쏙 뺐다.
“고생이 많았다.”
블랙맘바가 선우현에게 검은색 장지갑을, 에델에게 붉은색 반지갑을 주었다.
‘아이구 돌머리, 반지를 샀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고가품 가게에 들어갔어.’
옴부티가 자신만이 아는 이유로 속을 썩였다.
“오우, 카프스킨 누박! 고야드 명품이네요.”
에델의 표정이 구름 걷힌 햇살처럼 밝아졌다. 옴부티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감돌고 블랙맘바의 가슴이 툭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