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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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필립 소장 블랙맘바를 감동시키다5
1969년 CIA가 실시한 피닉스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피닉스 프로그램의 목적은 남베트남에 스며든 공산주의 정치세력과 말단 세포 말살이다. 당시 베트남 CIA지부장인 윌리엄 콜비가 총괄한 이 작전은 상당히 과격하게 진행되었다.
CIA요원의 지휘를 받는 미 육전단, 네이비 씰, 베트남 군부와 경찰이 대대적으로 동원되었다. 암살, 고문, 테러가 자행되고, 모내기 중인 농부들을 집단 사살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당시 DGSE의 전신인 SDECE는 상당수 현지 정보원들을 베트남에서 운용했다. 피닉스 프로그램으로 인해 이들이 사살 및 구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SDECE 차이나 지부장이 CIA측에 작전 매뉴얼 변경을 요구했다. CIA 지부장은 이를 활동 간섭으로 받아들였다. 자존심 싸움이 상호간 요원 암살 사태로 번졌다. 두 달간 양측의 현장 요원 20명이 사망하고 SDECE 프로젝트 팀장이 암살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태는 외부에 알려진바 없다. [오인 사격으로 인해 베트남 출신 프랑스인이 다수 사망했다.]는 짤막한 프랑스 외교부 발표가 전부였다. 프랑스 정보부는 베일에 싸여있다. DGSE는 물론 내무부 산하의 대내정보총국(DRSI), 국방부 산하 DRM과 DPSD, 세관의 DNRED등은 절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한국의 국정원처럼 정보부 수장이 내부 문건을 공개하고, 언론에 출연하는 사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이후 상대방이 진행 중인 공작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생겼다.
“데이비스를 구명해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보를 흘린 놈은 데이비스의 상급자다. 누명을 쓴 데이비스가 증거 자료를 가지고 있다.”
“흠, 정보기관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상급자라는 놈이 증거 제출 통로를 틀어막았겠구먼. CIA는 정규직 종사자만 30,000명이다. 공룡 같은 덩치에 그런 쓰레기가 없으면 이상하겠지.”
‘네놈들은 더한 쓰레기야. 망할 새퀴!’
블랙맘바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더러운 짓거리는 DGSE도 만만치 않다. 작전 중인 자국 군인을 암살하려한 주제에 남 말은 잘도 한다. 그야말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탓하는 격이다.
“그렇다. 통로만 열어주면 데이비스가 해결 할 수 있다.”
찌푸려졌던 아리바의 인상이 펴졌다.
“간섭은 곤란하지만 그 정도라면 도와 줄 수 있다.”
아리바가 수화기를 들고 어딘가로 통화했다. 암호통신이라 알아듣기 힘들었다. 통화를 끝낸 아리바의 얼굴에 설핏 웃음이 떠올랐다.
“보니파스 부장님이 직접 CIA 집행부장과 상의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요구 사항은 없나? 무리한 요구가 아니면 우선 처리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왔다.”
“없다. 내일 은자메나로 떠난다. 저지 섬의 조프레에게 블랙맘바가 안부를 전하더라고 알려줘.”
“안부?”
아리바가 흠칫했다. 칸마의 안부라니, 목을 씻고 기다리라는 소리다. 그렇지 않아도 조프레는 공포에 질려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아리바는 블랙맘바의 집요함이야말로 공포를 유발하는 실체임을 깨달았다. 알프스 산중에 숨은 미구엘 과장을 소사시키고, 공정여단 본부에 잠입해서 땅쉬 대령을 끔찍하게 살해했다.
블랙맘바에게 찍히면 끝장이라는 소문이 작전부에 퍼져있다. 이놈의 말을 들어보면 DGSE와 조프레의 연계를 알고 있는 듯 하지 않는가. 등이 서늘했다.
“알았다. 꼭 전해 주겠다.”
‘조프레 미안하다. 작전부는 더 이상 너를 지켜줄 수 없게 되었다.’
아리바는 미안함을 느꼈다. 그는 미구엘과 달리 전통적인 휴민트 공작을 선호한다. 휴민트 공작의 기본은 상호 신뢰다. 정보 조직이 실드를 쳐 준다는 믿음이 공작원의 동요를 막는다.
조프레는 DGSE에 협력했을 뿐이다. 에땅을 포섭해서 연막을 쳤지만 필립 대령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바람에 일이 꼬여 버렸다.
조프레는 이미 블랙맘바의 사정권에 들어가 있었다. 조력자를 끝까지 보호해야 하지만 그 상대가 블랙맘바라면 포기다. 섣불리 나섰다간 작전부에 재앙이 덮친다.
“청소 팀의 추적을 받고 있다면 섣불리 CIA와 연락할 수 없겠지. 데이비스라는 놈에게 일주일후 이 번호로 접선하라고 전해라.”
아리바가 메모지에 전화번호를 써서 넘겼다.
“보니파스 부장에게 고맙다고 전해라. 이 시간부로 유감을 깨끗이 잊겠다.”
“고맙다. 부장님의 변비와 두통이 한꺼번에 해결되겠군.” 아리바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DGSE상층부는 블랙맘바로 인해 전전긍긍, 한시도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손댈 수 없는 맹수, 상층부의 공통된 인식이다. 국보급 가치를 지닌 블랙맘바가 DGSE를 적대시하면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쌓인 유감을 털어냈을 뿐이다. 다음에는 예고 없이 목을 잘라버린다.”
“섬뜩하구먼. 보답으로 은자메나행 허큘리스를 준비하겠다.”
“저런, 전세기까지!”
블랙맘바는 진짜로 놀랐다. 전세기까지 내 줄줄은 몰랐다.
“이건 보니파스 부장님과 내 성의다.”
아리바가 두툼한 봉투를 내 밀었다. 봉투를 받아든 블랙맘바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두 분은 사람 사귈 줄 아는 구먼.”
“부장님이 말하길 금화소리 딸랑이면 다툼이 사라진다고 했다.”
아리바가 쓴 웃음을 지었다. 줄때는 홀딱 벗고 주라는 부장의 당부가 생각났다. 워낙 사나운 맹수다. 먹을 걸 잔뜩 줘야 조용해진다.
“비바 프랑스!”
블랙맘바가 갑자기 큰 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아프리카행 항로는 늘 고민이다. 직항로도 없고, 비행 편성도 헐렁하다. 알아서 전세기에 여비까지 준비해주는 착한 녀석들이 고맙지 않을 리 없다. 프랑스는 고마운 나라다.
아리바는 갑작스런 구호에 어리둥절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간들은 대체로 싸이코 기질이 있다더니 역시나 종잡기 어려운 인간이다.
“비바 프랑스!”
아리바가 곤혹스런 표정으로 구호를 외쳤다.
“에델, 얼마나 들었는지 확인해 봐.”
블랙맘바가 에델에게 봉투를 넘겼다. 내용물을 확인한 에델의 눈이 잔뜩 커졌다.
“세상에, 30만 프랑! 블랙이 여자를 끼고 일 년 동안 세계 일주를 해도 남겠네요.”
“생각 있으면 에델이 크루즈 여행을 해도 좋아.”
“흥, 같이 갈 것도 아니잖아요. 혼자서 무슨 재미로 여행을 해요.”
“멋있는 신사를 만나면 되잖아.”
“쳇쳇, 그까짓 허풍선이들!”
에델이 같잖다는 듯이 연신 콧방귀를 뀌었다. 블랙맘바와 비교하면 세상의 남자는 모두 하수아비다.
“각자 여비로 10만 프랑씩 나눠 쓰면 딱 맞네.”
세 사람의 입이 딱 벌어졌다. 이건 통이 크도 너무 크다. 선우현의 입이 찢어졌다. 휴가비로 10만 프랑을 주는 주인이라니, 역시 떡이 크면 떨어지는 떡고물도 많다.
“와킬, 너무 큰돈입니다.”
“큰돈이란 없어. 큰 일이 있을 뿐이다. 옴부티가 알아서 해. 투자금으로 쓰든지 세 사람이 죽도록 술을 마시든지 맘대로 해.”
“와킬께서 고향 가는 여비로 쓰시지요.”
“크크, 차비 줄 놈은 많아. 필립이 거마비를 얼마나 내 놓는지 볼까. 크크크!”
블랙맘바가 삥을 뜯는 양아치처럼 낄낄거렸다.
“쫄따구는 따로 할 일이 있다.”
“와킬, 말씀만 하시라요. 대통령 목이라도 따 오겠슴메.”
선우현의 충성심과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쓸데없는 소리, 가만히 있는 대통령 목은 왜 따나. 내일 이곳을 정리하고 은자메나로 떠난다. 나는 필립 소장에게 신고를 하고 한국으로 떠난다.”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잔머리를 잘 굴리는 놈이 의외로 단순무식할 때가 많았다.
“와킬, 석 달이나 떨어져 있어야 합니까?”
옴부티가 질겁했다. 논산훈련소 입영심사대로 남친을 들여보내는 애인 얼굴이 따로 없다.
“할일이 많다. 쫄따구는 쿠에라 지사 놈부터 조사해라. 썩은 냄새가 난다. 사마리아 농장 사건을 철저히 파헤쳐서 보고해라.”
“알겠슴메다.”
“닉이란 놈은 죽이면 안 된다.”
“죽이진 않겠슴메.”
“털끝도 건드리지 마. 놈이 콜튼경 교사범이라면 내가 직접 십자가에 매달겠다. 패륜자는 알라의 심판으로 처리한다.”
블랙맘바의 눈동자에 연분홍 혈광이 잠시 어렸다. 동생의 한 줌 농토를 강탈하려고 온갖 협잡을 부리던 백부, 조카를 똥구덩이에 밀어 넣은 백모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흐흐, 잘들 계시려나. 암 잘 계셔야 할 거야.’
블랙맘바가 으스스하게 웃었다.
이튿날 아침, 발데그라스 군사병원 직원들이 만세를 불렀다. 드디어 7층 VVIP손님이 퇴원했다. 신분을 모르는 손님 때문에 그동안 온갖 불편을 겪었다.
세탁물 한 가지를 받아낼 때도 네 번의 검열을 거쳤다. 7층 B지구 통로가 막히는 바람에 C, D지구를 갈 때면 다리품을 팔아야 했다. 지하 체력단련장 사용도 제한을 받았다. 무엇보다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시커먼 복장 인간들이 목에 가시였다.
VVIP는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반인에게 폐를 끼치게 마련이다. 더욱 조심스런 처신과 높은 도덕률이 요구되는 이유다. 물론 현실은 시궁창이다.
키이잉- 허큘리스가 거대한 동체를 내렸다. 단, 4인을 태우고 10,000킬로 이상을 날아온 지극히 비효율적인 비행이다.
비행장에 대기 중이던 가젤 3대가 각각의 목적지로 비행했다. 블랙맘바는 샤리 강변의 기지로, 선우현은 오리앙탈주 도바로, 옴부티와 에델은 보조 연료통까지 단 가젤을 타고 떠났다.
차드 작전을 끝으로 블랙맘바라는 콜네임은 깊숙이 잠수했다. 평범한 용병 이등병 팍만 남았다. 블랙맘바의 부대 복귀는 비밀리에 이루어졌다.
생환한 라텔팀원중 연대 복귀자는 블랙맘바가 유일했다. 모두 휴가를 떠났다. 휴가가 끝나도 복귀자가 없다. 폴 대위는 지부티로, 에밀은 오바뉴 본부로 발령 받는다. 벨맨과 장쒼은 전역 한다.
“오우, 팍!”
본부 중대 앞에서 코망당(Commandant, 소령)계급장을 단 삐에프가 팔을 활짝 벌렸다. 소령 계급장이 블랙맘바의 눈길을 끌었다. 그의 눈썹이 곤두섰다.
뻑- “크악!”
팍은 뻑으로 돌아왔다. 철판 같은 손바닥에 턱을 얻어맞은 삐에프가 가랑잎처럼 날아가 뒹굴었다.
삐에프가 맞을 이유는 충분했다. 소수 스나이퍼팀 파견 제안자가 삐에프다. 팀원 선발자도 삐에프다. 구조대랍시고 개념 없이 기어 들어와서 탈출에 큰 짐이 된 인간도 삐에프다.
삐에프로서는 억울했다. 블랙맘바가 나타나면 자진 납세하라는 폴의 충고를 받았다. 품안에 넣어둔 봉투를 꺼내기도 전에 턱이 박살나버렸다.
가차 없는 손속에 놀란 용병들이 멍하니 블랙맘바를 바라보았다.
“삐에프, 직속 중대장이라 머리를 박살내지 않았다. 이걸로 쌓인 유감은 풀겠다.”
듣지도 못하는 삐에프가 대답을 할 리 없다.
“뭐해, 빨리 의무실로 옮겨.”
쩡하는 고함에 용병들이 달려들어 삐에프를 의무실로 이송했다.
“어! 저놈 저거 플라잉 바이프다.”
“한동안 보이지 않더니 성질이 더 더러워졌네.”
블랙맘바를 알아본 용병들이 웅성거렸다.
삐익- 투다다닥- 연락을 받은 사르코지 헌병감이 번개처럼 나타났다. 앞에 총 자세로 헌병대가 기세 좋게 달려들었다.
“멈춰랏!”
벼락 치는 굉음이 기지를 뒤흔들었다. 헌병들이 귀를 막고, 일부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멈춰, 사르코지 바보 새끼야, 애들 다 죽이고 싶어.”
막사 안에서 얼굴이 시퍼레진 루이 중령이 구르듯이 달려 나왔다.
“들어가세. 소장님이 기다리고 계시네.”
“소장이라고?”
블랙맘마가 루이 중령을 쏘아보았다. 번개불같은 시선을 받은 루이가 움찔하며 뒷걸음쳤다.
‘후우, 무시무시하군. 저놈이 사헬로 떠나기 전의 그놈이 맞나!’
루이가 진땀이 밴 이마를 손등으로 닦았다.
“아차!”
눈치 빠른 루이 중령이 막사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한 템포 늦게 당번병이 나왔다.
“악트! 대장님이 기다리십니다.”
“아르망, 문밖이 소란하구먼.”
몰라서 묻는 말이 아니다. 부관 아르망은 딱한 눈으로 필립을 쳐다보았다. 잔뜩 긴장한 기색이다.
꽈당- 문이 세차게 열렸다. 루이 참모장이 급하게 들어섰다.
“블랙맘바입니다. 삐에프가 한방에 박살나서 의무실로 실려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