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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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필립 소장 블랙맘바를 감동시키다8
“아쥐 래머라 부르지 말라고 했다. 네놈들이 뒤통수를 까지 않았으면 아쥐 래머라 불릴 일도 없다. 2,000명을 죽였는데 한 명 더 추가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겠지.”
블랙맘바의 몸에서 살기가 자욱이 뿜어졌다. 이런 놈이 싫다. 현장 맨을 장기판의 졸로 여기는 놈, 안전한 데스크에서 음모나 꾸미는 놈.
발부에는 나름 산전수전 다 겪은 DGSE방첩 1과장이다. 방첩1과는 정보부 소속으로 주요 인물의 보안 관리를 담당한다. 소위 행정직으로 늘 갑의 입장이다.
갑질에 익숙하다보니 블랙맘바의 악명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총 잘 쏘는 노랑이 정도의 인식이다. 블랙맘바는 세 번까지 참지 않는다. 발부에는 벌써 네 번을 아쥐 래머라 불렀다.
배부른 호랑이는 너그럽다. 그렇다고 다섯 번이나 참아줄 블랙맘바가 아니다. 발부에는 호랑이 코털을 건드리다 못해 콧구멍을 쑤시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아쥐 래머, 당신은~”
쩍- 테이블 너머에 앉아있던 블랙맘바의 발이 솟아올라 발부에의 뺨을 후려쳤다. 그야말로 부드러운 채찍처럼 테이블과 장애물을 절묘하게 피해 표적을 후려쳤다.
“크악!”
뺨에 발도장이 찍힌 발부에가 뒤쪽 벽까지 데굴데굴 굴러갔다. 튀어 나온 이빨 서너 개가 전등 불빛에 반짝였다.
“존만이 새끼가 말을 안 들어. 블랙맘바도 듣기 싫은데 아쥐 래머가 머꼬.”
조직에는 꼭 매를 버는 놈이 있다. 평소 갑질에 빠져서 자신을 하늘위에 띄워 놓은 놈들, 한국의 국개의원 같은 놈들이다.
“퍼케, 케옴바!(빌어먹을 놈, 죽어랏!)”
발부에가 홀더에서 권총을 뽑았다.
“헐!”
블랙맘바는 기가 찼다. 특급 콜네임 아쥐 래머에게 권총을 뽑아든다?
이정도면 DGSE도 내부 정보 흐름의 경화증이 심각하다는 소리다. 아니면 이 놈이 지독히 개념 없는 놈이거나.
쉭- 블랙맘바의 손에 들려있던 커피 스푼이 손을 떠났다. 한 줄기 빛살이 발부에의 손목에 틀어박혔다. 탕- 그 서슬에 총탄이 발사되었다. 공교롭게도 탄자가 안면을 향해 날아왔다.
때앵- 퍼석- 블랙맘바가 들고 있던 커피 잔 받침으로 탄자를 쳐냈다. 탄자를 튕겨낸 도자기 잔 받침이 장렬히 산화했다.
“끄아악!”
한 템포 늦게 비명이 터져 나왔다. 발부에가 손목을 잡고 뒹굴었다. 눈이 뒤집어져 흰자위만 남았다. 블랙맘바가 마지막으로 남은 커피 잔을 들었다.
“안전 멈치를 풀었다 이거제? 디져도 할 말은 없을 끼다.”
쉽게 손을 쓰지 않지만 일단 손을 쓰기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블랙맘바다.
꽝- 강시처럼 바짝 마른 인영이 문을 박차고 뛰어들었다.
“블랙, 잠깐, 잠까안!”
블랙맘바가 흘끗 돌아보았다.
아프리카 과장 아리바다. 아리바가 재빨리 발부에의 상태를 살폈다. 광대뼈와 함몰되고 잇몸이 깨졌다. 두툼한 스푼에 꼬치처럼 꿰인 손목이 회복될지 의심스러웠다.
“이런, 늦었군.”
“아니 빨랐다. 죽이지 않았다.”
블랙맘바가 손에 들고 있던 커피 잔을 내려놓았다. 아리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분석한 블랙맘바는 지극히 위험한 인물이다. 땅쉬 대령과 미구엘 과장의 사례는 반면교사다.
“한쪽 손목을 버렸군. 죽지 않았으니 다행인가!”
아리바가 중얼거렸다. 블랙맘바에게 총격을 가하고도 죽지 않았으니 발부에는 용꿈을 꾼 셈이다. 아리바가 요원을 불러서 발부에를 퇴장시켰다.
“덜 떨어진 저 놈은 도대체 뭐냐?”
“랑드르보다 더 골칫거리다.”
블랙맘바는 입을 다물었다. 어느 조직이나 진상은 있게 마련이다. 진상이 권력자와 관계있으면 찐상이 되어 조직에 눌어붙는다.
다음 수순으로 온갖 진상이 주위에 흡착되어 사조직을 만든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직 몫이다. 공공기관이라면 국민이 피해의 대상이 된다. 한국에서 질리도록 봐 온 꼬락서니다.
블랙맘바의 얼굴이 서늘해졌다. 칼날 같은 눈빛이 아리바의 눈을 쑤셔 들었다. 자신의 능력을 아는 정부가 그따위 의무 사항과 처벌 조항이 주렁주렁 달린 계약서를 제시할 이유가 없다. 발부에의 지나친 도발도 상식 밖이었다.
직감적으로 야료가 있음을 눈치 챘다. 도대체 정이 가지 않는 놈들이다. 이런 놈들과 비교하면 필립 소장은 둔탁해도 의리와 정이 있는 인물이다.
“아리바, 난 시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게 무슨 소린가?”
두웅- 실내 공기가 한차례 출렁였다. 통제된 공진파가 아리바의 얼굴 주변의 공기를 짓눌렀다. 발데그라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끊임없이 공진파 컨트롤에 매달렸다. 단거리에서는 특정 위치의 공기 유동을 막을 수 있는 수준에 달했다.
“억! 이게 뭐야?”
아리바가 비명을 질렀다. 물속에 들어간 듯 숨이 콱 막혔다.
“커억 컥!”
아리바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변했다. 허파가 산소를 흡입하지 못하는 증세, 산소 결핍으로 인한 급성호흡부전증이다. 이 상태로 2분이 지나면 뇌세포가 괴사한다.
“아리바, 내가 모를 줄 알았나. 덜 떨어진 놈을 보내서 나를 시험한 의도가 뭐냐?”
“컥, 호기심이다. 살려줘!”
“쯧, DGSE가 유전자를 변경시키나, 유전자에 의심 인자가 박힌 놈들만 DGSE에 들어가는 거냐? 이 새끼들은 하나같이 의심병 환자란 말이야.”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이 자식들은 자신의 죽음마저 의심할 놈들이다.
“제발 살려줘. 꺼억!”
아리바의 눈이 뒤집혔다.
“괘씸하지만 일단 살려주지.”
블랙맘바가 공기 유동을 막고 있던 공진파를 풀었다. 방안 공기가 한차례 소용돌이쳤다. 호흡이 트인 아리바가 격하게 산소를 끌어들였다. 블랙맘바도 급하게 호흡 조절을 했다. 엄청난 정신력과 기력이 소모되었다.
“손목을 자를까? 발목을 자를까? 정신없을 때 자르면 고통이 줄어들겠지.”
‘이 놈은 진짜 아쥐 래머다.’
아리바는 반쯤 빠져나간 영혼을 필사적으로 추슬렀다.
“알고 있었군. 내 호기심이 지나쳤다. 사과한다.”
“영혼 없는 사과는 할 필요 없다. 두 번은 없다. 목을 잘라버린다.”
“알겠다. 다시 한 번 사과한다.”
블랙맘바는 발부에가 서명을 요구한 계약서를 쭉쭉 찢었다.
“사오정 새끼야, 진짜 계약서나 내놔.”
“후!”
기가 팍 죽은 아리바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떨리는 손으로 알루미늄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냈다.
계약서 내용은 간단했다.
1. DGSE는 레종 에뜨랑제 필립 소장을 통해 블랙맘바 투입을 요청한다.
2. 블랙맘바는 연간 2회 이내의 작전은 거부할 수 없다. 3회차 작전부터 당사간에 상호 협의하여 투입 여부를 결정한다.
3. 작전 투입시 정부는 수수료를 별도 지급한다. 수수료는 작전의 중요도에 따라 상호 협의하여 결정한다. 작전 성공시 계약된 수수료 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성공 수수료로 추가 지급한다.
4. 프랑스 정부는 블랙맘바의 사생활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블랙맘바는 정부가 지정한 상시 연락 체계를 유지한다.
필립 소장이 말한 국방부의 선물이다.
‘하늘에 계신 아부지가 마구 도와주시나?’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보았다. 석고보드로 마감된 천정이 시야를 가렸다. 푸른 하늘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부가 제시한 조건이 너무 후했다.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구속이라면 연간 2회 작전 요청에 무조건 응해야 한다는 조건뿐이다. 군인신분인 그로선 당연한 부분이다.
“이렇게 후한 조건을 제시하는 이유가 뭐냐?”
“당신은 자신을 너무 박하게 평가하고 있다. 마쿰보를 빼내려고 정부는 항모 클레망소까지 동원했다. 무려 100억 프랑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쑤셔 박았다. 연봉 2만 프랑도 안 되는 이등병 블랙맘바를 출격시켰으면 간단하게 해결됐을 작전이다.”
“그렇다. 솔직히 동료들을 챙기느라 죽을 고생을 했다. 나 혼자였으면 일주일이면 충분한 작전이다.”
“바로 그거다. 프랑스는 냉전의 축인 미합중국과 소비에트연방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해외 파견군을 운용하는 나라다. 프랑스의 이권이 많이 걸려있는 아프리카는 국지적 분쟁이 잦다. 종족간 분쟁, 국경 분쟁으로 날이 새고 진다. 자넨 프랑스의 숨겨진 칼이다. 자네가 있으면 국제적인 논란이 되는 대규모 군사 작전을 펼 필요가 없어진다.”
“히트맨으로 쓰겠다는 건가?”
아리바가 펄쩍 뛰었다.
“터무니없는 소리, 다이아몬드로 못을 박는 멍청이는 없어. 당신은 우리가 가진 최상의 조커다.”
“프랑스 명예 시민권을 얻었지만 아직 애국심은 없다. 무엇을 믿고 이렇게 투자하나?”
“내 자신도 믿지 않는데 너를 어떻게 믿어. 우리는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다. 추상적인 애국심 따위를 강요하지 않는다. 애국심은 말로 떠든다고 생기지 않는다. 국가를 위해 노력하고 성과를 낸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을 때 애국심은 절로 생긴다. 또한 스스로 대우받고 있다는 자부심이 애국심을 만든다. 당신은 프랑스가 필요로 하는 능력이 있고, 프랑스는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 서로 거래할 소스가 있는 한 신뢰는 유지된다.”
“정보계통 인간은 차가운 피가 흐른다더니 사실이군. 마음에 든다. 놀아도 셀러리를 지급하고 일을 하면 통 크게 수고비를 주겠다니 사인하지 않을 도리가 없군.”
무쌍은 기꺼이 계약서에 사인했다.
“질문이 있다. 통합특수전사령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현재 특수전대는 육군, 공군, 해군, 헌병으로 산재해 있다. 이들 특수전 부대를 통합 조정하기 위해 추진 중인 조직이다. 1그룹은 고정 편성된 부대, 2그룹은 증원부대, 3그룹은 예비 편성단이다. 현재 1그룹은 편성이 막바지에 달했다. 2그룹 3그룹까지 편성 작업이 마무리 되려면 10년 이상 소요된다. 명목상이라곤 하지만 블랙맘바는 병력 차출 권한이 있으니 편성은 알아 두어야겠지.”
아리바가 도표를 그려가며 설명했다.
“1그룹은 육군으로 육군특수부대 여단(BFST)예하에 1해병 공정연대(1er RPIMa), 13용기병 공정연대(13e RDP), 4특수부대 항공연대(4e RHFS)로 구성된다. 총 병력은 3,800명이다. 해군은 해군 코만도 6개팀 600명이다. 이들은 수중침투, 폭파, 정찰, 해상 기습, 해상 대 테러, 인질 구출, 화생방등에 특화된 부대다. 공군은 공수 코만도 250명, 프와투 수송항공대(C-160 Transall 수송기 지원), 특수 헬기 항공대 (ESH : Escadrille spéciale hélicoptères)가 있다.”
블랙맘바는 통합특수전사령부의 구성에 큰 흥미가 일었다. 남북한 대치 상황이 벌써 30년이다. 한국의 산악지형상 통합특수전사령부는 충분히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 아울러 자신이 구상하는 블랙컬처에도 유용한 자료다.
“2그룹은 어떻게 편성되었나?”
“아쉽게도 11공정여단 (11BP : 11e Brigade parachutiste)의 코만도단과 공병연대만 편성이 확정되었다.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이 작업은 10년 이상이 걸린다. 프랑스 관료주의는 세계 최고다.”
“관료주의는 삼천년 전에도 성토 대상이었다. 총 병력이 얼마나 되나?”
“유동적이다. 현재 육군이 약 3,800명, 해군이 600명, 공군은 400명, 총 4,800명이다.”
“이거 말만 거창한 통합특수전사령부지 겨우 일개 여단 병력 아닌가? 한국의 특수전 병력은 일만이 넘고 해병대 병력은 삼만이다.”
“북한과 대치중인 한국이 특수한 사례다. 프랑스는 사실상 주적이 없다. 특수전 병력 4,800명이면 적은 인원이 아니다.”
“내가 이들 병력을 필요시 차출할 수 있단 말이지?”
“그렇다. 비밀번호 10자리를 눌러서 통보하면 된다. 유사시 사후 통보도 인정된다. 숫자는 적어도 이들은 정예 병력이고 무기도 충실하다.”
“좋다. 나를 인정해준 프랑스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환영한다. DGSE는 최선을 다해 활동을 뒷받침하겠다.”
“한국내 내 사생활을 또 뒤질 건가?”
“농 농 농! 절대 그럴 일 없다.”
아리바의 얼굴은 진정으로 가득했다. 블랙맘바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아나 이 자식아, 내가 DGSE를 믿느니 내 백부라는 사람을 믿겠다.’
블랙맘바는 사헬 작전과 귀환후의 과정을 통해서 DGSE의 적나라한 민낯을 보았다. 이들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리떼다. 이들의 종교는 목적 달성이다.
그닥 문제 될 것도 없다. 이리떼가 알짱거리면 잡아 족치면 그만이다.
DGSE와 비밀 프리랜서 계약을 맺음으로서 박무쌍과 블랙맘바의 연결 고리가 사라져 버렸다. 블랙맘바라는 콜네임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젠 마죠르 팍이다.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다. 공포에 찌든 조프레 소령의 처리를 남기고 블랙맘바는 귀국 준비를 서둘렀다. BNP파리바에서 잔고를 확인하고 수표책을 교부받았다.
랑드르 덕분에 얻은 1,900,000프랑, 래쿤 작전 수당 20,182,000프랑, 필립 소장의 작은 선물 500,000프랑이 고스란히 잔고에 쌓여있다.
보니파스의 휴가비 300,000프랑은 곡물 구입비로 옴부티에게 맡겼다. 그 외 소소하게 전별금이나 휴가비로 받은 금액이 40,000프랑이다.
은행 잔고 22,602,000프랑, 프랑/원 환율 252를 곱하면 5,695,704,000원이다. 은행 담당 직원도 놀랐지만 자신도 실감이 나지 않는 액수다.
짚은다리 척박한 땅에서 천덕꾸러기로 성장한 촌놈 무쌍은 이제 사라졌다. 아니다, 그는 계란 한 개, 쌀 한 봉지를 살 때도 손을 떨던 영원한 촌놈이다.
블랙맘바는 10자릿수 숫자를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개인으로서 어마어마한 액수다. 그러나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은 멀고 험하다. 결코 큰돈이 아니다.
“그렇구나. 시간이 상대적이듯, 돈도 상대적이구나! 돈이 많고 적음은 내 마음이 있는 곳에 달렸구나.”
블랙맘바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응무소주 이생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