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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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장 네오싸이코패스1
“사람의 머리가 아니라 쇳덩이구나!”
대우선사가 어깨까지 저려오는 오른팔을 부여잡고 두어 걸음 물러섰다. 공진을 일으켜 작심하고 타격을 가했건만 동종을 친 듯 떵하고 주먹이 튕겨 나왔다. 기가 막히다 못해 기력이 쭉 빠졌다.
무쌍이 머리를 설설 흔들고는 대우선사를 노려보았다. 적이다- 죽여라- 찢어라- 머릿속 울림이 더욱 커졌다. 혈류가 무섭게 빨라졌다. 근육 세포가 급팽창했다. 두 눈이 혈광으로 이글거렸다.
“헛, 꼭지가 돌았구나.”
대우선사가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섰다. 망치를 빗맞은 도살장 황소가 따로 없다.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로 광폭한 살기가 밀려들었다.
파앙- 진각 디딤돌이 된 바위가 퍼석 부서졌다. 미사일 탄두처럼 무쌍이 날아들었다. 쾅 쾅 쾅- 양쪽이 공진을 운용한 드잡이 질이다. 손발이 얽힐 때마다 폭음이 터져 나왔다.
대우선사는 죽을 맛이었다. 인간이 아니라 로봇을 상대하는 기분이다. 침투경이 내부로 투사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공을 두른 자신의 몸이 은은히 저려오기 시작했다. 미리 추뢰술로 두들긴 보람도 별로 없었다.
동쪽 하늘이 희붐하니 밝아지기 시작했다. 여명이 지나고 박명이 시작되었다. 한 시간이나 정신없이 두들겼지만 드러누워야 할 제자는 멀쩡하고 바위와 소나무만 수난을 당했다.
‘안되겠군.’
대우선사는 마음이 바빠졌다. 고요한 새벽이다. 산을 울린 폭음이 아랫마을에도 들렸을 가능성이 높다. 대타를 끝내자고 해봐야 폭주한 놈이 들을 리 없다. 이른 아침에 깊은 산속을 찾을 사람이야 없겠지만 만사가 불여튼튼이다.
“옴, 아라남!”
승복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대우선사가 합장한 두 손을 둥글게 말았다. 대기가 대우선사의 몸을 중심으로 회오리쳤다. 과우우- 두 손바닥 사이에서 대기가 압축되기 시작했다. 공기가 급속하게 사라지자 빈 공간으로 작은 돌을 날릴 정도로 강한 바람이 몰아닥쳤다.
공진폭, 공기를 공처럼 둥글게 압축해서 폭발시키는 법술이다. 정법사 의발 제자에게 전해지는 최강의 타격기다. 추뢰술로 요격해서 면전에서 폭발시키면 피격자는 뼈와 살이 산산이 분해되는 극악한 법술이다.
“하아압!”
합쳐진 양손을 탁 털어냈다. 처음으로 대우선사의 입에서 굉량한 기합이 터져 나왔다. 슈앙- 고체로 뭉쳐진 기체가 반 진공 상태의 공간을 갈랐다.
“우억!”
무쌍은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했다. 알 수 없는 위험한 무엇이 덮쳐든다. 피하기엔 이미 늦었다. 고수가 상대방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막는 이유는 흐트러진 자세에서 통타당할 경우 치명상이 되기 때문이다. 무쌍은 상하박으로 얼굴을 막고 몸을 공처럼 둥글게 말았다.
“폭!”
대우선사의 고함이 쩡 울렸다.
꽝- 압축된 공기 덩어리가 폭발했다.
“크악!”
무쌍은 폭압을 거스르지 않았다. 최대한 신체 표면적을 줄이고 청파보를 극성으로 시전 했다. 인간이 배트에 맞은 야구공처럼 튕겨 나갔다.
콰콰콰- 무쌍과 충돌한 허벅지 굵기의 소나무가 연속 부러져 나갔다. 혈구가 칡덩굴이 얽힌 관목지대에 쿵 떨어졌다. 소나무 여섯 그루를 장작으로 만든 다음이다.
콰르르르- 진공 상태가 된 폭심으로 엄청난 후발풍이 닥쳤다. 폭심 반경 십 미터가 나뭇가지와 흙으로 뒤덮였다.
“무아야!”
놀란 대우선사가 벼락같이 몸을 날렸다. 정신없이 제자를 받쳐 들어 상태를 살폈다.
“이럴 수가!”
대우선사의 표정이 묘해졌다. 피를 토하고 나자빠져 있지만 뇌파와 혈류가 정상적이다. 신체가 걸레뭉치가 되었지만 전부 외상이다. 강력한 폭압에 일시적으로 기맥이 막혔을 뿐이다.
고대에 절정 무사를 단번에 찢어발기던 공진폭이 피부를 찢고 기맥을 일시 흔드는 정도에 그쳤다.
“이놈아, 도대체 어떤 지옥을 헤쳐 나왔기에 공진폭도 소용없는 게냐!”
보통 사람과 차원을 달리하는 정신력, 공진폭을 견딜 수 있는 금강체, 제자는 이미 자신만의 일가를 이루었다. 환혼구타술이 먹힐 신체가 아니다.
환혼구타술은 강한 정신력을 가진 자에겐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자아가 반발하기 때문이다. 제자의 신체는 특별하다. 때릴 때 투사하는 공진이 조밀한 근육에 막혀서 내부로 방사되지 못한다.
정신과 신체를 흐물거릴 정도로 해체시켜야 환혼구타술이 먹힌다는 이야기다.
“후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제자 놈을 노골노골하게 만들려다 자신의 신체가 흐물거렸다. 안타깝게도 내외 금강은 물 건너갔다. 깊숙이 숨어든 살기를 지우지도 못했다.
공연히 애꿎은 제자만 두들겨 팬 셈이다. 그 와중에 자신도 적지 않은 기력을 소모했다. 새벽에 얻은 것 없이 제자가 흔히 쓰는 말로 잔뜩 삽질만 했다. 대우선사는 침울한 얼굴로 개구락지가 된 제자를 내려다보았다.
“이놈아, 괜찮은 게냐?”
널브러진 제자는 말이 없다.
“후우, 팔십년 수련이 헛되구나. 제자의 길은 따로 있건만 내 욕심이 과했어.”
깊은 한숨이 새 나왔다. 심사가 비틀린 대우선사가 버럭 소리 질렀다.
“이놈아, 언구럭 그만 부리고 벌떡 일어나지 못해.”
“헤헤, 아셨어요?”
무쌍이 실눈을 뜨고 스승을 쳐다보았다.
“뇌파와 혈류가 멀쩡한데 모를 리가 있느냐?”
“억수로 섭섭합니데이. 저는 사부가 허둥지둥할 줄 알았심더.”
“의뭉스러운 놈, 그까짓 외상이야 내일이면 멀쩡할 텐데 허둥지둥할 일이 무에 있어.”
“끙!”
몇 차례 비척거리던 무쌍이 중심을 잡고 일어섰다.
“보이소, 코피가 질질 나지예. 귀를 차단하지 않았으마 고막이 나갔을 낌니더. 그런 무지막지한 법술을~”
“끙!”
항의 섞인 잔소리가 시작되자 대우선사가 갑자기 풀썩 쓰러졌다.
“아이고오, 사부님!”
놀란 무쌍이 황급히 달려들어 가슴에 귀부터 기울였다.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느려졌다 불규칙하다. 기력 소진으로 인한 빈맥이다. 사부의 경지가 불수의근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노구에 불구하고 제자를 위해 기력을 소진한 사부다. 얼른 사부를 들쳐 업었다.
훤하게 밝아지는 동쪽 하늘을 배경으로 피투성이 장한이 멀쩡한 노승을 업고 산을 내려갔다.
‘흥이다. 요놈아.’
널찍한 등판에 업힌 대우선사가 어린애처럼 혀를 날름했다.
“사부님, 마이 힘드시지 예?”
“허허, 결과를 얻지 못했으니 힘이 쑥 빠지는구나.”
대우선사가 잔뜩 처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 죽어가는 환자 목소리다.
“세상만사가 어차피 제 갈 곳으로 흘러가지 않겠심니꺼. 너무 심려 마시소.”
“오냐,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건만 내 욕심이 지나쳐서 너를 고되게 했구나.”
“연세가 얼마인데 주먹질을 하십니까요?”
“제자를 위한 일인데 어찌 수고로움을 마다하겠느냐. 두통은 어찌되었느냐?”
“억수로 좋아졌심더. 발작 주기도 육개월로 늘어나고 통증도 완화되었심더.”
“오호, 선재로다. 네가 큰 부상을 입고 나서 깨어나니 철두가 되었다며? 세혼술 부작용도 있지만 변형된 인자가 뇌까지 바꾸려 하자 기존의 뇌가 반발함으로써 빚어진 통증일 가능성이 높다. 뇌까지 수성(獸性)으로 변할 뻔 했어.”
“끔찍한 말씀 마이소. 오셀롯이라고 짐승으로 변한 놈이 있었심더.”
“너는 이미 특이한 형태의 싸이코패스다.”
충격을 받은 무쌍의 발걸음이 꼬였다.
“에이, 농담하지 마시소. 저같이 멀쩡한 싸이코패스가 어디 있남요.”
“그래서 특이하다고 하지 않느냐. 싸이코패스는 유전적 요인에 환경적 요인이 겹쳐져서 만들어진다. MAOA라는 단백질이 염색체 이상을 일으키면 세로토닌 분비가 억제된다. 그 결과는 죄의식 부재와 공격성으로 나타난다.”
“학대받고 자란 성장기와 유전적 변이라, 조건은 맞구마요. 싸이코패스가 동양적으로 말하면 천살성이네요.”
무쌍이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그렇다. 싸이코패스는 환경에 따라 두 가지 행태 기전을 보인다. 우월한 환경에서는 진시황이나 히틀러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열등한 환경에서는 헨리 리 루카스나 페드로 루페 같은 엽기적인 살인마가 될 수 있다.”
레종 에뜨랑제는 대원에게 테러 단체와 테러범, 엽기적인 살인범에 대한 자료도 숙지시킨다. 사부가 말씀한 살인마 둘은 잘 알고 있다. 둘 다 불우한 성장기를 거친 살인마다. 그들보다 백배 더 위험한 존재가 오셀롯이다. 오셀롯처럼 취미로 인간을 살해하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제자가 그런 살인마가 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헐헐헐 내 제자가 그럴 리야 있겠느냐. 너는 어느 쪽도 아니다. 너는 스스로 도덕률을 만들어가는 특이한 인간이다. 일반인 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의 도덕률을 갖춘 지성인인 한편, 죄의식 없이 살인하는 비도덕의 극치를 보이기도 한다. 너는 죽어 마땅한 인간을 죽였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자체가 비정상이다. 이 세상에 죽어 마땅한 인간은 없다. 너는 정신 활동의 양 극단을 움직이면서도 정신 분열이 일어나지 않는 네오싸이코패스라고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너는 신인류다. 네가 겪는 두통이 언젠가는 사라지겠지만 그때는 네가 또 다른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부는 평소와 달리 진지했다. 무쌍은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네오싸이코패스, 신인류라는 말이 귀에 뱅뱅 돌았다. 사부의 속내가 짐작되었다. 더 이상 자신의 정체성에 회의를 가지지 말라는 말씀이다.
“신인류라, 어쩌면 아득한 과거의 고인류의 재래일지도 모르죠.”
“그렇지, 지구 역사가 수십억 년이다. 현생 인류는 겨우 몇 만 년의 역사 속에 출현했다. 수 만년 사이에 원숭이 같은 존재가 인류가 될 수 있다고 보느냐? 수억 년 전에 지성을 갖춘 인류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 너는 아득한 세월을 뛰어넘어 등장한 격세 유전 존재다. 팔뚝에 상처를 내 보거라.”
무쌍은 검지로 왼 팔뚝을 쿡 찔렀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이런 무식한 놈, 너무 깊이 박지 않았느냐.”
“별 일 없을 겁니다.”
놀란 대우 스님이 혈을 누르려 하자 무쌍이 제지했다.
“헐!”
채 열을 세지 않아 출혈이 멎었다.
“회복이 더 빨라졌심더. 이 정도 상처는 48시간이면 흉터만 남습니더.”
“고인류의 재래라는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편견일지 모르지만 고인류는 우월한 육체, 신인류는 우월한 두뇌라고 생각되니 말이다.”
무쌍이 불퉁하니 말을 받았다.
“허이구, 제자가 돌대가리라는 말씀을 어렵게도 표현하십니다. 걱정허지 마시소. 정체성이니 죄의식이니 따지며 흔들리지 않심더.”
“오냐. 너를 보내고 행여나 네놈이 존재 부정의 모순에 빠지지 않을까 잠을 설쳤느니라. 하늘이 너 같은 존재를 내렸을 때는 따로 뜻이 있겠지. 나는 네가 만들어가는 도덕률이 기껍고도 두렵다.”
“사부님, 저는 세상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습니다. 학대받고, 배고픈 사람을 위해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들을 위해서 아프리카에 작은 땅덩이를 준비 중입니다.”
“선재로다. 얼마나 큰 땅이냐?”
“대충 경기도 크기와 비슷한 넓이를 염두에 두고 있심더.”
대우선사가 움찔했다.
“흠, 이 사부와 스케일이 다르구나. 구체적인 계획은 섰느냐?”
“아직 이요. 적어도 제가 하고자 하는 일에 방해가 된다면 기꺼이 아수라가 될 각오는 하고 있심더.”
“좋구나. 이 사부는 기껏 쌀이나 시탄을 나누어 주었더니 제자는 보시도 화끈하게 하는구나. 헐헐헐!”
“근디요. 그 공진폭이라는 법술 말입니다. 지도 가능할까요?”
“마음에 두지 말거라. 니놈은 아직 때가 아니다.”
“사막에서 중공의 묘리를 깨닫고 둔공과 중공을 합치기도 했는디요.”
대우선사가 껄껄 웃었다.
“그것도 깨닫지 못했으면 돌대가리지. 본래 중공이란 없었느니라. 내 스승께서 미욱한 나를 깨우쳐 주려고 끼워 넣은 단계니라. 둔공과 중공은 원래 만공(慢功)이 본 명칭이다. 그러니 동공은 근골을 푸는 수련이고, 만공은 움직임에 공진파를 담아 쳐내는 수련이니라. 그래서 무겁다는 말이 나온 게야.”
“에휴, 그럼 그렇지.”
무쌍은 기운이 쭉 빠졌다. 사부에게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노라 자랑 질을 하려고 했더니 김이 새 버렸다.
“그래도 놀지는 않았구나. 곧 초식 구분이 없어질 것이야. 제자가 제법 영민하니 땡중 입이 편해지는구나.”
“하하하! 그러게요.”
무쌍은 그만 큰소리로 웃고 말았다. 일일이 설명하기 귀찮은데 잘되었다는 의미다. 스승의 소탈함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사제 간에 제법 무거운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암자에 도착했다. 대우선사는 법당으로 올라가고, 무쌍은 약수 한 대접을 불전에 올리고 늦은 공양 준비에 들어갔다.
공양간에 들어서자 노란 불빛 두 개가 킥하는 경고음을 내고 후다닥 움직였다. 사부님이 말씀한 얌통 맞은 너구리 년이다.
새끼 앞을 막아선 어미 너구리가 이빨을 드러내고 아르르 포악을 떨었다. 감히 블랙맘바를 위협하는 간 큰 너구리가 한국에 존재했다.
“야 이년아, 내가 주인이여. 월세도 안내는 주제에 어따 눈깔을 부라리노. 찌그러져 있지 못해.”
무쌍이 버럭 소리 질렀다.
키잉- 투기에 눌린 너구리가 꼬리를 내리고 슬금슬금 뒷걸음쳤다.
아무리 새끼를 보호하는 어미라도 압도적인 포식자의 존재감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흥, 사부가 노망드셨나. 네오싸이코패스는 개뿔이! 나도 한 자비를 한다고.”
무쌍은 씨익 웃고 공양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