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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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장 네오싸이코패스4
선우현은 대나무처럼 깡마른 몸매에 신장은 165cm에 불과하다. 육지면이나 아시아면의 수고(樹高)가 80cm인 반면, 인도면은 2m까지 자란다.
목화밭 고랑에 들어간 선우현은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무성한 가지를 헤치고 다닐 필요가 없다. 더욱이 밤이다. 무성한 목화밭의 야간 전투는 선우현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전장이다.
게다가 블랙맘바가 4기통 1500cc짜리 엔진을 6기통 3600cc로 개조했다. 소형 차체에 대용량 엔진을 단 선우현은 출력이 넘쳤다. 환혼구타술로 이목과 감각까지 밝아졌으니 거칠 것이 없다.
‘이거이 허수아비 아임메.’
자신은 완벽히 은폐된 반면 적은 목화 가지를 헤집고 다닌다. 이동할 때마다 목화가지가 우수수 흔들린다. 전술 이동은 개념조차 모르는 놈들이다.
나는 숨어있고 적은 훤히 보이는 불공정한 전투다. 부쩍 자신감이 붙은 선우현이 적극적으로 사냥에 나섰다. 목화송이가 흔들리는 곳에 뚜빌리스가 코퉁 라처럼 소리 없이 나타났다.
여지없이 피가 솟구치고 비명이 밤하늘을 울렸다. 저택 옥상의 서치라이트까지 도움을 주었다. 서치라이트가 표적을 지정해주는 꼴이다.
와삭 와삭- 목화 가지에 옷이 스치는 소리다. 선우현은 재빨리 앞질러 가서 잠복했다.
“이봐, 랜턴 가져와. 쥐새끼 흔적이 있다.”
엎드려 있는 선우현의 눈앞으로 맨발이 지나갔다. 쉭- 대검이 발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악!”
처절한 비명이 울렸다. 발목이 잘린 대원이 미친 듯이 뒹굴었다. 선우현은 흐뭇했다. 불편한 자세에서 대검으로 두꺼운 발목뼈를 잘라냈다. 엄청난 발전이다. 새삼 와킬에게 감사했다.
“저기다.”
“델라뚠!”
자경대원들이 벌목도로 가지를 사정없이 쳐내며 달렸다. 싹- 싸악- 대책 없이 돌진하는 자경대원들의 발목이 여지없이 잘려나갔다.
“악!”
“으아악! 아래다. 놈이 발목을 자른다.”
목화밭은 한 순간에 아비규환이 벌어졌다.
‘흐흐, 지당도법이 따로 있나. 이거 중독성이 있슴둥.’
선우현이 비시시 미소를 지었다.
“쏴.”
“안 돼, 우리 편이 있다.”
“표적이 보이지 않는다.”
“죽고 싶나? 무조건 쏴!”
총탄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자기편이 맞아도 할 수 없다는 식이다.
선우현은 이미 전장을 이탈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인간들의 신체에 총탄이 퍽퍽 박혔다.
‘잘 해 보더라고.’
사사삭- 선우현의 상체가 물개 헤엄치듯이 아래위로 끄덕거렸다. 질풍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은 정찰여단의 은신 이동법이다. 요령은 무릎과 엄지발가락으로 번갈아 지면을 밀어내서 추진력을 얻는다.
속도와 소음 두 마리 토끼를 잡았지만 수많은 전사가 관절 이상으로 영예 제대한 악마적인 이동법이다. 선우현은 순식간에 경비대의 후위를 점했다.
뚜빌리스라는 별명대로 선우현은 경비대를 그림자처럼 따랐다. 교살(絞殺)과 전살(剪殺)의 경계가 불분명한 축차적인 살육이 이어졌다.
쉬릭- 피아노 강선이 후미 대원의 목을 감았다. 대원은 아 소리도 못 내고 목화나무 아래로 끌려들어갔다. 팩하고 강선이 떨렸다. 목에서 피보라가 일었다. 불행한 영혼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육신을 떠났다.
“후미다. 놈이 후미에 있다.”
고함 소리가 밤하늘에 퍼졌다. 다섯 개의 영혼이 아즈라일의 명부에서 지워진 다음이다. 비명을 지른 자의 뒷목에 표창이 틀어박혔다.
“크아악!”
비참한 단말마가 경비대원과 자경대를 혼란과 공포의 바다로 밀어 넣었다. 탕 탕 탕- 공포에 질린 경비대는 무조건 방아쇠를 당겼다. 소득 없이 목화나무 쇄설물만 어지러이 튀어 올랐다.
“놈은 살인 전문가다. 이인 일조로 수색하라. 물러나는 놈은 죽인다.”
은두마가 고함을 질렀다.
“이인 일조는 개뿔!”
선우현이 죽은 경비원의 티셔츠를 벗겼다. 셔츠 안에 소총을 집어넣어서 휙 던졌다.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공포에 질린 적에겐 효과적인 유인책이다.
툭- “저기닷!”
“잡아랏!”
총성이 요란하게 울렸다. 추적자들이 대중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놈은 총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자경단 돌격!”
벌목도와 도끼를 든 자경단이 총기가 떨어진 장소로 몰려갔다. 뒤를 잡은 선우현이 표창을 연속으로 날렸다.
“악!” “으악!” “죽여라!”
단말마와 독전하는 고함이 뒤섞였다. 퍽- 근거리에서 글록 총탄을 맞은 그림자가 풀썩 쓰러졌다. 공포에 질려 벌목도로 목화나무를 마구 쳐내던 자경단원이다.
“개간나새끼들, 총알이 아까워서 쏘지 않았슴둥.”
선우현은 신이 났다. 적의 움직임, 이동 소음이 고스란히 잡힌다. 체력과 스피드, 감각이 부쩍 향상되었다. 정찰여단에서 갈고 다진 살인술이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예전에는 강선으로 목을 감아 양손으로 당겼지만 지금은 잡아채면 끝이다. 표창을 던져도 자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푹푹 박혔다. 와킬의 장담대로 사격술도 훨씬 정교해졌다.
“나는 아즈라일의 전사다. 종간나새끼들, 골을 쪼개고 창새기를 뽑아 주겠슴메.”
선우현의 목소리가 우르릉 울렸다.
“칸마!”
“칸마가 나타났다.”
공포에 질린 외침이 터져 나왔다. 살육전 양상이 바뀌었다. 추적대가 어지러이 몸을 숨기고 선우현이 찾아내서 목숨을 끊기 시작했다. 쥐잡이 추적대가 반대로 고양이에게 쫓기는 쥐가 되었다.
선우현은 강선과 표창, 글록을 시의 적절하게 사용해서 살육을 이어갔다. 은신한 인간은 찾아내서 죽이고, 도주하는 인간은 악착같이 추적해서 죽였다.
총성과 비명, 아우성이 사라졌다.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목화송이만 달빛아래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어이 쥐새끼들, 나 여기 있다.”
기고만장한 선우현의 고함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한차례 출렁거린 정적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서쪽으로 기운 초승달만 교교히 빛을 뿌렸다.
“험, 대답이 없구먼.”
목화밭을 벗어나는 선우현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턱도 살짝 들렸다.
“저것들은 다 머임메?”
인부 막사 앞에 새카맣게 사람이 모여 있다. 모두 벙어리인 듯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흘낏 눈길만 주고 저택으로 뛰었다. 밤이 길면 꿈도 많은 법이다.
선우현은 오른쪽 눈을 감고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었다. 아니나 다를까 서치라이트가 번쩍 빛났다. 탕- 탕- 옥상에서 총탄이 날아왔다.
퍽- 창- 단 한발에 서치라이트가 박살났다.
“흐흐, 내래 뚜빌리스가 아니라 나미르임둥.”
선우현은 한껏 고무되었다. 그럴만했다. 권총으로 80미터 밖의 직격 40cm표적을 적중시키기란 불가능이다.
옥상에서 마구잡이로 총탄이 날아왔다.
“호로새끼들이 폼을 잡을 만하면 총질을 하고 지랄임메.”
선우현이 허리를 바짝 굽히고 지그재그로 뛰었다. 옥상에서 총탄이 계속 날아왔지만 빗살처럼 이동하는 그림자를 적중시키기엔 어림도 없었다.
선우현은 세 호흡 만에 잔디밭을 가로질러 저택 그늘에 숨어들었다. 빗물 홈통을 잡고 다람쥐처럼 기어 올라갔다. 옥상 난간을 잡고 그대로 솟구쳤다.
“우악! 뭐냐?”
경비대원이 시커먼 그림자를 향해 황급히 총구를 돌렸다. 탕탕- 허공에 뜬 그림자에게서 불꽃이 튀었다. 눈부신 속사 실력이다. 소총을 지향하던 경비원의 이마에 총탄 두발이 틀어박혔다.
“이요옵!”
벌목도를 든 흑인이 맹렬히 달려들었다. 체구가 선우현의 두 배는 될 거구다. 선우현의 허리가 림보를 하듯 뒤로 툭 꺾였다. 후앙- 벌목도가 가슴을 스쳐갔다.
무게 중심이 뒤로 넘어간 선우현의 발이 솟아올랐다. 뽁- 기묘한 파열음이 울렸다. 비명 소리가 튀어나오기도 전에 상체가 스프링처럼 튀어 올랐다. 뿌악- 허공에서 떨어진 발뒤꿈치가 주저앉는 덩치의 목덜미에 도끼처럼 꽂혔다. 쿵- 목뼈가 부러진 거한이 옥상바닥에 얼굴을 박았다.
“고맙제? 뿡알 터져가꼬 살마 머하노? 기양 죽어라.”
탁해진 호흡을 뱉어낸 선우현이 블랙맘바의 흉내를 냈다.
“사십 일곱, 대여섯 놈 놓쳤슴둥. 뭐 내일도 모레도 있지비.”
선우현이 망설 임 없이 옥상에서 뛰어 내렸다. 칠팔 미터 높이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된 선우현이다.
철컥 철컥- 현관문이 잠겨있다. 포켓에서 가느다란 철사를 꺼내서 몇 번 휘저었다. 찰칵하고 잠금쇠가 풀어졌다.
“흐흐흐, 와킬은 무식하게 박살내겠지비. 내래 예술적임둥.”
선우현은 자기 집에라도 온 듯 유유히 들어섰다. 실내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현관문 뒤에서 호리호리한 흑인이 뛰쳐나왔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 칼끝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선우현이 딱한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죽고 싶나?”
칼끝 같은 눈빛에 주춤했던 남자가 선우현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야아아!”
식칼이 가슴을 찔러왔다.
“훗!”
선우현이 피식 웃었다. 병신 같은 놈이 작은 체구를 보고 힘을 얻은 모양이다. 텁- 남자의 눈이 커졌다. 뿌드득- 뼈가 으깨지는 소리다. 칼 든 팔이 휙 꺾였다.
푸슉- 피가 튀었다. 남자의 입이 딱 벌어졌다. 시뻘겋게 충혈된 눈이 가슴에 박힌 칼을 내려다보았다. 칼을 잡은 손은 분명히 자신의 손이다.
“아악!”
“종간나새끼들은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암둥.”
선우현의 팔꿈치가 반원을 그렸다. 뿌악- 턱뼈가 으깨진 중년 흑인의 입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쿵- 연녹색 양탄자위로 붉은 피가 주르르 퍼져갔다.
서늘한 시선이 허옇게 얼굴이 뜬 남녀를 노려보았다. 중년 부인 둘, 늙은 남자, 소녀 둘이다.
“너희들은 누구냐?”
늙은 남자가 나섰다.
“살려주시오. 나는 집사 바룽고요. 여자 둘은 요리사, 아이 둘은 심부름꾼이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나?”
집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소인들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총성이 요란해서 깨어났을 뿐입니다.”
“총을 든 놈과 칼을 든 놈은 모두 내 손에 죽었다. 47명이 죽고 몇 놈은 도주했다.”
“그 그럴 수가!”
“엄마야!”
집사와 여자들이 말을 잊고 입만 딱 벌렸다.
“나는 아즈라일의 전사다. 또한 루드리 에델양의 대리인이다.”
눈을 껌벅이던 집사 늙은이의 얼굴이 밝아졌다.
“정말이오? 우리 아가씨는 어디 있소?”
“안전한 곳에 있다.”
“오오! 아가씨가 살아계셨어.”
“오, 하느님! 아가씨가 살아계셨어. 흑흑흑”
집사의 얼굴이 밝아지고, 중년 부인이 서로 부여잡고 울음을 터트렸다. 경비대와 자경대를 몰살시켰다는 말은 현실성이 없고, 에델이 무사하다는 말은 현실적인 모양이다.
“위층에 닉이란 놈이 있는가?”
“계시긴 하지만 경비대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무기를 든 놈은 전부 죽었다.”
“저 정말이십니까?”
“아즈라일의 전사는 빈말을 하지 않는다. 한 번 더 그 따위 소리를 하면 죽인다.”
피냄새가 물씬 풍기는 언사에 모두 입을 닫았다. 눈빛은 여전히 불신으로 차 있다.
“저놈은 뭐냐?”
선우현이 아직 숨이 붙어있는 흑인 남자를 가리켰다.
“작은 나리의 비서입니다요.”
탕- 집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우현이 권총을 뽑아 뒤통수에 구멍을 뚫어버렸다. 피와 뇌수가 뛰어올라 양탄자를 더럽혔다.
“아악!”
여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조용히, 이놈이 마지막이군. 안내 해.”
“예, 전사님. 소인이 안내하겠습니다.”
집사 바룽고의 다리가 벌벌 떨렸다. 선우현이 여자들을 돌아보았다. 딱할 정도로 부들부들 떨고 있다.
“아즈라일의 전사는 힘없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선우현이 어깨에 힘을 주고 턱을 치켜들었다. 그래봐야 작은 덩치로 인해 폼새가 나오지 않았다. 중년 부인들의 얼굴이 슬며시 풀어졌다.
“작은 주인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바룽고가 노크도 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만큼 상황판단이 빠른 집사다. 주인님이 작은 주인님으로 바뀌었다.
“뭐야? 왜 함부로 문을 열어?”
안쪽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방안에 들어선 선우현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비릿한 냄새, 침대위의 웅크리고 있는 여자, 그림이 나왔다.
“추잡한 놈, 그건 이 방이 네놈 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우현은 뿌듯했다. 자신이 이런 멋있는 말을 하다니, 와킬을 주인으로 모시지 않았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그 와킬이 뒈져라 처맞고 있음을 그는 꿈에도 알지 못했다.
소파에 앉아있던 초로의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이 이놈은 뭐냐?”
모노클을 낀 눈이 불청객을 분주히 살폈다. 피에 절어 바탕색을 구분하기 어려운 옷, 섬뜩한 얼굴, 어색한 프랑스어, 낯 선 놈이다. 은두마의 보고를 기다리던 닉이다. 뇌가 심각한 연산 장애를 일으켰다.
“집사 이놈은 뭐냐?”
자고로 선한 놈은 찾아오지 않고, 찾아오는 놈은 선한 놈이 아니라 했다. 닉의 뇌가 제자리를 찾는 순간 경보음이 맹렬히 뇌를 울렸다. 슬며시 티테이블 서랍을 열어 권총을 잡았다.
“손님입니다.”
“손님? 이런 미친 놈.”
닉이 권총을 들어올렸다. 선우현이 손을 까딱했다. 소리도 없이 날아간 표창이 닉의 손목을 꿰었다.
“아악!”
찢어지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형을 죽였다기에 독한 놈인 줄 알았더니 참을성이 더럽게 없는 놈이구먼.”
쩍-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선우현이 뺨을 올려붙였다. 와당탕- 닉이 티테이블을 안고 엎어졌다. 따귀 한방에 닉의 혼이 유계를 헤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