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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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장 네오싸이코패스5 ->여끼까지 9권
닉은 귀족이다. 작위는 장남인 형이 받았지만 평생 턱 끝으로 사람을 부리며 살아왔다. 자신이 나서면 귀족의 품위가 떨어지게 된다. 바깥에서 소란과 총성이 계속 울렸지만 크게 마음 쓰지 않았다. 원래 천한 것들의 일은 천한 것들끼리 해결하는 법이다.
느긋하니 보고를 기다리던 그로서는 청천벽력이었다. 깜둥이들과 부대끼는 것도 못할 짓인데 노란둥이 놈에게 따귀를 맞았다?
귀족으로 살아온 닉이 언제 이런 황당한 일을 겪어보았겠는가? 압도적인 폭력에 멘탈이 붕괴되었다. 닉은 멍한 눈으로 선우현을 올려보았다.
선우현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에델에게 들은 바로는 천하의 악당이 닉 에델이다. 요란한 전투가 한 시간이나 지속되었다.
그 와중에 수장이란 놈이 태연히 방안에 있길래 강골인가 했다. 따귀 한 방에 혼이 빠진 꼴이라니, 이건 악당이 아니라 반편(半偏)이다. 닉이란 놈이 대역을 세워놓고 슬쩍 빠져 나간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닉 웨인라이트 에델, 맞슴둥?”
“……”
혼이 빠져 나간 닉은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닉 웨인라이트 에델, 맞슴둥?”
살기가 진득하니 묻은 동일한 질문이 던져졌다. 혼미한 중에도 닉의 뇌가 맹렬히 경보를 울렸다.
“마 맞다.”
“나는 루드리 에델양의 대리인인 아즈라일의 전사임메.”
“뭐라구! 에델? 그랬었군. 에델이 보낸 개였군.”
에델의 이름을 듣는 순간 닉의 결기가 살아났다. 선우현의 곰보딱지 분화구가 붉게 물들었다.
“종간나새끼가 묻힐 구덩이를 파고 있슴둥.”
머리를 박살내고 싶은 감정을 간신히 추슬렀다.
“네놈이 침입자였군. 경비대는 어떻게 되었나?”
“고조 총칼을 든 놈들이라면 모두 알라께 죄를 고하러 갔슴메.”
“믿을 수 없다.”
닉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이놈이 경비대를 따돌리고 침실에 잠입했을 수도 있다.
“종간나새끼가 믿든 안 믿든 관심없슴메. 네놈이 형인 콜튼을 죽이고 농장을 가로챘다. 맞슴둥?”
“……”
“대답을 않는군. 고조 기분이 나빠짐메.”
선우현의 얼굴이 굳어지자 닉이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자 잠깐, 협상하자.”
“협상?”
선우현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흥미가 동했다고 판단한 닉이 다급히 말을 이었다.
“루드리가 어떤 약속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 년이 가진 재산은 본국의 저택 한 채밖에 없다. 내가 다시 청부를 하겠다. 루드리를 죽여주면 50만 파운드를 주겠다. 너는 단번에 백만장자가 되어 편하게 살 수 있다.”
닉이 눈을 가늘게 뜨고 선우현을 바라보았다. 네까짓 게 감히 거절할 수 있겠냐는 얼굴이다. 선우현은 순간 아찔했다.
50만 파운드!
염라대왕의 코털이라도 뽑을 엄청난 거액이다. 와킬을 만나지 않았으면 당연히 마음이 흔들렸을 배팅이다. 한 달 전이었으면 칼을 돌려 잡고도 남을 거액이다.
“흐흐흐, 눈이 뒤집힐 배팅임메.”
“필요하다면 대영제국의 국적도 만들어 주겠다.”
“호오, 50만 파운드에 영국 국적까지! 대단하군. 그런데 어쩌나, 내래 욕심 없는 어떤 인간에게 반해 버렸걸랑. 그 인간이 말하길 백년도 못사는 인생을 추잡하게 살지 말라고 했거든. 내래 멍청하게도 돈을 버리고 충성, 의리, 우정 이런 밥맛없는 함정에 빠져 버렸슴둥.”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닉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특급 살인자들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놈이 대부분이라더니 저놈이 딱 그 짝이다.
“흐흥, 내래 그 돈을 받았다간 영국이 아니라 화성으로 토껴도 맘 편히 살 수 없걸랑. 50만 파운드 받아먹고 평생 뒈지도록 처맞으라고? 그렇겐 못하겠슴둥. 네놈도 맞아보면 내래 어케 요따우 언사를 늘어놓는지 절실히 알게 될 거우다. 결정적으로 조카를 죽여달라는 인간 따위의 돈은 더러워서 만지기 싫걸랑. 일단 시작해 보더라고.”
선우현은 적당한 도구를 찾았다. 침대 한쪽에서 떨고 있는 여자 아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체형이 눈에 익다.
“고개를 들어라.”
잔뜩 겁먹은 얼굴, 눈물 젖은 뺨 한쪽에 머리카락이 달라붙었지만 확실히 구면이다.
“엉! 너는 아크라?”
우각호에서 물을 길어주었던 그 소녀다. 아이의 얼굴 한쪽이 시퍼렇게 멍들었다. 닉이 발길로 걷어찬 흔적이다.
“어저씨!”
불분명한 발음에 선우현의 머리꼭지가 돌았다. 눈에 불길이 확 일었다.
“저 놈의 짓이냐?”
“흑흑! 어저씨이~”
아크라의 눈에 고여있던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개잡종간나새끼래 피지도 않은 아이를 건드리고 때리기까지 했다 이거임메? 형을 죽이고, 조카를 죽여 달라고 청부를 하고, 젖가슴도 안 나온 애까지 저 꼴로 만들어! 내래 오늘 하얀 바둑이를 제대로 잡아 보갔써.”
선우현이 침실을 두리번거렸다.
“오호! 골프놀이!”
십여 개의 골프채가 벽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선우현이 쓰윽 훑어보고 2번 우드 부러쉬를 잡았다. 붕- 붕- 골프채가 살벌한 공기 파열음을 냈다.
“이거이 안성마춤임둥.”
선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길이나 무게가 딱 알맞다. 그는 자신이 블랙맘바의 행동과 말을 그대로 따로 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했다.
불청객의 의도를 눈치 챈 닉의 눈이 커지고 집사의 입이 딱 벌어졌다.
“서 설마!”
“종간나새끼, 바로 그 설마야. 네놈은 겨우 50만불로 내 인생을 지옥에 밀어넣으려 했슴메. 그것만으로 죽을 죄는 충분함둥. 결정적으로 내래 롤리타 새끼는 절대로 용납하지 못함메.”
윙- 파이버그라스 샤프트가 휘어지며 닉의 등짝에 착 달라붙었다.
짝- “아악!”
찰진 소리와 함께 비명이 터졌다. 닉이 소금뿌린 미꾸라지처럼 몸을 뒤틀었다.
“으허!”
집사의 입에서 비명인지 감탄인지 모를 묘한 신음이 새 나왔다. 무소불위의 권력자인 농장주, 그것도 영국 귀족이 매를 맞다니, 세상이 뒤집어질 노릇이다. 그는 키 작은 동양인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절실히 느꼈다.
“으흐흐흐!”
선우현이 기괴한 웃음을 흘렸다. 와킬의 끔찍한 매질에 피똥을 싼 슬픈 기억들이 우르르 떠올랐다.
‘내래 꼭 해보고 싶었슴둥.’
그는 블랙맘바에게 맞은 부위와 때리는 간격을 열심히 기억해냈다.
때리면서 실력이 늘었다. 어설픈 솜씨가 점차 제자리를 잡았다. 퍽- “악!” 퍽퍽- “악악!” 퍽퍽퍽- “악악악!” 운율과 박자가 딱딱 맞는다.
경련하는 근육의 미세한 울림, 착착 감기는 손 맛, 박자가 맞아떨어지는 타격음, 타격음에 따르는 코러스 비명, 선우현은 무아지경에 빠졌다. 세상에 이보다 더 즐거운 놀이는 없을 것 같았다.
“으흐흐흐!”
선우현의 눈빛이 번들거렸다. 집사가 슬그머니 벽 쪽으로 붙었다.
따르르- 따르르- 인터폰이 울렸다.
“이런!”
내리꽂히던 골프채가 주춤했다. 외출했던 선우현의 이성이 귀가했다. 점잖은 초로의 백인은 사라지고 뻘건 고깃덩이가 앞에 있다.
“집사, 이 사람이 왜 이러고 있슴메?”
선우현이 집사를 돌아보았다. 집사의 얼굴이 허옇게 떴다. 아즈라일의 전사가 다른 의미의 공포로 다가섰다.
“저 전사님께서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내래?”
놀란 선우현이 황급히 닉의 가슴에 귀를 붙였다.
“후, 종간나새끼래 뒈진 줄 알았슴메.”
선우현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와킬이 절대 죽이지 말라고 했다. 하마터면 첫 번째 과업부터 삑사리를 낼 뻔했다.
“고조, 다행인줄 알라우. 와킬의 지시가 없었으면 뼈다귀를 400개로 만들었을 거임둥. 종간나새끼, 내래 서른다섯이 되도록 동정마임둥.”
집사가 눈을 굴렸다. 무슨 소린지 모르지만 어쩐지 마지막 말이 어쩐지 서글프게 들렸다.
“아차!”
선우현이 아크라를 돌아보았다. 침대에 얼굴을 박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
‘내미럴, 와킬에게 야단맞게 생겼슴둥.’
아이 앞에서 못 볼 꼴을 보였다. 와킬이 가장 싫어하는 일중에 한 가지다.
“아크라!”
“네 네, 전사님!”
아크라는 선우현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쉬어라.”
아크라가 구르듯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따르르- 따르르- 다시 인터폰이 울렸다.
“집사, 받으라우. 외부인이면 주인이 자리 비웠다고 하고, 내부인 이면 무조건 오라고 하라우.”
집사가 후들거리는 걸음으로 인터폰을 받았다.
“아, 대장! 주인님께서 곧바로 집무실로 오라고 하셨소…와서 보고하시오…잠시 아래층에 내려 가셨소…알았소.”
집사가 수화기를 내려놓고 선우현에게 보고했다.
“전사님, 경비대장 은두마입니다. 곧 올라 올 겁니다.”
“흠, 잘했소. 도망친 놈 중에 한 놈이겠지비.”
선우현이 브러쉬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7번 아이언을 잡았다.
“으흐흐흐!”
아쉬움이 담겼던 표정이 흐믈흐믈 무너졌다. 제대로 풀지 못한 아쉬움을 마음껏 풀 수 있는 찬스다. 집사가 벽에 바짝 붙었다. 벽을 파고 들어갈 기세다.
은두마는 휘청이는 걸음으로 잔디밭을 가로질렀다.
“뚜빌리스, 뚜빌리스!”
그는 연신 중얼거렸다. 쥐새끼가 아니라 악귀가 농장을 덮쳤다. 50명이 넘는 부하들이 떼 몰살을 당했다. 믿을 수 없지만 현실이다.
소리 없이 덮쳐서 목을 꺾거나 잘라버리고, 칼을 박고, 발목을 잘라버렸다.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잔악한 도살이다. 그는 두 번 다시 악귀와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주인에게 보고만 하고 곧바로 농장을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이것들이 왜 이래?’
은두마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요리사와 계집애를 노려보았다. 평소에 자신이 나타나면 허리가 부러져라 숙이던 것들이 본척만척 이다.
“죽고 싶나?”
성질이 난 은두마가 고함을 질렀다. 떠나려고 마음먹지 않았으면 당장 걷어찼다.
“쉿!”
요리사가 입술에 검지를 붙였다가 이층을 가리켰다.
“끙!”
은두마가 난감한 신음을 뱉었다. 주인이 잔뜩 화가 나 있으니 조용히 올라가라는 뜻이다. 위층에 무서운 분이 있으니 조용하라는 의미를 그렇게 받아들였다. 은두마의 남은 인생이 순간의 판단 착오로 꼬이게 되었다.
똑 똑-
“들어오시오.”
집사가 도어를 열었다. 방안에 들어선 은두마는 순간 어리둥절했다. 호된 질책을 각오했건만 방안 풍경이 이질적이다.
비릿한 피냄새, 침실에 버려진(?)고깃덩이, 골프채를 들고 번들거리는 눈빛을 보내는 짜리몽땅한 인간, 은두마가 집사를 흘끔 쳐다보았다.
“바룽고, 주인님은 어디 계시나?”
‘이 인간은 왜 이래?’
집사가 실실 웃고 있다. 그 순간 머리끝이 쭈뼛 솟았다.
‘아차, 이놈이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은두마가 어깨에 메고 있던 리엔필드를 다급히 거총했다. 소파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던 선우현이 5m공간을 단축했다. 왼손으로 소총을 걷어내고 쇠몽둥이 같은 무릎이 은두마의 가슴을 찍었다. 우득하는 기음과 비명이 동시에 터졌다.
“크악!”
단 일격에 가슴이 꺼진 은두마가 푹 고꾸라졌다
“으흐흐흐!”
7번 아이언을 집어든 선우현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닉은 살려두라고 했지만 은두마를 살려두란 말은 듣지 못했다.
퍽- 퍽- 아이언 7번은 본래의 용도이상으로 적합한 용도가 따로 있었다.
“악!” “악악!” “악악악!”
은두마가 돼지 멱따는 비명을 지르며 허우적거렸다. 선우현은 박자와 강약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즐거움을 길게, 오래 끌고 싶었다.
10분이 지났다. 방안에 산화된 이산화황과 암모니아 냄새가 자욱이 퍼졌다. 인간은 사라지고 인간 형체의 혈구만 남았다.
“더런 새끼, 집사 확인해 보라우.”
평소 안하무인인 은두마에게 감정이 많이 쌓인 바룽고다. 날듯이 달려들어 슬쩍 옆구리를 걷어차고 가슴에 귀를 댔다.
“숨은 붙어 있습니다.”
“제법 질긴 놈이군.”
선우현이 골프채를 집어던졌다. 얼굴이 십년 묵은 숙변을 빼낸 듯 환하게 빛났다.
“집사, 이놈들 치료해 주라우.”
“의사가 없으면 주술사를 부를까요?”
“알아서 해.”
온갖 난장을 치는 사이 박명이 찾아왔다. 선우현은 닉의 침대에 나른한 몸을 뉘었다. 기분 좋은 피로감이 몰려왔다.
“전사님, 다른 지시는 없습니까?”
선우현이 감기려던 눈을 떴다.
“집사, 에델양을 좋아하나?”
“그러믄요. 저희들은 큰 주인님이 계실 때 행복했습죠. 주인님은 우리를 인간으로 대우해 주었지요. 무상으로 치료해주고, 식량을 대주고, 아이들은 학교에 보내 주었습죠. 에델 아가씨는 천사입니다. 우리들과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방에서 잠을 잤습죠. 큰 주인님이 비참하게 돌아가시고 작은 나리가 온 후로 지옥이 시작되었습죠.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죽도록 일을 해야 했습죠. 반항하거나 불평하는 인부는 경비대가 감옥에 집어넣었습죠. 손목을 잘리거나 죽음을 당한 인부도 있습죠. 주인님이 계실 때 20프랑 받던 노임이 10프랑으로 깎였고, 그것도 제대로 받지 못했습죠.”
“10프랑? 그걸로 어떻게 먹고 사나?”
선우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아무리 차드의 물가가 싸지만 10프랑이면 4인 가족이 한 달 먹을 식량을 사기도 힘들다.
“하루 한끼를 먹거나 굶을 때도 있습죠. 우리는 에델 아가씨가 무사히 돌아오시기만을 기도하고 있는 실정입죠.”
“기렇구먼. 에델양은 예쁘고, 현명하고, 헌신적인 아가씨디.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만하디. 물론 그렇지 않은 인간도 있지만……”
“아니, 어떤 후레자식이 우리 아가씨 같은 분을 싫어한단 말입니까?”
집사가 거품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