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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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장 네오싸이코패스6
“끄끄끄!”
선우현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끅끅거렸다. 블랙맘바를 후레자식이라 부르다니, 대단한 집사다. 한편으론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소시민이 파렴치범으로 기소된 권력자를 볼 때 느끼는 바로 그런 감정이다.
“그런 인간이 있슴메.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눈치가 없지만, 후레자식은 아임메. 그 분에 대한 말을 할 때는 조심해야 함 둥.”
‘그분?’
바룽고는 가슴이 덜컥했다. 아즈라일 전사는 무장 경비대 50명을 몰살시키고, 귀족을 가차 없이 구타하는 무서운 인간이다.
당장 발아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두 인간이 벌레처럼 꿈틀거리고 있다.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이 그분이라 부르는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무서운 인간이란 말인가?
“소인이 실언했습니다.”
“흐흐, 여자의 마음을 몰라주는 인간은 욕을 먹어도 싸지비. 경비대와 자경대 외에 정리할 내부 배신자는 없슴둥?”
서늘한 말속에 진득한 살기와 피비린내가 풍겼다. 배신자는 모조리 죽일 기세다. 바룽고는 기묘한 말투를 계속 사용하는 동양인을 흘끗 쳐다보다가 얼른 고개를 숙였다. 무서운 얼굴이다. 화산 분화구처럼 구멍이 빽빽한 얼굴에 종횡으로 칼자국이 나 있다.
‘뚜빌리스!’ 튀어나올 뻔한 말을 얼른 수습하고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났다.
“배신자들은 모두 자경대에 들어갔습니다. 돈 몇 푼에 주인님을 팔아먹은 쓰레기들의 집합소죠. 경비대는 작은 나리가 외부에서 고용한 놈들입니다. 프롤리나트 인민군에서 떨어져 나온 살인귀들이라고 소문난 놈들입니다.
선우현이 픽 웃었다.
“살인귀가 팬데 강에 몽땅 투신자살했음 둥? 그딴 놈들은 쓰레기에 불과하디. 작업 감독은 경비대와 자경대가 했겠지비?”
“넵, 쓰레기들이 총칼로 위협하는 바람에 인부들은 입도 뻥긋하지 못했습니다. 인부들은 자애로운 주인님을 그리워하고, 아가씨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우현은 속으로 웃었다. 그럴 리가 없다. 조직의 10%는 적극 호응층, 80%는 보신층, 10%는 반동층이다. 요소요소에 닉의 세포가 끼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세한 내용은 따로 알아보겠슴메. 인부들 장악엔 무리가 없다는 말임 둥?”
“전사님께서 자경대와 경비대를 박살 냈는데 어떤 놈이 감히 반발할 수 있겠습니까.”
집사가 숨만 붙어있는 은두마를 냅다 걷어찼다.
“이놈이 작은 나리에게 붙어서 반란을 일으킨 주동자입니다요. 주인님을 십자가에 매단 주범입죠. 저희가 처단할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바룽고의 두 눈이 가학적인 살기로 번들거렸다.
‘이 늙은이도 구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나?’
선우현은 기분은 찜찜해졌다. 구타 바이러스가 계속 전염되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허락할 수 없다. 그분이나 에델양만이 저놈들을 처단할 권한이 있다. 저놈들이 죽으면 집사에게 책임을 묻겠다.”
“넵, 알겠습니다.”
집사가 아쉬운 얼굴로 물러났다.
“전사님, 오늘 작업은 어떻게 할까요?”
‘헉! 작업?’
선우현은 골치 아픈 2라운드가 남았음을 깨달았다. 실상 죽이고 때려 부수는 일은 질서를 재편하는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진짜 골치 아픈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바룽고 집사, 사마리아 농장에서 상시로 일하는 인부들의 숫자를 알고 있음 둥?”
“대략 2,000명입니다. 농장에 상시 거주하는 인부가 1,380명, 영외 인부가 620명입니다. 결혼 후에는 대개 농장을 떠나 영외에 거주합니다. 농장 인부 외에도 작업량에 따라 적게는 500명, 많게는 1,800명까지 임시 노무자를 추가로 고용합니다.
“무시기? 농장에서 일하는 인부들 숫자가 최대 3,8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소리 아임메?”
“넵, 지금은 수확 철이라 외부 인원이 2,000명까지 작업에 투입됩니다.”
“헐!”
선우현의 입이 딱 벌어졌다.
‘상상이구먼. 이거이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슴메.’
사마리아 농장의 규모가 상상 이상이다. 900만평이라는 면적보다 3,800명이라는 숫자가 머리에 확 와 닿았다.
“집사, 농장에 거주하는 인부들을 즉시 잔디밭에 집합시켜라.”
“넵, 알겠습니다.”
집사가 인터폰을 들었다.
동이 틀 무렵, 드넓은 저택 잔디밭이 인파로 뒤덮였다.
“전사님, 1,380명 중 1,360명이 집합했습니다. 20명은 부상자와 거동 불능자입니다.”
“거동 불능자?”
“자경대 놈들에게 매를 맞아 움직일 수 없는 인부입니다.”
선우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를 물어볼 필요도 없다. 선우현 본인도 이들을 힘으로 찍어 누르고 있지 않은가. 약육강식, 힘 있는 놈이 장땡인 야만의 땅이다.
“가자우!”
선우현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눈치 빠른 집사가 잔디밭에 포장용 나무 상자로 단상을 만들어 놓았다. 선우현은 작은 키가 늘 핸디캡이다. 블랙맘바의 잘생긴 얼굴보다 큰 키가 더 부러운 선우현이다. 집사가 예쁘기 그지없었다.
차드의 목화밭은 대부분이 플랜테이션이다. 유럽인 농장주가 현지인을 고용해서 운영한다. 현지인은 열악한 환경과 중노동에 시달린다. 원주민 인부들은 노예에 가깝다. 인권은 아예 없다.
닉이 장악한 사마리아 농장은 더 심했다. 이슬이 마르면 목화 수확이 시작된다. 점심시간도 휴식 시간도 없다. 허리라도 펼라치면 자경대의 호통과 채찍이 날아든다. 작업은 어둠이 덮이고서야 끝난다.
종일 배를 곯으며 중노동에 시달린 인부들은 우갈리 (ugali, 옥수수 가루를 끓은 물에 넣어 반죽하여 만든 아프리카 고유 음식으로 저렴하고 쉽게 조리할 수 있다) 한 덩어리를 먹고 죽은 듯이 잠든다.
사마리아 농장은 넓어도 너무 넓었다. 전투지역에 인접한 숙소의 인부들은 총성에 놀라 깨어났지만, 대부분이 새벽녘의 소동을 알지 못했다. 잔디밭에 모인 인부들은 정보를 주고받느라 중구난방으로 떠들었다. 여름밤 악머구리(참개구리)가 따로 없었다.
단상 위에 올라선 선우현은 난감한 눈으로 검은 물결을 바라보았다. 감당이 되지 않았다. 슬며시 와킬을 원망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조용!”
선우현의 경고는 소음에 묻혀 들리지도 않았다.
‘넨장, 와킬이 소리치면 절벽이 흔들리고, 대지가 출렁였는데, 이거이 비김(비교)이 안 됨메.’
난감해할 때 타앙- 타앙- 타앙- 폭발적인 총성이 울렸다. 소음이 뚝 그쳤다. 선우현이 집사를 돌아보았다. 집사 영감이 리엔필드를 들고 있다. 하늘로 향한 총구에서 파르스름한 연기가 흘러나왔다. 집사가 비시시 웃었다.
‘옴부티 투 등장인강?’
선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뒤끝이 강하고, 눈치가 빠르다. 과단성도 있다. 그동안 하는 짓을 보면 영판 옴부티다.
선우현이 아랫배에 힘을 잔뜩 넣고, 한 음절씩 끊어서 고함쳤다.
“조용! 나는 아즈라일의 전사다. 경비대와 자경대는 모두 내 손에 죽었다. 가짜 농장주 닉과 자경대장 은두마는 감옥에 처넣었다.”
“으헉!”
“우우!”
놀란 인부들이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농장주와 경비대장이 갇히고, 악귀 같은 놈들이 모두 죽었다니 믿기지 않았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선우현이 집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집사가 재빨리 리엔필드를 건넸다. 탕- 탕- 웅성거림이 뚝 그쳤다.
“조용! 지금부터 아가리를 여는 간나새끼들은~”
선우현이 소총을 번쩍 들고 수도로 내리쳤다. 빠악- 리엔필드 개머리판과 총신 연결 부위가 뚝 부러져나갔다.
“이렇게 만들어 준다.”
무거운 정적이 잔디밭을 눌렀다.
선우현이 목청을 높였다.
“닉 웨인라이트 에델은 모두 알다시피 형을 해치고 농장을 강탈한 사악한 놈이다. 나는 와킬의 명령을 받아 사악한 닉의 개들을 분쇄하고 닉을 징치했다. 이것은 에델양의 부탁이기도 하다. 에델양은 현재 와킬의 부탁으로 모종의 임무를 수행 중이다.”
“와! 자유다.”
“아가씨가 살아 계신다.”
인부들이 함성을 질렀다.
“전사님의 주인은 누구십니까?”
인부 중의 한 명이 용기 있게 질문을 던졌다.
“내 주인님은 아즈라일이라 불리는 분이다. 프롤리나트 반군은 그분을 칸마라 부른다.”
“와, 아즈라일!”
“칸마, 칸마!”
인부들이 술렁거렸다. 선우현은 어리둥절했다. 이들이 블랙맘바를 어찌 안단 말인가?
“전사님, 우리는 모두 기독교인입니다. 사헬에서 이슬람 반군을 쥐 잡듯 때려잡은 아즈라일님의 명성은 이곳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집사 바룽고가 두 손을 번쩍 들고 선창했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인부들이 일제히 후창 했다.
“하느님께서 고통받는 어린 양을 구하고자 아즈라엘을 보내셨다. 그분의 역사 하심을 찬양합시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아즈라엘은 우리의 목자시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아즈라엘 님을 믿듯이 그분의 하인도 믿습니다. 할렐루야!”
“믿습니다. 할렐루야!”
동트는 아침이다. 난데없는 할렐루야가 사마리아 농장을 뒤덮었다.
‘이거이 머임둥!?’
기가 막힌 선우현이 바룽고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공산당 선전 세포원을 찜 쪄 먹을 늙은이다. 절묘한 시점에 인부들을 선동했다. 보지도 못한 블랙맘바를 그들의 지도자로 만들고, 자신에게 권위를 부여했다.
바룽고가 다시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선우현은 영감이 무슨 소리를 할지 겁이 났다.
“형제들이여, 우리 형제들을 혹사하고 굶주리게 만든 악마, 닉 농장주와 은두마 경비대장은 지하 감옥에 갇혔다. 아즈라일께서 사악한 자의 권세를 거두셨다.”
“거두셨다!”
“아즈라엘께서 불쌍한 양들을 위하사 신의 전사를 보내셨다.”
“보내셨다!”
광신도가 따로 없다. 바룽고가 선창하면 천수 백 명의 인부들이 입을 모아 후창 했다.
‘흑인들이 이렇게 똑똑했나?’
옴부티에 필적할만한 순발력과 상황 파악 능력이다. 그는 은근히 걱정되었다. 옴부티에게 밀렸듯이 바룽고에게도 밀릴 것 같았다.
‘이거야 원, 와킬은 싫어도 예언자가 되어야 할 운명임 둥.’
선우현은 기가 찼다. 블랙맘바 머리에 도관만 씌우면 돈을 끌어모을 수 있다던 장쒼이 생각났다.
죽음의 천사를 회교는 아즈라일, 기독교는 아즈라엘이라 부른다. 명칭이 어떻든 간에 블랙맘바는 회교인과 기독교인 양측의 우상이 되어버렸다.
‘내미럴, 사람은 잘나고 봐야 함 둥.’
갑자기 서글퍼졌다. 어느 놈은 만 리 밖에 있어도 추종자들이 생기고 어느 놈은 밤새 피땀을 흘리고, 인부들을 장악하느라 진땀을 삐질 꺼리고 있다.
“전사님을 어떻게 부를까요?”
집사가 물었다.
“뚜빌리스, 아니 나미르라 불러라.”
선우현의 ‘나는 용이다.’ 병이 다시 도졌다.
“아즈라엘님의 전사는 나미르시다. 나미르 전사님 만세!”
집사가 큰소리로 외쳤다.
“만세!”
거침없는 공산당식 산전 선동이다. 갈수록 가관이었다. 자신이 멍석을 깔 필요도 없이 절묘한 타이밍에 집사가 멍석을 깔아놓았다.
‘저 집사 동무래 공화국에서 교육한 정치국원 앙임메?’
진심으로 의심스러운 인간이다.
‘에라 모르겠다.’
선우현이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좌중이 일시에 조용해졌다.
“나 나미르는 아즈라엘님의 지시에 따라 에델양의 대리인이 되었다. 지금부터 내 지시를 잘 들어라. 한 시간을 주겠다. 숙소별로 백 명씩 14개 집단을 만든다. 각 집단은 열 한 명의 대표를 선발하라. 그들이 십인 장이다. 십인 장은 서로 의논해서 백인장을 선출한다. 실시!”
선우현은 강건 군관학교를 졸업한 인텔리다. 공화국을 떠난 5년간 사회주의의 허상을 충분히 파악했다. 사회주의의 특징은 ‘진실을 말하지 않고 진실이어야 하는 것을 말한다.’라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현실을 외면하고, 환상을 주입한다는 뜻이다. 한 발 더 나가면 감시와 억압으로 대중을 통제한다. 인간은 소나 말이 아니다. 현실이 시궁창인데 언제까지 환상만 보고 살 수 없다.
사마리아 농장은 모닥불에 던져놓은 수류탄과 같은 상태다. 폭동이 일어나도 놀라지 않을 수준으로 불만이 축적되어있다.
선우현은 기존의 질서를 몽땅 들어 엎기로 작정했다. 그가 보기에 에델양은 어차피 와킬의 여자가 된다. 닉이란 놈이 7년간 운영해온 농장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어야 온전히 와킬의 손에 들어온다.
인부들은 자발적이고 자주적인 의사 결정을 해 본 경험이 없다. 똑똑한 집사가 땀을 뻘뻘 흘리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의견을 조정했다.
주어진 시간만큼의 시간이 더 흐르고서야 십인장과 백인장이 선출되었다.
“집사, 전부 늙은이들 아닌가?”
선우현은 의아했다. 십인장과 백인장 대부분이 힘세고 건장한 인물이 아니라 나이 든 중늙은이들이다.
“이들은 지난 7년간 폭력과 위협에 시달려 왔습니다. 폭력을 두려워합니다.”
눈치 빠른 집사가 속삭였다.
집사가 대표로 선출된 백인장과 십인장을 단상 아래 도열시켰다.
“집사, 완장을 가져와라.”
“넵!”
빨간색 바탕에 흰색 줄을 두 줄 넣은 완장이다. 가정부와 침모를 동원해서 급하게 만들었다.
선우현은 백인장들의 왼팔에 완장을 일일이 채워주었다. 빨간 완장은 공산당이 세포 조직을 장악하는 술책 중의 하나다. 대중이 우매할수록 완장은 위력을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