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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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사헬4
2차 대전 후 아프리카에 독립 열풍이 불었다. 유럽은 물론 인근 아프리카 국가들도 투아레그족의 독립을 원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호전적인 민족이라는 이유였다. 황당한 이유지만 유럽인들이 투아레그족을 그만큼 두렵게 여겼다는 반증이다.
투아레그족은 변함없이 대상과 목축을 했고, 그들이 노예로 부리던 자들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상처 입은 자존심만 남았다.
깨비텐은 DGSE로부터 받은 옴부티의 신상 정보를 떠올렸다.
사하라 계열의 투아레그(Tuareg)족 임모하렌 신분.
니제르 북부의 켈 아이르(Kel Air)지역 태생.
니제르 빌마에서 십 세까지 부모와 생활.
투부족의 습격으로 부모를 잃고, 낙타 행상을 하는 임라드 계급의 대상에게 양육됨.
이십 세에 낙타 행상을 시작함.
행상 경로는 니제르의 빌마와 차드의 오아시스 도시인 파야 라르고 경로의 사헬 지역 부족
금속 제품을 판매해 부유층이 되었음.
이십오 세에 결혼
삼십팔 세에 마을을 습격한 프롤리나트 FAP 계열의 게릴라들에게 아내와 딸을 잃었음.
살해될 당시의 딸은 13세로 아내와 딸은 강간당한 후 처참히 살해되었음.
복수하기 위해 투아레그족으로 민병대를 조직함.
티베스티 조우라 지역에서 프롤리나트 하비브 군에게 패퇴함.
전투 중 무릎관절 총상으로 보행이 불안정하나 활동에 어려움은 없음.
프롤리나트에 쫓기던 중 DGSE에 포섭되어 슬리퍼로 활동 중.
오랜 낙타 행상을 통해 니제르와 차드 중북부 지리에 밝음
친분 있는 원주민들이 많은 A급 현지 요원임.
임모하렌 신분으로 자존심과 책임감이 강함.
스스로를 임모하그(Imohagh, 고귀한 사람)라 부르는 긍지 높은 전사임.
임무 수행 중 모욕을 느끼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
“보다시피 옴부티는 안내인이다. 그는 투아레그족 전사로 귀족 신분이다. 같은 동료로서 대하기 바란다.”
폴은 팀원들에게 옴부티가 투아레그족의 임모하렌임을 밝히고 그를 존중해 주라고 당부했다.
옴부티는 식사하는 동안 음식물을 먹을 때만 입을 가린 리탐을 살짝 들추었다. 팀원들은 그가 음식물을 씹는 입을 볼 수 없었다. 보는 사람이 속이 터질 정도로 갑갑했다.
“블랙맘바, 저거 무지 불편할 텐데.”
“중세 중국 여자들은 맨발을 수치스럽게 여겼다며? 음부를 보이는 것만큼이나 꺼렸다니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야지.”
장쒼은 고개를 끄덕였다. 환경과 문화가 다르다. 외부인은 의식과 관례로 굳어진 원주민의 특이한 행태를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식사 후에 샤트르는 투아레그족의 신분제를 팀원들에게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그는 아프리카 부족의 문화와 역사에 능통했다. 샤트르가 선발된 이유 중의 하나다.
투아레그족의 상위계층은 아랍계다. 이들은 자유민 일란란(Ilallan)이라 불렸다. 일란란은 지배계층인 임모하렌(Imoharen)과 신하인 임라드(Imrad)로 나누어진다. 임라드에는 자유민과 혼혈이 된 해방 노예들도 속한다.
임모하렌은 모두 전사들이다. 임라드는 전사의 보호 아래 목축을 하고 대상에 종사한다.
하층은 흑인 노예로 이클란(Iklan)이라 칭한다. 이클란은 임라드에게 배분되어 목축하거나 오아시스에서 대추 야자를 경작한다.
전사인 임모하렌은 절대로 노동을 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일은 리탐으로 얼굴을 가리고 샴시르를 휘두르는 것이 전부다.
투아레그족은 모계사회로 여자를 우대하고, 다른 아랍계와 달리 일부일처제를 고수한다. 사헬 거주 투아레그족은 이러한 신분제가 흐릿해졌다.
반면, 사하라 계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 이상으로 철저한 신분사회를 유지했다. 임모하렌인 옴부티가 직접 낙타 대상을 한 것은 특이한 케이스였다.
블랙맘바는 서북쪽을 향해 기도를 올리는 옴부티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투아레그족은 99%가 이슬람교 신도다. 옴부티 역시 매일 다섯 번의 살라트를 행하는 독실한 이슬람 신도다.
프랑스에서도 살라트를 행하는 이슬람교도를 자주 보긴 했다. 그들은 양손으로 머리 옆을 누르고 웅얼거리며 절을 한다. 몇 번을 봐도 여전히 낯설었다.
옴부티가 흰색의 간두라(gandourah)와 리탐(litam)을 팀원들에게 던져 주었다. 간두라는 투아레그족의 전통 복장으로 두루마기처럼 생겼다.
블랙맘바는 간두라를 걸치고 허리띠로 헐렁한 품을 묶었다. 그기까지는 눈썰미로 해결했지만 기다란 끈 같은 리탐은 상당히 난감했다. 그는 리탐을 들고 난감한 눈으로 옴부티를 쳐다보았다. 그가 보낸 눈빛은 ‘내가 니한티 한복을 던져주마 우얄끼고?’ 하는 뜻이다.
마이크는 노골적으로 불평했다.
“이딴 강도 같은 복장을 꼭 해야 하는 거야? 그냥 마스크를 쓰자고.”
“마이크, 이곳은 아랍권이다. 특공대 투입을 광고라도 하고 싶은 거냐.”
“아닙니다.”
깨비텐의 질책에 마이크는 곧바로 입을 닫았다.
옴부티가 에밀을 불러내어 조교 시범을 보여 주었다. 에밀은 곧 투아레그 이클란이 되었다. 간두라를 걸치고 리탐으로 얼굴을 가리자 원주민과 구분이 되지 않았다.
블랙맘바는 적진에서 이목을 가리자니 찜찜했다. 귀와 코를 가리면 감각이 흐려진다. 시범을 따라 얼굴을 감았지만, 눈과 귀를 내놓았다.
옴부티는 리탐을 어설프게 감은 블랙맘바를 보고 비시시 웃었다. 그의 표정은 실크 옷을 세탁기에 집어넣는 주부를 보는 얼굴이었다.
애애앵- 위이잉- 파리 떼가 몰려들었다 무시무시한 대군이다. 블랙맘바는 식겁을 했다. 파리 떼의 맹공을 받고서야 옴부티의 표정을 이해했다. 파리는 종류도 많았다. 쉬파리보다 더 큰 파리부터 깨알보다 작은 파리도 있었다. 파리 떼가 구멍이란 구멍은 다 파고들었다. 그는 옴부티와 같이 눈만 내놓고 리탐을 단단히 고쳐 감았다. 그리고 고글을 덮어썼다.
“당신은 왜 청색이고 우리는 흰색이요?”
옴부티는 마이크의 불만 어린 질문에 씩 웃었다. 아니 웃는 것 같았다. 얼굴 전체를 가리고 있으니 웃는지 우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우멍한 눈이 가늘어 지면 웃는구나 하고 추측할 따름이었다.
“청색은 임모하렌만이 입을 수 있소. 평민은 황색이나 흰색을 입는 법이요.”
“그래서 당신은 귀족이고 나는 평민이다?”
마이크가 물어뜯을 듯이 물었다.
“당신이 평민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귀족인 것은 맞소.”
대답이 너무 쉽게 나왔다. 마치 닭 다리는 두 개고 개다리는 네 개라는 투다. 당당한 말에 모두가 허탈해졌다. 옴부티의 말이 이어졌다.
“이번 작전은 비밀 작전이요. 원주민들과 프롤리나트 놈들의 이목을 피해서 이동해야 하지 않소?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거요?”
“옷 색깔이 그것과 무슨 상관이 있나?”
옴부티가 마이크를 멀거니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 개뿔도 모르면서 계속 태클이나 거는 흑인 놈을 한 대 치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했다.
“청색은 투아레그 전사의 색이요. 예전만은 못하지만, 사하라와 사헬 지역은 투아레그 전사의 위명이 여전한 편이요. 이 인원이 청색 복장으로 몰려다니면 원주민들이 난리를 칠 거요. 그들은 우리 부족 전사들에 대해 뿌리 깊은 공포를 가지고 있소.”
“쳇 위명이 아니라 악명이겠지.”
“마이크 대가리가 단단하면 주둥이를 다물어라. 이건 현실적인 문제다.”
깨비텐이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마이크에 눈을 부라렸다.
깨비텐과 팀원들은 옴부티의 설명을 충분히 이해했다. 적의 눈길을 끌어서 좋을 게 없다. 간두라와 리탐은 위장 목적과 통풍, 직사광선을 피하기 위해 불가결한 아이템이다. 사헬의 직사광선은 노출된 피부를 단숨에 붉게 태우고 물집을 만들 만큼 강렬했다.
“옴부티, 나는 차드 작전은 처음이요. 내 부하들도 마찬가지요. 첫 번째 목적지는 코로타로요. 설명을 부탁하겠소.”
“작전용 지도를 봅시다.”
잠시 지도를 들여다보던 옴부티가 픽 웃고는 지도를 접어서 깨비텐에 돌려주었다.
“이십 년 전에 만들어진 프랑스 공병대 지도군요. 쓸모없습니다.”
“작전 지도가 쓸모없다니 무슨 소리요?”
옴부티는 마이크의 항변에 대답 없이 품속에서 기름종이에 싸인 물건을 꺼냈다. 몇 겹의 종이를 풀자 차곡차곡 접힌 양피지가 나왔다. 양피지를 펼치자 가로세로 3피트짜리 큰 지도가 나타났다.
벨럼(Vellum,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최상의 양피지)에 자패와 은가루를 섞은 호불론으로 꼼꼼히 그린 수제 지도다. 스텝 사이에 침습한 모래 평원, 에르그 지형에 솟은 바위 언덕, 물이 마른 와디와 수풀까지 상세히 표시된 대단한 지도였다. 특히 니제르와 차드 북부의 오아시스와 마을의 규모 등이 자세히 표시되어 있었다. 라텔 팀이 사용하는 1:25000전술 지도보다 훨씬 자세했다.
팀원들의 눈이 커졌다. 상세함은 물론 지도 자체의 골동품적 가치가 높았다.
“헐, 동화책에 나오는 양피지 지도를 직접 볼 줄이야.”
블랙맘바도 감탄했다.
“대단한 지도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소.”
깨비텐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양부에게 물려받은 지도요. 양부가 프랑스 육군 지도국 지도를 기본 베이스로 그렸소. 내가 이십 년간 북부 지역을 여행하며 상세히 추기 했다오.”
옴부티의 얼굴에 자부심이 넘쳤다.
“변동된 인문 지리와 지형을 추기하고, 새로 확인된 사항을 계속 추가했군요.”
깨비텐은 거듭 감탄했다. 이 지도는 살아 있는 지도다. 전술적 가치가 매우 컸다.
“그렇소, 낙타 대상들은 자기만의 지도를 가지고 있소. 사막의 약탈자들은 제일 먼저 품속을 뒤져 지도를 챙깁니다. 사막에서 지도는 가장 값비싼 물품이죠. 물론 물이 더 중요할 때도 있지만 말이오.”
옴부티의 지도에도 카넴주 북쪽으로는 도시와 도로가 없었다. 군용지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군용 지도와 다른 점이라면 마을의 위치는 은색, 와디와 계곡은 청색으로 그려져 있었다.
블랙맘바가 카넴주 북부에서 티베스티 남부까지 광대한 지역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기는 왜 아무 표시가 없나?”
“당신은 지도에 바위와 모래, 풀도 표시하나?”
옴부티의 반문에 블랙맘바는 뜨악한 얼굴이 되었다.
‘이 사람은 인상만큼이나 시비조구만.’
성질 더러운 마이크와 맞수가 될 만큼 까칠한 성격이다.
“산도 없고, 강도 없고, 도시도 없고, 길도 없소. 그냥 바위와 모래, 수풀만 있소. 물론 비워진 곳도 많소. 내가 못 가본 곳이지.”
블랙맘바는 옴부티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국의 지형은 아기자기하다. 산이 있으면 강이 있고, 강이 있으면 들판이 있고, 들판이 있으면 마을이 있다. 도시와 도시로 이어지는 한국이다.
한국산인 블랙맘바가 광대한 황무지와 초지, 사막으로 형성된 지형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는 이때만 해도 지도에서 텅 빈 지역의 실체를 뼈저리게 체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옴부티의 얼룩덜룩한 굵은 손가락이 지도위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손가락은 허물이 벗겨져 진피가 드러났다. 강렬한 자외선 탓이었다.
“무하아립(전사), 나도 너구리의 행방을 제대로 모르기는 마찬가지요. 이 인원으로 수색하기엔 보델레 저지대가 너무 넓소.”
옴부티의 말에 깨비텐이 손을 내 저었다.
“옴부티, 우리를 무하아립이라 부르지 말고 이름을 부르시오. 보델레 저지가 도대체 뭐요?”
북아프리카에서 십 년을 보낸 깨비텐 중위조차 차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아프리카 중앙에 위치한 차드는 검은 땅에서도 더 검은 땅이다.
여기서 검은 땅이란 인종적, 지질학적인 특성이 아니라 정치 경제적 특성이다. 차드는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이 없는 나라다. 아프리카의 후진국으로 유명한 콩고나 짐바브웨보다 더 낙후된 나라다. 물론 차이를 논하는 자체가 웃길 정도로 다 같은 최빈국들이다.
“알겠소. 원한다면 이름을 부르겠소. 보델레 저지는 습지요. 차드 호의 물이 지하로 흘러서 솟아나는 곳이요.”
“뭣? 육백삼십 킬로나 떨어진 차드 호의 물이 보델레로 흘러든다고?”
깜짝 놀란 깨비텐이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다.
“차드 호의 물이 바르엘(Bahr el Ghazal)가잘이라 불리는 지하수로를 흘러서 보델레에서 용출된다고 알려졌소. 현재의 차드호는 삼천 평방 킬로에 불과하지만 일만 년 전에는 백만 평방킬로미터가 넘었다고 전해지고 있소.”
“믿을 수 없군!”
“나도 믿기 어렵소. 지질학자들은 보델레 저지도 당시에는 차드 호였다고 하오. 그래서 지금도 습지로 남아 있소. 그것도 차츰 사막화되고 있지만 말이요.”
부리머가 휘파람을 불었다.
“휘유, 칠백 킬로가 넘는 호수라니, 바이칼도 쨉이 되지 않겠어.”
깨비텐이 암담한 얼굴로 물었다.
“보델레 저지대의 넓이는 얼마나 됩니까? 지도상으로는 짐작하지 못하겠소.”
“누구도 정확히 모르오. 대충 삼만 평방 킬로는 될 거요. 플라야가 형성된 황무지라고 생각하면 이해될 거요. 물이 있다고 농경지나 숲을 기대하진 마시오. 예전엔 늪이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말라붙었소. 식물도 동물도 별로 없소. 파리와 모기는 엄청나게 많을 거요.”
블랙맘바는 설명을 들을수록 혹독한 환경과 생경한 지리에 기가 질렸다. 한국과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서울·부산 간 거리가 400km다. 일교차가 15℃만 넘어도 감기 환자가 속출하는 한국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입만 열면 수천 킬로고, 일교차 20~30℃는 보통이다. 게다가 자신들이 수색해야 할 지역이 30,000㎢라고 했다. 식겁할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