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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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시리아 루만 작전1
무쌍은 애인을 만지듯 근육질 가물치를 어루만졌다. 사헬의 거친 사막과 황무지, 스텝을 함께 헤치고 다니던 놈이다. 전우를 다시 만난 듯 반갑기 그지없었다.
무엇보다 600cc 2기통 복동 엔진이 뿜어내는 강력한 출력이 압권이다. 자신의 신체능력과 합쳐지면 웬만한 바위와 골짜기는 가볍게 뛰어넘는다.
“끌 끌!”
대우선사가 혀를 끌끌 찼다. 제자 놈이 포니를 사들이고, 곧바로 외제 승용차가 도착하고, 연이어 오토바이라 부르기 난감한 괴물 오토바이가 도착했다. 자전거 한 대 없던 암자에 탈 것이 가득하다.
“이넘아, 달달한 진순이는 건드리지도 않고 매연이나 뿜는 물건이 그리 좋더냐? 색시나 데려 올 것이지 저게 다 무엇이여. 걷고 뛰는게 다 수련이건만. 탈것만 자꾸 들여오면 어쩌자는 거냐. 자동차 딜러로 나설 작정이냐? 쯧쯧.”
“헹, 사부님도 시승해 보시면 생각이 달라질걸요.”
“에끼 놈, 내가 그딴 외물에 정심이 흔들리면 어리석은 땡중이 아니라 깃털 땡중이니라.”
대우선사가 동음이의어를 빌어 장담했다. 평생 자동차라곤 타 본 적이 없는 대우선사다. 자전거도 타본 적이 없다. 대우선사의 장담은 채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무너졌다.
무쌍이 피아트 판다에 스승을 태우고 예천 풍양에 있는 삼강 나루까지 시승을 했다.
“허, 소리도 나지 않는구나.”
“엔진도 부드럽고, 소음 방지가 잘 되어 있심더.”
“어허, 비싼 차가 좋구나. 어릴 때 썰매 타듯이 슬슬 미끄러지는구나.”
대우선사는 연신 감탄했다. 경치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다음날, 아침 공양을 마친 대우선사가 제자를 재촉했다.
“무아야, 어여 나서거라.”
“예, 갑니다. 가요.”
자동차 키를 들고 나오는 무쌍의 입에 비죽이 웃음이 걸렸다. 시승식 날 저녁에 사부가 대뜸 운전학원 등록비를 내놓으라고 했다. 폭탄선언에 입이 딱 벌어졌다. 사부의 연세가 미수다. 연세야 그렇다치고 자동차를 운전하시겠다니 놀라 자빠질 노릇이다.
대우선사는 곧바로 1종 보통 반에 등록하고,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했다. 문명의 이기가 주는 안락함과 속도감은 구순에 이른 불력 높은 스님의 부동심마저 흔들어 놓았던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무쌍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사부님, 2종으로 신청하시지 그러셨습니까?”
“이놈아, 남자가 2종을 따서 어따 써누. 끼니를 때우기 힘들면 택시라도 몰아야 할 것 아니냐.”
“아이구, 말씀도 아닌 말씀 마시소. 거기서 끼니 걱정이 와 나옵니까. 1종은 너무 어렵단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바꾸시지요.”
“어허, 이놈이 사부를 우습게 보는구나. 내가 1종을 따면 어쩔 테여?”
“한 달 안에 합격하시마 지가 삼천 배를 하지요.”
“내가 합격을 못 하면 병기술을 전수하마.”
“약속하셨습니다.”
“오냐, 불알 단 인간은 식언이 없느니라.”
무쌍은 쾌재를 불렀다. 크라브마가 단검술 따위는 잡술에 불과하다. 고구려 전통의 병기술이야 말로 오금공의 완성이다.
일주일 후, 저녁 공양을 마친 대우선사가 승복을 주섬주섬 들추었다. 명함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이 손에 들렸다. 침을 슥슥 묻히더니 이마에 척 붙였다. 어릴 적 딱지치기 할 때나 보였던 치기어린 행동이다. 뜨악해진 무쌍의 시선이 사부의 이마를 일별하는 순간, 버럭했다.
“사기다!”
일주일 만에 1종 보통 운전면허를 따다니, 이건 사기다. 2종은 합격률이 30%내외지만, 1종 합격률은 평균 13%다. 그것도 운전 학원에서 3주 이상 쎄가 빠지게 고물 트럭의 운전대를 돌린 사람의 합격률이다. 원동기 면허를 딸 때 게시판에서 확인한 사실이다.
합격한 사부님도 말릴 수 없지만 합격시킨 시험관도 골때리는 놈이다. 눈이 삔 놈이다. 시험용 포터는 파워 핸들이 없다. 처음 운전대를 잡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핸들을 잡고 비지땀을 쏟아야 한다.
뻑뻑한 핸들, 유격이 맞지 않는 클러치, 라이닝이 마모된 브레이크가 면허시장에 비치된 트럭의 특징이다. 포터를 끌고 에스 코스, 티 코스를 돌면 땀을 한 바가지 쏟아 놓아야 한다. 아차 하면 삐 소리와 함께 하차를 요구받는다.
주행시험은 어떤가? 클러치와 엑셀의 타이밍이 조금만 맞지 않아도 시동이 꺼진다. 오르막 코스에서 주르륵 뒤로 밀리기 일쑤다. 응시 원서 뒷면에 인지가 수십 장 붙은 사람이 수두룩하다. 일주일만에 면허 취득이라니 말이 안 된다.
“허허허, 필기시험 날짜를 미리 받아 놓았거든. 82점 받고, 실기는 한 방에 끝냈다 이거야.”
사부의 얼굴에 나 대단하지? 라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신통을 얻은 고승이 지을 표정이 아니다.
“안됩니다. 이건 말도 안 돼요.”
“흐음, 눈앞의 진실도 외면하고자 하는 제자의 그릇됨이 안타깝구나. 믿어지지 않지?”
“당연하죠.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오호라 사부님이 신통을 쓰셨지요? 시험 감독관의 정신을 혼미하게 맹글어서~”
딱- 여지없이 죽비가 날아왔다.
“이놈잇, 감히 사부를 좌도방문으로 모는 게냐? 이 사부가 원체 운동 신경이 뛰어나지 않더냐. 껄껄껄!”
목젖이 보이도록 가가대소하는 스승을 멀거니 쳐다 보았다. 웃는 폼이 웬지 어색하다.
‘운동 신경은 개뿔이, 온갖 신통력을 다 부리셨구만.’
사실 자신도 프랑스에서 면허를 딸 때 공간지각력과 공진파를 썼다. 억울해할 일은 아니다. 꼼짝없이 3천배 원력 기도에 들어가게 된 무쌍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이것저것 분별해 봐야 꿈이고, 환상이고, 물거품이고, 그림자고, 이슬 같고, 번개같다. 마땅히 무상함을 알고 제대로 보아야 한다. 제대로 보기는 개뿔!”
마지막에 개뿔을 달았다. 무쌍은 손에 든 금강경을 툭 밀어놓았다. 그 서슬에 누런 황촉불이 일렁였다. 3천 배를 끝내고, 금강경을 백 번 암송했지만 심란해진 뇌가 행간을 받아 들이지 못했다. 관은커녕 머릿속에 잡념만 가득 찼다.
바람이 일면 촛불이 일렁이고, 때린 놈이 있으면 맞은 놈이 당연히 있다. 때린 놈은 때린 놈이고, 맞은 놈은 맞은 놈이다.
때린 놈과 맞은 놈을 분별할 필요가 없다면 그따위 허리멍텅한 세상은 사양이다. 여래의 말씀은 뜬구름 잡는 소리만 가득하다. 차라리 먹고 먹히는 세렝게티 평원이 즉물적 진리에 부합된다.
산사의 밤은 적막하다. 뎅그렁-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을 바람이 툭 치고 지나갔다. 쑥독- 쑥독- 쑥독새 소리만이 어둠을 툭툭 건드렸다.
“휴, 이래서 사부님이 불기(佛器)가 아니라 하셨구나.”
품속에서 작은 수첩을 꺼냈다. 손바닥 반 크기의 수첩은 모서리가 닳아서 보푸라기가 일었다. 본래 조악한 품질인데다 세월이 흐른 흔적이다.
표지에는 연필로 꾹꾹 눌러쓴 섬뜩한 문장이 있다. 이제는 회색으로 흐릿해진 글씨다.
[은혜는 열배, 원한은 백배]13살에 짚은다리 큰집을 떠나며 적은 글이다. 자신이 조숙하긴 했다. 한국 호랑이는 10년이 지나도 자신의 신체에 흠집을 남긴 포수를 잊지 않는다고 했다. 파란트로푸스는 호랑이와 비교도 안 될 맹수다.
표지를 넘겼다. 속지가 누렇게 바래었다. 첫 장에 조악한 글씨로 쓴 이름이 나왔다.
[엄마, 장필녀, 박인보, 박화자, 김달수, 장치수, 손도끼]다음 장에 또 이름이 나온다.
[이강철, 강영숙, 강춘식, 문미자, 이기철, 물방개…….]세 번째 장
[하동 아지메, 삼출 아재, 기성섬유 이 사장, 상한 부모님…….]두 번째 줄에 쓰인 이름중에 강영숙, 강춘식, 문미자, 물방개 등은 가위표가 쳐져 있다. 이미 죽었거나 응징을 끝낸 인간이다. 세 번째 장에 기록된 이름은 겨우 다섯이다.
“잘 먹고, 잘살고 있겠지. 아즈라일의 방문을 즐겁게 맞아 주시기를. 흐흐흐!”
서늘한 웃음이 새 나왔다. 역시 자신은 목탁치고 염불 욀 그릇이 아니다.
“무아야!”
‘윽!’
무쌍의 고개가 쑥 들어갔다.
“예 사부님.”
“방을 한 칸 더 달아 내거라.”
“예, 사부님.”
무쌍은 속절없이 대답했다. 역시 대단한 사부님이다. 벽을 격하고도 미세한 살기의 유동을 알아채셨다. 방을 한 칸 더 달아내라고 하셨으니 조만간 기거할 손님이 생길 모양이다.
“휴, 청산이 있는 한 땔감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
맥이 빠진 무쌍이 수첩을 접어 넣었다.
이튿날, 중참부터 몰려 온 인부들로 적막강산이던 천성사가 시장판이 되었다. 사부가 방 한 칸을 달아내라고 했지만, 암자를 뒤집어 엎었다.
자신의 행동을 막은 사부에 대한 속 좁은 반항이다. 한편으론 연로한 스승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모시기 위해서다.
아예 방 세 칸짜리 요사채를 한 채 더 지었다. 법당을 오르는 가파른 계단을 없애고 램프웨이를 길게 뽑아냈다. 공양간을 현대식 입식 부엌으로 꾸미고 식당을 추가시켰다. 해우소도 수세식으로 바꾸어 버렸다. 자식 없이 사는 공양주 할머니도 한 분 데려왔다.
대우선사는 난리법석에 오불관언으로 일관했다. 늘 그렇듯 허허거리며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었다. 면허를 취득한 대우선사는 툭하면 피아트를 몰고 나갔다. 운전재미에 푹 빠진 선사는 제자의 일에 간섭할 정신도 없었다.
암자 개조 작업에 두 달이 걸렸다. 무쌍은 꼼짝도 못 하고 공사와 입시 공부, 수련에 매달렸다. 예전처럼 약초와 버섯을 채집해서 시장에 내다 팔고, 사부 몰래 토끼와 노루를 잡아먹기도 했다.
자기 먹자고 쇠고기 돼지고기를 사자니 돈이 아까웠다. 사부님과 하동댁 식구들에게는 거침없이 돈을 쓰면서 자신이 먹는 고깃값이 아까워서 산짐승을 잡아먹는 놈이다. 갑부가 되었지만 천성사 행자승 무아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우선사의 신색도 한결 좋아졌다. 몇 달 동안 제자가 고심해서 올린 영양식을 섭취한 덕분이다. 무쌍이 불력보다 먹거리라고 입바른 소리를 했다. 곧바로 응징이 돌아왔다. 트럭 타이어 3개를 끌고 학교 운동장보다 넓은 암자 마당을 한나절 돌아야 했다.
***
무쌍이 스승의 손에 코를 꿰어 있을 때 파리의 내무장관 마뉘엘 피용은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아 놔, 이것들이 왜 파리에서 설치냐고! 자기 땅에 가서 죽이든 살리든 하라고 해.”
내무장관 피용이 헌병 총국장 알렝 마지프 대장과 GIGN그룹장 브라이스 오르도를 노려보았다. 마지프와 오르도는 입을 꾹 다물고 맞은편 벽만 쳐다보았다. 할 말이 없었다. 때려잡아도 바퀴벌레처럼 계속 기어 나오는 테러범을 어쩌란 말인가.
사건은 82년 4월에 벌어진 샹젤리제 거리의 마뵈프가 폭탄 테러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뵈프가 폭발사건은 이라크와 시리아의 알력으로 빚어진 사건이다.
마뵈프가에 친 이라크 성향의 ‘알 와탄 알 아라비아’신문사가 있다. 시리아의 사주를 받은 테러 단체가 아라비아 신문사가 세 들어 있는 건물을 폭파했다. 이 사고로 60여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프랑스는 이민과 망명에 관대한 나라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끊임없이 망명과 이민이 이어지고, 덩달아 밀입국자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로 인해 이스라엘 첩보원과 PLO 행동대 간의 총격전, 중동지역 종파 간의 피의 복수전 등이 프랑스에서 수시로 벌어졌다.
치안 당국은 석유 수입 및 해외 준 식민지국과의 이해 관계를 고려해서 가능하면 개입하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찌찌든 볶든 웬만하면 내버려 두었다.
마뵈프가 폭발 사건은 성격이 달랐다. 프랑스 자국민이 대거 희생되었다. 피해를 본 프랑스로서는 억울한 노릇이다. 행인이 안방에 들어와서 서로 주먹질을 하는 서슬에 주인 가족이 죽고 다친 셈이다.
사건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마뵈프 폭탄 테러를 시작으로 연일 각종 테러가 발생했다. 게다가 해외 주재 외교관들이 피살되기 시작했다.
검거된 테러범들이 악명높은 ANO 행동대임이 밝혀지자 프랑스 당국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장다르메리(헌병군)가 바퀴벌레 박멸에 나섰다.
장다르메리는 경찰 역할과 군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준군사 치안조직이다. 프랑스에서 특이하게 운용하는 헌병 제도로 10만 명에 달하는 정예요원과 탱크, 야포, 헬기까지 갖추었다. 장다르메리의 강력한 진압 작전으로 테러 사태가 진정되는가 했다.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1983년 4월, 프랑스 국립철도 폭파 사건이 발생했다. 파리-이용 간 TGV가 아슬아슬하게 사고를 면했다. 뒤이어 좌파 작가인 장 에데 하이에가 테러범에게 납치되어 살해당하는가 하면 모로코 주재 영사가 폭탄 테러로 희생되기까지 했다.
ANO는 마뵈프 폭발 사건 당시보다 조직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사건을 일으켰다. 장다르메리의 GIGN 40개 조가 풀가동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테러범은 바퀴벌레처럼 끊임없이 기어 나왔다.
DGSE 정보부가 테러의 배후를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독일의 RAF(Red Army Faction)라는 극좌 단체와 연계된 시리아 비밀경찰 조직이 배후임을 밝혀냈다. 마뵈프가 사건을 일으킨 테러 조직이 재차 준동한 것이다.
국내치안과 해외치안을 담당하는 내무부로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