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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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사헬5
“젠장,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는구먼.”
자신도 모르게 투덜거렸다. 서울 면적이 605㎢, 여의도가 8.4㎢다. 서울 면적의 50배, 여의도 면적보다 4,000배 넓은 지역을 헤매야 할 판이다.
팀원들의 뜨악한 표정을 둘러본 옴부티가 덧 붙였다.
“보델레 저지는 습지도 아니고 초지도 아니요. 물이 없는 엄청나게 넓은 호수 바닥, 거대한 플라야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시오. 어제까지 바싹 마른 지역에 오늘은 강물이 흘러가는 곳이요. 어제 식수를 얻었던 웅덩이가 아침에 사라져 버리고, 천막친 장소가 물바다로 변하는 곳이요. 지형이 수시로 변하는 만큼 지도가 소용없는 경우가 많소. 가뭄으로 그것도 옛날이야기가 되었지만 말이요.”
갈수록 태산이다. 아니 태산 정도는 애교다. 보델레 저지대에 중국 산동성 소재의 태산 정도는 백 개쯤 들어가고도 남는다.
“나는 현지 사정에 밝은 당신 의견이 듣고 싶은 거요. 너구리굴은 모르더라도 방향만 알면 됩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이동 방향은 어느 쪽이요?”
깨비텐의 질문에 옴부티는 지도의 한 점에서 다른 점까지 손가락으로 죽 그었다.
“너구리는 보델레 중앙부인 아오당가(Aodanga)에서 하비브 군과 첫 전투를 벌였소. 이후 하비브 군에게 쫓겨서 동쪽으로 밀려가면서 세 번의 전투가 있었소. 친위대는 거의 전멸했을 거요. 동선을 분석하면 현재는 치차(Chicha)부근에 은신한 것으로 추정되오. 바로 여기, 치차는 비행장이 있는 보루꾸의 주도 파야(Faya) 길목에 위치해 있소.”
깨비텐은 고개를 끄덕였다. DGSE에서 받은 정보와 차이가 없었다.
“추천 경로는?”
“몬도에서 동북쪽 무소르(Moussaro)로 이동 후 서북 주로를 타면 살라(Salae)로 갈 수 있소. 살라에서 와디를 타고 이백십 킬로 정도 서북쪽으로 이동하면 카넴주를 벗어 날거요. 주 경계를 넘어 계속 북상하면 코르타로(Koro taro)요. 코로타로는 보루쿠(Borkou)주의 오아시스 도시요. 코로타로가 보델레저지 동쪽 초입이요. 코로타로에서 치자는 백 킬로가 채 되지 않소. 카넴주도 프롤리나트 세력권에 들어갔지만 보루쿠주는 반군 세상이요. 주민들도 경계해야 하오.”
“일단 코로타로를 거쳐 치차로 이동한다.”
깨비텐이 결정을 내렸다. 당초 1차 목적지가 코로타로다. 이제부터 시간과의 싸움이다.
“싫다, 싫어. 물수리가 되어야 할 되지엠 랩이 누 떼처럼 달려야 한다니. 엉덩이가 짓무르겠군.”
샤트르는 옴부티가 그어 놓은 이동 경로를 보고 암담함을 한숨으로 표현했다.
“멀기는 멀군. 달려드는 게릴라가 얼마나 될지……!”
부리머는 현실적인 걱정을 했다.
“달려드는 놈이 게릴라만이 아니다. 난 이놈의 파리가 더 겁난다.”
블랙맘바가 고글 틈으로 파고드는 말파리를 손가락으로 탁탁 튕겨 내며 투덜거렸다. 그의 주변에 죽은 파리가 까맣게 늘렸다. 스승은 개미를 밟을세라 맨발로 다니는데 제자 놈은 살생에 거리낌이 없었다.
“미치겠군, 스키 고글을 써야 할 판이야.”
마크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바늘만 한 구멍도 파고드는 작은 파리도 있다. 모두 학을 뗐다.
옴부티가 초를 쳤다.
“어둑해지면 모기도 제법 열렬히 환영해 줄 거요. 우리가 도시락 싸 들고 피크닉 나온 건 아니지 않소. 이제부터 게릴라는 물론 원주민 접촉도 피해야 하오. 원주민들 중에 프롤리나트 끄나풀이 많소. 우회하다 보면 대략 일천 킬로 넘게 이동 한다고 생각하시오.”
“천 킬로!”
블랙맘바는 다시 한 번 기함했다. 1,000킬로면 2,500리다. 도로 인프라는 개판인 나라가 땅은 오질 나게 넓었다. 단위 감각에 혼란이 생길 지경이었다.
“상황에 따라 이동 거리가 더 늘어 날 수도 있소.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왜 몬도를 출발 지점으로 잡았느냐 하는 것이요. 현재 차드는 무정부 상태와 다를 바 없소. 도시는 엉망진창이고 도시 외곽은 반군이 우글댑니다. 여러분들이 코로타로나 치차에 강습 낙하를 했으면 신속한 작전이 될 텐데 말이오. 그러면 게릴라들과 교전할 확률도 줄어들지 않겠소. 그냥 내 생각이오.”
“옴부티, 당신은 애써 생각을 할 필요가 없소. 당신이 할 일은 반군 놈들의 눈을 피해 우리를 보델레 포스트까지 안내해주는 일이요.”
깨비텐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옴부티는 바로 수긍했다.
“미안하오, 내가 주제넘었던 모양이오. 나는 여러분들이 아우토반이나 오토루트(프랑스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을 따름이오.”
깨비텐 본인도 심기가 불편했다. 광대한 사헬 벨트를 얼마나 헤매고 다녀야 할지 감도 잡기 힘들었다. 게릴라는 차치하고 거친 환경과의 싸움이 문제다. 작전이 길어질수록 생존율은 떨어진다. 팀원들도 장거리 육로이동에 불만이 많았다.
“깨비텐, 안내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스트레슬라 2는 사거리가 4km에 불과합니다. 고공 낙하를 하면 되지 않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트러블 메이커인 마이크 중사가 딴죽을 걸고 나왔다.
“마이크, 보루꾸 지역은 반군 세력권이다. 재수 없으면 땅에 발을 디뎌 보지도 못하고 전멸당한다.”
“위험 없는 작전이 어디 있습니까? 오프로드를 수천 킬로 달리느니 고공낙하가 백번 유리합니다.”
깨비텐의 회색빛 눈동자가 마이크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팀원들의 눈길도 곱지 않았다. 이미 결정된 작전을 뒤늦게 왈가왈부해서 어쩌잔 말인가?
“마이크 중사, 작전은 참모부 몫이야. 우리는 작전을 실행하는 손발이라고. 입 닥치고 네 할 일이나 충실히 하도록 해. 알았나.”
“위!”
깨비텐의 카리스마에 마이크가 찍해서 입을 다물었다.
깨비텐은 마이크를 팀에 합류시킨 루이 참모장이 원망스러웠다. 팀워크에 도움이 안 되는 놈이다. 주특기를 버리고 땅개가 되고 싶은 공수부대원은 없다. 이미 작전은 시작되었다. 불만은 팀워크를 해칠 뿐이다.
깨비텐은 팀원들에게 다시 한 번 주의를 시켰다.
“주목, 안내인의 설명을 잘 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무소르와 살라를 거쳐 보루쿠 지역으로 들어간다. 코로타로를 경유해서 북서 주로를 타고 치차로 들어간다. 너구리를 빼내서 귀환하기까지 총 이동거리는 이 천 킬로 이상이다. 교전은 최대한 피한다. 작전 기간은 칠 일이다. 이동 루트는 사헬 벨트와 사막 지역이다. 익숙지 못한 지형과 기후가 또 하나의 적이다. 각자 개인위생과 컨디션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벌레에 물리지 않도록 한다. 장쒼은 차량 정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이상”
“제길 너구리 찾아 떠나는 열두 명의 마르코라니 눈물이 나오네.”
“큭큭, 마르코는 엄마를 찾아 삼만 리를 헤맸다고. 우리가 헤매고 다닐 거리는 일만 리도 되지 않아. 모두들 다행인 줄 알라고.”
샤트르 병장의 말에 부리머 중사가 픽 웃었다. 샤트르와 부리머는 늘 유머를 잃지 않는 느긋한 성격이다.
“우리는 귀여운 마르코가 아니라 파무스를 든 오소리라고. 너구리가 오소리를 환영할지 그게 더 걱정이야.”
샤트르의 말을 깨비텐이 받았다.
“하하하!”
깨비텐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파무스를 거총한 오소리를 반기는 너구리의 떼꾼한 눈동자를 떠올렸던 것이다. 농담으로 긴장된 분위기가 많이 풀렸다. 깨비텐의 날 선 언사에 머쓱했던 옴부티도 웃었다.
“이야, 쓸 만하네.”
픽업을 살펴본 장쒼이 탄성을 질렀다.
타이어 폭이 15인치에 달하는 광폭 타이어다. 초원과 사막을 달리기에 적합했다. 3mm 철판으로 강화된 휀다는 소총탄 정도는 몸빵이 가능해 보였다.
장쒼은 보닛을 열고 엔진룸으로 빨려 들어갈 듯이 시스템을 체크했다. 체크를 마친 장쒼이 차체를 탕탕 두드렸다.
“출력만 따라 주면 람보가 따로 없겠어. 사막에서 한 달을 달려도 문제없겠습니다.”
“봉, 데뻬셰-똬!(좋아, 서둘러!)”
팀원들이 서둘러서 4대의 픽업에 분승했다. 선도차 핸들을 잡은 옴부티가 북동쪽으로 핸들을 틀었다. 용병 12명과 안내인을 실은 픽업이 광대한 사헬 지역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헬 벨트, 또는 사헬 지대는 아프리카 북부를 온전히 차지한 사하라 사막 남쪽 경계를 말한다. 사헬은 아랍어로 ‘변두리’란 뜻이다. 사하라 사막과 남부 초원의 경계를 이룬다. 사헬 벨트는 반 건조 사막 기후다. 70년대 초반부터 가뭄과 모래 폭풍으로 인해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지역이다.
지리적으로 북위 14~20도 지역을 동서로 걸친 긴 띠 모양이다. 이 띠는 폭 300km, 동서 길이 5,000km에 이른다. 대서양에 면한 세네갈 북부에서 모리타니 남부, 말리 중부, 니제르 남부, 차드 중부, 나이지리아 북부, 카메룬 북부, 부르키나파소 북부를 가로질러 반대쪽 홍해 아덴만에 이른다.
연 강수량은 250㎜ 내외에 불과하다. 근래 3년간은 일백 밀리를 겨우 넘겼다. 간단히 말하면 사하라 사막 이남에 면한 폭 300km짜리 메마른 긴 허리끈이라 생각하면 된다.
앞좌석에 탄 깨비텐과 옴부티는 계속 백미러를 힐끔거렸다. 뒷좌석에 앉아서 작전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는 블랙맘바를 훔쳐보는 것이다.
잡목과 거친 풀이 듬성듬성한 플라야는 야생의 오프로드다. 아차 하면 차밖으로 튕겨 나갈 정도로 차체가 전후좌우로 흔들렸다. 튀어 오르고 흔들리는 차체에 불구하고 블랙맘바의 몸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신체가 차량에 고정된 설비와 동일했다. 차량이 왼쪽으로 기울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기울면 오른쪽으로, 튀어 오르면 위로, 흔들리는 차량과 리듬이 일치했다. 마치 물침대에 누운 듯 편안해 보였다.
“대단하군!”
깨비텐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중심을 유지한다는 의미는 즉각 반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것도 동양의 무예인가?”
“그렇다. 꼬레앙의 고대 무예다.”
“가르쳐 줄 수 있나?”
“있다. 깨비텐은 20년쯤 죽도록 노력하면 가능하다.”
“아빌즈 아 디아블!”
깨비텐은 블랙맘바의 성의 없는 대꾸에 욕설을 뱉었다. 간극이 넓으면 진실을 이야기해도 농담으로 들리는 법이다.
“진짠데”
블랙맘바는 혼잣말하고 다시 지도에 코를 박았다. 북부는 도시 몇 개 듬성듬성 표시되어 있고, 가느다란 주로(州路) 한줄기가 실처럼 표시되어 있을 뿐 텅 비어 있다.
동북부 리비아 국경 부근이 티베스티 대산괴다. 수도 은자메나에서 그곳까지 가늘게 도로 한 줄이 그어져 있었다. 은자메나에서 카넴주를 거쳐 보루쿠주까지 이어진 북서 주로다.
그는 옴부티의 지도를 통째로 외웠다. 지리와 지형은 숙지하고 활용하면 우군이고, 모르면 패퇴의 지름길이 된다. 지도가 단순해서 외우기 쉽지만 그만큼 좌표를 잡기가 어려웠다.
에밀은 연신 간두라 자락으로 땀을 닦아냈다. 깨비텐과 옴부티가 눈을 부릅뜨고 전면을 감시했지만, 에밀은 오불관언이었다. 블랙맘바라는 특급 레이더가 있는데 피곤을 자처할 이유가 없다.
메마른 평원에서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올라왔다. 사하라에서 열풍이 훅훅 불어왔다. 뜨거운 바람과 지열을 받은 픽업이 오븐 속 고등어처럼 구워졌다.
에밀은 숨이 턱턱 막혔다. 함께 탑승한 셋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폴 중위는 아프리카 근무경력만 10년이다. 옴부티는 현지인이고, 블랙맘바는 본래 땀도 흘리지 않는 괴물이다.
이동 경로를 점검한 에밀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몬도에서 코로타로(Koro taro)까지 500km가 넘는다. 예정대로라면 코로타로에서 중간 보급을 받고 보델레로 진입해야 한다. 오토루트라면 시속 150km로 달려서 네 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다. 시속 30km가 고작이니 2~3일은 먼지를 덮어쓰고 달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엉덩이가 짓무를 판이다.
라텔 팀은 첫날 몬도에서 무소르를 거쳐 샤라(salae)까지 270km를 운행했다. 북서주로가 비교적 양호했기 때문이다.
샤라부터 상황이 나빠졌다. 샤라 이북은 반군 세력권이다. 옴부티가 오프로드를 택했다. 프롤리나트 정찰대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서다. 픽업 행렬은 와디와 흰개미 집이 늘어선 험준한 황무지를 달렸다.
개조된 람보 픽업은 험준한 지형에 굴복하지 않았다. 오프로드를 울새처럼 퉁퉁 튀며 달렸다. 억센 풀과 관목이 바퀴를 휘감았지만 500마력의 엔진이 거침없이 밀고 나갔다.
“에밀, 잽이 자동차는 잘 만든단 말이야.”
“거친 길을 잘 달리는군요.”
폴과 에밀이 역시 일본제라고 감탄했다. 블랙맘바는 은근히 기분이 상했다. 보통의 한국인들이 그렇듯 그 역시 일본이라면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는 평범한 한국인이다.
“에밀, 내 파트너 하기 싫어?”
“무슨 소리야?”
“난 일본이 싫어.”
“이런 망할 형편없는 깡통 같으니라고.”
에밀이 대시보드를 걷어찼다. 순발력 있는 에밀이다.
바람에 실려 오는 사하라 사막의 모래는 강모래와 달리 입자가 미세했다. 마치 밀가루 같았다. 그것도 거친 국산 밀가루가 아니라 부드러운 원조용 밀가루다.
원조용 밀가루의 몽니는 만만치 않았다. 미세한 모래 입자가 구멍이란 구멍은 다 파고들었다. 옴부티가 리탐을 여러 겹으로 감는 이유를 알만했다. 콧속으로 유입된 모래가 목을 깔깔하게 만들고, 고글을 쓴 눈도 충혈되었다. 에밀은 연신 가래를 뱉어내고, 새끼손가락으로 귀속을 후벼 냈다.
몇 시간을 달려도 적갈색의 대지는 녹색을 보여주지 않았다. 간간이 밑동이 모래로 덮인 대추야자 나무들이 보일 뿐 녹색의 숲도, 농작물도 보이지 않았다. 간혹 나타나는 경작지도 말라붙은 농작물과 무너진 집들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