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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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시리아 루만 작전4
“이거 참, 적응이 안 되네.”
블랙맘바가 통증이 남아있는 귀를 감싸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민해진 귀가 이착륙 시 기압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공수 훈련은 일만 피트 이하에서 실행된다. 당시엔 몰랐다. 이만 피트 이상 올라가면 청각 시스템이 여지없이 이명과 고통을 선사했다.
손바닥으로 귓바퀴를 눌러서 압축했다. 이명이 조금 잦아들었다. 예민해진 청각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신체 부조화가 발생하면 무예가 입장에서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수십일이 걸릴 선박을 이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망할 자슥들, 편안한 꼴을 못 보는 구마. 작작 좀 부려 먹지.”
사소한 불편함이 투덜거림으로 새 나왔다. 년간 두 세번만 출근하는 팔자좋은 샐러리맨이 내뱉을 불평이 아니다. 연장 근무와 야근에 시달리는 한국의 직장인들이 거품을 물고 비난할 불평이다.
“악트!”
마중 나온 헌병 대위가 경례를 붙였다. 정복 차림의 헌병 분대가 도열하자 쟌느와 보누루의 눈이 커졌다. 노랑이 킹카의 신분이 더욱 궁금해졌다.
큼직한 떡을 놓친 보누루의 아쉬움은 더했다. 곁을 내주지 않으니 어쩌랴. 작은 손가방을 들어주는 친절도 용납 않는 얼음같은 인간이다.
‘고자 새끼!’
보누루가 욕설을 삼켰다. 욕을 하고 아쉬워할 때가 아니다.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얼음땡이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깨비텐, 저 여자 둘을 체포하라.”
블랙맘바가 턱으로 파란 눈알과 석탄을 가리켰다.
“위!”
대위는 두말하지 않았다. 상부에서 VVIP의 지시를 장관 지시와 동일시하라는 엄중한 명령을 받았다.
“여자 둘을 체포하라. 도주위험이 있다.”
한술 더 떠서 포박을 지시했다.
“위!”
헌병 넷이 달려들어 파란 눈알과 석탄의 양 손목에 가죽 수갑을 채웠다. 난데없는 봉변에 쟌느와 보누루의 안색이 돼지 간으로 변했다.
“아악, 이게 무슨 짓이야.”
“놔, 상부에 정식으로 제소하겠어.”
파란 눈알과 석탄이 길길이 날뛰었다. 기어이 복부에 스트레이트를 맞고서야 잠잠해졌다. 대위가 블랙맘바를 돌아보았다.
“국가 기밀을 누설하고, 인종주의적 발언으로 본인의 명예를 훼손했다. 저 딴 것들이 내무부에 근무한다니 실망이다. 그간의 행적을 탈탈 털어라. 먼지가 한 드럼통은 나올 거다. 특히 기획국과 병기 획득 반은 전현직을 모두 조사하라. 저들의 신병은 본인이 작전 완료후 확인하겠다.”
“위, 죄수들은 특별고문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햇볕을 구경하지 못할 겁니다.”
“흠, 눈치가 빠르군. 저 여자들의 범죄 행위 징후 포착과 적발은 깨비텐의 공적으로 올려도 좋다.”
블랙맘바가 대위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대위의 표정이 환해졌다.
“상사, 끌고 가서 헌병대 독방에 처넣어 둬. 면회는 없다.”
우악스러운 손길에 끌려가는 여자의 잔등에 서늘한 시선이 박혔다. 쟌느의 불운이자 에밀의 행복 시작이다.
파리 쌩도미니끄가 14번지 DGSE 본부,
“넉 달 만의 출근인가!”
블랙맘바가 낡은 7층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특별군사고문실은 통합특수전사령부에 있다. 블랙맘바의 정체를 눈가림하려고 만든 자리다. 출근할 일도 없고 위치도 모른다. 실제 출근지는 DGSE 본부다.
“비앵부뉘 블랙맘바 싸 바(환영한다. 블랙맘바, 잘 지냈나?)”
북어처럼 마른 초로의 신사가 손을 내밀었다. 보니파스 작전부장이다. 라텔팀을 속여서 악어 아가리에 밀어 넣은 장본인이고, 푸짐한 선물을 준 산타클로스다.
50대 중반의 보니파스 부장은 생긴 것만큼이나 뱀같이 차가운 피를 가진 남자다. 평소와 달리 억지웃음을 머금은 얼굴이 그로테스크했다. 블랙맘바에게 된통 당한 그로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블랙맘바는 떫은 표정으로 눈알이 유리처럼 반들거리는 보니파스의 손을 잡았다. 이 늙은이를 대면할 때마다 전사한 전우들이 생각난다.
“엉셩 띠브부 꼬네뜨.(만나서 반갑다)”
간단한 인사에 보니파스의 눈이 웃는 듯 가늘어졌다. 보니파스가 명령서를 내밀었다. 내무부 장관 피용, DGSE총국장 라고스의 사인이 들어있다.
“소개하겠다. 이쪽은 내무부 헌병총국 GIGN 오르도 총감이다.”
대나무처럼 딱딱해 보이는 40대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엉셩떼. 즈 쒸 브라이스 오르도.(만나서 반갑다. 나는 브라이스 오르도다.)”
“블랙맘바”
간단히 응답하고 손끝을 가볍게 터치했다. 오르도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지만 발작하지 못했다. 프랑스 정부 조직상 내무부는 미국의 국무부만큼이나 방대하고 파워가 강한 부서다. 정확한 명칭은 내무/해외영토/지방자치부다.
GIGN 총감은 내무부 소속으로 GIGN 38개조 420명을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다. 진압전문 특수부대인 GIGN의 위상은 대단히 높다. 계급은 대령이지만 위상은 장군급이다.
블랙맘바는 국방부 소속의 일개 마죠르다. 표면적으로 보면 오르도가 갑이고 블랙맘바가 을이다. 오르도가 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뒤집힌 갑을 관계에 있다.
블랙맘바의 직위와 직책은 지나치게 균형이 맞지 않는다. 직위는 용병대 하사관이다. 직책은 특별군사고문으로 명령권자가 셋밖에 없다. 대통령, 국방장관, DGSE 총국장이다.
GIGN 총감의 상사인 헌병총국장보다 높고, 내무기획실장과 비슷한 직책이다. 형식적인 부분보다 실질적인 부분이 더 무섭다. 툭하면 상대방을 박살 낸다는 멧 도그를 건드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여하튼 첫 만남부터 오르도의 심기가 나빠졌다.
보니파스가 인터폰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날카로운 인상의 40대 남자가 룸으로 들어섰다. 북어 대가리처럼 생긴 얼굴에 두꺼운 안경을 썼다. 영락없는 낙동강 떡붕어다.
‘떡붕어와 촌수가 궁금하구마.’
DGSE 소속 인간들은 전부 밥맛이다. 한번 나빠진 인상은 매사에 부정적 평가를 불렀다.
“해외 작전국의 지인 클로드 과장이다.”
블랙맘바는 머리만 까닥했다. 자신은 더 이상 어리바리한 이등병이 아니다. 장군과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는 마죠르이자 대령급의 특별군사고문이다. 스파이 집단의 중간 보스 따위에게 꿀릴 군번이 아니다.
“회의실로 가세.”
보니파스가 리모컨을 조작하자 책상 뒤쪽의 책장이 빙글 돌았다. 그 자리에 엘리베이터 문이 나타났다. 영화에서 많이 본 장면이다.
위이잉- 엘리베이터가 제법 오래 하강했다. 띵 소리를 내며 멈추었다.
“지하 175m군.”
블랙맘바의 말에 오르도와 클로드가 흠칫했다. 보니파스는 고개만 끄덕였다.
“놀랍군!”
“놀랄 일은 앞으로도 많아. 안내해.”
뻣뻣하던 클로드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블랙맘바는 DGSE 상층부 인물들에게 상종 못 할 놈, 멧 도그로 알려져 있다.
그의 행적을 보면 최악의 평가를 들을 만했다. 공정여단 땅쉬 대령은 사지가 박살 나고, 배가 갈라진채 고통속에 죽었다. 담당 과장인 미구엘은 산채로 불태워졌다. 후임인 랑드르 과장은 뼈마디 수십 개가 골절되고, 신경이 끊어져서 반신불수가 되었다. 결국, 사직서를 내고 정보국을 떠났다.
블랙맘바는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는 아즈라일, 사상 최악의 흉기, 미친개로 낙인찍혔다. DGSE 작전부의 과장급은 누구도 랑드르의 후임을 맡으려 하지 않았다. 결국, 짬밥 낮은 아리바 과장이 떠밀리다시피 랑드르의 후임을 맡았다.
과장들의 수난은 그치지 않았다. 은자메나에 파견된 발부에 과장이 결딴났다. 턱이 박살 나고, 오른쪽 손목을 못 쓰게 된 발부에는 급성PTSD소견으로 정보국을 떠났다.
언제 어느 순간에 미친개가 물어뜯을지 모른다. 미친개도 보통 미친개가 아니라 스쳐도 죽는다는 무지막지한 놈이다. 클로드는 잔뜩 긴장했다.
지잉- 두터운 금속성 문이 좌우로 부드럽게 열렸다. 문 두께만 한 자가 넘을 듯했다. 50평 넓이의 공간에 각종 기계와 모니터가 빼곡했다.
“2급 보안 취급자까지 입실이 가능한 작전정보실이다.
“대단한 시설이군. 도청도 하는가?”
블랙맘바가 유리문 너머를 보며 물었다. 헤드폰을 낀 수백 명의 군인이 모니터 앞에 붙어있다.
“당연하다. 우리는 대도시 지역을 지원하는 수준이다. 아메리카합중국에 비하면 수준이 떨어진다. 현재 동시다발적인 테러로 인해 수위를 높인 상태다.”
“클로드, 시간이 없다.”
보니파스가 재촉했다.
클로드가 간단히 사건 개요를 설명했다. 82년 4월, 샹젤리제 마뵈프가에서 벌어진 폭탄 테러 사건과 연결된 최근의 연쇄 테러 사건을 먼저 설명했다.
뒤이어 진퇴양난에 처한 프랑스 당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주권국가인 시리아에 대규모 군사력을 투사할 수 없다는 점, 전폭적으로 시리아를 후원하는 소비에트 연방을 자극할 위험성, 테러 단체의 규모와 무장이 만만치 않다는 점등이 설명되었다.
“그래서, 잘난 GIGN을 몽땅 투입해도 불가능한 과업을 나 혼자 처리하라고? 무장 테러범들을 지우고, 훈련소는 재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박살 내라고?”
블랙맘바가 지네 먹은 수탉 눈으로 클로드 과장을 노려보았다. 벨맨을 통해 얻은 정보와 크게 다를것 없다.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태도가 가소로웠다. 클로드가 움찔했다. 피비린내가 화악 몰려드는 느낌이다.
‘망할 멧 도그, 나는 왜 물고 늘어지는 거야?’
심기가 불편해진 오르도 총감이 큼큼거렸다.
“그렇다. 기술부에서 20회에 걸친 특별고문의 전투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특별고문만이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우리는 고문의 잠입술과 근접격투력에 경악한 바 있다. 고문의 종합 전투력은 공정 여단의 연대급에 필적한다.”
“후후후, 후한 평가군.”
블랙맘바가 실소를 흘렸다. 프랑스 공정여단의 연대급은 1,000명 내외다. 자신의 무력이 1,000명에 필적할까? 둠브라이 숲 전투처럼 치고 빠지기 전술로 상대하면 못 할 것도 없다.
클로드가 프로젝션을 가동했다. 화면은 푸른 지중해에 둥둥 떠 있는 키프로스를 지나 터키 아래쪽 시리아 북단을 줌업했다.
“시리아 알레포다. 다마스커스에 이어 시리아 제2의 도시다. 오래된 고도로 문화유산이 많이 보존된 도시다.”
“간단히, 핵심만 설명해. 메소포타미아 유적을 관광하라고 나를 부르지는 않았을 거 아닌가.”
각박한 재촉에 화면이 한 번 더 죽 당겨졌다. 깊고 삭막한 다갈색 계곡과 무너진 성채의 잔해가 손에 잡힐 듯이 화면에 나타났다.
“알레포 시내에서 북서쪽 36km 지점, 할라브((Halab)주에 속하는 카파르자 계곡이다. 협곡 내에 비잔틴 시대의 데르아만이라 불리는 무너진 성채 유적이 있다. 그 유적 일대가 바로 테러 집단의 훈련소다. 조사한 바로는 테러의 배후가 팔레스타인계 테러집단의 한 분파인 ANO(Abu Nidal Org)로 밝혀졌다.”
“ANO? 떠그럴!”
블랙맘바가 낮은 소리로 한국산 욕을 뱉었다. 테러범들이 검은 구월단과 RAF 세포 조직원들이고, 그 공급처가 시리아에 있는 검은 구월단 훈련소라는 이야기다.
시리아 영내에 위치한 테러 공급처, 음으로 양으로 지원하는 시리아 비밀경찰, 만만치 않은 검은 구월단의 전력, 미테랑과 피용, 보니파스가 머리를 쥐어뜯을 만했다.
되지엠 랩에서 교육받을 당시, 주시해야 할 테러집단 1위가 검은 구월단이었다. 교관은 이들을 테러계의 양아치라고 했다.
테러계의 양아치, ANO는 사브리 알 바나(Sabri Khalil al-Banna)라는 인물이 조직한 급진 과격 테러 조직이다. 알 바나는 PLO 출신의 테러 지도자다. 사브리 알 바나라는 이름보다 아부니달로 잘 알려진 악질 테러 분자다.
알 바나는 1974년 아라파트의 온건 노선을 배격하고 파타혁명평의회 즉 ANO를 창설했다. ANO는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검은 구월단’의 모체로 양아치 테러 조직이다.
ANO는 하마스, 지하드와 더불어 아랍계 3대 과격 테러단체로 불린다. ANO는 중동, 미국,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지에서 백여 회에 달하는 테러를 감행했으며 공식적인 희생자만 1,000여명에 달했다. 비공식적인 민간인 희생자까지 계산하면 그보다 훨씬 많은 피해자가 예상된다.
하부 조직인 검은 구월단이 소비에트연방의 후원을 받아 창설되었다는 설도 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다만, 이라크와 시리아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받는 점으로 볼 때 의심의 여지는 충분했다. 후세인과 아사드가 브레즈네프의 앞잡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시리아와 ANO는 악어와 악어새 같은 관계다. 시리아 땅에서 막강한 비밀경찰의 비호를 받는 검은 구월단을 분쇄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쉬운 일이라면 자신을 부르지도 않았겠지만 말이다.
“RAF는 깃털이고 ANO가 몸통이군. 시리아가 멍석을 깔아주고, 프랑스는 얻어터지는 역할이군.”
블랙맘바가 간단히 정리했다. 오르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ANO의 테러 양성소에서 RAF도 위탁 교육을 받고 있다. 교관은 시리아 비밀경찰과 북조선인민공화국 요원이다. 우리는 이곳을 루만이라 부른다.”
“루만? 사강의 시에 나오는 그 루만인가? 석류를 아랍어로 루만이라 부르지. GIGN은 문학적 소양를 기준으로 직원을 채용하는 모양이군.”
블랙맘바가 비아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