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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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시리아 루만 작전5
블랙맘바는 백도어 작전과 더블 컨트랙트 작전으로 인해 동료 여섯을 잃은 뼈아픈 기억이 있다. 원흉인 DGSE와 하수인 격인 GCP, GIGN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없다. 뿌리 깊은 불신이 수시로 뾰족한 언변을 툭툭 밀어낸다.
사헬 작전 시 GIGN은 라텔팀을 방어막 삼아 너구리를 빼내 갔다. 그것도 한 차례 실패하고 GCP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서 간신히 성공했다. 귀환 후 알게 된 사실이다.
당시 GCP와 GIGN이 제대로 움직였으면 백도어 작전에 불구하고 샤트르 등이 전사하지 않을 수 있었다. 당국은 정작 지원해야 할 레종 에뜨랑제는 버려두고, GIGN측에 지원을 집중했다.
말하자면 GIGN은 진골, 용병은 부곡민 취급을 받았다. 블랙맘바 입장에서 보면 GIGN과 GCP는 라텔팀의 몸빵에 불구하고 찌질하게 놀다가 동료들을 전사하게 한 놈들이다. 자연 백안시하게 되었다.
북한의 등장은 놀랄 일도 아니다. 80년대부터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경제력과 외교력에 밀리기 시작했다. 북한은 한국이 등한시하는 아프리카와 서부 중동지역에 군사적 외교력을 집중했다.
북한과 시리아는 서로 공공연히 형제국이라 칭하는 사이다. 김일성에게 국민을 감시하고 탄압하는 통치 수단을 배운 아사드다. 아사드가 사나운 개를 불러들여 강철 발톱까지 달아준 것이다.
블랙맘바의 도발에 보니파스와 클로드는 쓴웃음을 지었다. 오르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르도 본인이 검은 구월단 테러 훈련소에 루만이란 아랍식 이름을 붙였다.
석류는 겉과 속이 빨간색이다. 껍질이 터지면 붉은 알맹이가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피비린내 나는 종자를 길러내는 산실, 붉은 알맹이를 쏟아내는 석류, 얼마나 훌륭한 대치인가!
문학적 소양이 있다고 자부하는 오르도 총감이다. 프랑스 상류층 인사들은 스스로 문화인 또는 문학인이라 생각하는 인물이 많다.
그들 대다수가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있다. 오르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 블랙맘바의 각종 자료를 열람했지만 별로 신뢰하지 않았다.
중국인은 허풍이 심하다.(오르도는 블랙맘바의 신원을 열람할 수 있는 보안 등급이 아닌 탓에 블랙맘바를 중국인으로 알고 있다.) 그가 확인한 블랙맘바의 자료는 얼토당토않은 내용으로 가득했다. 일 개인이 조직의 힘을 당할 수 없음은 불변의 진리다.
사자도 하이에나 대여섯 마리가 덤비면 꼬리를 말고 도망친다. 인간의 신체 능력은 생태 공학적으로 그 한계가 있다. 인간이 제아무리 훈련한들 말보다 빨리 달릴 수 없고, 황소보다 힘이 강할 수 없다.
총질 잘하는 중국인 정도로 블랙맘바를 인식하고 있던 오르도는 기분이 나빠졌다. 루만이 석류를 뜻하는 아랍어임을 알고, 사강의 시를 알고 있다?
그래 봐야 마늘 냄새나는 쉰덕일 뿐이다. 하등 종자가 감히 GIGN을 비웃다니, 정신 나간 놈이다.
“레종 에뜨랑제 떨거지들이 몽땅 전과자와 무식한 놈은 아니구먼. 국방부가 규정을 바꾸었나? 콜네임은 문학적 소양을 기준으로 부여하나 보지.”
감탄인지 비아냥인지 모를 대꾸다. 그 순간 의자가 우당탕 자빠지며 오르도가 테이블에 머리를 쿵 처박았다. 쉐애액- 미상의 물체가 오르도의 뒤통수 위로 파공성을 울리며 지나갔다.
빠바박-
물체가 콘크리트벽에 연속 틀어박혔다. 놀람이 지나기 전에 분노가 치밀었다. 수없이 많은 전장을 경험한 감각이 발동되지 않았으면 영문도 모르고 골로 갈 뻔했다.
“쀠텡, 즈 넝 쁘 쁠뤼.(망할, 못 참겠다.)”
격분한 오르도가 권총을 뽑았다.
“땅콩에 맞은 두개골이 박살 나면 살인일까? 상해치사일까? 아니면 코미디일까? 군 법무관들이 골치를 썩이겠지. 이거 한국산보다 조금 못하지만 제법 맛있네.”
블랙맘바가 삐딱한 자세로 땅콩을 씹어 먹으며 심드렁하니 말했다. 가슴을 겨눈 총구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라쉬드?(arachide, 땅콩?)”
벽에 박힌 물체를 확인한 오르도의 입이 딱 벌어졌다. 땅콩 여섯 개가 콘크리트벽에 동그랗게 박혀있다. 간식으로 준비된 볶은 땅콩이다.
‘이놈은 진짜다. 인간이 아니라 악귀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GIGN 총감이 땅콩에 맞아 죽는다? 죽음의 공포와 별도로 매스컴에 올라갈 가십이 더 두려웠다. 그는 권총을 슬그머니 홀드에 밀어 넣었다.
“레종 에뜨랑제에 전과자와 무식한 놈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겁쟁이는 없어. 전과자든 무식하든 군인의 본분은 적을 잘 죽이는 놈 아니겠어? 당신이 비웃는 용병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당신 부하들이 너구리를 꺼내왔다. 또다시 용병을 폄하하면 땅콩에 맞아 죽는 최초의 군인이 되겠지. 쥬쉬 데졸레(유감이다.)”
블랙맘바의 불어는 여전히 어눌했다. 짝짝- 보니파스가 손뼉을 두드렸다.
“블랙맘바, 오르도 총감은 손님일세. 너무 겁주지 말게.”
본래의 안색을 찾아가던 오르도의 표정이 썩어 문드러졌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미운 법이다.
“총감, GIGN 요원을 알레포에 투입하고 싶겠지?”
블랙맘바가 정곡을 찔렀다.
“GIGN은 대테러 최강 팀이다.”
“아니, 나는 알레포 투입을 물었다.”
“……”
오르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당초, GIGN을 주축으로 작전팀을 구성하고, 블랙맘바를 참여시킬 생각이었다. 검은 구월단의 실상을 정확히 듣고, 블랙맘바의 무서운 능력을 목격했다. 자신은 여태 현실을 외면하고 공명심이라는 뜬구름에 매달려 있었다. 그렇다고 순순히 수긍할 수도 없다.
“블랙맘바, 당신은 단독으로 루만을 지울 수 있단 말인가?”
“당연하다. 나는 늘 5단계 절차를 밟았다. 잠입-발견-확인-말살-퇴출이다.”
“어떻게? 어떻게가 전부 빠지지 않았나?”
오르도가 버럭 했다.
“깔메 부우(진정해라.) 오르도, 어떻게는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다. 콜네임 블랙맘바는 카지노에서 따낸 이름이 아니다. 난 늘 러프하게 일하지. 당신들처럼 매뉴얼에 따라 환경을 조성한 다음에 돌입하는 복잡한 과정을 생략하거든.”
오르도는 할 말이 없어졌다. 그렇다. 블랙맘바의 전투를 분석하면 일정한 패턴이 없다. 조공이 필요없는 임기응변식 전투와 즉흥적 대응이 그의 특기다. GIGN이 현대식 주방에서 B레이션으로 조리한다면 블랙맘바는 벌판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A레이션으로 조리하는 인간이다.
“오르도 총감, 난 인내심이 많지 않아. 아까부터 얼굴에 불만이 쓰여있고, 뇌파가 불안정하더군. 자존심 따위는 사건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자신이 있으면 잘난 GIGN을 알레포에 투입하던가. 지상으로 들어갈 구멍도 없고, 공중 낙하도 안 될걸. 카파루자 계곡에 소비에트연방의 지대공 미사일과 레이더가 즐비하지. 스트렐라2와 이글라의 유효 사거리는 5,000m, S-75는 15,000m다. 소비에트연합이 설치한 레이더를 피하려면 고도를 더 높여야겠지. 15,000m 고고도 낙하가 가능한 GIGN 대원이 있나? 있으면 잘 해봐. 나는 구경할 테니.”
블랙맘바가 신랄하게 쏘아붙이고 팔짱을 꼈다. 할말이 있으면 해 보라는 태도다.
“으음!”
말문이 막힌 오르도의 얼굴이 다시 썩어 문드러졌다.
큽- 크읍- 기묘한 소리가 났다. 클로드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다. 콧대 높은 지젠느 총감이 묵사발 나는 장면을 언제 볼 수 있겠는가. 웃음을 억지로 참느라 얼굴에 피가 몰렸다.
반면에 보니파스는 가슴이 서늘했다. 놀라운 놈이다. 어느 틈에 카파르자 계곡에 배치된 방공 미사일 정보까지 파악했다.
오르도는 깨끗이 포기했다. GIGN이 늑대라면 이놈은 호랑이다. 늑대가 호랑이와 함께 사냥할 수는 없다. 더 버팅기다간 체면만 손상된다. 그는 클로드를 사납게 흘겨보고 사과했다.
“엑스뀌제 무아.(미안하다.)”
“스내빠 그하브.(괜찮다.) 나도 지나쳤다.”
분위기가 풀리자 클로드가 설명을 계속했다.
“루만의 상주 인원은 현재 300~400명으로 추산된다. 투입되는 식량과 부식을 베이스로 추정한 숫자다. 식량과 무기, 의복 등은 시리아 비밀경찰이 지원하고 있다. 무기는 전형적인 테러조직의 친구들로 소비에트연방과 노스코리아 물건이다.”
테러조직의 친구란 AK47과 RPG7을 말한다. 싼 가격과 폭넓은 범용성 덕분에 테러 조직의 베스트 셀러가 된 지 오래다.
“북쪽의 거지새끼들은 어째 안 끼어드는 곳이 없구마.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인가?”
“개발 중인 영상 정찰 위성 엘리오스(Helios)가 아쉽다. 촬영된 사진은 장거리에서 휴민트 활동으로 얻어진 탓에 선명하지 못하다. 개인 화기와 지원 화기 외에 노스코리아의 76mm야포 4문이 배치되어 있다. 기관총, 기관단총, 유탄발사기, 수류탄, 각종 지뢰가 유입되었다. 82mm무반동포와 ASG17프라미아 유탄 발사기도 시리아를 통해 보급되었다. 이들의 전력은 대규모 공공 테러를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클로드, 무기 따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블랙맘바가 고개를 흔들었다.
“인원과 무기 수준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다. 자신들이 옳은 일을 한다는 확신이다. 간단히 말하면 검은 구월단이 광신도라는 이야기다. 또한, 그들의 동조 세력이 문제다. 카파루자 계곡에 자리 잡은 검은 구월단 훈련소는 역사적인 필연성이 있다. 현재 이슬람 테러 단체의 베이스는 시아파다.”
“그건 우리도 알고 있다.”
“그들의 족보를 알아야 적 아를 구분할 수 있다. 632년 예언자 무함마드 서거 후 개최된 슈라에서 무함마드의 부계 혈족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바크르-우마르-오스만에 이어 무함마드의 4촌 동생인 알 리가 45년 만에 4번째 칼리프가 되었다. 소외되었던 정통 칼리프 등장도 잠시였다. 알리는 암살당했다. 알리의 아들인 후세인도 암살당했다. 암살자들의 배후가 시리아 우마이야 왕조다. 격분한 무함마드 부계 혈족들은 시리아 중심의 아랍 세력을 비난하고 떨어져 나왔다. 이들이 시아파(시아는 떨어져 나온 무리라는 아랍어)다. 시리아 중심의 세력은 주류공동체라는 의미의 수니파가 되었다.”
“이슬람의 역사가 현재 상황에 무슨 의미가 있나?”
오르도가 딴죽을 걸었다. 블랙맘바가 오르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찔끔한 오르도가 시선을 돌렸다.
“흠, 대단하군. 그기까지 파악했나? 나머지는 내가 간단히 설명하지.”
보니파스가 나섰다.
“오르도, 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아비 없는 자식이 없다. 머리는 생각하라고 붙어있다.”
블랙맘바가 한마디 더 하고 입을 다물었다. 오르도의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몇 번 엉덩이를 들썩이던 그가 결국 엉덩이를 의자에 내려놓았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엔 모양이 빠졌다.
“시아파는 수니파의 칼리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자체적으로 무함마드의 후손 중에 ‘이맘’을 선출해서 칼리프 이상의 종교적 세속적 권능을 부여했다. 시아파가 11세기에 다시 분열했다. 니자리파 라고도 불리는 이스마일파가 바로 급진적 폭력적 투쟁 집단의 시초이고, 원조 아사신이다. 아사신은 독이나 함정을 사용하지 않고 반드시 단검으로만 암살했다. 그들의 투쟁이 단순한 정치적 암살이 아니라 종교적 순교라는 의미다. 급진적이고, 폭력적인 이스마일파가 자리를 잡은 곳이 바로 알레포다. 알레포는 이스마일파에 순교의 터전이라는 의미다. 현대의 아랍 테러 단체들은 모두 중세 아사신을 그들의 롤 모델로 삼고 있다. 헤즈볼라, 하마스, 지하드도 마찬가지다. 시아파와 시리아는 당연히 상성이 맞지 않다. 알레포는 시리아의 품속에 든 뻐꾸기 알이다. 언젠가는 시리아를 불 태우는 개솔린이 될 것이다. 알레포에 검은 구월단의 훈련소가 들어선 이유는 아사드의 잔머리다. 아사드는 적으로 적을 치겠다는 음흉한 속내를 숨기고 있다. 프랑스가 루만을 공격할 경우 절대로 좌시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검은 구월단이 고와서가 아니라 프랑스가 개발한 유전을 삼키려는 술책이다. 따라서 이 작전은 고도의 은밀성이 필요하다. 블랙맘바,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 더욱 큰 문제는 알레포가 급진 시아파, 즉 이스마일파의 본거지라는 사실이다. 알레포 인근의 민간인 상당수가 검은 구월단의 눈과 귀다. 또한, 언제라도 총을 잡을 준비가 된 준 전사라고 보면 된다. 어설프게 덤비다간 순교를 각오한 민간인과 시리아 비밀경찰에게 압살당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시리아 당국은 물론이고 알레포 시민도 모르게 번개같이 급습하고 그림자처럼 퇴출해야 한다. 즉, 달걀 껍데기를 깨어서도 안되고, 흰자를 건드리지도 말고, 노른자를 뽑아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시아파의 역사를 언급한 이유다.”
보니파스가 오르도를 돌아보았다. 우리의 무기인 블랙맘바가 이 정도다. 라는 시위다.
“후우!”
오르도가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동양의 노랑이에게 완패당했다. 일개 용병이 이슬람의 역사에 정통하고, 작전상의 중요 변수로 대입할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
“후, 알겠소. 난 이만 빠지겠소. 루만 작전에 우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음을 인정하겠소. 블랙맘바, 유익한 만남이었다. 다음에 술 한잔 사지.”
오르도가 축 늘어진 어깨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클로드가 오르도를 배웅하고 돌아왔다.
“앞뒤 꽉 막힌 인간이 술을 산다니 별일입니다. 충격을 받고 뇌 구조가 뒤틀렸나?”
“정작 블랙맘바에게 맡기려니 그동안 들어간 예산과 노력이 아까웠겠지. 그래도 남자답게 포기하는군. 지젠느가 지난 일 년간 죽도록 고생했거든.”
“상관없다. GCP든 GIGN이든 ANO든 걸리적거리면 묻어 버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