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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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시리아 루만 작전6(수정)
“헉!”
보니파스와 클로드가 숨을 들이켰다. ‘거치적거리면 누구든 지운다.’ 살벌하고 단호한 저 모습이 바로 아즈라일 블랙맘바의 참모습이다.
클로드는 단단히 마음을 다졌다. 순진해 보이는 얼굴이나 어눌한 어투에 절대로 속지 말자. 저놈은 아쥐 래머, 죽음의 천사다. 아차 하면 미구엘이나 랑드르 꼴이 된다.
“그 그렇지. 제세페든 지젠느든 블랙맘바 앞에서야 개구리지.”
‘저런 썩을 놈!’
보니파스가 클로드를 흘겨보았다. 블랙맘바에게 개구리 이야기를 하다니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삐딱한 소리가 날아왔다.
“종교적 신념으로 똘똘 뭉친 광전사 4백 명을 소리 없이 지우고 훈련소를 폐허로 만들어라? 그것도 흔적없이 말이지. 수수료가 많이 오르겠는걸.”
블랙맘바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보니파스를 쳐다보았다. 블랙맘바는 뱀과 개구리의 먹이사슬엔 관심없다. 루만을 지울 방법을 찾기에도 뇌에 과부하가 걸렸다.
메이드 인 북한 복제품 화기는 내구도에 문제가 있을 뿐 맞으면 죽는 건 마찬가지다.
82mm 무반동포와 ASG17도 위협적이다. 차드에서 지겹도록 써먹은 무기들이다. 큰 것 한 방보다 연사력 좋은 자동유탄발사기가 더 골치 아프다. 머릿수도 만만찮고, 무기까지 짱짱하다. 둠브라이숲 전투처럼 유탄에 구멍 몇 개 뚫릴지도 모른다.
블랙맘바의 눈치를 살피던 보니파스는 속이 숯덩이가 되었다. 막강한 내무부가 손을 든 ANO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면 DGSE 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반면에 미테랑과 피용의 목이 늘어날수록 DGSE의 신뢰도가 추락한다.
블랙맘바가 작전의 어려움을 들어 틀어버리면 만사휴의다. 보니파스가 클로드에게 눈짓했다. 우는 놈에겐 얼른 사탕을 주어야 한다.
“천하의 블랙맘바를 싼값에 부릴 수야 없지. 다모클레스의 칼을 올려놓은 피용 장관이 별도의 수당을 제시했다. 루만을 보름 이내에 지우면 500만 프랑, 한 달 이내에 지우면 250만 프랑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물론 DGSE에서 지급하는 수당과는 별개다. 우선 급한 일부터 처리하세. 높은 분들의 눈알이 이쪽으로 튀어오기 전에 말이야.”
“그거 좋군. 역시 게으른 놈 엉덩이를 걷어차기엔 금화가 최고지. 루만인지 석류인지 후딱 으깨자고.”
블랙맘바의 표정이 봄바람처럼 풀렸다. 보니파스는 머리를 흔들었다. 젊은 놈의 노회함이 의회의원을 찜쪄먹을 수준이다.
“필요 장비부터 준비하겠다. 범용 장비 외에 특별히 필요한 장비를 미리 요청해라.”
클로드가 서둘렀다. 블랙맘바가 핵폭탄을 달라고 해도 줄 기세다.
“드라구노프 소음기가 문제다. 소음기인지 자동차 머플러인지 구분이 안 돼. 특별 제작이 가능하겠나?”
드라구노프 소음기는 길이만 8인치다. 무겁고 성능도 개판이다. 사헬에서 작전을 벌이는 내내 불편함을 감수했다. 클로드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미 준비되어 있다. 두 달 전에 외인부대의 에밀 병기관이 블랙맘바용 특수 소음기를 기술부에 신청했다. 특별 제작된 소음기는 두랄루민으로 골조를 만들고, 유리섬유와 세라믹 혼합물로 격벽을 쳤다. 크기는 50%, 중량은 70%를 줄였다. 소음 성능은 약 85데시벨이다.”
“오! 좋군.”
“블랙맘바 전용 드라구노프 열 정도 별도로 제작했다. 총신 내구도를 M60 수준으로 높이고, 교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설계를 조금 바꾸었다. 스코프도 고정 4배율에서 가변 10배율짜리로 바꾸었다. 며칠 전 시험에서 500발 연사 시험을 통과했다. 내구도 향상에 주력한 만큼 정밀도는 소폭 높아졌다. 중량은 700g 늘어났다.”
“오, 그거 좋군. 소음기 중량이 줄었으니 문제없다.”
블랙맘바가 반색했다. 저격총을 기관총처럼 쏘는 그로서는 총신 내구도가 늘 문제였다. DGSE 기술부의 눈물겨운 노력이 가상했다.
“에밀 병기관이 수리를 요청한 살벌한 무기가 있다.”
딸각- 클로드가 알루미늄 케이스를 열었다. 가죽 장갑을 끼고 케이스에서 채찍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어라! 그건?”
블랙맘바가 살짝 놀랐다. 오셀롯의 전용 무기인 고르곤이다.
“피아노 강선을 중심에 넣고 고래 힘줄과 케블라 섬유를 꼬아 만들었더군. 탄성, 연성, 살상력을 고루 갖춘 대단한 명품이야. 채찍 자루를 추가로 만들고, 채찍 끝에 오망성 추를 달았다. 자루를 비틀어 뽑으면 단검이 된다. 대단한 물건이지만 너무 무겁다. 스테고사우루스 꼬리 같은 채찍을 누가 휘두르겠나?”
“내가 휘두르지.”
채찍을 받아든 블랙맘바가 한차례 휘둘렀다. 위웅- 실내 공기가 출렁했다. 허공을 휘돌아 온 채찍의 궤적에 입식 외투 걸이가 걸렸다.
츙- 팔뚝 굵기의 목재가 썽둥 썰려 나갔다. 블랙맘바가 손목을 까딱했다. 파악- 채찍 끝에 달린 오망성 표창이 콘크리트벽에 깊숙이 틀어박혔다.
보니파스와 클로드의 안색이 허옇게 떴다. 보니파스는 이미 지겹게 겪었지만, 클로드는 블랙맘바의 무력을 오늘 처음 목격했다.
도끼로 찍어도 쉽게 잘리지 않을 단단한 참나무가 채찍에 싹둑 잘려나갔다. 이놈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 궤적에 인간의 몸뚱이가 들어가면?
클로드의 손발이 차갑게 굳었다. 그는 진짜 위협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블랙맘바는 채찍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재미있는 장난감을 선물 받은 아이가 되었다. 윙-윙- 윙- 채찍 그림자가 허공에 층층이 쌓였다.
채찍이 점점 빨라졌다. 넓은 실내에 희끗희끗한 장막이 생겼다. 채찍 반경내의 공기가 바깥으로 몰려나갔다. 안쪽과 바깥쪽에 공기층이 생겼다.
실내 공기가 무섭게 소용돌이쳤다. 규모가 작은 토네이도다. 보니파스와 클로드는 다급히 테이블 아래로 피신했다. 우우웅- 공기 떨림이 점점 커졌다. 회의실의 집기가 덜컥거리기 시작했다. 보니파스와 클로드는 질린 눈으로 서로 쳐다보았다.
츙- 거짓말처럼 채찍이 만든 장막이 걷혔다. 쏴아아- 방 안 공기가 한차례 거칠게 요동쳤다.
“좋군!”
채찍을 수납하는 얼굴에 만족한 미소가 퍼졌다. 근접 격투에 쿠크리, 난전엔 고르곤, 장거리 타격엔 드라구노프다. 이로써 원 투 쓰리 펀치를 모두 갖춘 셈이다. 새삼 충직한 옴부티가 고마웠다. 도주한 오셀롯이 경황 중에 떨어뜨린 고르곤을 챙긴 사람이 옴부티다.
“추가로 요청할 사항은 없나?”
“MP5가 필요하다.”
“농 쁘라블램, 최신형인 MP5sd3를 추천한다. 짧은 총신에 가변 개머리판을 채용해서 휴대성이 좋다. 아음속 탄이라 소음도 낮고, 발사 섬광도 약해졌다. 내장 소음기형으로 소음 수치는 70db로 측정되었다. 소형 트럭이 지나가는 수준이다. 정밀도는 2.5MOA, 유효사거리는 200m다.
“기관단총치고는 대단한 명중률이구먼. 단점은?”
“9mm 파라블럼탄을 사용한다. 관통력이 약하다. 50m 밖의 방탄복을 뚫기 힘들다.”
“문제없다. 머리를 박살 내면 된다.”
간단한 대답에 클로드는 한기를 느꼈다. 역시 아쥐 래머, 콘 킬러다.
“추가로 필요한 장비는?”
“드라구노프와 MP5를 거치할 백팩이 필요하다. 재질은 방탄이다. 어깨까지 보호 가능한 방탄복과 콤팩트한 방탄 헬멧도 부탁한다. 차드에서 유탄에 질렸다. 중량은 고려 사항이 아니다.”
말을 멈추고 수투에서 젓가락보다 작은 표창을 한 개 뽑아서 클로드에게 넘겼다.
“2천 개를 만들어라. 수류탄 두 박스, 컴포지션 폭약을 충분히 준비해라.”
“당연히 준비하겠다. 지금부터 작전 개요를 설명하겠다. 지상 침투와 공중 침투 어느 쪽을 택하겠나?”
“나는 되지엠 랩이다. 힘들게 땅바닥을 박박 길 필요 있나?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 되지.”
“공중침투는 난관이 많다.”
“농 쁘로블램, 난관이 없으면 나를 불렀겠나. 오르도가 꼬리를 뺄 정도면 알쪼 아닌가. 쿠쿠쿠!”
블랙맘바가 이를 드러내고 쿡쿡거렸다. 처음부터 삐에프를 연상시키는 오르도란 인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풍기는 분위기가 딱 인종주의자였다. 일부러 도발해서 쫓아버렸다.
클로드가 지도를 확대해서 브리핑에 들어갔다.
“좋다, 내가 설계한 지상 침투로는 10일이지만, 공중 침투로는 작전지역까지 4일이 걸린다. 마르세유에서 허큘리스로 터키 국경을~”
“잠깐 공중 침투로가 왜 4일이나 걸리나? 터키의 엔타이나 아다나 공항을 이용하면 바로 지척이 아닌가?”
“아다나 공항은 군용기 이착륙이 금지된 공항이다. 카팔루자에 전개된 방공망이 문제다. 본국에서 터키 오스마니에산(Osmaniye)까지 직항한다. 오스마니에산에 강하후 도보로 국경을 통과한다. 육상 이동 거리는 130km다.”
지도를 응시하던 블랙맘바가 고개를 흔들었다.
“마음에 들지 않아. 낙하지점을 변경한다. 바로 여기.”
핏- 표창이 프로젝션 스크린에 팍 꽂혔다. 카파루자 계곡에서 겨우 10km 떨어진 지점이다. 표창이 꽂힌 위치를 확인한 클로드가 비명을 질렀다.
“안 돼. 놈들의 개량 스트렐라2와 이글라의 유효 사거리 고도는 5,000m다. 일반 고사포도 고도 4,000m까지 올라간다. S-75가 배치되었으면 15,000m도 위험하다. 낙하 고도를 잡았다간 바로 격추당한다. 허큘리스도 스트랠라 서너 발을 맞으면 견디지 못한다.”
“흥, 놈들이 설마 최신형 부크 미사일을 배치하진 않았겠지?”
“2년 전에 개발 완료된 부크를 어떻게 알았나? 아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고고도 요격용 부크라면 고도 25km까지 유효사거리에 들어간다. 카파루자에 최신형 미사일인 부크가 배치되었을 가능성은 제로다. 소비에트연방 내에서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중요 도시에만 전개되고 있다. 북극곰이 30년쯤 지나면 시리아에 팔아먹을지도 모르지. S-75 다운그레이드형은 배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78년도에 시리아가 25세트를 도입했다. ”
“ S-75라~ 터키 접경지인 카파루자에 배치되었을 가능성이 높겠어. 허큘리스 유효 고도가 몇 미터냐?”
“메뉴얼에 따르면 11,500m다, 기체 상태에 따라 13,000m까지 가능하다. 설마?”
클로드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럼 됐어. 13,000m에서 강하한다.”
보니파스와 클로드의 입이 딱 벌어졌다. 13,000m 전투 강하는 들어본 적도 없다. 공수 부대의 통상 낙하 훈련 고도는 1,200m다. 특수한 경우에도 3,000m 이내다.
통상적인 훈련 시 캐노피 개방 고도는 900m다. 900m 이상의 고도에서 캐노피를 개방하면 급변하는 기류와 기온 차로 인해 불의의 사고를 당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5,000m~13,000m상공의 기류 변화는 예측불허다. 낙하산을 폈다간 하강 기류에 휘말려 돌멩이처럼 추락할 수도 있다.
또 한가지 제한은 기온이다. 대류권은 고도가 100m 높아질 때 0.65℃ 낮아진다. 지상 온도 20℃일 때 고도 3,000m의 기온은 0℃, 고도 13,000m는 -60℃다. 지상 감시병에게 포착당하지 않으려면 고도 1,000m 안쪽에서 캐노피를 개방해야 한다. -60℃~0℃ 허공을 시속 180~250km 속력으로 12,000m를 자유 낙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체감 온도는 -100℃쯤 될 것이다. 낙하 중에 쇼크로 사망하기 십상이다. 제정신으로 브라이들을 당기기란 불가능이다.
“안 돼, 자살 행위다.”
클로드가 비명을 질렀다.
“블랙맘바, 인간이 13,000m 고공 강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것도 12,000m를 자유 낙하해서 말이야. 쇼크로 죽는다. 루만을 지워버릴 컴포지션 무게만도 70kg 이상이다. 장비와 폭약 무게만 120kg이 넘는다. 인간이 그 짐을 지고 낙하 자세를 잡을 수 있겠나? 일단 낙하했다 치자. 총탄을 피해 달릴 수 있나? 불가능한 작전이다.”
보니파스가 어울리지 않게 걱정스러운 얼굴로 만류했다.
블랙맘바가 비시시 웃었다.
“흐흐흐! 보니파스 부장, 우리 솔직해지자고. 더 이상 연극을 할 필요 없어. 당신은 처음부터 나를 염두에 두고 이 모든 계획을 세웠지 않나? 나를 생각해주는 척하면서 격장지계를 쓸 필요없다. 당신이 나를 알 듯이 나도 당신을 알거든. GIGN과 GCP의 거친 작전은 국제적인 악명이 높아진 지 오래다. 시리아의 반발을 일일이 헤아려줄 프랑스가 아니지. 결국, 미사일 사거리가 미치지 못하는 고공 강하가 불가능해서 그들을 써먹지 못하는 상황 아닌가. 나를 부를 수밖에 없었겠지. 그렇지 않나?”
보니파스의 눈이 잔뜩 커졌다.
“헐, 블랙맘바가 아니라 여우가 되었구먼. 그렇다. 솔직히 당신을 염두에 두고 모든 작전을 세웠다. 아르메니아 문제로 터키와 껄끄러운 관계가 되었다. 육상이동도 어렵고, 공중 배달도 곤란하다. 알레포에서 가까운 아다나, 하타이 공항도 군용기 이착륙이 어렵다. 본토에서 직접 비행해서 작전지역 상공에서 초고고도 강하를 하는 방법 외엔 대책이 없다.”
보니파스는 솔직히 인정했다. 블랙맘바는 절대로 적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인간, 절대로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인간이다.
복부가 갈라진 로베르 땅쉬 참모장, 백린에 소사된 미구엘의 해골이 수시로 눈앞에 어른거리는 보니파스다. 자신도 필립의 중재가 없었으면 그들처럼 비참한 최후를 마쳤을 것이다.
“볼 것 없이 내가 가야 하는 분위기군. 클로드, 피용 장관에게 연락하도록. 침투 기간을 포함해서 열흘 이내에 처리할 테니 700만 프랑을 준비하라고 해.”
듣고 있던 보니파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