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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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시리아 루만 작전7
블랙맘바는 자신의 신체를 믿었다. 13,000m에서 HALO시 영하 50℃ 허공을 초당 70m 속력으로 12,000m를 낙하해야 한다. 방호복 없이 낙하하면 지면에 떨어지기 전에 영혼이 육체를 이탈하기 십상이다.
고고도 낙하 시, 가압 슈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머리와 손발 말단부로 피가 몰린다. 머리에 피가 몰리면 졸음이 덮치고 판단 능력이 흐려진다.
구름 위 고고도는 기준을 잡을 물체가 아무것도 없다. 자신이 하늘에 떠 있다고만 여긴다. 손발도 둔해진다. 정신이 혼미해져서 고도계를 확인하지 못하면 시속 200~300km 속력으로 지면에 꽝! 끔찍한 결과만 남는다.
되지엠 랩에서도 5,000m 헤일로(HALO)훈련시 온갖 안전 장구를 착용한다.
13,000m 헤일로! 끔찍한 고도다.
70kg 폭약 배낭, 50kg 장비 배낭, 주 낙하산 컨테이너, 보조 낙하산까지 매달면 총 무게는 대략 135kg이다. 사지를 구속하는 가압G슈트, 비행 헬멧, 산소마스크 등을 착용하기도 힘들지만, 살찐 판다가 되어서 자세를 제어할지도 의문이다.
시리아의 철천지원수가 프랑스와 터키다. 터키 접경지인 카파루자 계곡에는 대공 화기가 조밀하게 배치되어 있다. S-75가 배치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침투 작전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12,000m 자유 낙하 시간은 대략 150초, 캐노피 개방 후 1,000m낙하에 110초가 소요된다.
260초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낙하 중에 고사포나 벌컨포에 노출되면 끝장이다. 신체를 구속하는 복장과 장비가 알라를 면회 가는 지름길이라는 이야기다.
착지 후에도 신속한 이탈이 필요하다. 온갖 안전 장구를 덕지덕지 걸쳤다간 무카바라트(Mukhabarat)의 촉수에 걸리기 십상이다.
시리아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대상이 무엇일까?
비밀경찰 무카바라트(Mukhabarat)다. 그 이름만 들어도 시리아인은 움찔하고 놀란다. 조직원이 누군지, 정보원이 누군지 아무도 모른다. 12만 명이라고 알려졌지만 정확한 숫자는 아무도 모른다.
무카바라트의 정보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1982년 어렵게 시리아를 방문한 한국의 상공부 직원이 다마스쿠스 뒷골목 양탄자 가게에 들렀다. 주인은 현지인이 500 LS에 사간 양탄자를 자신에겐 1,500LS를 불렀다.
항의를 받은 가게 주인은 정부 방침이라고 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시리아는 물가가 엄청나게 싸다. 싼 가격은 내국인에게만 해당한다. 한국인 공무원 두 사람은 시리아 정부의 가격 정책을 성토했다. 물론 한국어로 떠들었다.
숙소로 돌아온 한국인을 건장한 남자 두 사람이 문앞에서 맞았다. 두 사람은 즉각 연행되었다. 무카바라트 요원은 능숙한 한국어로 취조를 시작했다.
상공부 직원은 시리아 정부를 비난한 일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잠시 후 다른 요원이 나타났다. 그는 한국인 두 사람이 나눈 대화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무카바라트의 존재도 놀랍지만, 그들이 한국어를 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두 사람은 정부를 비난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풀려났다. 체류기간 내내 시리아 정부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못했음은 불문가지다.
우발적인 위험을 피하려면 전투 복장 그대로, 체공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블랙맘바는 누구도 모르는 자신의 신체 능력을 믿기로 했다.
두랄루민에 필적하는 T-score 5.2의 허니콤 복층구조 골격, 15층 적층 판형 스프링 구조의 피부, 일반인의 5배에 달하는 적혈구 산소 운반 능력이다. 비밀리에 친구인 기즈 박사가 시료를 조사한 결과다. 기즈 박사는 서슴없이 신인류라고 했다.
13,000m 상공의 대기압은 대략 0.25bar다. 피가 부글거릴 고도다. 강력한 골격과 피부가 초당 100m 속력과 극저온을 버텨주고, 사기적인 산소 운반 능력을 갖춘 적혈구는 희박한 산소를 보충해 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로서도 침투가 쉽지는 않다. 파리의 공기를 다시 마실 수 있을지 모르겠군.”
블랙맘바가 엄살을 떨었다. 늘 그렇듯 어떻게? 라는 수단과 방법을 알려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어차피 작전이 끝나면 DGSE 정보부와 기술부는 소설을 쓸 것이다.
“인정한다. 어려운 만큼 충분한 대가를 준비하겠다. 착수금 100만 프랑, 루만에 거주하는 테러범을 전멸시킬 경우 200만 프랑, 기지를 지워버리면 400만 프랑, 사진 자료는 별도 50만 프랑이다.”
“흠, 500만 프랑이면 족하다. 사진 자료는 사양한다.”
카메라를 목에 건 이레이저맨이라니, 찌질한 일본 만화에나 나올 황당한 스타일이다. 그야말로 책상물림들이나 생각할 개그가 아닌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500만 프랑, 한화로 12억이다. 한국의 중견 은행원 520년 치 연봉이다. 1회 출장치고는 짭짤한, 아니 황당한 벌이다. 50만 프랑을 더 벌자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찌질한 짓거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
보니파스가 다시 협상안을 내놓았다.
“루만의 서류를 챙겨 오면 중요도에 따라 100만 프랑까지 지급하겠다.”
블랙맘바는 뽈록 나온 보니파스의 배를 쳐다보았다. 대나무처럼 마른 몸매라 배가 조금만 나와도 두드러져 보이는 체형이다. 한 푼도 깎아주지 않는 빵집 주인 스타일이다.
대단한 빵집 주인이다. 보니파스는 생긴 것과 달리 통이 크고 찬스에 강하다. 늘 자신이 생각한 이상의 배팅을 한다.
“사헬에서 수거해 온 서류로 제법 재미를 본 모양이군.”
보니파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다. 당신 덕분에 북극곰 놈들의 코를 눌러주고 몇 가지 양보도 얻어냈다.”
“좋다. 구면인데 그 정도는 해 준다.”
“고맙다. 솔직히 이번 작전은 당신만이 가능하다. 외교적 마찰을 피하려면 진입-액션-퇴출에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농 쁘로블램!”
보니파스의 얼굴이 환해졌다. 역시 블랙맘바다. 적성국에 단독 잠입해서 수백 명의 무장 광신도가 거주하는 기지를 흔적없이 지우는 작전이다. 더욱이 주변에서 눈치챌 틈도 없이 번개같이 해 치워야 한다. 실현 불가능한 작전을 농 쁘로블램이라 할 수 있는 자가 블랙맘바 외에 누가 있겠는가!
“냉동인간이 되어서 텔(tell, 고대 정착지가 누적되어 생긴 언덕)에 유적을 보태고 싶지는 않군. 피부 노출을 막을 마스크와 글러브를 준비해라. 나머지는 내 몫이다. 퇴로는 준비되어 있나?”
클로드의 표정이 어둠침침해졌다.
“루만에서 터키 국경까지 25km다. 국경을 넘으면 얀타가(Antakya)마을이 있다. 그곳에서 DGSE 요원과 접선한다. 50km 거리에 하타이 공항이 있다. 요원이 일반 여행객 여권과 서류를 준비해서 기다릴 것이다.”
블랙맘바의 표정이 삐딱해졌다.
“클로드, 너 바보냐? 바보인 척 하는 거냐? 적지에서 중화기를 갖춘 수백 명의 적과 벌이는 전투다. 살아남더라도 신체가 멀쩡하겠나?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자력 탈출하라고? 내가 프랑스 용병임을 알게 되면 알레포 인근의 주민 백만 명이 피라냐떼처럼 달려들어 고기 조각과 뼈조각을 떼어갈걸.”
블랙맘바의 걱정 아닌 걱정은 지나치지 않다. 시리아인들의 뿌리 깊은 반 프랑스 정서에 비춰볼 때 돌로 쳐죽이고 남는다.
시리아인의 프랑스 혐오증은 한국인이 일본을 싫어하는 수준을 능가한다. 프랑스가 시리아에 행한 몹쓸 짓이 일본 이상이라는 소리다.
현재의 시리아는 형편없이 쪼그라든 시리아다. 시리아는 현재의 이라크, 레바논, 요르단, 이스라엘 지역을 포함한 대국이었다. 이를 레반트 시리아라 부른다.
레반트 시리아를 현재의 시리아로 만든 장본인이 프랑스고 영국이 한 다리 거들었다. 11세기부터 시작된 십자군 원정의 선봉이 프랑스다. 당시 프랑스 성 기사단은 시리아의 유적을 철저히 파괴하고 약탈했다.
16세기 중반에는 시리아를 지배하던 터키로부터 외국인거류협정이라는 묘한 자치권을 얻어냈다. 프랑스는 자치권을 이용해서 시리아를 수탈했다.
1차 세계대전 후 시리아를 점령한 터키가 물러가자 영국과 프랑스가 시리아라는 전리품을 두고 싸움을 벌였다.
1916년, 프랑스와 영국은 사이크스-피코(Sykes-Picot)협정을 맺고, 레반트 시리아를 분할했다. 프랑스는 지금의 레바논과 시리아를 가져가고, 영국은 이라크, 요르단, 팔레스타인을 꿀꺽했다. 시리아로서는 기가 막히고 피를 토할 노릇이다.
뒤이어 1917년, 벨푸어(Balfour)선언으로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 국가인 이스라엘이 들어서게 된다.
1920년에 프랑스는 시리아를 재차 점령했다. 이때 프랑스는 해서는 안 될 역사적 과오를 저질렀다. 가톨릭의 일파인 마론파 교도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레바논을 시리아에서 떼어냈다.
이로써 레반트 시리아는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이라크, 시리아 6개로 쪼개졌다. 프랑스가 중동의 화약고, 테러의 온상지를 만든 셈이다.
프랑스는 위임 통치 기간에 시리아에서 석유, 광물, 면화를 끝없이 수탈했다. 북서부 알렉산드레타 지역을 터키에 넘겨주는 월권행위도 저질렀다. 일본이 1909년의 청일 간도협약에 의거 간도를 중국에 넘긴 만행과 유사한 사례다.
1925년 다마스쿠스에서 시리아 독립 봉기가 일어났다. 프랑스는 우월한 군사력으로 다마스쿠스를 무자비하게 폭격해서 잠재웠다. 프랑스는 1946년 4월 17일 시리아에서 철군하기까지 26년간 시리아에서 뽕을 뽑았다.
제국주의 시절부터 타국에 못할 짓을 많이도 저지른 프랑스다. 말하자면 유럽의 일본이 프랑스다. 물론 다른 유럽 제국들도 다를 바 없다. 유럽과 미국이 금세기를 주도하면서 그들의 온갖 만행이 은폐되었을 뿐이다.
한국은 강대국의 개입으로 인해 분단국으로 남아있다. 시리아는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6개로 쪼개져 버렸다. 어느 쪽이 더 불행한 역사인지 우열을 논할 수 없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국민이 분열되면 국가가 힘을 잃는다. 힘을 잃은 국가의 앞날은 시궁창밖에 없다. 온당치 못한 위정자를 선출한 국민은 끔찍한 대가를 돌려받기 마련이다.
“……”
클로드는 퇴로 확보와 관련된 대답을 못 하고 우물쭈물했다.
“터키의 협조를 얻으면 작전에 융통성이 생기지 않나?”
블랙맘바의 당연한 말에 보니파스의 표정이 난감해졌다. 프랑스와 터키의 관계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도덕주의를 표방하는 미테랑 정부가 집권하면서 파열음이 생겼다.
터키와 아르메니아는 오랜 원수지간이다. 한국과 일본 이상으로 증오의 뿌리가 깊고, 감정의 골도 깊다. 11세기 이슬람인 셀주크 투르크가 기독교국인 아르메니아를 정복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아르메니아인은 수차례에 걸쳐 학살당했다. 학살당한 숫자가 200만을 웃돈다고 알려졌다. 아르메니아는 터기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다. 터키는 전시상황(1차 세계대전)과 이주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잡아뗐다. 사과와 배상은 말도 안 된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야말로 한국과 일본의 복사판이다.
양국 간의 다툼에 미테랑이 끼어들었다. 그는 아르메니아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었다. 과거 투르크와 손을 잡고 시리아와 아르메니아 지역을 수탈했던 프랑스다. 국제관계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 이해관계가 있을 뿐이다.
“멍청이 미테랑이 아르메니아 문제에 끼어들었다. 터키와 관계가 악화되는 바람에 하타이 공항을 사용하기도 쉽지 않다. 고문이라면 자력 탈출도 가능하지 않겠나?”
보니파스가 곤혹스런 얼굴로 변명을 늘어놓았다.
“허, 이런 졸속 작전이라니, 해도 너무하는구먼. 한국으로 그냥 돌아가면 부장이 곤란해지겠지. 테러범들을 포함해서 루만 클리어 스테이지까지 1,000만 프랑, 자료 확보는 별도 200만 프랑.”
블랙맘바는 수당을 두 배로 뻥튀기했다. 기시감이 느껴졌다. 십 년 전 가마솥 앞에 앉아서 백부와 담판을 지었다. 매달 천 원을 주지 않으면 집을 나가겠다고 협박했다. 천 원은 육성회비를 내고 학용품과 책을 사는 최소한의 비용이었다.
답답한 놈이 우물을 파기 마련이다. 이번 작전은 계약된 작전이다. 밥값을 해야 하지만 걸림돌이 한둘이 아니다. 꼬장이라도 부려볼 작정이다.
“보!(bon)”
‘콜이라고?’
지체없이 떨어진 반응에 얼떨떨했다. 1,000만 프랑은 이처럼 쉽게 콜이 떨어질 금액이 아니다. 아무래도 여우 같은 보니파스에게 물린 것 같았다.
“보! 소금을 먹었으니 물을 켜야지.”
이미 버스는 떠났다. 블랙맘바는 늘 그렇듯 시원스럽게 수락했다. 쉽진 않겠지만 못할 일은 아니다.
‘후우! 됐다.’
보니파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십년감수 했다. 블랙맘바가 성질을 낼까 봐 간이 쪼그라들었다. 루만 작전은 최정예 지젠느와 GCP 연대를 투입해도 불가능한 작전이다. 아니 투입이 불가능이다. 루만에 들어갈 마땅한 수단이 없다.
테러범들의 공격 목표가 다중 공공시설에 집중되면 정권이 흔들린다. 이미 의회에서 대통령 탄핵 발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시민과 의회의 비난에 직면한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댈 곳은 블랙맘바밖에 없다. 루만 작전은 처음부터 블랙맘바를 염두에 두고 세운 황당한 작전이다. 급조된 작전 계획이 워낙 허술하다. 블랙맘바가 거부해도 할 말이 없는 난처한 상황이 해소되었다. 보니파스는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