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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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시리아 루만 작전8
블랙맘바와 보니파스의 계산법은 그 규모와 출발점이 달랐다. ANO는 뱀처럼 은밀하고 전갈처럼 독한 놈들이다. 지난 13개월 동안 투입된 예산만도 이미 3억 프랑을 넘겼다. 사회적 비용까지 추산하면 천문학적이다.
앞으로 쏟아부어야 할 예산에 비하면 블랙맘바에게 지급되는 수당 1,000만 프랑은 푼돈이다. 블랙맘바가 1억 프랑을 요구해도 들어주어야 할 처지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관계야말로 최고의 파트너다. 합리적이고 통 큰 보니파스와 항모급 전투력을 보유한 블랙맘바는 궁합이 썩 잘 맞는 편이었다.
보니파스가 손을 내밀었다.
“협조에 감사한다. 시리아는 잠재적 적성국가인 동시에 프랑스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다. 이번 작전은 민감한 사안이다. 정부는 작전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논평을 하지 않는다.”
“그렇겠지.”
블랙맘바가 쓴웃음을 짓고 손을 마주 잡았다. 원래 블랙맘바 소환 통로는 필립 소장이다. 필립을 거치지 않고 전세기까지 동원해서 비밀리에 입국시킬 때 짐작했다. 프랑스 정부는 ANO의 테러 양성소를 지워버리고 시침을 뗄 작정이다.
작전 중에 죽어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정부는 모르쇠로 돌아선다. 살아있는 블랙맘바가 클레망소 이상의 가치가 있을 뿐, 죽은 블랙맘바는 파리 뒷골목의 부랑자 변사체와 다를 바 없다.
“내가 생각해도 무리한 작전이다. 미안하다.”
“써펀드가 사과를 하다니 별일이다. 수당이나 두둑이 준비해둬.”
보니파스의 이마에 주름에 접혔다. 총국장도 부르지 않는 별명을 면전에서 부르다니, 역시 싸가지를 물 말아 먹은 놈이다. 블랙맘바는 빙긋이 웃기만 했다.
양금택목(良禽擇木)이라 했다. 자신이 똑똑한 새인지, 프랑스가 가려 앉을 만한 나무인지 모른다. 적어도 서로 쓸모가 있는 한 좋은 관계가 유지된다. 의리나 충성으로 포장된 관계보다 오히려 공고하다.
루만 작전은 결코 쉬운 작전이 아니다. 알라의 전사들보다 추종자와 협조자가 문제다. 알레포는 인구 백만의 대도시다. 벨맨의 정보에 시리아 서북부 인민 대다수가 레반트 시리아를 주창하는 ANO에 호의적이다. 적어도 일 할은 열렬한 추종자다. 일반 시민과 충돌한다? 그야말로 최악의 가정이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일도 아니다. 래쿤 작전처럼 장님 문고리 잡기 식으로 목표가 불분명할때 작전 당사자는 미친다. 이번 작전은 명확하다. 목적지는 루만이고, 목표는 말살이다. 방법론이야 찾으면 다 나오게 마련이다.
더욱이 인간이기를 포기한 짐승 사냥이다. 단독 작전인 만큼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 부담도 없다. 심적 부담을 털어버린 만큼 전투에 집중할 수 있다. 자신의 주특기가 암살이다. 정히 상대의 전력이 만만치 않으면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죽여버리면 된다.
“고문, 뮈게 호텔에 숙소가 준비되었다.”
“그럴 필요 없다. 실내 훈련장이 있나?”
“체력단련실 3개와 사격장 2개가 있다.”
“장비가 준비되는 동안 몸을 다듬어야겠다.”
“지하 5층에 있는 빅투아 체력 단련실이 제일 넓다. 원하는 시설이나 장비가 있나?”
클로드는 눈치 빠르게 블랙맘바가 원하는 바를 바로 알아들었다.
“야전 침대만 있으면 된다.”
블랙맘바는 DGSE가 준비한 특급호텔 스위트 룸을 마다하고 지하 훈련장으로 들어갔다. 명상과 수련으로 흐트러진 전투 감각을 올리고, 채찍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했다.
3일 후, 지하 수련장에 보니파스가 나타났다. 그는 엉망진창이 된 체력단련실의 전경에 머리를 흔들었다. 2,000㎡ 실내가 폐허로 변했다. 수십 개의 운동 기구는 모두 고철이 되었다.
철제 파이프가 부러지고, 철판은 종이 찢어지듯 뜯겨나갔다. 와이어 로프는 하나같이 끊어지고 뒤엉켰다. 콘크리트벽에 덤벨 수십 개가 박혀있고, 바닥은 거대한 괴수가 할퀸 듯 온통 파헤쳐지고 금이갔다. 티라노사우루스 열 마리가 분탕을 치고 간 현장이다.
“휘유, 우주 괴물이 한바탕 날뛰고 갔나?”
폐허에 앉아 명상에 잠겨있던 블랙맘바가 눈을 떴다.
“무슨 일인가? 일주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별로 우호적이지 않은 반응이다. 채찍은 부드러운 병기다. 오금공의 무리에 따라 편술을 익히자 공진의 묘리가 더욱 선명해졌다. 부드러움, 싸 안는다. 사량발천근, 공기의 질랑……뭔가 손에 잡힐 듯할 때 보니파스가 훼방을 놓았다.
“고문, 급하게 되었다. 오를리 공항에서 폭발물이 터졌다. 게이트 바깥쪽 쓰레기통에 놈들이 폭발물을 설치했다. 전문가의 솜씨다. 탄체 비산 방향과 폭발 시간을 정교하게 맞추었다. 두 명이 사망하고 삼십 명이 부상당했다.”
“이번에도 ANO인가?”
“동독 슈타지 22국에서 정보가 들어왔다. 놈들은 검은 구월단이다. ANO의 이인자인 아브라힘 삼린이 별도로 이끄는 테러조직이다.”
“별 거지같은 것들이군. 이젠 곁가지까지 설치고 지랄이네.”
블랙맘바가 냉소를 던졌다. 벨맨이 전해준 정보를 통해 검은 구월단과 ANO가 한집안임을 이미 알고 있다. ANO의 수장은 아부디날이다. 검은 구월단의 수장은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삼림이 이끄는 ANO의 별동대가 검은 구월단이다. 서방 정보기관들이 영리한 아부디날에게 십 년이나 교란당한 셈이다.
“미테랑과 피용이 난리를 치는 모양이지?”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
“어쩔 수 없지. 아부니달의 종교적 신념과 울분은 이해하지만, 번지수가 틀렸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무차별 테러는 용서받을 수 없다.놈들이 자칼처럼 미테랑을 암살하겠다고 나섰으면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이다. 인간의 굴레를 거부하는 자는 짐승의 굴레를 씌울밖에.”
“또 한가지 좋지 않은 소식이 있다.”
“나쁜 소식에 만성이 되었다. 흐흐!”
블랙맘바가 표정없이 웃었다. 보니파스도 쓴웃음을 지었다. 정보부는 나쁜 소식을 파악하고, 나쁜 일을 처리하라고 만들어진 기관이다. 좋은 정보부, 기쁜 소식을 전하는 정보부는 세상에 없다.
“카파루자 계곡에 배치된 S-75가 확인되었다. 모사드 측의 정보에 의하면 1963년경에 동독에 전개한 다운그레이드 형이 일 년 전에 시리아와 이집트에 공급되었다.”
“확실히 반가운 정보는 아니군. 고고도 미사일 포대는 대대급으로 편성된다. 레이더와 경비 부대까지 더하면 최소한 연대급 부대가 카파루자에 전개되었단 이야기군.”
블랙맘바는 심드렁했다. 이미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행동 지침을 정리하는 중이다.
“S-75 체계는 발사 대대 3개와 레이더 중대로 조직된다. 1개 대대는 3개 포대로 구성된다. 인원은 180명이다. 총인원은 경비 부대를 포함해서 700명 내외로 추정된다.”
블랙맘바는 카파루자 계곡에 전개된 시리아군과 충돌을 배제하지 못했다. 침투 파괴 작전은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정보는 아무리 보아도 늘 부족한 법이다.
“제원은 파악되었나?”
“초기형 V750V 체계다. 세 발이 한 세트다. 사거리 25km, 고도 11,000m다. 한 발이 실패하면 나머지 두 발이 연속 발사되는 시스템이다.”
“충격 고도가 아슬아슬하구먼. 엉덩이가 간질거리게 되었어. 출동 준비는 되었나?”
“오를리 공항에 허큘리스가 대기하고 있다. 고문이 필요로 하는 장비는 이미 적재되었다.”
“에이구 내 복에!”
블랙맘바는 아쉬운 표정으로 지하 수련장을 나섰다. . 머피의 법칙이라던가? 뭔가 얻을듯하면 방해 요소가 등장한다.
엄격히 통제되던 지하 5층이 개방되었다. 클로드 과장에게 불려간 시설반 책임자는 서약서를 써야 했다. 빅투아 체력단련실을 복구공사할 때 실내에서 본 장면은 모두 잊어라는 내용이었다.
“섹스파티라도 거하게 벌였나?”
고개를 갸우뚱하며 지하 5층에 내려간 시설 반장의 눈이 잔뜩 커졌다.
“으악, 이게 다 뭐야?”
놀란 비명이 지하를 울렸다. 시설 반장은 폐기물 수거 차량부터 불렀다.
파리 오를리 공항, 배웅나온 보니파스가 속삭였다.
“특별고문, 열흘 전에 디졸레 베이루트 영사가 놈들에게 납치되었다. 우린 이미 포기했네. 구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여의치 못하면 신경 쓸 것 없네. 혹시라도 구하게 되면 정부가 입을 닦지는 않겠네.”
“구하라는 이야기보다 더 무섭군.”
블랙맘바가 픽 웃었다.
파리 오를리 공항 7지구, 전술 수송기 허큘리스가 육중한 기체를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허큘리스는 크게 우횡전해서 지중해로 기수를 돌렸다. 바르샤바 조약국들의 레이더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륙중량 80톤을 자랑하는 케빈에 인간 넷, 화물 130kg이 달랑 실렸다. 승객은 넓은 케빈에 잠든 듯 고요히 앉아있는 인간아닌 인간 단 한명이다.
파리에서 올레포까지 직선거리 3,300km, 비행 거리 3,600km다. 항속거리 8,000km인 허큘리스가 짐을 부리고 회항하기에 충분한 거리다. 짐이 가벼운 만큼 연료 소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원팀으로 탑승한 클로드와 작전부 요원 두 사람은 할 일이 없었다. 시중을 들어야 할 VIP는 케빈에 오른 뒤로 몇 시간째 말이 없다. 간간이 손목과 손가락을 까닥거리고,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이 두 시간째 이어지고 있다.
작전 전모를 모르는 요원은 의문이 몽블랑처럼 높게 쌓였지만 풀 길이 없었다. 그들의 임무는 특별고문의 고고도 강하 서포터다. 알레포까지 6시간이 소요된다. VIP가 일체의 소음을 내지 말라고 지시했다. 대화까지 손짓으로 해결해야 하는 요원 둘은 무료함에 몸살을 앓았다.
클로드가 요원의 옆구리를 툭 치고 블랙맘바를 가리켰다. 고개가 살짝 제쳐져 있다. 드디어 잠들었다. 세 사람은 고롱고롱 코를 골기 시작한 블랙맘바를 질린 얼굴로 쳐다보았다. 13,000m 고공 강하, 그것도 안전 장구 없는 네이키드 강하를 앞둔 인간이 코까지 골며 잠들다니, 천하무적의 배짱이다.
1984년 8월 6일, 02시, 지중해를 종단한 허큘리스가 육지부에 진입했다.
“고문, 20분 전이다.”
블랙맘바가 눈을 번쩍 떴다.
“현재 위치는?”
“10분 후 터키령 오스마니에 산맥에 접근한다.”
“아수라의 시간인가!”
이빨을 지그시 물었다. 평화로운 시간은 지나갔다. 이제 아즈라일 블랙맘바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고문, 두렵지 않나?”
“나는 인간이다. 두렵지 않다면 인간이 아니겠지.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간일 수밖에 없는 씨앗이 무엇일까? 나 자신의 행복을 얻으려고 타인의 행복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 타인의 행복을 위해서 살지는 못하더라도 부수지는 말아야지. 나 아수라는 이 세상의 청소부다.”
블랙맘바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느릿느릿 강하 준비를 했다. 주 낙하산 컨테이너를 메고, 예비 낙하산을 가슴에 채웠다.
폭약이 든 배낭과 백팩은 골반에 고정했다. 헬멧을 착용하고, 얼굴 전면을 가리는 세라믹 재질의 마스크를 쓰고, 카프 장갑을 끼고, 손목에 찬 고도계를 확인하는 것으로 준비를 끝냈다.
우르르- 기체가 한차례 흔들렸다. 오스마니에 산맥 서쪽은 저지대인 터기, 동쪽은 고지대인 시리아다. 해발 2,000가 채 안 되는 산맥이지만 동서의 기후를 나누는 경계선이다.
서쪽의 더운 공기가 상승하고, 동쪽의 공기가 하강하면서 산맥 상공의 대기는 늘 불안정하게 움직인다. 급작스럽게 수백 줄기의 번개가 치는가 하면 폭우가 쏟아진다. 산맥을 넘는 동안 기체가 몸부림을 쳤다.
찌잉- 공간지각력이 저절로 발동되었다. 왼쪽 관자놀이를 굵직한 몽둥이 끝으로 누르는듯한 압박감이다. 준비를 마치고 대기 중이던 블랙맘바가 클로드에게 소리쳤다.
“클로드, 즉시 기장을 연결하라.”
클로드가 콕핏과 연결된 인터컴을 켰다.
-기장, 특별고문이다. 현재 위치와 고도를 보고하라.”
-알레포 북북서 80km 지점 라조 마운틴, 현재 고도 9,700m. 난기류를 피해서 고도를 떨어뜨렸습니다.”
-즉각 고도를 올려라. 13,000까지 바짝 올려라.
-롸저.
와우우웅- 둔중한 진동음이 케빈을 울렸다. 허큘리스가 머리를 바짝 치켜들고 급격히 고도를 높였다. 군용 수송기엔 친절한 스튜어디스가 없다.
“쀠텡, 왔쯔 롱!”
갑작스러운 기동에 요원 한 사람이 좌석에서 튕겨 나와 바닥을 굴렀다. 클로드는 바짝 긴장했다. 블랙맘바를 만난 지 겨우 3일이 지났지만 45년간 놀란 것보다 최근 3일에 놀랄 일이 더 많았다. 블랙맘바가 긴장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클로드가 전망창에 바짝 붙어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적성국 상공을 비행하는 군용기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위협은 뻔하다. 아니나 다를까.
아래쪽에서 작은 불씨가 보이더니 검붉은 불꽃이 급격히 확대되었다.
“헉, 미사일이다.”
클로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큘리스 꽁무니에서 오렌지색 섬광이 확 퍼졌다. 파일런에 매달린 카트리지가 수십 발의 플레어를 토해냈다. V750V 탄두가 플레어 속으로 뛰어들었다. 오렌지 섬광 속에서 노을빛이 확 번져 나왔다. 케빈의 전망창을 통해서 빛의 폭포가 쏟아졌다.
“망할 새끼들, 카파루자 계곡이 아니라 라조 마운틴이었어,”
블랙맘바가 이를 갈았다. 동독 슈타지의 정보는 오류다. 시리아는 카파루자 계곡이 아니라 라조 마운틴에 미사일 기지를 구축했다. 테러범에 관해서라면 동서를 초월해서 협력한다더니 개뿔이다.
“기장, 올려, 상승하란 말이다.”
“우아악, 올려, 올려!”
클로드가 인터컴을 물어뜯을 듯이 비명을 질렀다. 얼굴이 하얗게 변한 요원 둘도 덩달아 비명을 질러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