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16
x 216
제26장 시리아 루만 작전9
블랙맘바 역시 암담했다. S-75 미사일 체계는 초탄이 실패하면 2탄과 3탄이 동시 발사되는 시스템이다. 첫발은 다행히 플레어를 물었지만 연이어 두 발이 올라온다.
고도를 올리느라 삐칠 거리는 허큘리스의 엉덩이를 걷어차고 싶었다. 막강한 힘을 지니고도 금속 틀에 갇혀 폭사를 기다리는 신세라니 기가찼다.
‘니미 조또, 영감탱이가 아쉽구마!’
사부라면 가능하다. 공진폭으로 미사일을 자폭시키거나, 시커를 파괴해서 눈먼 장님으로 만들 수 있다. 아니면 염동력으로 미사일 두 개를 충돌시킬 수도 있다. 사부의 염동력은 숟가락이나 휘는 눈요깃감이 아니라 바위를 순간 이동시키듯 가속하는 진짜다.
자신의 능력으론 어림 턱도 없는 천외 천의 능력이다. 불기(佛器)가 아닌 자신은 얻을 수 없는 능력이다.
“신이여!”
“오오, 내 사랑 사비나!”
공황 상태에 빠진 찌질이 셋이 지르는 비명에 귀가 따가웠다.
‘멍충이 자식들, 지랄을 해라.’
목전에 닥친 죽음에 태연할 사람은 없지만, 명색이 정보원인 놈들이 참 찌질하다. 이놈들이 우습게 여기는 용병들이야말로 진정한 전사다. 샤트르는 어깨 관통상을 입고도 농담을 했다. 미구엘은 기관총을 움켜쥐고 죽었다. 부리머는 장쒼을 살리려고 총탄을 덮어썼다.
“쎄 모베!(형편없군!) 때똬!(Tais-toi, 닥쳐!)”
호랑이 포효가 케빈을 쩡 울렸다. 비명을 지르던 DGSE 작전부 요원과 클로드가 귀를 움켜쥐었다.
“클로드, 창피하지도 않나. 정보부 과장이 S-75 체계 미사일 시스템 정보도 제대로 모르나? 요격 고도가 높아도 속력은 겨우 마하 수준이다. 현재 고도에서 충분히 회피할 수 있다.”
클로드의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순간적으로 죽음의 공포에 매몰된 자신의 머리를 부수고 싶었다.
“창피하군. 미안하다.”
S-75는 본래 미국의 정찰기를 잡기 위해 만들어진 미사일이다. 허큘리스가 둔중하지만 이미 10,000m 상공에 있다. 요격당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앗, 좌측 좌측, 두 발이다.”
전망창을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던 요원이 비명을 질렀다. 타격 원점을 확인한 허큘리스가 오른쪽으로 크게 횡전했다. 수송기의 한계다. 전투기처럼 시저스 기동이나 급강하 급상승 기동을 못 한다.
검붉은 섬광이 시시각각으로 접근했다. S-75 미사일 탄두 V750V는 추력이 강하지만 속도는 대공 미사일치고 느린 1,000m/sec다.
상대적으로 느릴 뿐 12초면 1만 미터 상공에 도달한다. 120m/sec에 불과한 허큘리스를 따라잡기는 여반장이다. 거대한 동체가 미사일을 뿌리치려고 몸부림을 쳤다. 최고 출력을 뽑아내서 상승을 시도하자 동체가 부서질 듯 흔들렸다.
퍼어엉- 오렌지 불꽃이 밤하늘을 밝혔다. 뒤이어 펑하고 시뻘건 물체가 수없이 흩날렸다. 수천 도로 달궈진 알미늄 조각, 채프다.
오렌지빛으로 훤해진 하늘에 수천 개의 알루미늄 조각이 흩날렸다. 채프와 플레어를 동시에 쏟아낸 허큘리스가 결사적으로 이탈했다.
미사일 한 기가 플레어에 현혹되었다. 오렌지 섬광 속으로 뛰어 든 미사일이 꽝하고 검붉은 불꽃을 피워올렸다. 나머지 한 기가 끈질기게 허큘리스를 추적했다.
슈아아- 주홍색 섬광이 오렌지빛을 비단찢듯 쪼개고 들이닥쳤다.
“쀠텡, 쀠텡!(씨발, 씨발!)”
왼쪽 전망창에 붙어있던 클로드가 욕설을 뱉었다. 오른쪽 전망창에 붙어있던 요원은 후다닥 낙하산 컨테이너를 잡았다.
블랙맘바는 태연했다. 허큘리스는 미사일 한 방 엊어맞는다고 박살나지 않는다. 피격되어도 탈출할 시간은 충분하다. 여차하면 도어를 박살 내고 뛰어내리면 된다.
콰다당- 동체가 거세게 한차례 흔들렸다. 삥삥삥- 비상 경고등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으아아! 피격, 피격!”
클로드가 텍싱 체어 아래에 머리를 처박았다. 얼이 빠진 요원은 낙하산 컨테이너를 챙기다 말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쪼다 같은 놈들!”
블랙맘바가 피식 웃었다. 공간지각력을 자장처럼 풀어놓았다. 미사일 탄두는 고도를 극복하지 못하고 좌측 후미 30m 지점에서 신관 폭발했다.
직격을 면했지만, 파편을 뒤집어썼다. S-75 V750V 탄두 파편 확산 반경은 대류권에서 65m, 성층권에서 250m다. 허큘리스는 사발 엔진이다. 헤비급 선수가 잽 몇 대 맞았다고 다운되지 않는다.
그아아앙- 허큘리스가 새매에게 쫓기는 장끼처럼 허둥지둥 알레포 방향으로 기수를 돌렸다. DGSE 직원 세 놈은 공황상태다. 블랙맘바는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케빈을 가로질렀다. 인터컴을 잡고 콕핏을 호출했다.
-기장, 특별고문이다. 현재 고도와 피해 상황을 보고하라.
-현재 고도 12,500, 좌측 주익 엔진 피격 손실률 100% , 에일러론 손상, 꼬리 승강타 유압 시스템 손상, 이상!
-운항에 미치는 영향은?
-농 쁘라블램, 선회 동작과 고고도 상승 시 문제가 있지만 운항 데미지는 5%에 불과합니다.
전망창을 통해서 흩날리는 항공유가 보였다.
-연료가 누출되고 있다. 문제 없나?
-좌측 주익 3번째 탱크입니다. 문제없습니다.
블랙맘바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엔진 한 개가 박살 난 외에는 경미한 피해다. 항공기의 연료탱크는 좌우 주익 속에 들어있다. 군용기는 피격을 대비해서 연료 탱크 구획을 나눈다. 허큘리스는 연료탱크 구획이 10개다. 3번은 비교적 용량이 작다.
-정비사, 유폭 위험은 없나?
허큘리스 같은 대형 항공기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 느린 속도와 연료 탱크다. 연료탱크 유폭이 발생하면 그야말로 허공에서 통구이가 된다.
-현재론 없습니다.
-기장, 현재 위치 보고하라.
-목표지점 30km 전, 시몬 산악지대입니다.
-좋다. 본래 운항 계획대로 항행한다.
허큘리스는 왼쪽 날개 아래서 검은 연기를 뿜었지만, 꿋꿋이 버텨냈다. 항공기와 달리 인간들은 여전히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짝- 짝- 짝- 찰진 격타음이 연속 울렸다. 뺨을 한 대씩 맞은 지원팀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현재 항행 이상 없다. 비행은 계획대로 실시된다.”
“넵, 아 알겠습니다.”
클로드가 경황 중에 대답했다.
“정신 차려, 이 자식들아.”
블랙맘바는 정강이를 한 대씩 차주고 뒤뚱거리며 도어
로 향했다. 한차례 호된 신고식을 치른 수송기가 12,000m 고도를 유지했다. 방향타 이상으로 고도가 차츰 떨어졌다.
“특별 고문님, 목표 상공입니다.”
“알고 있다.”
요원의 보고에 간단히 대답하고 고도계와 AAD를 확인했다.
“고문, 항술사 연락이다.
클로드가 넘기는 인터컴을 받았다.
-항술사입니다. 현재 고도 11,800m, 북동 방향으로 초속 30m 난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난기류를 이탈하려면 50km 북쪽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제트기류인가?
-아닙니다. 하절기에는 제트기류가 북위 50도 이북으로 올라갑니다.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에서 간혹 발생하는 불규칙 폭풍입니다.
-알았다. 그대로 진행한다.
-롸저
어차피 몸빵을 하기로 했다. 밤이 길면 꿈도 길다. 언제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다이빙 낙하를 시도하면 바람에 얼마나 밀리랴 싶었다.
비잉-
낙하 신호가 떨어졌다. 헬멧 끈과 하네스를 단단히 죄었다. 요원이 이중 개폐도어 내측 도어를 개방했다. 외측 도어가 닫혀있음에 불구하고 세찬 바람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렸다.
“고문님, 무사 귀환을 빕니다.”
요원들이 목소리를 합쳐 고함쳤다. 블랙맘바는 빙긋 웃어주고 뒤뚱거리며 나갔다. 무게는 별것 아니지만, 골반에 걸린 배낭 두 개로 인해 자세가 나오지 않았다.
내측 도어가 폐쇄되고 외측 되어가 열렸다. 먹물같은 상공에서 무시무시한 바람이 들이쳤다. 쥐고 있는 강철 손잡이가 뽑혀 나갈 것 같았다.
해면 대기압은 14.7psi(pound per spuare inch)다. 항공기 내 여압은 고도 8,000m 수준인 10.92psi 수준으로 조정된다. 고도 12,500m 상공의 대기압은 3.6psi에 불과하다. 아차하면 자세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빨려 나간다.
엉겁결에 허공에 던져지면 강풍에 휩쓸린다. 엔진 흡기구나 프롭에 말려들면 명년 오늘이 제삿날이다. 지상에서 12km, 먹물 같은 어둠속에서 귀신이 호곡하듯 왕왕대는 폭풍속으로 몸을 던진다? 겁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다.
“조또, 테크 라인(낙하산 방향 조종 손잡이)이 제대로 작동하려나?”
블랙맘바가 캐노피 개방 고도를 1,000m로 맞추며 투덜거렸다. 슬리퍼 접선 지점인 엔 다하(Aen Darah)언덕은 카파루자 계곡 동남쪽 15km에 자리 잡고 있다. 헤일로 낙하로 약 15km를 수평 이동해야 한다. 바람에 밀려서 북쪽으로 올라가 버리면 대략 난감이다.
드드드드- 기체가 한차례 몸부림을 쳤다. 번쩍 들리더니 아래로 툭 떨어졌다. 대단한 난기류다. 강화유리 도어 안쪽의 요원들이 팔로 엑스자를 만들어 아래위로 열심히 흔들었다. 강하할 환경이 아니라는 뜻이다.
“죽지 않으면 살겠지. 나무아미타불!”
블랙맘바는 책임감 없는 한 마디를 던지고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인간과 그보다 더 큰 짐덩어리가 순식간에 검은 공간으로 사라졌다. 강풍이 휘감아 도는 게이트에 한소리 염불만 남았다.
클로드와 요원이 전망창에 달라붙었다. 목을 쭉 뽑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야간 낙하 표시등도 보이지 않았다. 새카만 어둠만 지옥 아가리처럼 입을 딱 벌리고 있다. 하긴 단독 낙하하는 블랙맘바가 야간 표시등을 켤 이유가 없다.
“갔군!”
클로드가 허탈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갔네요!”
요원이 허탈한 음성으로 합창하며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머리를 흔들었다. 설마 했더니 특별고문이란 인간이 진짜로 고도 12,000m에서 뛰어 내일줄은 몰랐다. 그것도 안전 장구도 없이.
“가능할까?”
“말도 안 돼. 얼음덩이가 되어 카파루자 계곡에 분화구를 만들고 말 거야.”
“강풍에 바그다드까지 날아가지 않을까?”
“컨테이너에서 패러슈트가 제대로 풀리기나 하겠어. 산줄에 휘감겨서 시리아 사막 어딘가에 떨어질걸.”
“근데 도대체 저 무식한 인간은 뭐냐고?”
“나도 국방부 특별군사고문이라는 사실밖엔 몰라. 대령급이라던가?”
“대령급이 왜 자살을 하나. 기술부에서 만든 사이보그 테스트인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하여튼 자살한 번 요런뻑적지근하게 하는군.”
블랙맘바의 진정한 신분을 알지 못하는 작전부 요원은 그동안 꾹꾹 참았던 말들을 쏟아냈다. 결론은 화려한 자살이다. 그으응- 허큘리스가 기수를 틀어 레바논 방향으로 향했다. 기장은 왔던 항로를 되짚어서 재차 미사일 공격을 받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클로드는 멍하니 전망창을 내려다보았다.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낸 기분이다.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이지만 맨몸으로 무시무시한 환경을 이겨낼 것 같지가 않았다.
무사히 잠입하더라도 난공불락의 루만을 지우고 자력 귀환이 가능할까?
“신이여, 저 인간같지 않은 인간을 지켜 주소서. 손버릇도 나쁘고, 말버릇도 나쁘지만 진짜 사나이입니다.”
클로드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렸다. 옴부티 바이러스 초기 감염 증상이다.
클로드는 회항하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블랙맘바를 지옥에 던져놓고 안락한 사무실로 돌아가는 자신이 비겁자가 된 느낌이다.
“과장님, 이게 무슨 도깨비놀음입니까?”
“도깨비놀음이든 귀신 놀음이든 알 것 없다. 너희 보안등급으론 알 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되는 작전이다. 내부 규정 F12a2를 적용한다. 무덤 속에 들어간 다음에 입을 열기 바란다.”
클로드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요원들의 입에서 대답과 한숨이 동시에 나왔다.
쉐에엑- 블랙맘바는 머리를 아래로 향해서 일직선으로 떨어져 내렸다. 가속도가 무섭게 붙었다. 고도계가 맹렬히 휘돌았다. 세찬 기류가 무서운 압력으로 밀어붙였다.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었다.
헤일로 하강은 네 활개를 활짝 펴고 몸을 최대한 뒤로 젖혀서 추락 속도를 늦춰야 한다. 그는 반대로 최대한 추락 속도를 높였다. 배 속의 장기가 몽땅 항문으로 빠져나가는 기분이 과히 좋지 않았다.
초속 120m 속도로 하강했지만, 폭풍이 사정없이 북동쪽으로 밀어붙였다. 무시무시한 중력을 만끽하는 중에도 자신이 초당 4~5m씩 밀리고 있음을 감지했다. 목표에서 멀어지고 있다.
난기류 대역을 빠져나온 블랙맘바가 활공자세를 잡았다. 고도계는 8,000m, 눈 깜짝할 순간에 4,500m를 강하했다. 버클을 풀어서 골반에 걸쳐진 배낭 두 개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낙하산 벨트와 연결된 배낭이 길게 늘어졌다. 그제야 신체가 구속을 벗고 자유를 찾았다. 안면 바이저에 서리가 하얗게 달라붙었다. 손을 들어 바이저를 훔치자 삐드득 마찰 소리가 났다. 카프 가죽에 케블라 섬유를 코팅한 장갑이 나무껍질처럼 딱딱해졌다.
종단 속도는 초당 60m, 공기는 맑고 쾌청했다. 불빛 한 점 없는 허공을 외로운 점 한 개가 동남쪽으로 비스듬히 떨어져 내렸다.
지면이 급속히 다가왔다. 1,000m상공에 가까워졌다.
“개방!”
습관적으로 엉덩이 쪽으로 가던 손이 주춤했다. 낙하고도를 세팅해두면 브라이들(bridle, 캐노피 개방 손잡이)을 당길 필요없이 캐노피가 개방된다.
사이프러스(기압감지센서, 자동산개기 AAD가 작동되도록 한다.)가 작동되었다.
캐노피가 후르륵 펼쳐졌다. 덜컹- 역중력이 걸리며 엄청난 충격이 몸을 쑥 끌어 올렸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천하의 블랙맘바도 강하할 때마다 낙하산이 제대로 작동할지 마음 한구석에 찜찜함이 가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