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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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시리아 루만 작전10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DGSE 기술부가 패러슈트를 철저히 체크하고, 자신이 직접 정리해 넣었지만, 불안감은 여전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초속 60~100m 속력으로 지면에 추락하면 외골격 곤충도 박살 난다. 블랙맘바인들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 보조 낙하산이 있지만 안전성이 떨어진다. 크기도 훨씬 작고, 공기구멍과 조종 줄도 없다. 게다가 220kg을 중량을 감당하기도 어렵다.
MC-1 기동 낙하산은 공기구멍과 조종 줄을 이용해서 방향 전환과 수평 이동이 가능하다. 숙달된 공수 요원은 1m 낙하 시 5m 내외의 수평 이동을 할 수 있다. 1,000m를 낙하하면 5km를 이동할 수 있는 셈이다.
고도계에 부착된 나침판으로 방위만 알 수 있을 뿐, 어둠 속에서 거리를 알 방법이 없다. 난기류가 북쪽으로 몇 킬로를 밀어 올렸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무조건 남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면에서 후끈한 열기가 올라왔다. 얼어붙은 헬멧과 장갑이 급속히 녹았다. 그는 테크 라인을 조작해서 남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암청색 캐노피가 느릿하게 검은 하늘을 가로질렀다. 향후 시리아를 뒤흔들 아즈라일의 강림이다. 예수의 탄생을 동방 박사들이 알았지만, 아즈라일의 강림은 아무도 몰랐다.
허공에 시퍼런 불덩이 두 개가 나타났다. 야안을 개방한 블랙맘바, 아니 아즈라일이다. 캐노피 개방 낙하 속도는 초당 6~10m다. 낙하산이 하강 속도를 90% 감속해 주는 셈이다.
캐노피를 개방한 지 150초가 지났다. 공진파로 와류를 발생시켜 낙하 시간을 연장했지만, 폭약과 장비 무게가 체공 시간을 상쇄시켰다.
160초 경과 후, 배낭이 툭 떨어지고, 블랙맘바가 깃털처럼 지면에 내려섰다. 야안이 없었으면 턱도 없는 이야기다. 주간에도 착지 거리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대원이 발목이나 무릎을 다치는 사례가 많다.
“조또, 식겁했구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발밑을 든든히 받치는 땅이 그렇게 반갑고 든든할 수 없었다. 바오로 교황처럼 땅바닥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땅이 이렇게 그리울 줄은 몰랐다. 자유낙하, 활공, 캐노피 개방 낙하까지 기껏해야 400초가 소모되었다. 그 400초가 마치 400년이 지난 듯 가물거렸다.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메마른 언덕이다. 두웅- 공간지각력을 발동시켰다. 500m 이내엔 인적이 없다. 먹이 활동에 나선 거친 야생동물만 기감에 걸렸다.
블랙맘바는 바쁘게 움직였다. 급속해체 뭉치를 눌러 라이자를 털어내고 백팩에서 야전삽을 꺼냈다.
삽자루는 삼단봉 연결형, 삽날 길이가 표준보다 두 배는 길다. 에밀이 블랙맘바용으로 DGSE 기술부에 의뢰해서 만든 도구 겸 무기다.
삽질이라면 짚은다리 시절에 이미 통달했다. 그는 무서운 속도로 구덩이를 파서 낙하산과 보조낙하산을 매몰시켰다.
유류품 매몰은 침투 작전의 제1 수칙이다. 지금쯤이면 동굴 아저씨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무카바라트에 비상이 걸리고도 남는다. 30만 명으로 추산되는 시리아군에도 비상이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플레어 사출기는 MLRS와 같은 로켓 발사 시스템이다. 허큘리스에 장착된 플레어 사출기는 세트당 30발이 수납된다. 두 세트를 소모했으니 무려 60발의 플레어가 쏟아졌다. 밤하늘에 쏟아진 플레어와 미사일 폭발 섬광은 수십 킬로 밖에서도 목격할 수 있다.
작업을 끝내고 나무 둥치에 기대앉았다. 몇 달 전에 사막을 지겹도록 헤매고 다녔다. 이번엔 중동 구석텡이 산악에 뚝 떨어졌다. 역마살 팔자에 웃음이 실실 새 나왔다.
사부의 지팡이에 두들겨 맞은 듯 온몸이 뻐근했다. 강추위와 기압 차, 폭풍에 맞선 데미지다. 40,000ft 야간 알몸 고공 강하라니, 미쳐도 제대로 미쳤다.
별다른 신체 이상은 없지만, 급작스런 외부 충격에 신경조직이 흥분 상태다. 특히 벌이 들어간 듯 웽웽대는 귀가 문제다.
그 와중에도 배가 고팠다. 백팩에서 대추야자를 첨가한 초콜릿을 한 움큼 털어먹고, 털썩 드러누웠다. 이것도 DGSE 기술부가 특별히 만든 열량식이다.
신인류의 신체는 역시 대단했다. 잠시 잠깐 간의 휴식만으로 신체 감각과 신경 계통이 안정을 찾았다. 과다 분비된 아드레날린이 정상을 찾았다. 뒤흔들린 청각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역시 세상사는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카파루자 계곡이 아닌 엉뚱한 지점에서 지대공 미사일이 올라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왜곡된 정보는 없느니만 못하다. 정보가 없었으면 시리아 국경을 넘는 순간부터 고도를 13,000m로 높였을 것이다. 클로드의 보고를 받고 전전긍긍할 보니파스가 생각났다. 블랙맘바의 짜증을 받아내려면 땀깨나 흘려야 할 것이다.
“재미있는 세상이야. 돌아가서 이놈 인간의 강냉이를 확 털어버릴까. 골로갈 뻔했지만 한 방에 도착한 게 어디야. 용서해 주지.”
기와집 짓고 이밥을 먹는 편안한 삶도 좋지만 짜릿한 스릴도 충분히 즐겁다. 어쩌면 칼끝에 살아가는 삶, 생사간두의 생활이 자신의 숙명일 수도……
먹물 같은 어둠이 사위를 감싸고 있다. 동서남북을 분간하기 힘든 가운데 풀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괴괴한 정적만이 푸석한 암석 사이에 듬성듬성 교목이 서 있는 언덕을 덮고 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딜까? 1:7000 전술지도를 꺼냈다.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는 눈이 지도와 지형을 오갔다. 아무리 어둠을 꿰뚫어 보는 야안이지만, 야간에 지형을 대조해서 입체적 형상을 구상하기는 무리다. 비슷한 듯, 아닌 듯 지형을 종잡기 힘들었다.
두웅- 공간지각력을 발동했다. 두통을 무릅쓰고 영역을 1,000m까지 넓혔다. 그래도 인적이 잡히지 않았다. 밑져야 본전이다. 백팩에서 조난신호발신기(rescue transmitter)를 꺼냈다.
안테나를 뽑아 올리고 스위치를 올렸다. 기계 상부에서 소리 없이 파란 불빛이 점멸했다. 저 기계가 슬리퍼를 불러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두꺼운 소설책 크기의 기계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 정지궤도의 위성이 신호를 잡는다. 좌표를 마더에게 송신한다. 마더는 다시 변화된 신호를 슬리퍼에게 전송한다 따위의 설명은 들으나 마나다.
자동차 구조를 몰라도 운전엔 지장 없다. 레스큐 트렌스밋이 슬리퍼에 신호만 제대로 전달하면 나머지는 알 바가 아니다. 인생도 그렇다. 철학을 몰라도, 과학을 몰라도 살아가는데 별 지장이 없다. 인간의 조건을 상실하는 순간이 자동차 핸들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메마른 더위가 덮쳤다. 기온은 그리 높지 않지만, 극 저온 대를 통과한 탓인지 체감 온도가 높았다. 몇십 분 사이에 100℃가 넘는 기온 차를 경험하는 셈이다.
시계 야광 침이 02시 45분을 가리켰다.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온갖 사건을 겪었지만, 겨우 45분이 흘렀다. 위장포를 덮고 잠시 눈을 붙였다. 작전 중엔 쉴 수 있을 때 쉬어야 한다.
‘응!’
설핏 든 잠이 깨었다. 인간의 기척이다. 200m 밖, 두 사람이 언덕을 오르고 있다. 강력한 랜턴 불빛이 이곳저곳을 들쑤셨다. 알아듣지 못할 아랍어가 오갔다.
‘이런!’
폭약 배낭을 숨기지 않았다. 이래서 익숙함이 실수를 낳는다. 늘 지고 다니는 백팩은 은닉했지만, 폭약 배낭을 깜박했다.
아니나다를까, 불빛이 왔다 갔다 하더니 발걸음이 일정하게 변했다. 목적지가 정해진 발걸음이다. 블랙맘바는 혀를 차고 은신처에서 빠져나왔다.
인적없는 황량한 언덕이다. 새벽에 이곳을 찾을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다. 접선이 예정된 슬리퍼 아니면 무카바라트다. 남자 둘이 나타났다. 자루 같은 토브를 입고 케피에를 쓴 중년 남자와 헐렁한 바지에 반소매 티를 걸친 청년이다.
슬그머니 배후를 점한 블랙맘바가 암호를 불렀다.
“올해 올리브 농사가 잘되었나?”
“학깐?(뭐야!)”
귓바퀴에 입김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 들려온 소리다. 소스라치게 놀란 청년이 펄쩍 뛴 반면에 중년 남자는 번개같이 단검을 뽑아 휘둘렀다.
일반인이 보일 수 없는 침착함과 단호한 대응이지만 귀신 앞에서 머리 풀어헤치는 격이다. 블랙맘바의 가슴이 슬쩍 비틀리며 손바닥이 공간을 단축했다. 쩍- 가벼운 따귀 한방에 중년 남자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털썩 나가떨어졌다.
“으엑!” 비명은 청년이 질렀다. 쉭- 가벼운 파공성이 울렸다. 후다닥 물러나며 품 안에 손을 집어넣던 청년이 목을 움켜 잡았다.
“끅!”
인후에 표창이 박힌 청년이 억눌린 신음을 뱉고 풀썩 쓰러졌다.
“쯧쯧, 대답한 마디 하기 싫어서 목숨을 던지다니, 너무 손해 본 거 아이가.”
심드렁한 촌평을 던진 블랙맘바가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4시 50분, 일출까지 한 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무카바라트가 대단하다더니 엄청난 촉수구마.”
두 사람의 품을 뒤졌다. 청년의 품에서 전통 아랍 단검인 칸자르가 나왔다. 총이든 단검이든 죽여버렸으니 끝이다.
중년 남자의 품에서 양가죽 지갑과 수첩, 토카레프가 나왔다. 중년 남자는 무카바라트 요원, 청년은 정보원으로 추정되었다. 지갑 속에서 코팅된 신분증을 찾았지만, 까막눈이라 읽지도 못한다. 모르면 물어야 한다.
“싸바 부 프라세?”
중년 남자가 머리를 흔들었다.
“두 유 노우 잉글리시?”
역시 머리를 흔들었다.
“한국어는 아나?”
성질이 난 블랙맘바가 버럭 소리 질렀다. 알 리가 없다.
“니미 조또, 아랍어를 배우든지 해야지.”
말만 그렇게 했지 배울 생각은 전혀 없다. 무예는 잘도 습득하면서 언어는 젬병이다. 프랑스어만 해도 골이 빠개졌다.
“허, 저 자식 보게.”
잠시 한눈파는 틈에 중년 남자가 벌떡 일어나서 언덕 아래로 도주했다. 필사의 생존 감각이다. 백팩 좌측에 삐죽이 나온 손잡이를 잡아챘다.
윙- 검은 선이 쭉 뻗어 나갔다. 고르곤이 중년 남자의 발목을 휘감았다. 어깨 근육이 꿈틀하자 건장한 남자가 낚시에 걸린 물고기처럼 잡아채어 발밑에 쿵 떨어졌다.
고르곤에 휘감긴 발목은 피부가 벗겨지고 살이 뭉개졌다. 발목뼈가 허옇게 드러났다. 쉽사리 쓰기엔 너무 살벌한 무기다.
중년 남자의 혼이 반쯤 날아갔다. 그로서는 악귀를 만난 셈이다. 끄으- 끄으- 후두에서 원초적 기성이 새나왔다.
“미안하게 되었구마.”
블랙맘바는 혀를 찼다. 애초 따귀 한방에 아래턱이 박살 났다. 불어든 영어든 알아도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쩌랴.
그는 다시 야삽으로 구덩이를 팠다. 동일한 근육만 계속 사용하는 노동은 힘들고 무료하다. 백부집에서 일할 때도 호미질과 삽질이 제일 힘들었다. 한국의 병사들은 날마다 삽질과 낫질을 한다고 들었다. 그들은 참호를 파지만 자신은 묘혈을 판다. 숨이 끊어진 청년을 구덩이에 집어 던졌다.
“끄으으!”
어깨를 잡힌 중년 남자가 몸부림을 쳤다. 최후를 직감한 인간의 생존 의지는 처절했다. 연신 자신의 입을 가리키고, 글을 쓰는 시늉을 한 다음 머리를 숙였다. 머리를 숙일때마다 깨진 아래턱이 덜거덕거렸다.
블랙맘바가 남자의 품에서 나온 수첩과 만년필을 던져주었다. 랜턴을 비춰주자 수첩에 글을 썼다.
Je sais que le français.
“불어를 안다고? 무카바라트냐?”
중년 남자가 머리를 끄덕였다. 프랑스의 지배를 오래도록 받은 시리아에는 불어를 아는 사람이 많다. 세계 최고의 비밀경찰로 알려진 무카바라트는 학력도 높고 충성심도 높다.
장기집권에 들어선 아사드는 시아파 중에도 소수파인 알라위파에 속한다. 시리아 국민의 30%를 점하는 기독교도들은 독재자인 아사드를 열렬히 지지한다. 아사드가 종교 탄압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카바라트에는 불어를 구사할 줄 아는 기독교도가 많다.
“비상경계령이 떨어졌나?”
Reçu un appel trois
상공의 불꽃 쇼 정보를 3시에 받았다는 이야기다. 상당히 효율적인 비상 연락망이다. 채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말단까지 경계와 수색령이 내려졌다. 벌집을 쑤신 꼴이다.
“여기는 어디냐?”
Le Maydanki Lake Village.
“헐, 마단끼 호수?”
헛바람이 새 나왔다. 마단끼 호수는 리본처럼 좁고 긴 호수로 터키 접경지역에 있다. 접선지인 엔 다하 언덕에서 북으로 20km이상 밀려왔다. 다이빙으로 추락 속도를 높이지 않았으면 터기 국경을 넘어갈 뻔했다.
“미안하다.”
퍽- 손바닥이 정수리를 두드렸다. 중년 남자는 한 차례 부르르 떨고는 푹 엎어졌다. 일격에 뇌를 곤죽으로 만들었다. 어차피 죽일 놈이다. 고통 없이 보내주는 것도 자비요 보시다.
블랙맘바는 중년 남자의 토브를 벗기고 구덩이에 집어 던졌다. 무카바라트가 시리아 주민에겐 공포와 혐오의 대상일지 몰라도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행적을 숨기기 위해 매몰했지만 유쾌한 작업은 아니다. 그는 전투복위에 헐렁한 토브를 걸치고, 케피에를 머리에 둘렀다. 어설픈 차림이라도 튀지만 않으면 된다.
블랙맘바는 다시 지도를 펴놓고 경로를 고민했다. 무카바라트가 움직인 이상 배낭을 멘 차림으로 활보하기는 글렀다. 자신의 안전을 염려해서가 아니다. 필요없는 살생을 피하기 위해서다.
쿠두두두- 헬기 두 대가 새벽 하늘에 나타났다. 꼬리 부분에서 엄청난 양의 종이 조각이 눈송이 처럼 쏟아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