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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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시리아 루만 작전13
“네, 하산 알 바나(Hassan Al-Banna)가 이집트에서 결성한 바로 그 단체입니다. 결성된 지 반백 년이 흘렀지요. 이미 테러 단체 수준을 넘어서 정치 집단으로 변신했습니다. 중동 각국에 지부를 설치해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 상부는 정치에 개입하고 하부 조직은 테러를 자행하는 교활한 집단이다. 시리아에도 놈들의 근거지가 있겠지?”
“아사드가 알레포 지부를 박살 내 버렸죠. 그렇다고 순순히 물러날 놈들이 아닙니다. 무카바라트의 눈을 피해 잠적했지만, 활동은 여전합니다. 인력 공급 풀이 무한하니까요.”
시리아 국민 80%를 차지하는 수니파가 무슬림 형제단의 인력창고다. 이들중 10%만 테러단체의 프로파간다에 넘어가도 시리아는 아수라장이 된다.
“바크리,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나는 모종의 임무를 수행 중이다. 시간이 많지않다. 놈들의 활동 근거지를 알고 있나?”
바크리는 의문이 담긴 눈으로 블랙맘바를 바라보았다. 사도께서 더러운 집단을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을 지우면 아사드만 살판이 난다. 바크리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의문을 털었다. 사도님은 위대한 영혼이다. 의문을 갖는 자체가 불경이다.
“무슬림 형제단과 내통했다는 누명까지 썼지만 저는 알지 못합니다. 제 사촌 모하메드가 샬란에서 몇몇 형제들과 어울려 정보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수니파 원리주의자 행세를 하고 있지요. 놈들의 촉수가 닿았을지도 모릅니다.”
블랙맘바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DGSE가 가장 껄끄러워하는 부분이 ANO를 비호하는 아사드 정권이다. 자신도 마찬가지다. 시리아의 군사력은 이스라엘과 맞먹는다. 10~20만으로 추산되는 무카바라트도 잘 정비되어있다.
이들과 부딪히면 몹시 피곤해진다. 오셀롯처럼 마구잡이로 살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아사드의 눈길을 돌리는 방법으로는 무슬림 형제단만 한 먹잇감이 없다.
고립무원인 시리아에서 일시적 변덕으로 이어진 바크리는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되어 줄 수 있다. 부족한 정보를 채워줄 수 있다. 작전 기간은 열흘이다. 아직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시간은 충분하다.
“이야기를 중단시켜서 미안하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무카바라트는 무슬림 형제단 정보와 반정부 활동에 참여한 교도들의 명단을 요구했습니다. 나는 무슬림 형제단은 알지도 못하고, 내 담당 구역에서 반정부 활동을 하는 교도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알만하다. 다른 목적이 있었겠지?”
“그렇습니다. 샤비하와 결탁한 무카바라트가 교도들의 재산을 노린 거죠. 놈들도 무고함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적행위 고발장을 흔들면서 막무가내 총살을 당하든지 명단을 내놓든지 선택을 하라고 강요했습니다. 나는 교도를 팔아먹을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이튿날 내 눈앞에 큰아들 아마드가 나타났습니다. 아마드는 겨우 아홉 살이었습니다. 놈들은 명단을 내놓지 않으면 아마드를 죽이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차라리 나를 죽이라고 소리치며 버텼습니다. 다음날 간수 놈이 비죽이 웃으며 나무 상자를 내밀었습니다. 상자 속에 아마드의 양 손목이 들어있었습니다. 꺼멓게 변한 자그마한 손, 왼손 중지에 생일 선물로 준 오팔 반지가 끼어있었습니다. 아무리 무자비한 놈들이지만 어린 아마드를 진짜로 죽일 줄은 몰랐습니다. 간수 놈의 썩은 앞 이빨이 지금도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크흡!”
바크리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켰다.
“저런!”
블랙맘바의 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 테러범들의 잔인함은 익히 들었지만, 놈들은 국가 기관이다. 명색이 공무원인 놈들이 극악한 테러범의 만행을 버젓이 저질렀다는 이야기다. 사헬 땅의 FAP와 다를 바 없는 놈들이다. 시리아 국민이 치를 떠는 이유를 알만했다.
“어린 아들의 손목을 받아든 아비의 심정이 어떠했겠습니까. 놈들은 둘째, 셋째도 죽이겠다고 위협했습니다.”
“개 같은 놈들, 버티기 힘들었을 텐데.”
“나는 명색이 성직자입니다. 내 불행을 피하고자 타인의 행복을 파괴할 수는 없었습니다.”
“훌륭하다!”
블랙맘바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바크리야말로 진정한 성직자다. 자기 희생이 과연 말대로 쉬운 일이던가! 가족의 목숨을 가지고 위협을 하면 자신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나는 반 실성한 상태로 계속 고문을 받았습니다.”
바크리가 옷을 벗어 상체를 드러냈다. 곳곳에 달군 인두로 지진 흉터가 남아있다.
“일주일 후 갑자기 놈들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비밀엄수 각서를 쓰고 풀려났습니다. 이유 없이 체포했던 것처럼 이유없이 풀어주었습니다. 그로 인해 알레포 대학의 교수직도 면직되었지요. 나중에야 아사드가 정교도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구금된 교도들을 석방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끔찍한 사건을 잘 견뎠구먼.”
블랙맘바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똑똑하고 영리한 사람은 많다. 지식이 넘치는 사람도 많다. 마음이 굳세고 충직한 사람, 영혼의 그릇이 큰 사람은 너무나 귀한 세상이다. 바크리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닙니다. 나는 비겁자입니다. 신앙의 힘으로 버텼지만 풀려나자 겁이 덜컥 났습니다. 살을 뜯어내고 불로 지지는 고문을 또 당할까 두려웠습니다. 가족들이 해를 입을까 두려워서 외진 이곳으로 옮기고, 지금껏 숨을 죽이고 살았습니다. 아들을 죽인 놈들에게 복수할 엄두도 못 내고 말입니다. 마음속으로는 날마다 복수를 맹세하고, 놈들의 가슴에 칼을 꽂았지만, 쥐새끼처럼 숨어살기에 급급했습니다. 저는 비겁자입니다. 으흐흐흑!.”
바크리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흠,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에 시달렸을테지.”
“그렇습니다. 나는 평범한 남자일 뿐입니다. 역사학을 전공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기껏 군대에서 배운 사격술이 전부입니다. 곳곳에 무카바라트 정보원들의 눈이 번득입니다. 총 한 자루도 구하기 힘든 실정입니다.”
“후, 어째 하는 짓이 옴부티와 비슷하다 했더니 미친개에게 물어뜯긴 것도 비슷하군.”
“예? 무슨 말씀이신지?”
“아, 아무것도 아니다. 놈들이 꼬투리를 잡은 빌미가 있었겠지?”
“그렇습니다. 저는 프랑스 제3 파리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습니다. 도대체 민족과 종교가 무엇이기에 수천 년간 서로 피를 흘리며 싸워야 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미사 강론을 할 때 이슬람과 기독교의 종교 전쟁을 수차례 비난했습니다. 뚜바이부르파님이 말씀하신 대로 종교와 민족이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서로 인정하고 양보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내부 고발자가 있었겠군.”
“그렇습니다. 바로 주님을 모시는 형제가 나를 불순분자로 고발했습니다.”
“폭력과 감시로 국민을 통제하는 국가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고발한 교도는 어떻게 되었나?”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받았습니다. 마단끼 호수 서안에서 큰 농장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복수하고 싶나?”
바크리의 눈에서 분노의 광망이 번득였다.
“뚜바이부르파시여, 내가 겪은 고통은 참을 수 있습니다. 나는 교도를 보호하려다 아들을 잃었습니다. 내가 아들을 잃으면서까지 보호했던 그 교도가 나와 아들을 팔아먹었단 말입니다. 손목 잘린 아들이 밤마다 저를 찾아옵니다. 나는 어찌해야 합니까?”
‘아버지!’
블랙맘바는 마음이 짠해졌다. 아랍권 주민은 신체가 훼손되면 지옥에 떨어진다고 믿는다.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죽음을 맞은 아버지와 어린 아들을 잃은 아버지, 어느 쪽이 더 가슴이 아플까?
쓸데없는 오지랖이 발동하려고 했다. 이성이 제동을 걸었다.
‘안 돼. 나도 할 일이 많단 말이야. 무쌍 이놈아, 니놈은 세상 사람들 고민을 다 들어줄라 카나?’
“바크리, 역사학이나 종교학으로 제노사이드와 홀로코스트를 이해할 수 있던가?
바크리가 머리를 흔들었다.
“내가 틀렸습니다. 나는 아마드를 잃고 깨달았습니다. 제노사이드와 홀로코스트는 민족과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그 기저에 눌어붙어있는 더러운 탐욕의 확산입니다. 민족과 종교는 구린내 나는 탐욕을 덮은 코팅제에 불과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애초에 민족을 구분하고, 종교를 따지는 것 자체가 탐욕 때문이다. 탐욕이 그 모든 갈등과 다툼의 원인이다. 아마드를 해친 놈들은 오로지 더러운 탐욕으로 어린 생명을 해쳤다. 정치적 신념도 아니고, 종교 탄압도 아니다.”
블랙맘바는 움 바크리가 가져다준 과일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숨을 가다듬었다. 머리는 끼어들지 말라고 아우성을 쳤지만, 가슴이 뜨겁게 타올랐다. 기어이 입이 머리를 배신했다.
“바크리, 당신은 성직자이기 전에 아비다. 놈들을 지옥에 처넣어야 어린 아마드가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복수는 달콤하지. 증오로 깊은 골을 파고 원한의 소금을 뿌리는 아픔에서 탈출하려면 복수해야 하고말고.”
블랙맘바는 자신의 입을 때리고 싶었다. 자신을 신의 사도로 믿는 바크리에게 복수를 하라고 했으니 사단은 터졌다.
“오, 뚜바이부르파님이 말씀하셨다. 지옥에 들어갈 종자들이여 나 바크리는 오늘부터 칸자르 날을 세우리라.”
바크리는 당장 칼을 들고 배신자의 멱을 따러 갈 기세다.
“바크리, 진정해라. 분노는 복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수의 가슴에 칼을 꽂는 순간에도 냉정해야 한다. 아마드를 잃었지만, 당신에게 딸과 아들이 셋이나 있음을 잊지 마라.”
“어헉!”
바크리가 털썩 주저앉아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아버지의 모습이다. 아들을 잃은 원한을 풀자니 또 다른 자식이 걸린다. 아비된 자의 딜레마다.
“서두르지 마라.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고 했다. 내가 도와주겠다.”
쿵- 사도의 선언이다. 바크리의 입이 딱 벌어졌다. 자신이 아무리 몸부림쳐봐야 무카바라트와 샤비하를 상대로 복수할 가능성은 제로다. 뚜바이부르파가 도와주겠다고 선언했다. 가슴이 환희로 가득 찼다.
“아마드야, 아마드야 주님께서 너를 불쌍히 여기사 뚜바이부르파님을 보내 주셨다. 드디어 네가 하느님의 나라에 갈 수 있게 되었구나.”
바크리가 실성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사람이 갑자기 감정의 극단을 오가면 정신이 붕괴될 수도 있다.
“하느님의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하늘에 있으면 하늘을 나는 새가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갈 것이다. 바닷속에 있으면 바다에서 헤엄치는 물고기가 먼저 하느님 나라에 갈 것이다. 땅속에 있으면 땅을 파는 두더지가 먼저 하느님 나라에 갈 것이다. 하느님의 나라는 내 속에 있다. 나를 알면 그곳이 하느님의 나라다. 나를 모르면 그 어디에도 하느님의 나라는 없다.”
바리톤의 묵직한 음성이 바크리의 가슴을 두드렸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도 익히 아는 토마스 복음서 한 구절을 각색한 내용이다. 뚜바이부르파가 설(說)하자 느낌이 전혀 달랐다.
‘아아, 이 분은 진정 주님의 사도이시다. 내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시는구나. 주님께서 불쌍한 영혼을 가엾게 여기사 위대한 영혼을 보내주셨도다.’
바크리는 들끓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외람되지만 뚜바이부르파님도 탐욕이 있습니까?”
바크리가 불쑥 물었다. 위대한 영혼도 탐욕이 있을까? 정말 궁금했다.
“당연하다. 나는 무척 욕심이 많다. 많은 가족을 가지고 싶다. 커다란 집을 짓고 싶다. 맛있는 요리와 향기로운 술을 식탁에 잔뜩 올려놓고 가족들과 웃고 떠들며 먹고 마시고 싶다.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 30명쯤 우르르 마중 나오면 하루의 피로가 풀리겠지. 내 주위의 사람들도 함께 행복해지면 좋겠다.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주고 싶고, 외로운 사람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다. 힘이 없어서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에겐 힘을 빌려주고 싶다. 백만 명, 천만 명을 배불리 먹이고 싶다. 기쁨을 주고 싶다. 평안을 주고 싶다. 나처럼 욕심많은 인간을 본적이 있나?”
멍하니 듣고 있던 바크리가 벌떡 일어나서 오체투지를 했다. 이마가 양탄자에 쿵 부딪혔다.
“안티오키아 총대주교님의 후손이자 알리 자디르의 아들 바크리 자디르는 뚜바이부르파님의 욕심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저는 당신의 종입니다. 저를 당신의 똥 막대기로 써 주십시오.”
“헐!”
블랙맘바의 얼굴이 꺼멓게 변했다. 이게 무슨 난리인가? 서구에서 현대식 교육을 받을 만큼 받은 사람이 종이라니, 이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우린 겨우 두 시간 전에 만났다. 나는 당신을 모르고, 당신은 나를 모른다.”
쿵- 바크리가 한 번 더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강도가 조금 더 세다.
‘아프겠다.’ 블랙맘바가 움찔했다.
“사랑은 한순간입니다. 사랑이 남녀 간에만 통하는 감정이라고 생각지는 않겠지요?”
바크리가 말을 멈추고 블랙맘바를 그윽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이키, 이 양반 눈빛이 와 이카노. 아랍인들은 게이가 많다던데 이상한 인간에게 걸린 거 아이가.’
블랙맘바는 한순간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번갯불이 번쩍하는 순간에 진심이 통하는 사람이 있고, 올리브 나무가 열매를 맺을 때까지 손님인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와엘은 몸이 불편해진 후로 마음을 닫았습니다. 가족 외에는 말문도 열지 않던 아이입니다. 그 아이가 뚜바이부르파님을 만나자마자 마음을 열었습니다. 탐욕에 물들지 않은 아이의 눈이야말로 내면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당신은 칭얼대는 아이를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인형을 만들어 아이를 달래주고, 땀 흘리며 병을 고쳐주었습니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