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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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시리아 루만 작전16
“모하메드 시체를 이곳에 방치해도 될까?”
“힘들게 옮길 필요 없다. 서늘하고, 음산하고, 접근할 사람도 없다. 이곳이 시체 안치소로는 딱이다. 저녁에 내가 형제들을 불러서 분소 앞에 내던져 놓고 오겠다. 자넨 기도문이나 한 줄 읊어주라고.”
“형제여, 명색이 부제이니 당연히 기도를 올려주어야지.”
바크리가 빙긋이 웃고는 장례 기도를 올렸다.
“자비로운 주님, 불쌍한 영혼이 당신을 찾아갑니다. 그가 비록 악당이었으나 죽어서도 고통받기를 원치 않습니다. 그들의 영혼을 용서하사 타인을 사랑하는 선한 인간으로 되돌려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바크리가 짤막한 기도문을 외고 홉떠진 눈을 쓸어서 감겼다.
“내 형제 바크리여, 자네는 너무 마음이 여려서 탈이야. 놈들은 아마드를 죽이고 바셀을 강간한 놈이란 말이야. 죽어서도 유황불에 심장이 타는 고통을 겪어야 해.”
사촌 형의 타박에 바크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모하메드도 뚜바이부르파님의 복음을 들었다면 저런 독한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하메드, 뚜바이부르파님께서 말씀하셨다. 혼은 우주에서 가장 순수하다. 혼은 선악이 없다. 혼이 육신을 갖는 순간에 혼을 담는 그릇인 백이 만들어진다. 선한 자는 백이 선함을 담고, 악한 자는 백이 악함을 담는다. 생명이 끝나는 순간 백이 천지간에 흩어지고, 순수한 혼은 우주로 돌아간다. 백이 흩어진 인간은 이미 다른 존재다. 죽은 자도 용납하지 못한다면 어찌 산자를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겠나? 나는 뚜바이부르파님의 말씀대로 이들의 혼이 진정한 평안을 얻고, 선한 자로 태어나기를 바란다.”
놀란 모하메드가 눈을 끔벅였다. 바크리의 말이 너무 생소했다. 평소 믿고 있는 생사관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게 또 묘하게 그럴듯하긴 했다. 그래도 악당은 악당이다. 악당도 죽으면 순순한 영혼으로 돌아간다니 억울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모하메드가 시체를 거칠게 감자 부대에 욱여넣었다.
블랙맘바는 다른 생각에 빠져 있었다. 아랍권은 여자의 정조를 중시한다. 모하메드의 여동생 바셀은 추문이 퍼져서 시집가기 힘들다.
투아레그족인 옴부티는 여자를 소중하게 여긴다. 나이 차가 많이 나지만 옴부티라면 바셀을 평생 아껴줄 것 같았다. 자기 머리도 못 깎는 놈이 툭하면 오지랖이다.
“바크리 아마드를 죽인 놈은 찾았나?”
“네, 자와디의 자백에 의하면 아마드를 죽인 놈은 샤비하 요원인 악수르입니다. 아자르와 아디브는 뚜바이부르파님이 처리하셨으니, 악수르와 간수, 배신자만 처단하면 아마드가 편해질 겁니다. 뚜바이부르파님을 찬양할지어다. 주의 이름으로 오신 이여, 찬미 받으소서. 뚜바이부르파님을 찬양하라!”
“모하메드, 당신은 속이 후련한가?”
“감사합니다. 오늘부터 잠을 편히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의 이름으로 오신 이여, 찬미 받으소서. 뚜바이부르파님을 찬양하라!”
“하하하, 그래도 오늘 밤은 편히 자기 힘들다. 나를 도와주어야겠다.”
“영광입니다.”
모하메드의 정체는 시리아 정교회 수신 호위다. 일족과 정교도의 안전을 지키느라 온갖 험악한 일을 겪어왔다. 힘에 대한 열망이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모하메드다.
모하메드는 바크리와 다른 이유로 블랙맘바에게 반했다. 바크리가 인간적인 면에 반했다면, 그는 비인간적인 면에 홀딱 반했다. 인간은 각자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믿고 싶은 것을 믿는 법이다.
끝이 짐작되지 않는 능력, 단호한 손 속, 시체까지 이용하는 비정한 술수, 대적자에게 뚜바이부르파님은 재앙이다. 표적이 된 무카바라트와 이슬람형제단이 불쌍했다.
다음날 새벽, 무카바라트 제3 분소 후문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울렸다. 분소 후문에 버려진 감자 부대를 열어 본 행인이 지른 소리다. 샬란의 무카바라트 제3 분소에 비상이 걸렸다.
감자 부대에 들어있던 압둘과 자와디의 시체는 즉각 알레포 본부로 이송되었다. 알레포 본부는 테러 분자의 수법으로 판단했다. 손가락을 부러뜨린 수법, 팔다리의 살을 뜯어낸 수법, 수많은 자상은 전형적인 테러범의 수법이다.
시리아는 테러 집단에 우호적이다. 이런 일을 벌일 집단은 무슬림형제단밖에 없다. 게다가 감자 부대에 쓰인 문구가 그들을 격분시켰다. [알라의 적 아사드를 처단하라. 아사드의 개들은 씨가 마를때까지 저주를 받을지어다.]
아자르와 디아브의 실종에 이어 연속 무카바라트를 상대로 테러가 발생했다. 무슬림형제단의 본격적인 준동이다. 알레포 본부에 비상 경계령이 떨어졌다.
그 시각, 블랙맘바는 달빛을 벗 삼아 하라탄에 접근했다. 마단끼 호수 남측에 자리 잡은 하라탄은 코베리카에서 47km 거리다. 아사드가 북부 수니파의 환심을 사기 위해 포장한 공로가 샬란에서 알레포까지 연결되어 있다. 덕분에 바이크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아 하라탄에 도착했다.
“저곳입니다.”
모하메드가 퇴락한 마스지드(이슬람 사원, 일반적으로 불리는 ‘모스크’는 엎드린다는 의미의 아랍어 ‘마스지드’의 유럽식 발음이다.)를 가리켰다.
“그냥 지나쳐라. 500m 밖에서 대기하라.”
“엡!”
뒷자리에 앉아있던 블랙맘바가 어느새 사라졌다. 모하메드의 고물 바이크가 시커먼 연기를 남기고 사라졌다.
중앙에 거대한 백색 돔이 들어선 사원은 이란형이다. 이슬람 사원의 원형인 시리아 형은 넓은 정원에 가지런히 기둥이 늘어선 회랑형 건물이다.
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와 강중유 냄새, 무기와 탄약이 뿜어내는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모하메드의 정보가 틀리지 않았다. 하라탄의 마스지드는 이맘이 이끄는 기도소가 아니라 테러범의 근거지라는 소리다.
두웅- 공간지각술이 발동되었다. 건물 내부에 300명 내외의 기척이 잡혔다.
“흐흥, 새벽 3시에 샤라트를 올릴 민간인은 없지. 한 번 흔들어 볼까나.”
모하메드가 정보를 흘렸으니 놈들도 잔뜩 긴장해 있을 것이다. 백팩에서 수류탄 다섯 개를 꺼냈다. 슝- 첫 번째 표적은 마스지드에서 가장 중시되는 미흐라브(mihrab)다.
슝- 슝- 슝- 수류탄이 줄지어 날아갔다. 그중 두 발은 소이 수류탄이다. 미나레트와 사한에 수류탄 4개를 던져넣은 블랙맘바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질주했다.
쾅- 쾅- 수류탄 폭발음이 그 뒤를 따랐다.
“출발, 외곽으로 빠져서 건축 중인 빌딩을 찾아라.”
모하메드는 바이크가 갑자기 출렁하자 기겁했다.
“헉, 뚜바이부르파님!”
“달려!”
부다다- 캄캄한 어둠 속을 바이크가 맹렬히 달렸다. 마스지드에서 900m 떨어진 지점에서 바이크가 멈추었다. 골조만 세워진 5층 건물 앞이다.
모하메드는 뚜바이부르파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수류탄을 집어 던지고, 이 먼 곳에서 어쩌려는지? 한편으론 잔뜩 기대가 되었다. 사촌 바크리가 무조건 믿으면 된다고 했다. 뚜바이부르파의 성전에 참여한다는 기쁨이 아드레날린을 분출시켰다.
5층 슬래브에 올라선 블랙맘바가 백팩에서 드라구노프를 꺼냈다. 7개월 만의 만남이다. 번들거리는 총신이 반가웠다.
말만 드라구노프지 실상은 드라구노프가 아니다. DGSE 기술부가 총신과 기관부, 스코프를 바꾸었다. 정밀도는 2MOA에서 1.5MOA로 소폭 개선되었지만, 내구도, 연사력, 스코프는 대폭 향상되었다.
모하메드의 눈이 커졌다. 십 년을 정교회 수호 위사로 살아온 그는 총기를 제대로 다룰 줄 안다.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까마득한 거리다. 드라구노프로 타격할 거리가 아니다.
“모하메드, 놈들에게도 정보를 흘렸겠지?”
“네, 오늘 새벽에 아사드의 개들이 준동한다고 슬쩍 흘렸습니다.”
“좋아. 무슬림의 형제님들 독기를 잔뜩 돋워주자고.”
총기 조립을 마치고, 신형 소음기를 돌려 끼웠다. 클로드의 장담대로 신형 소음기는 기존 소음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가볍고 컴팩트했다. 가변 12배율 스코프는 고정 4배율 스코프와 비교도 안 될 선명한 시야를 제공했다.
“흐흥, 느려터진 개구리들이 요즘 정신 차렸나? DGSE놈들도 더러 쓸모 있을 때가 있단 말이야.”
블랙맘바의 장비를 준비하기 위해 일천만 프랑의 비용을 쑤셔박은 DGSE 기술부가 들었으면 피를 토할 말이다. 20발들이 탄창이 매끄럽게 삽탄 되었다. 찰칵- 탄창 멈치가 경쾌한 소리를 냈다.
스코프 배율을 높였다. 불타오르는 마스지드가 훤히 눈에 들어왔다. 아우성치며 날뛰는 인간들이 사한에 한 가득이다.
퍽- 화재 진압을 지휘하던 인물이 벌떡 자빠졌다. 퍽- 퍽- 블랙맘바의 주특기인 더블텝 고속 저격이 시작되었다. 20발들이 탄창을 비우는데 딱 10초가 걸렸다.
망원경으로 불타는 마스지드를 관찰하던 모하메드는 입을 딱 벌렸다. 장대하게 타오르는 건물 내부에서 인간이 수없이 튀어나왔다. 대부분이 총기를 들고 있다. 일부는 화재를 진압하고 일부는 외곽으로 쫙 퍼져나갔다. 훈련이 잘된 집단이다.
외곽으로 달려가던 무장 병력이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우수수 뒹굴었다. 화재 진압을 지휘하던 지도자급 인물도 픽픽 쓰러졌다. 입꼬리로 침이 주르르 흘러내렸지만 인식조차 못 했다.
저격총을 기관총처럼 쏴 대다니, 게다가 단 한 발도 빗나가는 법이 없다. 인간이 아니라 살인 머신이다. 아니 살인의 신이다. 모하메드는 뚜바이부르파의 정체를 몸살 나게 알고 싶었다.
퍽- 퍽- 탄창을 바꾼 블랙맘바가 순식간에 20발을 소모했다.
“이만하면 분노한 오소리가 늑대에게 달려들겠지.”
블랙맘바가 비시시 웃으며 드라구노프를 분해해서 백팩에 수납했다. 모하메드는 소름이 쭉 돋았다.
“모하메드, 탄약 공장으로 간다.”
“예? 예 예.”
모하메드는 진동한동 난간 없는 계단을 내려갔다. 놀란 나머지 다리가 벌벌 떨렸다.
“억!” 발을 헛디딘 모하메드가 계단 아래로 떨어졌다.
“조심해!”
중심을 잃고 떨어지는 모하메드의 어깨를 억센 손이 잡아서 끌어올렸다.
“가 감사합니다.”
4층에서 바닥으로 추락할뻔한 모하메드의 이마에 진득한 땀이 배었다.
“탄약 공장을 지우시렵니까?”
“살짝 건드려 줄 생각이다. 아까는 무슬림의형제들을 건드렸으니 시리아군도 건드려야 공평하지 않나. 알라께서 흥정은 이문을 많이 남기고, 싸움은 기름을 부으라고 하셨다.”
“크크큭!”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모하메드가 끅끅거렸다. 뚜바이부르파의 흰소리에 긴장이 풀렸다. 신이 난 모하메드가 스로틀을 사정없이 당겼다. 이제껏 마음 졸이며 늑대를 피해 살아온 모하메드다. 호랑이를 등에 업은 그는 살판이 났다.
샬란 남쪽 3km 지점 크마에 이르기 전 수림 지대가 있다. 바이크가 수림지대를 오른쪽에 두고 동쪽으로 돌았다. 모하메드가 바이크를 타고 지나가며 손가락으로 계곡을 가리켰다.
“저 안쪽에 공장이 있습니다.”
“모하메드, 적당한 곳에 숨어있어라. 10분 후에 돌아온다.”
파팍- 블랙맘바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거침이 없으시구먼. 바크리의 말이 맞았다. 사도가 아니라 육화된 신의 현신이다.”
모하메드는 감히 돕겠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차원이 다른 천외 천의 존재다. 자신은 나서봐야 걸리적 거리기만 한다.
계곡 입구에서 두웅- 공간지각력이 발동되었다. 600m, 뜻밖에 가까운 거리다. 관안을 발동했다. 긴 진입로와 촘촘한 바리케이드, 삼면을 막은 바위벽, 지상에 드러난 건물은 별로없다. 돔처럼 생긴 형체만 드문드문 보였다. 공장이 아니라 탄약창이다.
모하메드의 잘못이 아니라 블랙맘바가 창고인 엉털풋과 공장인 유진느를 구분하지 못해 일어난 착오다.
“잘 되었군. 무겁게 폭약을 들고 올 필요가 없었는데, 삽질했어.”
블랙맘바가 한탄했다.
블랙맘바는 계곡을 빙 돌아서 탄약창 뒤로 접근했다. 100m에 가까운 까마득한 절벽이 나타났다. 그는 거침없이 가파른 절벽을 타고 내려갔다. 오른쪽 왼쪽 반신이 번갈아 움직이는 벽호주벽이다.
경비대는 100m에 이르는 가파른 절벽을 믿고 보초도 세우지 않았다. 흔히 범하는 안심과 편향이다. 인간은 어떤 상황을 지나치게 믿으면 그 상황에 내재한 위험을 간과해버리는 우를 범한다.
단 1분 만에 절벽을 돌파했다. 외양이 비슷하지만, 탄약고를 찾기는 여반장이다. 화약 냄새가 진한 곳은 탄약고, 강중유 냄새가 진한 곳은 병기고다.
새벽 3시, 경계심이 가장 무뎌지는 시각이다. 퍽- 퍽- 경비 초소에 뛰어든 블랙맘바가 화들짝 놀라는 병사의 정수리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가능하면 외상을 피하고 즉사시키는 수법이다.
어차피 보초에게 탄약고 열쇠가 있을 리 없다. 속전속결이다. 탄약고는 대개 반지하에 만들어진다. 블랙맘바는 공진파로 파고 들어갈지, 잠금장치를 부수고 들어갈지 고민했다.
땅을 파고 들어가면 은밀하지만, 기력이 소모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내부의 콘크리트벽도 장애다. 시건장치를 부수면 간단하지만, 경보가 울린다.
“좋아, 어차피 소동이 목적이니, 시리아 육군 5분 대기조가 얼마나 빨리 출동하는지 볼까.”
한가한 소리를 지껄이며 어린애 머리통 크기의 자물통을 잡고 불끈 힘을 썼다. 빠드득- 자물통은 건재하고 빗장이 뜯어졌다.
구르릉- 손바닥 두께의 철문을 여는 순간 웨에엥하고 요란한 경보음이 울렸다. 블랙맘바는 무시하고 탄약고로 뛰어들어갔다. 줄지어 쌓인 탄약 상자가 조심성없이 휙 휙 날아갔다. 대부분이 소총탄과 기관총탄이다.
“응, 이건 뭐야?”
미군용 더블빽이 가득 찬 상자다. 시리아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미국이다. 군수물자를 제공할 리 없다. 뭔가 야료가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