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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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시리아 루만 작전17
시리아 육군 탄약창에서 발견된 미군 전쟁물자는 레바논내전과 관련 있다. 레바논은 시리아에서 분리될 당시부터 친 서방 기독교 정부와 이슬람 간의 갈등이 격심했던 국가다.
1958년 친서방 기독교 정부와 급진적인 이슬람 원리주의 국민통일전선 간에 대규모 내전이 발발했다. 미국은 대규모 군사 개입이라는 초강수를 발동했다. 격화된 내전은 표면적으로 진압되었지만, 불씨는 사방으로 튀었다.
1975년, 이슬람 무장단체가 연합해서 국지전을 재개했다. 동시다발적인 도발에 레바논 정부와 기독교 세력은 정신없이 얻어터졌다.
시리아는 사태 수습을 핑계로 베카 계곡에 주둔 중인 정규군 2개 사단을 전장에 투입했다. 이슬람 반군은 환호했다.
아사드는 이단시되는 소수 알라위파 출신이다. 그는 집권 후 다수 종파인 수니파의 인정을 받기위해 몸부림쳤다. 아사드는 당연히 반군을 도와 마론파 정부를 밀어낼 것으로 기대되었다.
기대는 배신으로 돌아왔다. 아사드는 이슬람 측의 기대와 달리 레바논 집권 세력인 마론파 기독교도의 편을 들었다. 이슬람 반군 연합은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당연히 화를 냈다.
서방측도 의아해했지만 숨겨진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CIA와 무카바라트의 알레포 밀약이다.
시리아는 1970년대 초반부터 레바논에 3개 사단을 주둔시켰다. 아사드는 현실을 생각지 못하고 레반트 시리아를 꿈꾸었다.
아사드는 레바논의 통제권을 내려놓고 싶지 않았다. 내심 수니파의 득세도 원치 않았다. 취약한 권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기독교도의 지지를 얻고 싶어 했다.
CIA는 아사드의 내심을 정확히 읽고 접근했다. 1975년, CIA는 시리아가 대량살상무기인 신경가스 사린과 VX를 대량보유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를 찾았다. CIA는 아사드를 압박했다.
미국, 아니 미국을 주무르는 정·재계 유태인들의 목적은 단순했다. ‘이스라엘을 보호하라. 친서방 기독교 정권을 수호하라.’
미국과 아사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아사드는 군사력을 동원해서 이슬람 반군을 밀어내고, 미국은 아사드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눈감아 준다. 이것이 알레포 밀약이다.
CIA는 악의 축이 대량으로 보유한 생물학무기를 눈감아 주는 한편 군수 물자까지 지원했다. 악의 축은 미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동지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 자국과 유대인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힘센 국가일 뿐이다.
무슬림 입장에서 아사드의 행동은 명백한 배신이다. 이슬람형제단이 배신자 아사드를 처형하겠다고 나선 배경이다. 동시에 아사드 정부가 시리아 내 정교도의 환심을 사려고 바크리를 석방한 배경이기도 했다. 이러한 정세는 훗날 엄청난 폭발력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 방아쇠를 당긴 장본인이 블랙맘바다.
블랙맘바가 복잡한 중동 정세와 CIA의 지저분한 거래를 알 리 없다. 더블백이 미제든 한국제든 의심은 나중에 풀어도 된다.
앵앵거리는 경보음이 행동을 재촉했다. 그는 적재된 박스를 열심히 뒤졌다. 바늘을 짚단 속에 숨기면 찾을 자신이 있지만, 바늘과 비슷한 핀 속에 숨기면 그로서도 대책이 없다. 아홉 번째 열에서 원하는 물건을 찾았다.
“화따 레몬이구마.”
레몬은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대량 생산한 F1세열 수류탄이다. 파인애플과 흡사하지만, 레몬이라 불렸다. 미군 수류탄이 파인애플이라 불렸기 때문이다. 중량은 600g, 폭발력은 프랑스제 F1과 별반 차이 없다.
묘하게도 수류탄은 소련제든 프랑스제든 미제든 모두 F1 모델이 있다. 더블백에 레몬을 쓸어 넣었다. 다섯 박스를 쏟아넣고도 자리가 남았다.
“얼라리요, 이건 박물관에서나 볼 물건인데.”
레몬을 들어내자 RKG-3 대전차 수류탄(Anti-Tank Hand Grenade)이 나왔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소련군이 사용한 1.2kg짜리 방망이형 대형 수류탄이다. 방망이 자루에 낙하산이 내장된 특이한 수류탄이다.
당시에 장갑이 취약한 전차의 큐폴라 상부를 타격하기 위해 낙하산이 장착되었다. 지향성 폭발력은 강하지만 전장에서 그리 실용적이지는 못했다.
방망이 한 박스를 쓸어 담자 더블백이 가득 찼다. 레몬 5박스 100개, 방망이 한 박스 20개다. 더블백 무게만 80kg이 넘어갔다.
더 가져가려야 쓸만한 물건도 별로 없다. 적지에서 로켓포를 메고 다닐 수도 없고, 박격포를 들고 다닐 수도 없다. 만만한 게 수류탄이다.
블랙맘바는 인간 자동유탄발사기다. 아니 자동유탄발사기보다 훨씬 정교하고 사거리도 길다. 수류탄을 저격하듯이 상대 진영에 꽂아넣으면? 그야말로 앙신의 강림이다.
시리아 정교도를 무장시킬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지웠다. 그들은 평화롭게 사는 사람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그들을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끌어낼 수는 없다.
“그래, 간다. 가, 이 자식아.”
블랙맘바가 앵앵거리는 경보장치를 노려보며 투덜거렸다. 내부 장치를 파괴해봐야 소용없다. 백팩에서 300g짜리 C4 엿가락을 꺼내서 고폭탄 박스에 부착하고 뇌관을 푹 찔러 삽입했다. 타이머는 100초에 맞추었다.
“5분 대기조는 개뿔, 다 털리고 손만 흔들겠구마. 크크.”
웃음이 나왔다. 탄약고가 곧 날아갈 판이다. 병영 외곽의 라이트만 주르륵 켜졌을 뿐 병사들이 출동하지 않았다.
“이크, 이제야 쏟아져 나오는구마.”
막사에서 튀어나오는 병사들이 기감에 걸렸다. 블랙맘바가 느긋할 수 있는 이유다. 공간지각력은 반경 500m 내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는 사기적 스킬이다. 허둥거릴 이유가 없다.
“아디오스! 수고하더라고.”
장난스러운 말을 남기고 절벽에 달라붙었다. 등에 멘 80kg 더블백과 40kg 백팩도 벽호주벽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 못했다. 손발이 자유롭기만 하면 중량은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거대한 도마뱀이 절벽을 주르르 타고 올라갔다.
정상을 5m 남겨둔 시점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꽝- 꽈르릉- 작은 폭발에 이어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탄약고 덮개가 통째로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후와왕- 막 절벽 정상에 올라서는 블랙맘바를 폭발풍이 때렸다.
“어이쿠, 도와주는구나.”
보통사람이면 창자가 터질 압력이다. 블랙맘바는 폭압을 타고 가볍게 절벽을 넘었다. 쾅- 쾅- 탄약고에서 계속 유폭이 일어났다.
슝 슝 슝- 유탄이 무더기로 날아왔다. 탄약고에 있던 총탄이다. 뇌홍은 컴포지션과 달리 충격과 열기에 약하다. 폭압과 고열이 수십만 발의 총탄을 사방으로 비산시켰다. 예광탄이 뿌리는 오렌지빛이 밤하늘에 비처럼 쏟아졌다.
“이키!”
불꽃놀이를 구경하던 블랙맘바가 후다닥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유폭이 일어나면 차폐막도 소용없다. 가로세로 10m 탄약고에 쌓인 포탄의 양은 만만치 않다. 천지가 붕괴하는 폭발음이 계속 울렸다. 뒤처리가 곤란하겠지만 그건 탄약창 책임자가 감당할 문제다.
샬란 계곡에 장대한 불꽃놀이가 벌어졌다. 하늘이 벌겋게 타오르고, 오렌지 섬광이 수없이 밤하늘을 갈랐다.
“으흐흐흐! 좋다 좋아. 빵빵 터져라.”
바위 그늘에서 모하메드가 기괴한 웃음을 흘리며 다리를 비비 꼬았다. 폭음이 울릴 때마다 쾌감이 등줄기를 자르르 치달렸다. 최고로 만족스러운 사정을 했을때도 이보다 쾌감이 못했다.
자신은 사상 최대의 불꽃놀이를 무료 감상하는 행운아다. 태어난 이래 이보다 더 통쾌하고 신 나는 구경거리는 없었다. 이교도로 차별받고, 이단으로 쫓긴 그 모든 설움이 단번에 날아갔다. 뚜바이부르파를 따라올 때는 이처럼 신나는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그것도 아무런 위험없이 말이다.
“뚜바이부르파님, 만쉐이!”
모하메드의 눈이 흥분과 열기로 번쩍였다.
블랙맘바와 모하메드는 새벽 4시 30분에 귀가했다. 블랙맘바는 2시간 30분 만에 무슬림형제단의 근거지인 마스지드를 박살내고 시리아군 서북부 탄약창을 날려버렸다.
바크리의 집 앞에 큰 올리브 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오른쪽 나무 세 번째 가지에 돌멩이가 한 개 올려져 있었다. 모하메드가 슬쩍 손을 뻗어 돌멩이를 떨어뜨렸다. 블랙맘바는 흘끗 보고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지하 조직이 흔히 사용하는 연락 방법이다.
블랙맘바는 샤워하고 느긋하니 잠을 청했다. 모하메드는 쉬지도 못하고 곧바로 집을 나섰다. 호수 방향으로 300m를 걸어가자 숲 속에서 남자가 나타났다.
“모하메드님, 마단끼 호수 주변 마을에 주둔하던 무카바라트가 몽땅 철수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샤비하 놈들도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흐흐, 아프린 마을엔 감시자가 늘었겠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남자가 깜짝 놀랐다.
“흐흐, 우리 정교도를 이끌어 주실 진정한 지도자가 나타나셨다. 그분의 역사 하심이다. 무카바라트와 무슬림 제 파들은 더 이상 우리에게 신경 쓰지 못한다. 교도들에게 전하라. 당분간 수니파 마을 출입을 금한다. 여행도 삼가라. 조용히 지내면 우리는 위험이 없다.”
남자의 눈이 커졌다.
“오오, 기다리던 사도님이 드디어 오셨습니까?”
“그렇다. 형제들에게 뚜바이부르파님이 오셨다고 은밀히 전하라. 뚜바이부르파 님이 무슬림의형제들과 시리아군을 충돌시켰다. 각자 몸조심하고 양측의 정보를 수집하라.”
“옙, 저는 이만.”
남자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크크크! 오소리와 늑대의 싸움이라~ 뚜바이부르파님의 말씀이 딱 맞구먼. 크크크!”
음충맞은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알리와 바크리, 모하메드의 대화가 날이 밝을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모하메드는 뚜바이부르파의 무용담에 침이 말랐다. 알리와 바크리는 감탄하느라 침이 말랐다.
투투투투- 여명이 스러질 무렵 요란한 헬기 로터음이 울렸다. 소비에트 연방의 초기형 Mi-24B 하인드A 헬기가 호수를 한 바퀴 돌아서 알레포 방면으로 날아갔다. 뒤이어 날아온 또 한 대의 헬기가 뿌린 삐리가 눈송이처럼 흩날렸다.
“흐흐흐, 시작하는구먼.”
모하메드가 잔뜩 충혈된 눈으로 웃었다.
“형제여 무슨 내용인가?”
“뻔한 내용이다. 뚜바이부르파님이 한바탕 휘젓는 바람에 초비상이 걸렸다. 국가 안위를 위협하는 무슬림형제단을 철저히 말살하겠다. 국민들은 적극 협조해라. 무기를 소지한 자는 즉각 사살하겠다. 이런 내용이다. 곧 다른 무자히딘도 무슬림형제단에 협력할 걸. 시리아가 뒤집히겠어.”
“그럴까? 아사드가 각종 테러단체를 옹호해 왔는데도 말인가?”
바크리는 회의적이었다. 모하메드가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야. 서로 필요 때문에 악어와 악어새 노릇을 해 왔을 뿐이다. 아사드가 헌법사건을 일으킨 순간부터 서로가 등을 돌렸어.”
모하메드가 말하는 헌법 사건은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리아 헌법에는 무슬림만이 국가 수반이 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알리위파 출신인 아사드는 헌법에서 무슬림 국가 수반 조항을 지웠다.
이유는 국민의 80%를 차지하는 수니파 대부분이 알라위파를 무슬림이 아닌 이교도로 보기 때문이다. 시리아에서 알라위파는 기독교 종파와 다를 바 없는 대접을 받는다. 아사드 입장에서 집권 명분을 흐리게 만드는 헌법이 달가울리 없다.
아사드의 헌법 조항 삭제는 독실한 수니파 교도를 격분시켰다. 그들은 아사드가 알라의 나라를 팔아먹는다고 분개했다. 전국에 산재한 수천 개의 마스지드를 통해서 무슬림형제단이 준동했다. 이때부터 아사드와 무슬림형제단의 악연이 시작되었다.
무슬림형제단은 조직적으로 테러와 폭동을 일으켰고, 아사드는 군사력을 동원해서 이들을 무자비하게 처단했다. 심지어 마스지드를 폭격하기도 했다.
아사드의 강공에 무슬림형제단은 일보 후퇴했다. 지하에서 힘을 기르는 중에 블랙맘바가 뇌관을 기폭 시켰다. 해묵은 원한이 쌓인 무슬림형제단과 아사드의 3차전이 시작되었다.
까랑 까랑- 쿠드드드- 요란한 캐터필러 소리가 새벽을 찢었다.
“헐, 전차까지?”
“샤와란(Sawran)에 주둔 중인 3기갑이다. 터키 국경을 비우다니, 아사드가 단단히 마음먹었나 보다.”
북동쪽에서 전차가 줄지어 공로를 타고 내려왔다. 상부 포탑이 동그란 소련제 T-34다. 골동품이지만 보병에겐 저승사자다. 뒤를 이어 병력이 빽빽이 올라탄 트럭이 나타났다.
시리아와 터키는 견원지간이다. 국경 도시인 샤와란에 주둔한 탱크 여단은 터키 방어용이다. 시리아 정부가 국경의 탱크까지 빼낼 정도로 사태를 엄중히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시리아는 소비에트연방의 탱크 편제를 받아들였다. 탱크 중대는 전차 10대다. 소대는 전차 3대, 중대는 3개 소대다. 탱크 중대는 지휘관 탱크까지 10대다. 대대는 3개 중대, 여단은 4개 대대다. 샤와란에 주둔 중인 전차 120대중 10대가 알레포로 투입되는 셈이다.
모하메드와 바크리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뚜바이부르파가 한 번 움직이자 시리아 전체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스케일이 달랐다. 바크리는 블랙맘바가 잠든 방을 돌아보며 이빨을 악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