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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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시리아 루만 작전19
현지 공작금으로 DGSE에서 받아온 현금 5만 프랑중의 일부다.
“일만 프랑이다. 바이크를 사들이고, 교도들의 임시 피난처를 만들어라. 수니파 급진주의자들이 저항을 시작하면 국가적 위기 상황이 올 수 있다. 일족과 믿을 수 있는 교도를 별도 관리하고, 상시 연락체계를 만들어라.”
모하메드의 눈이 잔뜩 커졌다. 시리아의 물가 수준으로 볼 때 일만 프랑이면 엄청난 거액이다. 금액을 떠나서 아무런 조건도 없이, 일면식도 없는 교도를 위해서 거액을 선뜻 희사하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감격한 모하메드가 무릎을 꿇고 외쳤다.
“뚜바이부르파님을 찬양하라. 교도들을 대신해서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주의 이름으로 오신 이여, 찬미 받으소서! 고귀한 뜻을 명심하겠습니다.”
블랙맘바가 바크리에게 이만 프랑을 내주었다.
“바크리, 시리아는 정부가 물가와 유통을 통제하는 국가다. 내전이 벌어지면 식량과 생필품 공급에 필히 문제가 발생한다. 이 돈으로 굶주리는 교도가 없도록 미리 준비하라. 나는 작전을 마치고 곧바로 시리아를 빠져나갈 것이다. 준비되면 당신들을 이주시키겠다. 머지않아 이땅은 지옥이 된다.”
블랙맘바는 자연스럽게 필요한 지시를 내렸다. 제법 지도자의 틀이 잡혔다.
“뚜바이부르파님, 공작 자금이 아닙니까?”
바크리가 걱정했다.
“하하하, 내겐 따로 자금이 필요 없다. 정히 필요하면 은행을 털면 된다.”
과격한 이야기에 바크리와 모하메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뚜바이부르파가 마음먹으면 못할 일이 없다.
“뚜바이부르파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주의 이름으로 오신 이여, 찬미 받으소서!”
“인샬라! 바이크 두 대는 내가 빌려 가지.”
“뚜바이부르파님, 제 여동생 바젤이 기어코 뵙겠다고 해서 데려왔습니다.”
모하메드가 눈치며 보며 어렵게 입을 떼었다.
“데려와라.”
히잡을 입은 늘씬한 여자가 무릎을 꿇었다. 검은 천 사이로 빼곰히 드러난 커다란 눈망울이 슬퍼 보이는 아가씨다. 시리아에 사는 정교도 여자들도 이슬람 전통 복장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끌려가서 욕을 당하기 십상이다.
“뚜바이부르파님을 찬양하라. 감사합니다. 욕을 당한 몸으로 죽지 못해 살고 있습니다. 죽기 전에 사도님을 꼭 뵙고 싶었습니다.”
“죽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깜짝 놀란 블랙맘바가 모하메드를 노려보았다.
“집안의 수치라~”
광포한 기세에 눌린 모하메드가 우물쭈물했다. 블랙맘바는 기가 찼다. 이슬람은 여자가 욕을 당하면 가문의 수치로 여긴다. 자결을 강요하거나 축출한다고 들었다. 정교도까지 그럴 줄 몰랐다.
“바크리, 모하메드 잘 들어라. 너희가 살기 위해서 무슬림의 관습을 따르는 점은 이해한다. 이슬람에 배울 점도 있지만 버려야 할 악습도 많다. 바셀이 무슨 죄를 지었나? 피해자일 뿐이다. 가족이 악몽을 잊도록 돕지는 못할망정 죄를 묻는단 말이냐? 그런 거냐?”
화를 참지 못한 블랙맘바가 자신이 앉아있던 돌의자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꽝- 폭음과 함께 의자 팔걸이가 박살 났다. 놀란 가족들이 몸을 움츠렸다.
“너희는 남자로서, 가장으로서 바셀을 지켜주지 못했다. 본인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너희가 약한 여자에게 책임을 묻는단 말이냐?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라. 내 다시 돌아와서 바셀의 신상에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면 용서치 않겠다.”
“뚜바이부르파를 찬양하라. 명심하겠습니다.”
모하메드와 바크리가 고개를 푹 숙였다. 남자로서, 가장으로서 여자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말이 가슴을 푹 찔렀다.
“바셀, 이리 오라.”
바셀이 무릎걸음으로 다가섰다. 블랙맘바는 바셀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원했다.
“바셀 자디르, 너는 본래 죄가 없다. 죄를 지은 놈은 이미 처단되었다. 스스로 죄가 있다 여긴다면 나 뚜바이부르파가 죄를 사하노라. 네 마음과 몸이 깨끗함을 나 뚜바이부르파가 선언한다.”
“으흐흑, 감사합니다. 뚜바이부르파시여, 감사합니다.”
감격한 바셀이 눈물을 줄줄 흘렸다. 히잡이 눈물로 흠뻑 젖었다.
“오오, 영광입니다.”
모하메드와 바크리가 합창했다. 사도가 직접 선언했다. 바셀은 완전무결한 처녀가 되었다. 두 사람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들이라고 바셀의 불행이 마음 편할 리 없었다.
‘니미 떠그럴, 이기 머꼬!’
화가 났다. 강간당한 여성을 집안의 수치라며 자진을 강요한다. 남자의 성욕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눈만 내놓고 칙칙한 천으로 신체를 가리게 한다. 바람을 피운 여자를 광장에 묶어놓고 군중이 돌로 쳐죽인다. 제정신이 아닌 집단이다.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머리가 길다고 끌고 가는 나라, 여자 치마가 짧다고 30cm 플라스틱 자를 들이대는 나라가 바로 자신의 조국 한국이다. 이따위 세상이 제대로 된 세상일 수 없다.
한국도 개판이고, 사헬도 개판이고, 이곳도 개판이다. 욕정은 종족 보존을 위해 주어진 본능이다. 욕정을 스스로 통제하는 자제력이야말로 인간의 조건이다. 통제해야 할 욕정을 약자에게 팔밀이하는 비겁한 인간이 날뛰는 세상이라니, 이런 세상이야말로 지옥이다.
아름다워지고 싶고,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 또한 인간의 본능이다. 여자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평생을 칙칙한 천으로 몸을 휘감고 살아야 한단 말인가. 잘빠진 다리를 드러낸 게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바셀, 좋은 세상이 올 것이다. 그따위 칙칙한 천으로 꽁꽁 싸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도록 해주겠다. 짧은 치마를 입고, 예쁜 화장을 하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세상을 열어주겠다. 그때까지 열심히 살도록 하라. 네 신랑은 직접 내 손으로 골라 주리라.”
듣고 있던 바크리의 어머니와 부인이 우르르 달려와서 블랙맘바 앞에 무릎을 꿇었다.
“뚜바이부르파를 찬양하라! 감사합니다. 당신은 모든 여자의 빛이며 희망입니다. 주의 이름으로 오신 이여, 찬미 받으소서. 뚜바이부르파시여 영원하여라.”
세 여자가 소리높여 외쳤다.
“어허, 내가 미친다 미쳐. 이카다 내가 진짜 사이비 교주가 되겠구마.”
블랙맘바가 한국말로 한탄했다. 여자가 남자보다 쉽게 광신도가 된다더니 가관이다. 슬그머니 겁이 났다. 전장의 축복을 내리던 폴 중위의 흉내를 냈다가 진짜 교주가 될 판이다.
바크리와 모하메드가 수류탄이 든 더블백을 낑낑거리며 들고 나왔다. 블랙맘바는 더블백을 가로로 매고, 백팩을 그 위에 얹었다. 갈 길이 멀다. 짐을 챙긴 블랙맘바가 하루 만에 추종자가 된 바크리 일족과 작별을 나누었다.
회자정리라 하지만 배웅나온 가족들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 정작 찾아야 할 어머니도 못 찾는 판에 챙길 식구들이 자꾸 늘어난다.
‘아이구, 내 신세야. 이놈의 오지랖을 어쩌나!’
한탄이 절로 나왔다.
바크리와 모하메드가 바이크를 유적에 배달했다. 험한 세상을 살아온 그들은 자이툰을 보고도 못 본 척 돌아갔다.
“안된다. 바이크는 무조건 무카바라트의 검문에 걸린다. 우리는 야간을 이용해서 도보로 이동해야 한다.”
안내인이 아우성을 쳤다.
“이봐 자이툰, 무카바라트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 내가 알아서 처리한다. 걱정하지 말고 안내나 해라.”
“당신을 어떻게 믿나? 안내 방법과 노선은 내 권한이다. 나는 개죽음 당하고 싶지 않다.”
“아 놔, 이 자식이 증말~”
블랙맘바가 뒷목을 움켜잡았다. 진상도 이만하면 예술이다. 기껏해야 45km만 이동하면 된다. 이놈은 감시를 피해서 노선을 잡을 생각은 않고, 밤을 도와 걸을 생각만 하고 있다. 옴부티는 거친 사헬 땅을 5,000km 이상 무리 없이 팀을 안내했다. 진심으로 옴부티가 그리웠다.
“에라이 팔푼이 새끼야!”
열 받은 블랙맘바가 폭발했다. 퍽- 자이툰은 종내 눈텡이를 한 대 얻어맞고서야 고분고분해졌다.
고물 바이크 두 대가 매연을 풀풀 뿜으며 217번 공로를 따라 남하했다. 알레포주 인구 150만 명 중에 100만이 알레포시에 거주한다. 터키 접경지인 북부는 인구밀도가 아주 낮다.
코베리카 마을에서 카파루자 계곡까지 큰 마을은 아프린과 나하다가 고작이다. 그 외에는 전부 몇십 호 몇 백호 단위의 작은 마을이다.
마단끼 호수에서 알레포까지는 고원 평야다. 구릉을 따라 올리브나무와 석류나무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평지는 솜이 피어올라 하얗게 빛나는 목화밭이 아니면 밀밭이다. 목화밭을 보자 에델이 생각났다. 본인이 원해서 떠났지만, 고생이 많은 작업이다.
‘에델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지형과 기후를 조사하려면 얼굴이 다 탈 텐데.’
혜영이 희미해지고 그 자리를 에델이 은근슬쩍 차지했다. 에델의 얼굴이 자외선에 탈까 봐 걱정까지 하다니, 스스로가 낯 간지러웠다.
‘나도 별수 없는 수컷인가!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더니.’
한가한 상념을 안내인이 끊었다.
“검문이다.”
삼백 미터 앞, 목재 바리케이드가 도로를 가로막았다. 강렬한 랜턴 불빛이 아래위로 흔들렸다. 하와이안 남방을 입은 놈, 민소매 토브를 걸친 놈, 가죽조끼를 입은 놈, 무카바라트다.
“겁먹지 말고 속도 늦춰. 내가 알아서 한다.”
글록을 뽑아들던 블랙맘바가 생각을 바꿨다. 무카바라트는 시리아인에게 공포의 존재다.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체포하고, 바로 총격을 가한다고 들었다. 놈들이 일반인을 어떻게 상대하는지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시리아 경찰은 사법 경찰과 무카바라트가 있다. 양쪽 다 제복을 입지 않는다. 복장이 제멋대로다. 권총을 벨트에 차고 있으면 사법경찰, 권총 없이 고압적인 놈은 대충 비밀경찰이다. 자동소총을 든 놈도 비밀경찰이다.
바리케이드 앞에 바이크가 멈추었다. 랜턴을 든 놈이 건들거리며 다가섰다. 두 놈은 담배를 물고 짝다리를 짚고 있다. 한국의 양아치와 진배없어 보였다. 태도로 보아 다짜고짜 총격을 가할 폼새는 아니다.
“아흘란 와 싸흘란 비 쿠라 바쉬.(쿠라 바쉬에 온 걸 환영합니다.)”
야자수와 돌고래가 프린팅된 남방을 입은 놈이 담배를 문 채로 입술을 비틀어 물었다. 전혀 환영할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 블랙맘바는 무표정이고, 자이툰의 얼굴이 노랗게 채색되었다.
“이봐,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나?”
“코 코베리카에서 알레포로 가는 중임니다요.”
자이툰은 불쌍해 보일 정도로 와들와들 떨었다.
“저놈은 뭐냐?”
“모 모르는 사람입니다요.”
“이봐, 가트라 벗어봐.”
랜턴 불빛이 블랙맘바의 얼굴을 직사했다. 순순히 가트라를 벗었다.
“어, 너 중국인이냐?”
블랙맘바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손바닥을 바깥으로 해서 탈탈 털었다. 모른다. 너희와 볼 일 없다는 뜻이다.
카키색 토브를 입은 놈의 인상이 찌그러졌다.
“이봐, 그놈들 우리 친구냐?”
가죽조끼를 입은 놈이 뒤에서 물었다. 놈의 눈이 바이크 짐칸에 실린 더블백을 향했다.
바크리가 말하기를 무카바라트가 ‘후와 싸디-끼-?(내 친구냐?)’라고 할 때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했다. 정권에 우호적인 놈이냐는 뜻과 뇌물을 줄 놈이냐는 뜻이다. ‘라!(아니!)’라는 대답이 나오면 체포하거나 쏴 죽인다고 했다.
“라!(아니!)”
짤각- 뒤쪽에 있던 놈이 소총 안전핀을 올렸다. 사살하고 물건을 강탈하겠다는 의도가 빤히 보였다.
“망할 새끼!”
“큭!”
소총을 겨냥하던 뒤쪽의 가죽 재킷이 목을 움켜쥐고 풀썩 쓰러졌다. 젓가락처럼 가느다란 표창이 목을 관통했다.
“뭐 뭐야?”
놀란 남방과 토브가 어깨에 멘 소총을 잡았다. 츄릿- 퍽- 퍽- 고르곤이 어깨를 내리치고, 순식간에 잡낭으로 수납됐다.
“끄악!”
오른쪽 어깨가 박살 난 토브와 남방이 풀썩 엎어졌다. 조끼는 이미 숨이 끊어졌다. 블랙맘바가 조끼를 도로 옆 풀숲으로 집어 던졌다. 휭- 시체가 20m나 날아갔다. 중상을 입은 나머지 둘도 사정없이 집어 던졌다.
‘저 저놈이 사람인가?’
자이툰은 경악했다. 무카바라트 둘의 어깨를 박살 낸 무기는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표범보다 날렵하고, 유럽 불곰보다 힘이 세다. 더욱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끔찍한 손 속이라니…….
‘무서운 놈이구나.’
자이툰은 식은땀이 쭉 솟았다.
“이봐, 자이툰!”
“예, 옙!”
곧 울 듯한 표정이다. 오줌을 지리지 않았는지 걱정될 지경이다.
“통역해라.”
블랙맘바가 자이툰을 잡아끌고 숲으로 들어갔다.
“으헉!”
자이툰이 비명을 질렀다. 하와이안 남방의 머리가 깨졌다. 벌어진 두개골에서 회백색 뇌수가 흘러나왔다.
“쯧!”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장애물을 피해서 던졌지만, 풀숲에 가린 바위까지 파악할 재주는 없다. 토브는 거듭된 충격으로 기절했을 뿐 상태가 비교적 멀쩡(?)했다. 토브를 엎어놓고 명문혈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크웩!”
효과가 직방이다. 토브가 시커먼 울혈을 토해내고 정신을 차렸다.
“카파루자까지 검문소가 또 있는지 물어라.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으면 팔다리를 차례로 뜯어낸다고 해라.”
무슬림은 신체 손상을 지극히 두려워한다. 영혼이 돌아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헬에서 충분히 학습효과를 얻었다.
“훅!”
자이툰은 본인이 협박을 받은 양 놀랐다. 지금껏 놈의 행동을 보면 팔다리를 잠자리 날개 뜯듯 뜯어내고도 남을 놈이다.
“한 군데가 더 있답니다.”
“군인과 무카바라트가 집중되는 위치를 확인해라.”
“전국에 산재한 마스지드를 수색 중이랍니다. 다마스크스 방면은 알지 못하고, 알레포와 샬란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답니다.”
대답이 재깍재깍 튀어나왔다.
“이건 중요하다. 카파루자 계곡 인근에 주둔 중인 시리아군의 정보를 확인해라.”
이번엔 시간이 제법 걸렸다.
“10km 이내엔 없답니다.”
퍽- 손바닥이 토브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비명도 없이 목이 툭 꺾였다. 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