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27
x 227
제27장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1
가차없는 손 속이다. 자이툰의 볼살이 푸르르 떨렸다. 악귀 같은 놈이다. 아니 악귀다. DGSE 작전부 요원이 대체로 무식하고 거칠지만, 이놈은 차원이 다르다. 국제적 에이전트 리스트를 열심히 뒤졌지만 비슷한 놈도 없다. 그는 아연 긴장했다. 아차 하면 자신의 목숨도 날아갈 판이다.
“목표지점까지 얼마나 남았나?”
목소리만 들어도 섬뜩했다.
“15km 남았습니다.”
“가자.”
“옙!”
말투부터 달라졌다. 투투투투- 공로를 따라 달리는 바이크 상공에 헬기 두 대가 나타났다. 헬기는 야간 비행등을 환하게 켜고, 남하했다.
블랙맘바는 안력을 높였다. 평면 캐노피, 잠자리 눈처럼 전면에 툭 튀어나온 이중 흡기구, 하인드 초기형 Mi-24A형이다. 하인드 초기형은 공격과 수송 양수겸장으로 어정쩡하게 개발되었다. 조종수, 부조종수, 무기관제관 3명이 탑승하고, 캐빈에 무장병력을 8명까지 탑승시킬 수 있다.
“허이고, 돈깨나 깨졌겠구마.”
상공을 올려다보던 블랙맘바가 실소했다. Mi-24A형은 미국의 휴이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12.7mm 중기관총이 화력의 전부다. 남행 중인 놈은 30mm 트윈배럴 기관포와 122mm 로켓 포드가 장착되었다. 로스께가 고물 기체를 팔아먹고, 개수 비용으로 뽕발을 뽑았다. 양키가 한국에서 흔히 써먹는 뒤통수 치기다.
하인드의 뒤를 따르는 놈은 휴이(UH-1) 수송 헬기다. 무리하면 18명까지 수송할 수 있다. 월남전에 단골로 등장했던 골동품으로 무장은 캐빈 측방에 달린 기관총이 전부다.
하인드와 휴이의 등장은 특수전 병력을 소요지역에 전개하려는 시도다. 아이러니하게도 공산국가인 시리아에서 미군 헬기가 버젓이 비행하고 있다.
“양키 새끼들이 뒷구멍으로 다 팔아 처먹는구마.”
냉전에 불구하고 미국의 군상(軍商)은 동서를 가리지 않고 집요하게 무기를 팔아먹는다. 문득 모든 무기체계가 미국에 예속된 한국이 생각났다.
프랑스에서 본 한국은 미국의 불용 무기 처리장이다. 보니파스가 한국의 무기획득 정책이 미국 측 로비와 뇌물의 결과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프랑스 측에서 기술이전을 포함한 패키지 떨이를 해도 먹히지 않는 이유가 밀리터리 마피아 때문이라고 투덜거렸다.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 미국이 언제까지 혈맹일지 장담 못 한다. 자체 개발 역량을 키우지 못하면 언젠가 피눈물을 흘릴 거라고 경고했다.
블랙맘바는 쓴웃음을 지었다. 밀리터리 마피아라고 표현했지만, 미국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리는 정통성 부족한 군사 정권을 욕하는 말이다.
“자이툰, 헬기 비행방향이 어딘가?”
“4km 전면에 쿠라바시(Qarah bash)가 있습니다.”
자이툰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하인드가 로켓포를 발사했다. 붉은 불줄기가 밤하늘을 쭈욱 뻗어 나갔다. 쿠라바시 방향이다.
쿠웅- 묵직한 폭음이 울렸다. 소련제 122mm 로켓포의 위력은 만만치 않다. 살상 반경이 핸드볼 경기장 크기다.
하인드가 한 바퀴 돌아서 지상 300m 높이에서 호버링했다. 본격적인 공격자세다. 불줄기가 연속 뿜어졌다. 쏴- 쏴- 쏴- 장마철에 폭우 내리는 소리가 울렸다. 지상에서 검붉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지상군이 대공 무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헬기 밥이 된다. 전투기보다 헬기가 더 큰 피해를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저고도에서 호버링하면서 목표물을 정확히 때리기 때문이다.
휴이가 기총소사를 한 차례 퍼붓고, 횡전해서 고도를 낮추었다. 착륙 자세다. 바바바바- 휴이를 엄호하는 하인드의 30mm 기관포와 중기관총이 동시에 불을 뿜었다.
지상에서 불줄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예광탄이 검은 하늘을 헤집었다. 펑- 펑- 근접신관 고사포가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이슬람형제단도 제법 고급 무기를 갖췄다.
양측이 사용하는 무기는 어차피 소련제 아니면 미국제다. 미국과 소련이 무기를 팔아먹으려고 끊임없이 전쟁을 부추긴다는 음모론이 나오는 이유다.
“제대로 한 판 붙었구마.”
불구경, 싸움구경만큼 재미있는 볼거리는 많지 않다. 물론 당사자가 되면 갑갑하겠지만, 보는 즐거움은 크다.
블랙맘바는 바이크를 세우고 관전 모드로 들어갔다. 전장과는 겨우 2km다. 전투 상황이 훤히 보였다. 자이툰이 재촉했지만 들은 척도 않았다.
“저런, 끝장났군.”
지상에서 솟아오른 불줄기와 하인드의 비행궤적이 겹친다. 그 순간 하인드가 놀라운 기동을 선보였다. 기체를 훌떡 뒤집어 스키 활강하듯 고도를 곡선으로 떨어뜨렸다. 마치 순간 이동하듯 기동이 빨랐다. 캐빈 탑승 요원들은 난리가 났겠지만 대단한 조종술이다.
퍼엉- 대공 포탄이 하인드의 테일 로터 바로 옆에서 폭발했다. 하인드가 휘청거렸지만,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공중 전차라는 별칭답게 맷집이 좋았다.
화가 난 하인드가 로켓탄을 줄줄이 발사했다. 꽝- 꽝- 꽝- 굉음이 울리며 지면이 출렁였다. 지상에서 탄약고 아니면 유류 탱크가 유폭했다. 지상의 상황을 알 수 없지만 대단한 공격력이다.
내가 저놈의 공격을 받으면?
헬기가 상공에서 로켓탄과 체인 건을 퍼부으면 속수무책이다. 벼 베는 논의 메뚜기처럼 미친 듯이 튀어다니다 산산이 찢어지기 십상이다.
드라구노프로 헬기를 격추할 수 있을까?
갑자기 든 의문이다.
‘이거 헬기 대응책을 연구해 봐야겠어.’
만사가 불여튼튼이다. 이날의 관전 경험이야말로 훗날 콩고 전투에서 큰 부조가 되었다. 미군 헬기 편대 공격을 감당했으니 말이다.
블랙맘바가 갑자기 고르곤을 꺼냈다. 비스듬히 미끄러지듯이 가속을 붙여 기동하던 하인드의 영상이 머리에 남았다.
‘직선보다 빠른 곡선이라 가능할까?’
쉬앙- 채찍 끝이 기묘한 움직임을 보였다. 편법은 원래 곡선이다. 블랙맘바가 우월한 피지컬로 창처럼 찌르기도 하지만 지극히 제한적이다.
쉥- 쉥- 쉥- 채찍이 그리는 아크가 점점 폭을 좁혔다. 채찍의 궤적이 사이클로이드 곡선에 접근했다. 슝- 파공음이 달라졌다. 채찍이 공간이동을 하듯 가상의 목표지점을 통과했다.
‘아하! 이거다.’
허공에 겹겹이 편영이 그려졌다. 미친놈 보듯 하던 자이툰의 표정이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졌다. 윙- 고르곤이 한차례 몸서리를 치고는 층층이 쌓이던 편영이 싹 사라졌다. 하인드와 휴이도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고르곤을 수납한 블랙맘바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사이클로이드 편술의 탄생이다.
“열심히 싸워보더라고. 출발!”
전투 현장을 뒤로하고 스로틀을 당겼다. 고물 바이크는 아무리 스로틀을 당겨도 시속 50km를 넘기지 못했다. 랩타임 5초면 시속 100km를 넘기는 가물치가 그리웠다. 뒤따르는 자이툰의 표정이 풀릴 줄 몰랐다. 무카바라트 면전에서 쩔쩔매던 얼굴이 아니다.
“검문입니다.”
앞서 달리던 자이툰이 고함을 질렀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다. 랜턴 불빛이 빙글빙글 원을 그렸다.
“내가 앞장선다.”
최고로 속도를 올려도 속도계가 60km를 넘지 못했다. 푸타타타- 바이크가 부서질 듯 진동했다. 시속 300km급의 가물치를 타던 블랙맘바로서는 환장할 노릇이다.
거리 200m, 블랙맘바가 수류탄을 날렸다. 슝- 어둠 속을 직구로 날아간 수류탄이 초소 창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꽝- 누구도 예상 못할 공격이다. 초소 창과 출입구로 시뻘건 불길이 뿜어져 니왔다. 초소 앞에서 정지 신호를 보내던 인물과 초소 안에 있던 무카바라트 둘이 일격에 폭사했다.
슝- 또 한발이 날아갔다. 확인 사살이다. 꽝-불타고 있던 초소가 산산조각이 났다. 퍽퍽퍽- 고르곤이 바리케이드를 강타했다. 박살이 난 목조 차단물이 흩어졌다. 푸타타타- 고물 바이크가 촌각도 지체없이 휭 지나갔다.
뒤따르던 자이툰은 바이크에서 떨어질 뻔했다. 무지막지란 말은 저놈에게 딱 맞는 말이다. 놈은 분명히 수류탄을 투척했다. 200m를 어떻게?
달리는 바이크에서 채찍을 휘둘러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통과하는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액션이다. 자이툰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블랙맘바는 달리는 중에도 주변 지형을 세심히 살폈다. 전장 분석에 소홀하면 그만큼 데미지로 돌아온다. 217번 공로는 회랑 같은 저지대를 따라 닦였다. 빙하가 밀고 간 듯 U형으로 길게 패인 지형이다.
“도로는 피해야겠어. 대규모 전력을 밀어 넣으면 독 안에 든 쥐가 될 판이야.”
지형 분석에 여념이 없을 때 자이툰이 공로를 버리고 손수레나 다닐 샛길로 접어들었다. 고물 바이크가 헉헉거리며 잡목 우거진 언덕을 올랐다. 언덕은 그리 높지 않았다. 10분이 채 지나서 않아 정상에 올랐다. 해발 650m 정도다.
자이툰이 정상에 바이크를 세웠다.
“헛, 저 새끼가 뭐하는 짓이야.”
뻑- 뒤따라 올라온 블랙맘바가 바이크를 냅다 걷어찼다. 자이툰은 바이크와 함께 데굴데굴 굴러내려 갔다.
“이게 무슨 짓이요?”
자이툰이 버럭 했다. 뒤따라 내려간 블랙맘바가 자이툰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자이툰, 네놈 정체가 뭐냐?”
눈에서 시퍼런 불길이 쏟아졌다.
“정체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좌 측방 산복에 들어앉은 건물이 ANO 전사 양성소 루만이지?”
“헉, 그게 보인단 말이오?”
자이툰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달빛도 없이 별만 반짝이는 야간이다. 2km 밖 계곡에 들어앉은 구조물이 보일 리 없다. 역시 이놈은 괴물이다.
“흥, 네놈이 고의적이지 않고서야 공제선에 바이크를 세울 이유가 있나? 이등병도 아는 전장 수칙을 네놈이 모를 리 없다. 네놈의 정체가 뭐냐?”
살기가 와르르 쏟아졌다. 시퍼런 안광을 마주한 자이툰의 가슴이 쿵 떨어졌다. 베데스다에서 받은 처절한 고문대응 훈련도 작동되지 않았다.
“나 난 현지 첩보원 자이툰입니다. 실수, 실수입니다. 나는 전문적으로 첩보훈련을 받은 요원이 아닙니다.”
자이툰이 떨면서도 또박또박 대꾸했다. 블랙맘바는 일순 마음이 흔들렸다. 현지 슬리퍼나 몰은 단순 임무나 좁은 의미의 공작 목표만 받는다. 별도의 첩보 훈련을 받지 않는 요원도 많다.
그러나 놈을 믿어주기엔 의심쩍은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는 인간의 맥박, 발한, 뇌파변동, 혈류까지 읽을 수 있다. 수차례 놀랄만한 일이 있었음에도 놈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놀라는 척, 두려운 척했다.
귀신을 속여도 자신은 못 속인다. 문제는 그것만으로 자이툰을 의심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50억 인간 중에 특이한 인간도 많다. 이놈의 생체 반응이 원래 그럴 수도 있다.
‘이놈이 하루 늦게 나타나고, 도보 이동을 고집한 것도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윽!”
족칠까 그냥 믿을까 고민하던 블랙맘바가 짧은 비명을 흘렸다. 왼쪽 옆구리가 따끔했다. 순간 조밀한 근육이 팽팽해지며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물체를 저지했다. 곧바로 극통이 밀어닥쳤다.
‘젠장, 독이다.’
반사적으로 옆구리를 찌른 자이툰의 손을 잡았다. 블랙맘바의 손아귀 힘은 철근을 휘는 바이스에 버금간다. 으직- “끄윽!”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억눌린 비명이 동시에 터졌다. 사람 손의 뼈는 손가락뼈 14개, 손바닥뼈 5개다. 뼈 19개가 한 덩어리가 되었다. 한 뼘 반 길이의 물체가 툭 떨어졌다.
자이툰도 만만치 않았다. 쇼크 수준의 데미지를 극복하고 성한 손으로 권총을 뽑아들었다. 놀랍게 빠른 동작이다. 백광이 번쩍했다. 스각- 미세한 소음이 일었다.
“괴물, 죽어랏!”
손을 뻗은 자이툰의 눈이 퉁방울처럼 커졌다. 글록도 없고 손목도 없다. ‘뭐지?’ 뇌가 연상 능력을 상실했다. 그 순간 참을 수 없는 극통이 밀려들었다.
“끄~”
툭- 블랙맘바가 구수로 자이툰의 대추혈을 찍었다.
“끄끄끄!”
기묘한 목 울림이 새 나왔다. 자이툰은 목이 꺾어질 강도의 타격을 버텨냈다. 목 힘줄과 혈관이 피부를 찢을 듯이 부풀어 올랐다. 상체가 고압 전기에 감전된 듯 경련했다.전투 용어로 전투력 상실이다. 눈 깜박할 순간에 공방이 끝났다.
‘멍청한 존만이들이 또 삽질을 했구마.’ 블랙맘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안내인이 컨설턴트를 공격하다니, 상상도 못할 사건이다.
광배근이 제멋대로 뒤틀렸다. 지독한 독이다. 극미량이 유입되었음에 불구하고 순식간에 옆구리가 마비되었다. 뒤이어 좌반신으로 마비가 퍼져나갔다.
사헬에서 로스께 놈의 독침에 당한 기억이 났다. 얼마나 혼이 났는지 독을 쓰는 놈은 사지를 뜯어내겠다고 결심했었다.
공간지각력과 관안으로 신체 내부를 관조했다. 뜬갈비뼈라 불리는 12번 아래에 자상이 있다. 자상은 송곳 좌우에 칼날이 달린 물체에 찔린 형태다. 자상 부위에서 먹구름 같은 기운이 신체 내부로 침투하고 있다.
“옴마니 반메홈 오옴!”
공진을 끌어냈다. 아랫배에서 시작된 울림이 온몸을 휘돌았다. 우르르 몸이 한 차례 흔들렸다. 독기가 공진파에 밀려 더 이상 침투하지 못하고 빙빙 돌았다.
쏴아아- 등줄기가 시원해졌다. 척수에서 빛나는 알갱이가 분비되기 시작했다. 항독소 물질, 그가 샤이닝이라 이름 붙인 물질이다. 샤이닝이 잉크 번지듯 혈액 속으로 흘러들었다.
공진파에 호응한 샤이닝이 송홧가루 날리듯 피속으로 분비되었다. 대량의 산소가 흡입되고, 혈류가 무섭게 빨라졌다. 박하사탕을 깨물어 먹은 듯 시원한 느낌이 등줄기에서 사지로 퍼져나갔다.
근육 경련이 멈추었다. 옆구리에 갇혀있던 독기가 흰 알갱이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쿠그리를 뽑아 상처를 열십자로 갈랐다. 검은 피가 주르륵 쏟아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