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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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4
“자이툰, 호모 사피엔스의 본능은 탐욕이다. 갈등과 투쟁은 인간의 본능이다. 이 세상에 노아의 방주는 없다. 날이 밝아도 비둘기가 올리브 이파리를 물고 오지 않는다. 평화도 안전도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당신의 평화와 내 평화는 다르다. 당신이 나보다 약했기에 당신의 평화를 지키지 못했다. 이름을 잃은 이여, 조국과 임무를 사랑하는 이여, 편히 잠들라. 무명업장 반야지혜 생사고해 해탈열반 극락왕생 성불 아제 아제 바라아제!”
묵직한 바리톤 음성이 황량한 시리아 북부 산악지대에 잔잔히 울려 퍼졌다. 블랙맘바는 이름도 모르는 미국 첩보원, 자이툰을 진심으로 애도했다.
자신의 가치를 지킨다는 것, 인간의 조건이다. 자이툰은 자신의 가치를 죽음으로 바꾼 인물이다. 오늘은 자이툰이 묻혔지만 내일은 자신이 이름없는 해골이 되어 황량한 땅에 구를수 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투쟁속에 허우적거리다 죽은 것이 된다.
자말은 가슴이 뭉클했다. 알아듣지 못할 언어지만, 언어 속에 깃든 진정이 가슴을 울리고 머리를 흔들었다. 적대자를 묻어주고 진심으로 애도하는 괴물이라니. 인간이 아니라고 여겼는데 더없이 인간다운 인간이다. 인식의 혼란이 왔다.
‘도대체 저런 존재가 어디서 나타난 거야? 외계인인가?’
자말의 상상력이 지구를 벗어났다.
시계 야광 침이 새벽 2시 10분을 가리켰다. 마가 끼었는지 작전에 들어가면 쉽게 풀리는 법이 없다. 자이툰이 삽질하는 바람에 소중한 시간만 잡아먹었다. 밥값을 할 시간이다. 포로로 잡아 온 놈에게 눈길을 돌렸다.
‘아차!’
이마를 쳤다. 또 삽질했다. 저놈에게 정보를 빼내야 하는데 언어 장벽이 문제다. 본토 아랍인인 자이툰은 알라에게 보내버렸다.
“네놈은 아부니달의 조직원이냐?”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시퍼런 불덩이가 자말을 향했다.
“허억, 아즈라일!”
자말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새 나왔다. 아즈라일이 강림했다. 세상이 두루마리처럼 말릴 때 알라의 심판이 있으리라 했다. 드디어 자신의 행위를 심판받을 시간이 닥쳤다. 볼 것 없이 지옥행이다.
“저 저는, 그건 맞지만, 아닙니다. 조직원이 아닌 건 아니지만, 그만두려고 해도 빠져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소인은 조직원입니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했습니다. 지도자가 시키는 대로 따랐을 뿐입니다.”
알아듣지도 못할 횡설수설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기대하지 않은 불어 대답이 돌아왔다.
“빙고! 이름이 뭐냐?”
“아즈라일이시여, 요 용서해 주십시오.”
자말이 털썩 무릎을 꿇었다.
“임마, 이름이 뭐냐니까?”
블랙맘바가 신경질을 냈다. 자이툰을 보낸 아쉬움이 짜증으로 발산되었다.
“저 저는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싫다고 하면 명령 불복종으로 처형당합니다. 저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이름만은 묻지 말아 주십시오. 어허헝!”
공포에 질린 자말은 필사적이었다. 아즈라일은 죽음의 천사다. 이름을 말하면 명부에서 지워버린다. 아즈라일의 명부에서 이름이 지워지면 곧바로 지옥으로 굴러떨어진다.
블랙맘바의 눈썹이 곤두섰다. 찌질한 인간은 그가 가장 싫어하는 유형이다. 당장 묻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렀다.
포로의 혈압이 급상승했다. 불안정한 뇌파가 신경을 흥분시키고 있다. 공포에 먹힌 놈이다. 블랙맘바는 요행히 불어를 아는 놈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놈은 귀환 시 앞잡이로 쓸 소중한 자원이다.
“임마, 뭔 헛소리야.”
쩍- 뺨을 호되게 맞은 자말의 눈동자가 제자리를 찾았다.
“네놈이 아즈라일이 아니듯이 나도 아즈라일이 아니다. 대답이나 해.”
자말은 깨끗이 포기했다. 지난 몇 년간 자신이 죽인 사람만 수십 명이다. 이교도도 있지만 같은 수니파 무슬림도 여럿이다. 지도자가 죽이라면 죽였다.
기름을 끼얹어 태워버린 임신부의 저주가 들렸다. ‘네놈은 알라의 저주를 받을 것이다.’ ANO 조직원으로 그동안 저지른 일들이 파노라마로 스쳐갔다. 알라의 곁으로 가기는 틀렸다.
“이름?”
“아무드 자말입니다.”
“자말, 지금부터 질문하겠다. 틀린 대답을 하거나 대답이 늦으면 손가락을 뽑는다. 손가락이 부족하면 발가락을 뽑는다. 거짓말을 하면 팔을 뽑겠다.”
자말은 모골이 송연했다.
“네 네, 무조건 대답하겠습니다.”
“저곳이 ANO 훈련소냐?”
“네, 우리는 알로아딘(Aloadin, 산중 노인의 시리아어)의 별장이라 부릅니다.”
“알로아딘?”
“유럽에서 회자하는 아사신의 군주 산중 노인이 시리아어로 알로아딘입니다. ”
“그랬었군.”
12세기 십자군 원정으로 알려진 암살자의 왕 산중 노인의 전설은 블랙맘바도 알고 있다.
“지도자들은 조직원들에게 [이는 선지자 알로아딘의 자식인 나 아부디날의 명이다. 너희는 이교도를 죽여라. 이슬람의 배신자도 죽여라. 너희들이 몸을 던져서 임무를 수행하면 죽어도 천사가 천국으로 인도하리라.]이렇게 말하고 했습니다.”
“흠, 전형적인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군. 자살 테러를 교묘히 성전으로 세뇌했어.”
이슬람은 본래 자살을 죄악으로 여긴다. 블랙맘바는 ANO의 파괴적인 성향과 자살 테러 방식이 이해되었다. 동시에 아사드와의 관계도 짐작되었다. 아부니달이란 놈은 산중노인의 흉내를 내는 놈이다. 아사신이 바로 현재의 알리위파다. 아사드는 알라위파다.
ANO 수장인 아부니달이 수니파인지 알라위파인지 알 수 없지만, 아사드와 한 통속이라는 이야기다. 자이툰의 말대로다. ANO는 아사드의 숨은 칼이다. 자이툰이 오해할 만했다.
여기서 산중노인을 잠깐 언급할 필요가 있다. 아랍권에 뿌리깊이 스며든 테러 조직의 사상적 배경이기 때문이다.
13세기 프랑스 성직자 윌리엄이 아사신파를 일컬어 물리크(Muliech)라 칭했다. 물리크는 아랍어 물히드(Mulhid)의 복수형 말라히다(malahida)를 잘못 표기한 것이다. 그 뜻은 일탈자다. 기존의 이슬람과 전혀 다른 아사신파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알로아딘(산중 노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궁궐 알라무트를 건축했다. 젖과 꿀, 포도주가 수로를 따라 흐르고, 진귀한 과일이 지천이며 금과 은으로 치장한 궁궐이다. 수많은 미녀와 주지육림이 있는 곳, 상상가능한 모든 환락이 가능한 궁궐이 알라무트다.
알로아딘은 재능이 있는 청년들을 궁궐로 데리고 와서 환락에 젖게 만들고, 마약으로 세뇌했다. 젊은이들은 알로아딘을 무함마드의 환생으로 믿고 기꺼이 목숨을 버렸다. 알로아딘이 지시하면 주저 없이 까마득한 성벽에서 몸을 던질 정도였다.
알로아딘은 암살자로 선택된 청년에게 이렇게 지시하곤 했다.
‘이는 선지자 알로아딘의 명이다. 너는 아무개를 죽여라. 네가 돌아오면 천사들이 너를 천국을 인도하리라. 네가 죽는다 해도 내가 천사를 보내 너를 천국으로 인도하리라.’
바로 이 문구다. 알로아딘은 암살을 경건한 종교적 의무로 호도했다. 알로아딘의 폭력 논리를 이데올로기로 포장한 집단이 아랍의 테러 단체들이고, 아사드의 통치 이념이다. 아사드와 테러 집단은 상성이 맞을 수밖에 없었다.
아사신파의 본거지 중 중요한 지부가 알레포에 있었다고 전해진다. 산중 노인의 전설이 진실이라면 카파루자 계곡이 그 장소일 가능성이 높았다.
인간의 존엄이 무너진 곳, 교활한 세 치 혀에 젊은 피가 헛되이 흐른 곳, 오케오필라 스마그라디나의 진정한 원조가 알로아딘이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박살을 내야 할 더러운 장소에 아부니달이란 더러운 놈이 깃들었다.
“흐흐, 이름 좋고. 알로아딘의 별장에는 꿀과 포도주가 흐르던가?”
“웬걸요. 모기와 독충만 들끓습니다.”
자말이 한결 긴장이 풀린 대답을 했다.
“훈련소에 인원이 몇이나 있나?”
“알로아딘은 별장은 훈련소를 겸한 아부니달 본부입니다. 전사가 350명, 훈련교관과 신병이 250명 있습니다. 그 외에 친위대원이라 불리는 특수병이 60명 있습니다. 이들은 조직 내 배신자를 처단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자말은 묻지 않은 정보까지 술술 불었다. 블랙맘바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인원이 660명이라는 이야기다. 간단한 노릇이 아니다.
‘보니파스 망할 새끼!’ 욕이 튀어나왔다. 최대 400명이라더니 400명이 며칠 사이에 새끼라도 쳤단 말인가?
“많을 때는 1,000명이 될 때도 있습니다. 며칠 전에 조직원 40명이 전마선으로 프랑스로 들어갔습니다.”
눈이 번쩍할 정보다.
“표적은?”
“상부에서 표적 변경을 하지 않았다면 드골 공항과 바스티유 오페라 하우스입니다.”
“망할 새끼들!”
놈들이 노리는 곳은 공공 다중 시설이다. 아부니달이 제대로 시고를 치려는 의도다. 아사드의 사주를 받았거나 미국이 손을 썼을 것이다. 입안이 소태처럼 썼다.
블랙맘바는 암호화 압축 위성 통신기를 꺼냈다. 일반 언어를 말하면 암호로 바꾸어 압축 후 지정된 수신기로 방출하는 장치다.
신호를 인터셉터 당할 위험이 크지만 무고한 사람의 피해를 알고도 눈감을 수는 없다. 내장된 암호화 압축 장치를 믿을 수밖에 없다.
-수신 써펀드, ANO 40인 잠입. 목표는 드골 공항과 바스티유 오페라 하우스. 이상.
블랙맘바는 재빨리 통신기를 껐다. 이곳은 사헬처럼 형편무인지경이 아니다. 각국의 스파이가 판을 치는 중동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뒤통수를 맞게 된다.
“자말,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이유가 뭐냐?”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모든 조직이 그렇듯 ANO는 이슬람의 전통을 지킨다는 초심을 잃고 괴물로 변했습니다. 피에 취한 광인 집단이 되어버렸습니다. 더 이상 악몽을 꾸고 싶지 않습니다. 지은 죄를 참회하며 땅을 일구며 남은 생을 살고 싶습니다.”
블랙맘바는 자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혈류와 뇌파가 정상적이다. 적어도 거짓말은 아니다.
“일단 믿어주지. 루만, 아니 알로아딘의 별장을 설명해라.”
“기존의 조직원이 기거하고 훈련하는 본부 막사가 넷입니다. 별장 동쪽에 위치합니다. 훈련병 막사는 일곱 동이고 계곡 안쪽에 있습니다. 사격장이 남쪽과 북쪽에 있고, 각개 교장은 중앙에 있습니다. 시가지 전투 교장은~”
자말이 땅바닥에 그림을 그려가며 열심히 설명했다. 생각지도 못한 고급 정보다.
“절벽을 뚫어서 만든 동굴에 탄약고와 무기고가 은닉되어 있습니다. 위치는 각개교장 근처입니다. 계곡 안쪽에 거대한 자연동굴이 있습니다. 그곳은 지도자들 외에는 접근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간혹 외부인이 지도자들과 그곳에 드나들곤 합니다. 아, 외곽 철조망엔 야간에 전기가 흐릅니다.”
“헐, 이 산속에서 어떻게?”
“계곡 안쪽에 수력 발전기가 있습니다.”
“인간 도살자 새끼들이 호강을 하는구마.”
블랙맘바는 기가 찼다. ANO는 단순한 테러집단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군벌화 할 놈들이다. 그야말로 현대의 알로아딘이 탄생하는 셈이다.
블랙맘바는 야시경을 들었다. 야간 시력이 아무리 좋은들 별빛에 의지해서 2km 떨어진 사물을 분별할 수는 없다. 야시경 증폭률을 높였다.
취수탑과 감시 망루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철조망이 끝없이 이어졌다. 알로아딘 별장은 규모가 엄청났다. 전면에 보이는 철조망만 700m다. 16만 평이 넘는다는 소리다. 시야에 들어오는 건물은 열 개동, 건축재료가 벽돌인지 석조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휴대한 콤포지션4 65kg으로 역부족일 것 같았다. 수류탄 한 자루를 잘 챙겨왔다.
불룩한 상현달이 서쪽으로 기울었다. 야광 침이 02시 40분을 가리켰다. 어둠이 가장 짙은 시간이다. 확인된 알레포 일출 시간은 06시19분, 일출까지 4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자말, 신실한 정보 고맙다. ANO는 존재해서는 안 될 악의 집단이다. 나는 오늘 알로아딘 별장을 지운다. 나를 따라가겠느냐?”
자말은 선뜻 대답을 못했다. 진저리쳐지게 싫지만, 수년간 몸담았던 조직이다. 몇 시간 전까지 동료였던 자에게 총을 쏠 수 있을까? 가지 않겠다고 하면 아즈라일의 분노가 떨어진다. 자말의 내심을 짐작한 블랙맘바가 부언했다.
“너는 전투에 참여할 필요 없다.”
“따라가겠습니다. 소인이 존칭을 어떻게 부를까요?”
“동방불패!”
“뚜바이부르파님을 따르겠습니다.”
“젠장, 이놈이나 저놈이나 마카 뚜바이부르파냐.”
블랙맘바가 한국어로 투덜거리며 자말의 소총을 돌려주었다. 자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기를 주다니?
자말의 표정을 본 블랙맘바가 비시시 웃었다.
“나를 쏠 자신과 능력이 있으면 쏴도 좋다.”
자말의 얼굴이 노랗게 변했다. 역시 아즈라일이다. 생각을 빤히 들여다보는 관심법에 기가 질렸다.
블랙맘바는 백팩에서 드라구노프를 꺼내서 백팩 우측에 거치하고 MP5sd3를 백팩 좌측에 거치했다. MP5sd3는 테스트결과 대만족이었다. 더블텝 속사 시 파무스처럼 총구가 튀어 오르는 현상이 없다. 연사력도 더 좋다. 소음 수준도 훨씬 양호하다. 근접전에서 더 할 수 없이 효율적인 무기다.
백팩 하단에 수납된 고르곤과 비갑에 들어있는 표창 20개를 확인했다. 여분의 표창 100개를 잡낭에 챙겨 넣었다. 왼쪽 옆구리 홀스터에 들어있는 쿠크리를 확인하고 발목에 찬 글록을 확인했다.
백팩에 든 수류탄 10개를 꺼내 서스펜드 파우치에 넣었다. 30발들이 MP5 탄창 10개와 20발들이 드라구노프 탄창 5개를 탄입대와 잡낭에 수납하는 것으로 개인 무장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