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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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5
보고 있던 자말의 입이 떡 벌어졌다. ANO 조직원은 돌격소총 한 자루를 달랑 들고 싸운다. 나라를 뒤집어엎을 중무장에 무게만도 자신의 체중보다 더 무거운 수준이다. 가볍게 움직이는 뚜바이부르파가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블랙맘바가 보유한 수류탄은 프랑스제 E07 세열 수류탄 28개, 백린 소이 수류탄 20개, 소련제 RKG-3 대전차 수류탄 20개, F1 세열 수류탄 100개다. 가히 어마어마한 양이다.
마지막으로 건물과 시설을 날려버릴 C4를 2,000g 단위로 조립했다. C4는 인절미처럼 말랑거리는 엿가락을 연상하면 된다. 필요에 따라 나누거나 합칠 수 있다. C4 65kg이 32개의 폭약 덩어리로 만들어졌다.
자말의 입이 다시 떡 벌어졌다. 더블백에서 나온 산더미 같은 수류탄과 어마어마한 폭약,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던 의구심이 밤바람에 휙 날아갔다.
수천 년을 이어온 알로아딘 별장에 아즈라일이 강림했다. 아즈라일은 제3천 세하킴을 관장하는 죽음의 천사, 칠만 개의 다리와 4천 쌍의 날개를 가진 공포의 존재다.
알로아딘 별장은 프랑스군도 포기했던 난공불락의 요새다. 아즈라일과 알로아딘의 대결이다. 숨이 막히고 피가 끓어올랐다.
“뚜바이부르파님, 정찰은 하지 않습니까? 알로아딘 별장의 경비는 만만치 않습니다. 무장 병력만 600명이 넘습니다.”
주인이 막강하지만 알로아딘은 만만한 요새가 아니다. 외부에서 침입할 루트가 없다. 정찰도 하지 않고 대뜸 공격에 나서는 주인이 불안했다.
“당신에게 이미 다 들었다.”
자말은 흠칫했다. 성격이 급한 주인이다. 눈치가 빠른 그는 자신이 쓸데없는 말을 했음을 알았다.
“소인이 폭약 가방을 메겠습니다.”
“보기보다 무겁다. 당신이 메면 오리처럼 뒤뚱거리다 눈먼 총알에 맞기 십상이다. 나는 내 부하를 황량한 땅에 묻고 싶지 않다.”
블랙맘바가 백팩에 폭약 배낭을 조립했다. 번쩍 들어서 등에 메고 버클로 벨크로를 이용해서 백팩과 몸을 일체화시켰다.
“지금 바로 시작하렵니까?”
“늦출 이유가 없다.”
블랙맘바는 자이툰이 소지했던 고주파발신기와 글록을 자말에게 건넸다.
“자말, 전투가 벌어지면 엄폐물이나 참호 속에 몸을 숨겨라. 글록은 호신용으로 쓰도록. 이 기계는 곤충퇴치용 고주파발신기다. 내가 공격을 시작하면 스위치를 올려라. 오인 공격을 피할 수 있고, 내가 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자식을 기다리는 늙은 부모님을 생각하라.”
자말의 표정이 우는 듯 웃는 듯 비틀렸다. 알레포 근교, 올리브나무와 석류나무가 우거진 고향 탈 샤한의 풍경이 주르륵 스쳐 갔다.
‘늙은 부모님을 생각하라고? 아버지는 지금도 양을 키우고 있을까? 어머니는 치즈를 만들 양젖을 휘젓고 있을까?’
지난 8년간 안락하고 편안한 가족을 두고, 모기에 뜯기고 독충에 뜯기며 살아왔다. 반년만 지나면 졸업을 하고 토목기사가 되는데 열병 들린 듯 책을 던지고 총을 잡았다.
왜 그랬을까?
자말은 멍한 눈으로 블랙맘바를 바라보았다. ANO 지도자들은 그에게 목숨을 요구했다. 부모님을 생각하라고 말해 준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뚜바이부르파는 목숨을 아끼라고 했다.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조금 전에 만났던 이, 그것도 적으로 만난 사이다. 목숨을 살려주고 곧바로 등을 맡겼다. 자신의 안위까지 염려해 주는 인간이다. 강압과 감시에 시달려온 그로서는 처음으로 받아보는 신뢰와 인간 대우다.
강퍅하게 살아오면서 식어버렸던 가슴이 달아올랐다. 증오와 분노를 자양분으로 살아온 인생이 와르르 무너졌다. 아부니달은 허상이다. 이 분이야말로 믿고 따를 분이다.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
털썩- 자말이 블랙맘바 앞에 꿇어앉았다. 두 손을 번쩍 들고 소리쳤다.
“뚜바이부르파님,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산 자말의 아들 아무드 자말은 죽음으로 뚜바이부르파님의 등을 지키겠습니다. 남은 생은 당신을 위해 칼이 되고 방패가 되겠습니다. 으허허헝!”
“헐!”
갑작스러운 사태에 실소가 나왔다. 자말이 무기를 들어도 별 위협이 안 된다. 놈을 자이툰 대신 안내인으로 삼으려 했을 뿐이다. 신뢰를 받으려면 신뢰를 주라는 말씀이 생각났다.
‘역시 아버지와 사부님이 옳았나?’
속고 뒤통수를 맞아도 인간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팩에서 고성능 소형 카메라를 꺼내서 자말에게 건넸다.
“자말, 나는 동방불패다. 내 전투력은 당신 이상이다. 당신의 안위를 신경 쓰면 내 전투력이 저하된다. 당신이 할 일은 알로아딘 별장의 촬영이다. 내 전투 장면은 찍으면 안 된다. 파괴된 후의 알로아딘 별장을 샅샅이 촬영해 두어라.”
“옙, 알겠습니다.”
블랙맘바가 비시시 웃었다. 이로써 포기했던 오십만 프랑을 벌었다. 재주는 자말이 넘고 돈은 자신이 챙긴다. 적병을 포획해서 앵벌이를 시키는 블랙맘바도 사악한 놈이다.
앞장서 걷던 자말이 흠칫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벌써 세 번째다. 아무런 기척이 없다. 발걸음 소리도 없다. 결국, 참지 못하고 돌아보았다.
뚜바이부르파는 여전히 다섯 걸음 떨어져서 따라오고 있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아 돌아보면 정확히 다섯 걸음 뒤에 있다. 자말은 다시금 가슴이 서늘했다.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다.
자연계 최고의 은신 능력자는 문어다. 문어는 표피 색소 세포를 변화시켜서 색깔뿐만 아니라 질감까지 주변 환경에 맞춘다.
블랙맘바의 동화술은 문어보다 몇 단계 높다. 사물의 고유한 간섭장과 동화되면 인간의 감각으로 구분을 하지 못한다. 바위 옆에 있으면 바위가 되고 소나무 아래 서 있으면 소나무가 된다. 자연동화술과 청파보 수준이 높아진 블랙맘바는 인간의 감각 범위를 저절로 벗어나고 했다.
‘아즈라일이 아니라면 어떤 존재일까? 알게 뭐야. 이미 주인으로 모셨는데.’
자말은 의구심을 털어버렸다. 아즈라일이면 어떤가? 자살테러를 강요하는 신보다는 진심으로 아껴주는 아즈라일이 더 좋다. 자말이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며 풀 한 포기 나지않은 바위 언덕을 두 개 넘었다.
“주인님, 이곳만 지나면 알로아딘 별장이 나옵니다.”
바위 암릉을 타고 넘던 자말이 걸음을 멈추었다.
“몸을 숨겨라.”
자말이 뒤돌아보았다. 아무것도 없다. 바위틈을 지나가는 바람 소리만 날카롭게 들렸다.
“여기다.”
그제야 자말이 블랙맘바가 은신한 바위틈으로 들어갔다. 암릉을 넘어서면 개활지다. 개활지 너머가 카파루자 계곡이다. 계곡이라기보다는 길쭉한 분지다. 멀리서 쿠르릉하고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300m 전방에 장대한 성벽이 시야를 막고 있다. 야시경에 노출되지 않았던 계곡 안쪽이다. 7m 높이의 석축 곳곳에 시멘트가 흉물스럽게 발려있다. 고대 성곽을 보수한 흔적이다. 회곽도에 포신이 몇 개 삐죽이 나와 있다. 모래 자루로 쌓아올린 기관총 진지도 보였다.
“허, 이 자식들 보게.”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경계 망루의 서치라이트가 쉼 없이 어둠을 갈랐다. 일개 테러 집단의 경계가 엄중하기 이를 데 없다. 조사(照査)면적과 간격을 확인한 블랙맘바가 웃었다.
“허허, 지형적 이점과 시리아의 호의를 믿는 건가?”
조사 면적은 10m, 20초 간격이다. 20초면 무장 군인이 120m를 움직일 수 있다. 블랙맘바가 은신한 암릉에서 철조망까지 두세 곳 은신할 만한 지점이 있다. 굼벵이도 서치라이트를 피해서 철조망에 접근할 수 있다. 야간 경계병이 삽질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안력을 높여 철조망을 확인한 블랙맘바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게 아니다. 성벽에 이어서 4m 높이의 능형 철조망이 계곡을 가로질러 끝없이 뻗어있다. 자말이 전기가 통한다고 말한 철조망이다. 철조망을 따라 100m마다 10m높이의 경비 망루가 있다.
능형 철조망 앞뒤를 높이 1m, 너비 3m의 윤형 철조망이 커버했다.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방어막이다. 윤형 철조망을 도구로 끊어내려면 최소 10분 이상 걸린다. 서치라이트가 느긋해도 된다는 이야기다. 보통 사람이 잠입하기란 불가능이다.
“이 자식들 장난이 아니구마.”
일개 테러 집단의 근거지라고 보기엔 과도한 시설이다. 보니파스가 우는소리를 할 만했다. 지형적 이점에 야포까지 갖추었다. 종교적 신념으로 무장한 수백 명의 정예 병력이 우글거린다. 절벽 캐노피 때문에 항공 폭격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공정여단을 투입해도 승패를 장담 못할 난공불락의 요새다.
장방형 부지에 훈련 시설물이 빼곡했다. 각개전투 교장, 시가지 전투 교장, 사격 교장, 침투 폭파 교장이 보였다. 막사도 가설구조가 아니라 시멘트와 벽돌로 만든 영구 구조물이다. 일개 테러 집단이 세팅할만한 시설 수준이 아니다. 아사드가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놈들이 인질 몸값을 짭짤하게 챙겼다는 이야기다.
“자말, 이곳에서 기다려라.”
파팟- 말이 끝나기도 전에 블랙맘바가 튀어 나갔다.
“헛!”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자말이 헛바람을 불어낼 때는 이미 어둠 속으로 신형이 묻혔다. 달빛 아래 번득번득 검은 그림자가 비치더니 사라져 버렸다. 평범한 자말의 시각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백귀야행이다.
서치라이트가 어지러이 전방을 훑었지만 청파보를 따라잡기엔 턱도 없다. 휙- 덩치 큰 야조가 철조망을 날아서 넘어갔다.
그림자가 눈 깜짝할 순간에 각개교장을 가로질렀다. 블랙맘바는 목표로 삼은 철골 콘크리트 건물로 스며들었다. 본부로 추정되는 큰 건물이다.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새벽녘의 루만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간간이 산짐승 울음과 물 흐르는 소리만 들렸다. 창백한 달빛과 엷게 깔린 안개가 음산함을 더했다. 저벅저벅- 동초 두 명이 눈앞을 지나갔다.
동초는 모퉁이 기둥의 순찰함에 표기하고 훈련병 막사 쪽으로 돌아갔다. 5분 후 또 다른 동초가 반대쪽에서 나타났다. 이번에도 모퉁이 순찰함에 사인하고 외곽으로 돌아나갔다. 동초끼리도 서로 감시하는 교차 동초 체제다.
블랙맘바는 표적을 배분했다. 연소제가 첨가된 컴포지션4 2,000g짜리 폭약 32세트가 준비되어있다. 본부 건물과 막사 열 동에 각 2세트, 무기고와 탄약고에 각 1세트, 자말이 수상하다고 말한 동굴에 2세트, 나머지는 발전소 댐과 훈련 시설에 배분했다.
문득 보니파스가 지나가듯이 부탁한 디졸레 베이루트 영사가 생각났다. 넓은 기지에 십여 동이 넘는 건물, 수십 개의 동굴이 있다. 날이 새도록 수색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재수가 있으면 나를 만나겠지.’
자신을 만나면 살고 못 만나면 죽는다. 디졸레의 팔자다. 그는 연연치 않기로 했다.
건물 1층에서 수많은 기척이 느껴졌다. 적어도 60명은 넘는다. 창문으로 슬쩍 들여다보았다. 불침번이 복도를 왔다 갔다 계속 움직이고 있다.
그가 잠입한 이유는 자료 입수다. 2백만 프랑을 챙기려면 석류(루만)를 으깨기 전에 알맹이를 빼내야 한다. 그는 자연 자연동화술을 발휘해서 산들바람처럼 건물 내부로 스며들었다. 새파란 눈동자 두 개가 무인지경으로 실내를 휘돌았다.
내부 시설은 제법 구색을 갖추었다. 침실, 세탁실, 화장실, 목욕실, 심지어 도서관까지 갖추었다. 침실로 슬쩍 스며들었다. 20명이 하나같이 총기를 껴안고 잠들어 있다.
자말이 아부니달의 친위대라고 말한 놈들이다. 악취가 말도 아니게 심했다. 쿠크리를 뽑다가 다시 밀어 넣었다. 폭사시키면 될 놈들이다. 일일이 멱을 따면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
1층과 2층을 모두 뒤졌지만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지렁이가 기어가는 아랍어 문건은 봐도 모른다. 숨겨져 있거나 척 보기에도 이거다 싶은 서류가 보이지 않았다.
허탕을 친 블랙맘바는 포기하려다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 정도 대규모 시설을 갖춘 본거지에 관련 문서가 없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악당은 강박적으로 비밀 장소를 만든다. 그는 숨겨진 공간을 집중적으로 찾았다.
‘숨소리!’
생쥐보다 가느다란 숨결이 공간지각력에 잡혔다. 거의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가느다란 숨결이다. 위치가 파악되지 않았다. 잡다한 기운이 공간지각력의 확산을 방해했다.
귀중한 5분을 소모한 끝에 건물 끝에 붙은 닭장 바닥에서 숨결을 찾았다. 닭의 생기 때문에 수차례 그냥 지나쳤다. 대단한 놈들이다. 요새도 부족해서 닭장 아래에 지하 공간을 만들었다.
‘존마니들, 대갈빼기 마이 굴맀구마.’
징그럽게 조심스러운 놈들이다. 살며시 닭장을 밀어냈다. 두터운 나무 뚜껑이 나타났다. 문을 열어젖히자 시커먼 계단이 나타났다.
‘빙고!’
재빨리 뚜껑을 젖히고 잠입했다. 츄릿- 고르곤으로 닭장을 감아서 살살 당겼다. 본래대로 나무 뚜껑 위에 닭장을 올려놓은 다음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 끝에서 한쪽 눈을 감고 문을 밀었다. 예상대로 빛이 확 쏟아졌다. 30평 남짓한 공간이 나타났다. 20W나 될까, 천장에 매달린 흐릿한 백열전구 3개가 빛을 뿌렸다.
공간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큰 방엔 각종 전자 기기와 모니터 10여 개가 일렬로 배치되어 있었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반대쪽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무 비품이 배치된 평범한 사무실이다. 콧수염을 기른 근엄한 중년인과 강파르게 생긴 남자의 사진이 벽에 나란히 걸려 있다.
의자에 팔다리를 묶인 채 고개를 떨어뜨린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남자 앞에 비디오 촬영 장치기 세팅되어 있다. 수술 트레이에 각종 고문 도구가 진열되어 있다. 발치 집게, 치과용 드릴, 송곳, 인두……. 말라붙은 핏자국이 비린내를 풍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