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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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7
피스켓 카우 송곳 끝이 희생자들의 경동맥을 스치듯이 살짝 긋고 지나갔다. 깊이 찌를 필요도 없다. 100g이면 인류 전체를 멸종시킬 수 있는 독이다. 혈액에 살짝만 스며들어도 효과는 보장된다.
불길한 송곳칼이 잔상이 남을 정도로 번득였다. 쉬이잉- 막사를 휘돈 한 줄기 바람이 다음 막사로 옮겨갔다. 블랙맘바가 테러리스트 후보자 20명의 목을 찌르고, 막사를 빠져나가기까지 채 5초가 걸리지 않았다.
그가 옆 막사로 스며들었을 때 호라잔 20명의 숨이 끊어졌다. 혈류 속도는 혈관 지름의 제곱에 비례한다. 경동맥이 뇌로 흘려보내는 혈액의 속도는 초당 500mm 내외다. 보툴리눔 톡신은 1.5초후 뇌를 곤죽으로 만들었다.
희생자의 반응은 대동소이했다. 눈을 번쩍 뜨고, 컥 소리를 내며 손으로 목을 움켜쥔다. 그 상태로 조용히 숨이 끊어졌다. 자이툰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보툴리눔 톡신F의 위용이다. 블랙맘바 본인도 악마적인 위력에 내심 놀랐다.
30초 후, 자살 특공대 호라잔 1진 95명이 세상에 선을 보이지 못하고 조용히 지워졌다. 사헬 땅을 덮었던 죽음의 손길이 카파루자 계곡에서 싹트는 악의 싹을 짓밟았다. 아수라의 잔혹한 손길이 수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세상은 알지 못했다.
슈앙- 검은 그림자가 계곡을 무서운 속도로 치달렸다. 300m를 올라가자 풍경이 일변했다. 계곡 양측의 장대한 절벽이 무너질 듯이 캐노피를 드리웠다. 자말이 알려준 지점이다.
애써 탄약고를 찾을 필요도 없었다. 초병이 눈을 부릅뜨고 지키는 곳이 탄약고다. 동굴 입구 바위틈에 둘, 덩굴 위쪽 15m 지점 절벽 크레바스에 둘이 잠복해 있다.
교묘한 은신이지만 블랙맘바의 감각을 속이기란 불가능이다. 피핏- 수투에 장착된 표창이 공간을 단축했다. 직선으로 날아간 표창이 입구에 매복한 초병의 목을 꿰뚫었다.
“훅~”
비명이 아닌 헛바람이 새 나왔다. 폐 속의 공기가 밀려 나오는 현상이다. 목젖을 뚫은 표창이 비스듬히 상방으로 파고들어 숨골을 박살 냈다. 초병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초병의 고개가 털퍼덕 떨어질 때, 허공으로 날아오른 표창 두 개가 급격히 호를 그리며 떨어졌다. 최근에 터득한 회선비다. 허공에서 떨어진 표창이 절벽에 잠복한 초병의 백회혈을 쑤시고 들어갔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끄윽!”
사지를 바르르 떨던 희생자가 고개를 떨구었다. 그나마 비명은 남기고 죽었다.
경보장치를 확인할 시간이 없다. 콰창- 전륜박 일격에 두터운 탄약고 문의 경첩이 떨어져 나갔다. 뻑- 앞차기로 덜렁거리는 문을 차 날리고 뛰어들었다. 다행히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블랙맘바의 눈이 잔뜩 커졌다. 동굴이 커도 너무 컸다. 대형 성당의 예배 홀에 들어선 기분이다. 줄줄이 쌓인 검은색, 카키색 나무 상자가 시야를 방해했다.
폭탄을 부착할 적당한 매개물을 찾는 눈에 천장 크레인이 들어왔다. 크레인 레일을 따라가던 시선이 출렁였다.
“미 미사일!”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새 나왔다. 길이 12m, 고체 추진 부스터가 달린 날렵한 검은 몸체, S-25베르쿠트 지대공 미사일 탄두다. 열병하듯 세워진 탄두는 20개, 기겁할 노릇이다. 그제야 탄약고 규모가 터무니없이 큰 이유를 알았다. 이곳은 탄약고가 아니라 미사일 격납고다.
S-25베르쿠트는 드비나 개발의 모델이 된 구형 미사일이다. 소련의 진정한 고고도 지대공 미사일은 S-75드비나다. 블랙맘바가 식겁한 미사일이자 미국의 정찰기 U2를 격추한 지대공 미사일이 S-75드비나다.
베르쿠트가 구형이지만 성능은 만만치 않다. 유효고도 8km, 사정거리 32km의 중고도 미사일이다. 비행 속도는 오히려 드비나보다 빠르다. 1948년에 개발되었으며 10,000기 가까이 생산되었다.
베르쿠트와 드비나는 중동지역에 광범위하게 배치된 기종이다. 가장 조밀한 방공망을 구성한 국가가 시리아다.
아사드의 진정한 적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터키였다. 그는 이스라엘 공군을 방어하는 중남부 방공망 일부를 알레포 북부 터키 국경으로 이동했다. 시리아는 극비리에 라조 마운틴과 카파루자 계곡에 대공 미사일을 배치했다.이는 아사드가 동부 유전 지대를 프랑스로부터 탈취하려는 기도이기도 했다.
CIA 측의 치밀한 공작의 결과이며, DGSE가 물먹은 카파루자 방공 미사일 재배치 사건이다. 프랑스 정보부가 눈치채지 못한 두 개의 대공 미사일 포대가 블랙맘바의 잠입으로 모두 드러났다. 프랑스로서는 손도 대지 않고 코를 풀게 된 셈이다. 특급 콜네임 블랙맘바의 위력이다.
“쀠텡, 왔쯔 롱!”
무언가 잘못되었다. 첩보원의 대화로 미루어 볼 때 양키가 이곳에서 무엇인가를 획책하고 있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볼 때 시리아와 ANO는 단순히 이용하는 관계가 아니다. 자이툰의 말대로 아사드의 비밀 특수부대 성격이 짙어 보였다.
소 수력 발전소가 설치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부터 이상했다. 수상한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자말이 말한 접근 불가 동굴도 마음에 걸렸다.
‘아차!’
블랙맘바는 혀를 찼다. 접근 불가 동굴과 수력 발전소를 랩타임에 넣지 못했다. 시간은 겨우 5분이 남았다. 중요한 장소를 놓쳐버렸다. 5분 이내에 새로운 표적을 찾아서 폭탄을 설치하기는 불가능이다.
“재진입해야겠군.”
블랙맘바는 우물쭈물하는 성격이 아니다. 지금은 행동할 시점이지 생각할 시점이 아니다. 베르쿠트 몸체에 메밀 떡 한 개를 척 붙이고, 유폭을 일으킬 다른 매개물을 찾았다.
“그럴 줄 알았다.”
팔레트 위에 별도로 2단 적재된 길쭉한 나무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뻑- 주먹에 맞은 30mm 송판이 스티로폼처럼 뜯어졌다.
“빙고!”
베르쿠트가 있는데 맨페즈가 없을 리 없다. 1.2m 길이의 은빛 몸체 4개가 박스에서 굴러 나왔다. 맨페즈라 불리는 스트렐라2의 탄두다. 맨페즈 탄두 박스는 무려 40개다. 160발이라는 이야기다.
맨페즈 박스에 2,000g짜리 메밀 떡을 척 부쳤다. 베르쿠트의 탄두 중량은 200kg이다. 20기면 4,000kg이다. 맨페즈 탄두는 1.8kg이다. 160기면 288kg이다. 고폭약 탄두 4,288kg의 유폭 결과는 상상하기 어렵다.
120m 암반을 짊어진 천연 동굴이 폭발 에너지를 흡수하면 효과가 제한적이다. 반면에 카파루자 계곡의 지층 구조가 약하다면 계곡이 붕괴될 수도 있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개 코보다 더 예민한 후각이 기름먹은 금속 냄새를 쉽게 포착했다. 탄약고에서 겨우 50m 떨어진 동굴이 무기고다.
퍽- 퍽- 잠에 빠진 초병은 정수리를 얻어맞고 고통 없이 이승을 떠났다. 쾅- 앞차기에 방호문 빗장이 부러졌다. 무기를 확인할 시간도 없다. 메밀 떡 2개를 선사하고, 배낭을 한 개 챙겨서 미련없이 돌아섰다. 금괴를 담을 배낭이다.
메밀 떡은 8개가 남았다. 폭약 50kg이 빠져나간 백팩이 홀쭉해졌다. 청파보가 극성으로 전개되자 검은 선이 산 아래로 죽 그어졌다. 시속 60km, 100를 6초에 달리는 속력이다. 목표는 황금이 부르는 ANO 본부다.
블랙맘바는 닭장을 번쩍 들어서 치우고 지하실로 뛰어내렸다. 닭 수십 마리가 푸드득거렸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최초 폭발까지 겨우 120초 남았다. 아차 하면 으깨진 석류알이 될 판이다.
꽝- 지하실의 두터운 문이 발길질 한 방에 날아갔다. 시간에 쫓기는만큼 거칠어졌다.
“뭐얏?”
술을 마시던 3인이 벌떡 일어났다. 문답 무용, 짐승의 굴레를 스스로 택한 인간에게 베풀 자비는 없다. 고르곤의 손잡이를 잡아챘다.
쉐엥- 고르곤이 허공을 갈랐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머리 세 개가 둥실 떠올랐다. 결과는 오셀롯이 사헬에서 저지른 만행과 다를바 없었다.
머리를 잃은 목이 자욱한 피무지개를 그렸다. 다시 못 볼 끔찍한 장면이지만, 블랙맘바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놈들을 심문해서 정보를 얻고 싶지만 꾸물거릴 때가 아니다.
“그렇지, 네놈들이야말로 뒈져도 문제없는 놈들이지.”
험악한 공작을 진행하던 놈들이다. 미국이든 소련이든 나발을 불지 못한다. 조용히 실종 처리된다. 해외 공작원의 운명이다.
시간이 무섭게 빨리 흘렀다. 벌써 10초가 흘렀다. 테이블 위의 희생자 소지품을 백팩에 쓸어 담고, 책장을 발로 걷어찼다. 꽝- 오크목으로 짠 두터운 책장이 휭 날아가서 목 없는 시체를 덮었다.
다행히 놈들이 금고를 건드리지 않았다. 수고스럽게 다시 시건장치를 해제하는 수고를 덜었다. 아니면 시간상 포기해야 할 판이다.
곧 불덩어리가 될 루만이다. 금고 속의 서류와 비디오, 현금 뭉치와 골드바를 배낭에 쓸어 넣었다. 40초 남았다.
작업을 끝낸 블랙맘바가 희생자 앞에 서서 합장했다. 명색이 행자승이다. 아무리 바빠도 염불 한마디 없이 사라지기엔 마음이 편치 못했다.
“당신이 누군지 모르지만, 복수는 해 주었소. 좋은 곳으로 가쇼. 지장보살 나무아미타불!”
입구를 빠져나가던 블랙맘바가 다시 돌아왔다. 메밀 떡 두 개를 꺼내 전자 기기가 몰려있는 큰방에 척 붙였다. 이곳은 레이더 통제소거나 다른 중요한 시설물이다. 30초 남았다.
지상으로 튀어 올라온 블랙맘바는 건물 내력벽에 메밀 떡 두 개를 붙이고 외곽 울타리로 뛰었다. 동초가 앞을 막았다.
“덴타 머시눈!(이런 미친 새끼!)”
동초의 질책에 총알이 대답했다. 퍽퍽- MP5가 불을 뿜었다.
“으악!”
이마에 구멍이 뚫린 동초의 고개가 부러질 듯 뒤로 꺾였다. 블랙맘바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10초 남았다.
“아악!”
두 번째 만난 동초도 여지없이 알라를 면회 갔다. 낌새를 눈치챈 듯 서치라이트가 안쪽으로 휙 돌았다. 블랙맘바는 개의치 않고 달렸다.
“델라뚠(적이다)”
탕탕탕-
고함과 함께 초소에서 총탄이 쏟아졌다. 사수의 동체 시력이 질주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질주하는 블랙맘바를 총탄이 일으키는 뿌연 먼지가 따라붙었다. 폭발 7초 전, 블랙맘바가 휘익 철조망을 뛰어넘어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잠입한지 28분이 지났다.
루만이 깨어났다. 화아악- 외곽등이 주르르 켜졌다. 고함이 터지고 본부 막사에서 총기를 든 인원이 쏟아져 나왔다. 엄청나게 기민한 반응이다.
띡- 랩타임 1,040초, 블랙맘바의 시계가 멈추었다.
쿠웅- 묵직한 폭음이 울렸다. 시뻘건 불꽃이 번쩍 일었다. 뒤이어 0.5초~1.5초 간격으로 폭음이 계속 울렸다. 블랙맘바가 원했던 시간차는 0.3초다.
DGSE가 지급한 복합 폭발물의 위력은 예상보다 강했다. 폭음이 울릴 때마다 인간과 각종 쇄설물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루만의 밤하늘이 훤하게 밝아졌다. 최고의 불꽃놀이다.
“이건 아닌데.”
루만에서 150m 떨어진 지점, 블랙맘바가 불타오르는 루만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폭발 위력이 생각보다 약했다. 공진 폭발은 실패했다. 역시 폭발물은 자신의 전공이 아니다.
문제는 미사일 격납고다. 지대공 미사일의 탄두가 지대지 미사일이나 지대함 미사일보다 약하지만, 무려 160개다. 4,288kg의 탄두가 일시에 터지면 반경 3km가 날아간다. 동굴이 폭발을 억제하더라도 계곡을 뒤흔들어야 한다.
그 순간 땅이 출렁했다. 쿠웅- 굉량한 폭음과 함께 카파루자 계곡이 환하게 밝아졌다. 탄약고에 설치된 C4가 뒤늦게 폭발했다.
소리 전달이 지진파보다 늦었다. 검붉은 불꽃과 버섯구름이 까마득히 솟아올랐다. 쿠웅- 또 한차례 땅이 우르르 울렸다. 2차 유폭이다. 후아앙- 대기가 거칠게 소용돌이쳤다.
“우왓!”
블랙맘바가 급히 눈을 가렸다. 번쩍- 시뻘건 화룡이 튀어나왔다. 지름 10m 불줄기가 계곡을 가로질러 반대쪽 절벽을 강타했다. 유폭이 발생시킨 측량 못할 폭압과 파편이 동굴을 포신삼아 튀어나갔다. TNT 4톤에 달하는 전무후무한 포격이다.
쿠웅- 직격당한 절벽이 한차례 우르르 진동했다. 화염이 카파루자 계곡을 훤히 밝혔다. 꽈르릉- 폭음이 뒤따랐다. 장대한 버섯구름이 루만 상공을 꺼멓게 메웠다. 후왕- 태풍에 비견될 폭풍이 계곡 안쪽으로 몰려갔다. 막대한 폭압으로 진공이 된 공간을 채우는 후발풍이다. 먼지와 돌 부스러기가 천지를 덮었다.
“얼래 무너진다.”
절벽이 서서히 기울었다. 꽈다당- 높이 120m 절벽이 뚝 잘려서 계곡으로 무너져 내렸다. 튀어 오른 쇄설물과 먼지가 달빛을 가렸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도 따르지 못할 파괴적인 장면이다.
“어어, 엄청나구마. 짜식들, 폭탄 놀이를 하려면 스케일이 이 정도는 돼야제. 흐흐흐.”
불장난도 이만하면 우주급이다. 블랙맘바는 자신이 만든 전위 작품에 푹 빠졌다.
“뭐야?”
폭음에 놀란 아부 반시리가 벌떡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다 침대에서 와당탕 굴러떨어졌다.
“으앗!”
쿠웅- 건물이 한차례 진동했다. 슬래브 바닥이 풀썩 주저앉았다. 반시리는 속절없이 1층으로 굴러떨어졌다. 반시리는 한 바퀴 굴러서 벌떡 일어났다. 전장에서 20년을 구른 신체가 충격을 버텨주었다.
쿠드드드- 건물이 몸서리를 쳤다. 반시리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후다닥 튀어 나갔다.
“알라 시여!”
자신도 모르게 알라가 튀어나왔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쩍- 자신의 뺨을 세차게 때렸다. 불바다가 된 알로아딘은 변함이 없다. 막사, 창고, 시설물 할 것 없이 불타지 않는 건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