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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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8
메케한 연기와 살타는 냄새가 천 년 성지 알로아딘 별장을 가득 채웠다.
“알라시여, 성지 알로아딘에 어찌 이런 이런 시련을 내리십니까! 어헛!”
갑작스러운 강풍에 밀린 반시리가 비틀했다. 불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후폭풍이 들이닥쳤다. 쑤아아- 계곡이 고래처럼 불길을 빨아들였다. 화룡이 따로 없다. 불줄기에 시체까지 휩쓸려 들어갔다. 부서진 시설물 파편, 잿가루, 콜셋 양철판, 불타는 합판 조각, 옷가지, 심지어 떨어져 나간 인간의 신체까지 불길을 따라 휘돌았다. 불 지옥이 따로 없다.
꿈인가?
짝짝- 반시리는 자신의 뺨을 연속 후려쳤다. 웅웅거리던 청각이 약간 돌아왔다. 불길이 타오르는 소리, 바람이 잉잉거리는 소리, 부하들이 지르는 비명과 악다구니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뒤를 돌아보았다. 건물 왼쪽이 폭삭 내려앉았다. 자신의 침실이 있던 곳이다. 오른쪽은 30도 기울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친위대와 교관들의 숙소가 있는 쪽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반시리는 불타오르는 훈련소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ANO 서열 삼인자 아부 반시리는 ANO 창설 멤버다. 또 하나의 신분은 시리아 대통령 친위여단 중령이다. 그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진정한 이슬람 국가 건설을 위해 살아왔다. 일신의 욕망과 평안을 버리고 형극의 삶을 감수했다. 결혼조차 하지 않았다.
ANO 조직을 무카바라트와 연계시키고, 소련을 끌어들여 북부 지역 방공망을 구축하고 CIA를 구슬려 생물학 무기건을 덮었다. 동부 유전 국유화를 위한 사전 작업이다.
유전을 국유화하면 화가 난 미테랑이 가만있을 리 없다. 베르쿠트와 드비나, 맨페즈로 짜인 미사일 포대가 프랑스 전투기를 박살 내면 미테랑은 더 이상 시리아를 압박할 전술이 없다. 준비가 끝나가는 시점이다.
조직의 명성이 높아지자 지원자가 넘쳐났다. 조직을 확장할 찬스였다. 엄선된 조직원 400명, 호라잔 자살 특공대 95명이 불길에 타고 있다. 그들 대부분이 14개월 과정의 훈련 수료를 3일 남겨둔 시점이다. 15년이란 세월을 바쳐서 이룩한 모든 것이 불타오른다.
형극의 길을 걸어온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반시리는 아사신파 종통으로 귀족계급이다. 그는 일찍이 소련으로 유학을 떠났다. 프룬제 군사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시리아 육군 장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68년, 반시리는 자원해서 KGB 스파이 양성학교로 들어갔다. 조국을 짓누르고 뜯어먹는 프랑스와 터키에 대한 증오가 등을 떠밀었다. 시리아는 대항할 힘이 부족했다. 내 힘이 부족하면 상대의 힘을 깎으면 된다. 반시리가 선택한 방법은 테러와 암살이었다.
모스크바 교외 마르크스-엥겔스 학교에서 4개월간 기밀유지와 사상교육을 받았다. 4개월 후 타타르스탄의 레닌 기술학교로 옮겨져 2년간 스파이 훈련을 받았다.
체력단련, 근접격투기, 각종 무기 사용법, 파괴공작 기술, 독극물 제조와 사용, 카메라 사용방법, 도청술, 통신 기술, 각종 암살기법을 배웠다. 2년 후 6개월에 걸쳐 폭파 기술과 고문대응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반시리는 3년에 걸친 훈련을 받고 시리아에 돌아왔다. 1972년 그는 소규모 테러 조직을 운영하던 아부니달, 삼린과 함께 ANO를 창설했다. ANO는 아사드의 숨겨진 단검이 되었다.
그는 알로아딘 훈련소장을 맡아 테러 전사 양성에 주력했다. 아부니달은 ANO를 이끌고 아사드의 적을 공격했다. 아브라힘 삼린은 하부 조직인 검은 구월단을 이끌고 무차별 테러를 가했다. 조직의 정체를 숨기기 위한 양동작전이다.
“내가 게헤넴에 빠진 건가?”
반시리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자신이 할 일이 없다. 머릿속이 텅 비어버렸다. 몸이 둥둥 떠다닌다.
게헤넴은 아랍의 지옥이다.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소리도 색깔도 공간도 시간도 없다. 고통도 없고 배고픔도 없다. 영원히 죽지 못하며 할 일이 없다. 바로 자신의 모습이다.
인식된 시간은 길었지만, 현실의 시간은 수유에 불과했다.
“반시리님! 소장님!”
부관이 절룩거리며 달려왔다. 부관의 악다구니가 모깃소리처럼 앵앵거렸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태 파악이 먼저다. 한탄은 나중에 해도 된다.
외부 포격도 아니고 항공 폭격도 아니다. 범인은 폭파 공작조다. 어떻게? 라는 의문이 남는다. 알로아딘의 전면은 ANO가 경비하고 계곡 안쪽은 시리아 특전대가 경비한다.
알로아딘에 잠입하려면 300m 개활지를 건너서 폭 6m 윤형 철조망과 전기 철조망을 뚫어야 한다. 경계 초소가 있고, 동초가 5분 간격으로 순찰한다. 철조망 안팎으로 뿌려진 대인 지뢰는? 독 묻은 피셀은? 알로아딘의 완벽한 방어 지형과 경계를 뚫고 외부 인물이 잠입하기란 불가능이다.
반시리는 머리를 흔들었다. 이미 적이 잠입했고, 일은 벌어졌다. 완벽이란 인간에게 허락된 사전이 아니다. 자신의 조직도 불가능한 과업을 무수히 해 치웠다.
“친위대 피해는?”
“총원 66명 중 전투 가능 인원은 52명입니다. 교관 20명도 무사합니다. 무너진 건물에 깔린 대원을 구조 중입니다.”
자르카위가 악을 썼다. 청각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자신이 들리지 않으니 악을 쓰게 된다.
“후, 그나마 다행이군.”
친위대원과 교관은 총이나 쏘고 칼이나 휘두르는 무식한 인간이 아니다. 학력 수준도 높고,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재원이다.
종교적 신념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야말로 ANO의 핵심이다. 쥐새끼가 폭발물을 제대로 설치했으면 친위대 66명과 교관 20명을 몽땅 잃을 뻔했다. 이들을 잃으면 ANO는 화려한 무대에서 퇴장해야 한다.
“자르카위, 친위대와 교관을 훈련소에 투입해서 혼란을 정리해라. 2차 폭탄 테러가 염려된다. 성벽 경비대도 손해를 입었나?”
“방금 무전을 받았습니다. 피해가 없습니다.”
“경계를 단단히 하라고 해. 얼쩡거리는 놈은 무조건 쏴 죽여.”
자르카위가 무전기를 들고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압와르, 성채 경비대에 적색 경계령을 내린다. 경계 지점 이동 물체는 무조건 쏴라. 야포 준비하라.
삐이이- 무전기가 울리고, 붉은 지시등이 들어왔다.
“뭐야?”
자르카위가 고함을 질렀다.
-수석 교관입니다. 훈련소 피해 보고, 막사 대파 넷, 반파 여섯, 대원 212명 중 140명 전투 열외, 훈련병 367명 중 250명 전투열외, 호라잔 95명은 전멸입니다.
“뭐 뭐라고?”
자르카위가 말을 더듬었다. 인명 피해가 이렇게 클 수는 없다. 반시리가 희번덕이는 눈으로 부관을 돌아보았다.
“전투력 보유 대원은 72명, 훈련병 117명, 호라잔은 전멸입니다.”
“뭐라고? 674명 중에 전투 가능 인원이 겨우 189명 남았단 말이냐?”
반시리가 고함을 질렀다. 자르카위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부하, 아까운 내 부하들이…….”
정신이 반쯤 나간 반시리가 털썩 주저앉았다.
“오, 알라시어! 정녕 꿈이 아니란 말입니까!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당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종을 헌신짝 버리듯이 버린단 말입니까!”
반시리가 미친 듯이 하늘을 향해 주먹질과 발길질을 날렸다.
“반시리님!”
자르카위가 고함을 질렀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알라를 원망해서는 안 된다. 다른 대원이 들으면 큰일이다.
“흐흐흐, 천하의 ANO가 폭탄 테러를 당하다니 기가 막히는군. 자르카위, 친위대는 훈련병을 지휘해서 불길을 잡는다. 교관은 대원을 이끌고 쥐새끼를 찾아라. 쥐새끼를 빨리 잡아내야 한다. 친위대를 움직여서 혼란을 수습해라.”
“옙!”
자르카위가 무전기를 들고 분주히 지시를 내렸다.
“젠장, 전략창도 당했다.”
반시리가 시뻘건 화염이 피어오르는 계곡 안쪽을 가리켰다.
“꿈이 아닐까요?”
자르카위가 불타오르는 계곡 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새끼야, 헛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움직여.”
고함에 놀란 자르카위가 권총을 뽑아들고 훈련소로 뛰었다.“돼지같은 놈들, 사지를 찢어 죽이고 말겠어.”
반시리가 이빨을 부득부득 갈았다.
루만은 막대한 인적 물적 타격을 입었지만, 지휘부가 살아남았다. 친위대가 움직이자 혼란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아차!”
반시리가 반파된 본부 건물로 뛰었다. 계곡 안쪽에 주둔한 시리아 방공 전략군은 물론 화학 전대와 협력해야 한다. 정체모를 파괴공작조가 그쪽에도 잠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억!”
놀란 반시리가 권총을 뽑았다. 닭장이 한쪽 구석에 나뒹굴고, 지하실로 통하는 뚜껑도 날아갔다. 얼굴이 노래진 반시리가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야 일리히 학깐 하다!(빌어먹을, 세상에 말도 안 되는!)”
비밀 기지가 박살 났다. 협조자인 CIA 첩보원과 부하가 목 없는 시체가 되었다. 베르쿠트 비상 통제실도 콩가루가 되었다.
“금고, 금고는?”
없다. 검게 그을린 금고 내부가 텅 비었다. 비밀문서도, 공작금도, 황금도 사라졌다.
반시리의 눈알이 시뻘겋게 변했다. 극한의 분노로 실핏줄이 터졌다.
“우아아악, 딸끼스 알 콰디러, 쿤타 짜바난!(더러운 이교도, 비열한 놈)”
처절한 비명이 지하실을 흔들었다.
불꽃놀이를 감상하던 블랙맘바가 움찔했다.
“어느 새끼가 내 욕을 하노?”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적 거렸다. 찌이잉- 위험 신호다. 성벽 위에서 강력한 서치라이트가 쫙 빛을 뿌렸다. 포착당했다.
“어허!”
블랙맘바가 죽으라 달렸다. 바바바바- 총탄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성벽 위의 기관총 진지다.
오렌지빛 예광탄을 따라 기관총이 하나둘 가세했다. 핏-핏- 극성의 사행보를 펼친 블랙맘바가 좌우로 번득거렸다. 서치라이트는 물론 기관총 사수의 동체 시력이 따라가지 못했다.
“저 인간은 머꼬?”
놀라서 발을 헛디딜 뻔 했다. 자말이 두 손을 번쩍 들고 미친놈처럼 소리 지르고 있다.
“알라께서 뚜바이부르파님을 보내셨다. 천 년을 이어 온 배덕의 땅이여, 아즈라일의 강림을 기쁘게 맞이하라. 사악한 영혼은 나의 주인 뚜바이부르파님을 영접하라. 불쌍한 영혼들이여 뚜바이부르파님의 은혜를 간구하라. 비스밀라! 알라시여~”
인간이 가지가지 한다. 기총탄이 쏟아지는 판국에 삽질을 제대로 하고 있다. 불타는 로마를 내려다보는 네로 황제도 아니고 무슨 꼴이란 말인가?
“이 양반이 미쳤나.”
자말의 허리를 쓸어안고 몸을 날렸다. 퍼퍼퍽- 수십 발의 기총탄이 지근 거리에 착탄 했다. 서너 발이 블랙맘바의 등에 꽂혔다. 등에는 든든한 방호벽이 있다. 금괴 360kg과 400만 달러가 들어있는 배낭이 7.62mm 탄을 방어했다.
“어이쿠!”
7.62mm 기관총탄의 운동량은 4,000J을 웃돈다. 황소 뿔에 받힌 듯 왈칵 밀렸다. 블랙맘바가 힘을 거스르지 않고, 팽이처럼 몸을 휘둘려 역도를 해소했다.
퍽퍽퍽- 총탄에 바위 깨지는 소리가 살벌했다. 동작이 늦었으면 벌집이 되었다. 그 와중에도 돈뭉치가 손상되지 않았는지 은근히 걱정되었다.
성벽에서 예광탄이 줄줄이 날아왔다. 적어도 기관총 다섯 정이다. 엄폐물 바위가 퍽퍽 깨져나갔다. 긴 세월을 지켜온 바위가 몸살을 앓았다.
놈들의 본거지를 통째로 뒤집어 놓았건만 순식간에 반격이 시작되었다. 이들이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정예 집단이란 소리다.
“성벽이 멀쩡했나?”
폭심에서 1km 이상 떨어졌으니 폭발 충격을 견뎌냈을 것이다. 회곽도에 거치 된 야포는 걱정 없다. 76mm포는 최소 사거리가 1,000m이상이다. 놈들이 RPG7이나 유탄발사기를 퍼붓기 시작하면 골치가 아파진다.
“뚜바이부르파님, 미천한 소인을 구하시려고, 으헝!”
블랙맘바의 등을 확인한 자말이 울음을 터뜨렸다. 배낭에 총탄 구멍이 숭숭 났다.
“아놔 이 양반아, 정신 사나워.”
버럭 소리치고 수류탄이 든 더블백을 풀었다. 예광탄은 타격 대상을 아군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은 오히려 블랙맘바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흐흥, 받았으니 나도 선물을 주지.”
블랙맘바의 눈에서 퍼런 불똥이 뚝뚝 떨어졌다. 총탄에 맞은 등이 욱신거렸다. 황금이 든 배낭을 메고 있지 않았으면 골로갈 뻔했다.
목표물 순서를 잡았다. 성벽 위에 거치 된 야포 4문, 기관총 진지 5개소, 서치라이트를 쏘아대는 경계 망루 7개소다.
찌이잉- 이번엔 묵직한 신호다. 투척 준비를 하던 블랙맘바가 자말의 목을 움켜쥐고 바위 아래 쑤셔 박았다. 성벽에서 화염이 번쩍하는 순간 언덕 하단에서 폭발음이 일었다. 꽈다당- 바위조각과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RPG7 따위의 위력이 아니다.
“아이고, 망할 노무 새끼들, 지대로 하는 기 없구마.”
블랙맘바가 비명을 질렀다. 북한제 76mm 야포가 아니라 오토멜라라 모델56 산악포다. 그렇지 않고는 300m 사거리를 만들지 못한다.
포신 길이 1.47m, 최대사거리 11km, 부앙각 -7/+65, 포구속도 416m/s, 무게 1,273kg 오토멜라라 산악포의 제원이 주르륵 떠올랐다.
블랙맘바의 얼굴이 노래졌다. 저 물건의 최대 장점은 부앙각이다. 마이너스 부앙각을 잡아 쏘면 300m도 포격이 가능한 골때리는 물건이다. 하긴 오토멜라라가 야포 하나는 잘 만든다.
블랙맘바는 서둘렀다. 오토멜라라 산악포가 부앙각을 마이너스로 잡으면 탄착점이 불안정해지는 단점이 있지만 회곽도에 배치된 놈이 다섯이나 된다. 야포 다섯 문이 불을 뿜기 시작하면 자신은 몰라도 자말은 어육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