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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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9
자말을 끌고 튀면?
오토멜라라 M56 산악포는 105mm 곡사포다. 부앙각을 내려서 직사포로 운영할 수도 있다. 엄폐호에서 튀어 나갔다간 직격탄을 얻어 맞게 된다.
도주 거리가 멀어질수록 야포가 유리해진다. 카파루자 계곡 일대는 제대로 자란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이다. 1,000m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반경 30m 이내의 피탄 범위에 들어갈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이십 리를 도주해도 야포 사거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105mm 야포탄 위력은 RPG 따위와 비교를 불허한다. RPG 대인 탄두 폭발 에너지가 20만J인 반면, 105mm 야포탄의 폭발 에너지는 600만J이다. 농담처럼 스쳐도 사망이다. 결론은 퇴각 불가다. 튀어봐야 열 걸음을 떼기도 전에 기관총의 먹이가 되거나 산악포에 갈가리 찢어진다.
성벽 위에서 섬광이 번쩍했다. 포구 속도가 416/sec인 만큼 섬광이 번쩍하는 순간 착탄 한다. 꽝- 꽝 발사음과 폭발음이 동시에 울렸다. 우측 30m 지점에 우뚝 서 있던 바위가 박살났다. 흙과 돌조각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위력이 장난이 아니다.
꽝- 좌측 20m 지점 착탄이다. 지면이 우르르 떨렸지만, 자말은 침착했다. 카메라가 망가질새라 가슴에 품고 바짝 몸을 웅크렸다. 지근거리에 대구경 포탄이 떨어지고, 파쇄물을 덮어써도 눈깜짝하지 않았다.
블랙맘바가 비시시 웃었다. 옴부티가 바위 밑에 고개를 처박고 기도하던 생각이 났다. 진상이지만 배포가 있고, 책임감이 강한 인간이다.
산악포는 워낙 거리가 가깝고, 마이너스 부앙각이 큰 탓에 사격 제원을 뽑지 못했다. 사수와 관측병이 잔머리를 굴려서 소총처럼 영점을 잡고자 시도하고 있다. 제법 기특한 생각이지만 포술이 잔머리를 따라가지 못했다. 위치를 알면서 지근탄을 날리지 못하고 삽질 중이다.
오토멜라라 산악포는 분당 3발을 발사할 수 있다. 현재 투발 간격은 10초다. 두 문이 포격에 가담하고 있다. 야포 다섯 문이 모두 가담하면 4~5초마다 12kg짜리 고폭탄을 얻어맞아야 한다. 절대 사양이다.
“흐흐, 그기까지. 나도 계속 얻어맞을 순 없지. 힘들게 쎄벼온 방망이 수류탄 맛을 보여 주마.”
블랙맘바의 눈이 파랗게 빛났다. 야포는 대전차 수류탄을 써먹기에 딱 좋은 표적이다. 대전차 수류탄은 착상이 그럴듯했지만 2차 대전 당시에 유의미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
1.2kg이라는 무게로 인해 투척 거리가 15m 내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눈앞에 전차가 들이닥치는 상황이다. 침착하게 전차 상부에 수류탄을 착탄 시킬 강심장이 몇이나 있겠는가?
블랙맘바에겐 그야말로 맞춤형인 수류탄이다. 그는 전차 아니라 산사태가 나도 끄떡하지 않을 강심장이다. 게다가 우월한 신체와 무예로 단련된 감각이 있다.
공진파가 우르르 신체 내부를 한 바퀴 돌았다.
신체를 움직임 때 각각의 축이 있다. 앞뒤로 움직일 때 신체가 좌우로 나뉜다. 관상축이다. 좌우로 움직일 때 신체는 앞뒤로 나뉜다. 시상축이라 한다. 좌우로 돌릴 때는 아래위로 나뉜다. 수직축이라 한다.
세 가지 축에 따라 뼈와 근육, 힘줄이 유기적으로 작용해서 힘을 얻는다. 무예는 각각의 축에 상응하는 신체 각 기관의 최대 조합을 시현하는 고난도의 생체공학이다.
블랙맘바의 신체가 시상축에서 수직축으로, 관상축으로 이동했다. 엄지발가락에서 시작된 전사가 종아리, 대퇴부, 골반, 허리, 어깨를 거치며 에너지를 응축했다. 응축된 에너지가 굴신으로 배가되었다.
슈앙- 손끝을 떠난 대전차 수류탄이 초속 150m 속도로 비행했다. 바바바바- 기관총탄이 쏟아졌지만, 블랙맘바는 이미 엄폐한 뒤다.
공간지각력이 회곽도를 그물처럼 감쌌다. 비행하는 수류탄의 궤적과 회곽도에서 움직이는 포수들의 움직임이 그림처럼 뇌에 그려졌다.
2초 후, 회곽도를 3m 벗어난 지점에 떨어졌다. 뒤이어 또 한발이 날아갔다. 이번엔 좌측으로 2m 벗어났다. 폭발음은 울리지 않았다. 안전핀을 뽑지 않은 멍텅구리 수류탄이다. 소위 수류탄 영점 잡기다.
“대충 감이 오는군.”
슈앙- 매서운 파공성이 일었다. 사망철권이 날아왔지만 알 리 없는 사수는 부산하게 재장탄하고 포각을 조정하느라 바빴다.
틱- 회곽도 5m 상공에 도달한 RKG-3 대전차 수류탄의 손잡이에서 소형 낙하산이 튀어나왔다. 피르르- 수류탄이 자그마한 낙하산을 달고 떨어졌다. 우스꽝스러운 장면이지만 결과는 전혀 우습지 않았다.
꽝- 1.2kg 대전차 수류탄의 위력은 확실했다. 발사 준비를 마친 1.3톤 중량의 산악포가 번쩍 들렸다가 회곽도 바깥으로 떨어졌다. 야시경을 든 자말이 부르르 떨었다.
“아아악!”
포병들의 비명이 밤하늘을 울렸다. 폭압에 날린 포병들이 어지러이 성벽 아래로 떨어졌다.
“펠리씨따씨옹. 즈 부 쑤에뜨 본느 셩쓰 라 우 부 쓰헤!(축하해, 새로운 곳에서도 행운이 있기를 빌어!)”
블랙맘바는 영혼 없는 위로를 한마디 해주고, 사정없이 수류탄을 날렸다.
피르르- 피르르- 장난감처럼 귀여운 낙하산이 회곽도 상공에 연속 펼쳐졌다. 꽝- 꽝- 꽝- 화려한 불꽃 쇼가 벌어졌다.
번쩍 튀어 오른 야포가 성벽 아래로 추락하고, 폭압에 휩쓸린 사수, 조수, 관측병, 장전병이 까마득한 성벽 아래로 튕겨 나왔다. 아비규환이 벌어졌다.
자말의 입이 떡 벌어졌다. 까마득한 거리를 차치하고 커다란 수류탄이 쥐구멍에 쥐가 들어가듯이 정확히 표적을 타격했다. 오토멜라라 야포 다섯 문이 대전차 수류탄 8발에 박살이 났다.
“오, 알라시여. 전쟁의 신이 강림하셨도다. 모든 것은 알라의 뜻대로 되소서. 에누물 하르트, 에누물 하르트!(전신이여, 전신이여!)
놀란 자말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놀라기엔 일렀다. 블랙맘바는 산악포를 쓸어버리고, 표적을 기관총으로 바꾸었다.
틱- 피르르- 대전차 수류탄이 한 치의 오차 없이 기관총 좌 상공에서 낙하산을 펴고 떨어졌다. 꽝- 기관총과 사수가 동시에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쉥- 쉥- 수류탄이 연속 날아갔다. 회곽도에 불꽃 잔치가 벌어졌다. 폭음과 불꽃이 넘실대는 곳에 비명이 밤하늘에 메아리쳤다. 수천 년을 견뎌온 장대한 성곽이 몸살을 앓았다.
운 좋게 수류탄 한 발이 장탄 대기 중인 오토멜라라 고폭탄 더미에 떨어졌다.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던 고폭탄이 억울한듯 장대한 섬광을 토했다. 쿠쿵- 둔중한 폭음이 터졌다. 카파루자 계곡이 일순 환해졌다.
꽈드등- 폭발의 참맛은 유폭이다. 공격 중이던 기총수들이 일시에 쓸려나갔다. 우르르- 성벽이 신음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우쩍- 기어이 한쪽이 무너져내렸다.
“아아악!”
급하게 성벽을 오르던 한 떼의 무반동포 사수, RPG 사수가 붕괴하는 성벽에 휩쓸려 추락했다.
“으흐흐흐!”
찰칵- 찰칵- 자말이 묘한 웃음을 흘리며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꽝- 꽝- 탕탕- 탕탕- 루만에서 RPG7과 총탄이 암릉으로 쏟아졌다. 카메라 플래시가 이쪽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자말, 빨간 버튼 눌러. 적외선 변환장치다.”
블랙맘바가 버럭 했다. 미리 알려주지 못한 자신의 잘못도 있지만 못 말리는 자말이다. 사진을 찍으라고 했더니 아예 목숨을 걸었다. 진상도 묘한 진상이다.
훗날 블랙맘바는 우리나라 여자들은 카파루자 전투 당시의 자말보다 더하다고 한탄했다. 너나없이 음식점에만 가면 음식을 일일이 카메라에 헌납하고서야 수저를 들었으니 말이다.
쉥-쉥-쉥- 0.2초 간격으로 수류탄이 줄줄이 날아갔다. 표적은 경계 망루의 서치라이트다. 정확한 위치를 잡지 못했지만, 불빛이 은신지역을 빙빙 돌며 사격을 유도하는 놈이다. 소위 괘씸죄다.
꽝- 꽝- 경계 망루 4개가 연속 터져나갔다. 신경을 거슬리던 서치라이트가 일제히 사라졌다. 암흑 속에 루만이 훤하게 불타올랐다.
여유를 찾은 블랙맘바가 이마에 진득한 땀을 닦았다. 놈들이 산악포를 운용할 줄은 몰랐다. 하마터면 폭사 당할뻔했다. 투척 거리 밖의 망루는 서치라이트 불빛도 암릉까지 닿지 못했다.
“압와르, 압와르!”
자르카이 대위가 무전기에 악을 썼다. 폭음이 울리고 교전 소음이 뚝 끊어졌다. 이미 알라를 면회중인 포술장이 응답할 리 없다. 불길한 기분이 확 돌았다. 성채에 거치 된 야포와 기관총이 결딴나면 팔 한쪽을 떼내고 싸우는 격이 된다.
“전령, 성곽 쪽을 확인하고 오라.”
“옙!”
자르카이는 애가 탔다. 정체불명의 적이 기도하는 바를 알 수 없다. 괴멸적인 타격을 입히고도 공격을 계속한다? 혹시?
서늘한 기운이 등골을 타고 내려갔다. 결코, 합리적이지 못한 추측이지만 적은 알로아딘에 타격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말살을 노리고 있다. 집요한 놈들이다. 자르카이는 몸서리를 쳤다.
“반시리님, 반시리님!”
무전기에 악을 썼다.
-무슨 일인가?
나른한 목소리가 앵앵거렸다. 힘이 쭉 빠진 목소리다. 자르카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반시리 소장은 열흘을 굶어도 이렇게 힘이 빠질 사람이 아니다. 자르카이는 상관이 맛이 간 이유를 절대로 알지 못했다.
“소장님, 놈들은 우리 조직의 말살을 획책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놈들의 공격에 성채 경비대가 당했습니다.
-뭣, 성채의 야포와 기관총이 당했다고?
놀란 음성이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포술장의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전령을 보냈습니다. 괴멸적인 피햅니다. 놈들을 놓치면 우리는 웃음거리가 됩니다. 반드시 잡아서 껍질을 벗겨야 합니다.”
-흐흐흐, 그거 좋지. 천년의 성지를 더럽힌 놈들이다. 알로아딘을 볼 면목이 없다. 놈들을 죽이고, 우리도 죽으면 되는 거야. 내가 직접 나서겠다. 전 병력을 5명 단위로 묶어서 응사하라. 엄폐 철저히 하고, 근접전에 대비하도록.
“옙, 준비하겠습니다. 지원군은 오지 않습니까?”
-흐흐, 전략군과 화학전대는 우리보다 열 배는 중요한 부대다. 그들이 우리를 지원할 이유는 없다.
자르카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자포자기적인 상태다.
“반시리님, 놈들을 잡아서 참수해야 합니다. 우리를 건드린 놈을 놓치면 웃음거리가 됩니다. 개구리 새끼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
-참수!
반시리는 번득 정신이 들었다. 목이 잘린 처참한 시신이 눈에 들어왔다. 죽은 부하는 자신의 친척 동생이다. CIA 연계는 워낙 극비를 요하는 문제라 친척 동생을 붙였다. 시리아인의 가족애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친척 동생의 죽음은 자신의 책임이다.
“그렇지, 금괴를 되찾야지, 놈들의 목을 잘라서 성벽에 매달아야 하고말고.”
정신이 번쩍 든 반시리는 덜렁거리는 문을 걷어차고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자르카이, 놈들의 위치가 확인되었나?”
“넵, 킨달 B 지역입니다.”
“동쪽 바위언덕?”
“그렇습니다.”
“저격수가 몇이나 남았나?”
“저격 교관 셋, 특급 사수 열 명이 남았습니다.”
“즉시 준비해.”
“옛!”
부관이 꼬리에 불붙은 망아지처럼 뛰어갔다.
“DGSE 작전부가 보낸 놈들이겠지. 더러운 이교도 놈들, 뜨거운 맛을 보여주마.”
반시리는 CIA 요원 다이슨이 선물한 바렛을 쓰다듬었다. 2년 전에 개발된 따끈한 저격총이다. 10발 탄창을 사용하는 반자동인 주제에 정밀도는 무려 1MOA다.
바렛이 뿜어내는 12.7mm 중기관총 탄의 위력은 악마적이다. 콘크리트 담을 뚫고, 차량을 관통한다. 웬만한 엄폐물을 깨부수고 적을 사살할 수 있다. 반시리는 바렛의 위력에 홀딱 반했다. 단점이라면 추가 구입이 불가능하고, 너무 무겁다는 점이다.
놈들을 잡으려면 스나이퍼를 동원해야 한다. 싸움은 자신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돌격 전사들이 놈들의 주의를 끌어주면 저격수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반시리는 살아남은 부하들을 모았다. 떨어진 사기를 올리려면 복수심을 부추겨야 한다.
“알라의 전사들은 들어라, 놈들은 프랑스의 더러운 이교도다. 놈들이 우리 형제들을 비열한 수단으로 죽였다. 놈들은 쥐새끼처럼 스며들어 폭탄 테러를 가했다. 불타는 형제들의 시신을 보라. 이교도의 손에 죽고 불탄 형제들은 알라의 세계로 들어가지 못한다. 놈들은 킨달 B 지역에 돈좌되어 있다. 놈들을 죽여야 희생된 형제들이 알라의 세계로 갈 수 있다. 형제들이여, 더러운 이교도의 목을 쳐서 형제의 원수를 갚자.”
“우와! 알라의 심판을!”
“죽이자. 이교도의 목을 자르자.”
조직원들이 광분하기 시작했다. 동료가 지옥에 떨어지도록 내버려두면 사나이의 수치다.
“훈련 중인 형제들은 2명씩 조를 짜라. 돌격대는 10조까지만 받는다. 자르카이, 지원화기를 집중시켜라. 알라봉, 킨달 B에 집중적으로 투발하라. 무반동포와 기관총은 광역 제압을 하라. 형제들이여, 이교도를 공격하다 죽으면 알로아딘의 땅에 묻힌다. 알로아딘께서 천사를 보내서 여러분을 영접할 것이다.”
“와! 이교도를 죽이자.”
“우와 죽이자.”
테러리스트 후보자들이 서로 돌격을 하겠다고 다투기 시작했다.
블랙맘바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끈질긴 놈들이다. 불 폭풍이 휩쓸었지만, 상당수의 테러리스트가 살아남았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인영이 불빛에 훤하게 보였다. 수염을 풍성하게 기른 놈이 뭐라고 선동을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모양새로 보아 공격 준비를 하고 있다.
퍽퍽퍽- 꽝 꽝- 루만에서 RPG와 무반동포, 소총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표적 사격이 아닌 마구잡이 위력사격이다. 언덕 곳곳에서 바위가 깨지고 흙무더기가 튀어 올랐다.
“자말, 수류탄 배낭을 가져와라.”
블랙맘바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