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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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11
“흐흐, 띨띨한 DGSE 놈들도 쓸모가 있구마.”
블랙맘바가 만족한 웃음을 흘렸다. DGSE 기술부가 드라구노프의 연타성을 살려두고, 내구성과 정숙성을 확 높였다. 이름만 드라구노프지 전혀 다른 총이 되었다.
티타늄-몰리브덴 합금 총열은 내구도와 방열 성능이 대폭 향상되었다. 머즐(muzzle, 총구 끝 부분)을 다이아몬드로 코팅 마무리한 세심함도 돋보였다. 머즐이 정밀해야 안정적인 탄도가 보장된다.
소음기와 스코프의 성능이 괄목상대했다. 폭발음과 소닉붐이 50% 이상 감소했다. 소염 효과도 현저히 개선되었다. 200mm나 뿜어져 나가던 화염이 총구 근처에서 반짝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총구 화염은 야간 저격 시 스나이퍼의 은밀성을 보장해주는 첫째 요소다. 가변형 10배율 스코프의 분해 능력은 기존의 고정 4배율 스코프와 비교를 불허했다. 400m 전방 표적의 이목구비가 훤히 구분되었다. 갓급 스나이퍼에게 날개가 달렸다.
저격이 시작되자 돌격조가 좌우로 좍 퍼졌다. 타점을 분산시키려는 기도다. 확실히 훈련이 잘된 놈들이다. 블랙맘바는 재빨리 스코프를 탈거해서 광역 시야를 확보했다. 삼사백 미터는 그야말로 지척 간이다. 스코프를 쓸 필요도 없다.
꺼껑- 꺼껑- 저격이 더블텝 속사로 바뀌었다. 블랙맘바의 총구 앞에 일제 돌격이란 허망한 삽질이다. 장수 말벌에게 떼거리로 덤비는 땅벌에 다름없다. 루만에서 튀어나온 석류가 사정없이 으깨졌다.
“엘모트 와히드(사망 1), 엘모트 이쓰난(사망 2), 엘모트 쌀라 싸(사망 3), 엘모트 아르바아(사망 4)”
야시경으로 루만을 관찰하던 자말이 정신없이 소리쳤다. 자말의 킬 카운터가 점점 빨라졌다. 끝내 벌어진 입이 그대로 굳었다. 의미 없는 카운터다.
30초가 채 지나지 않아 루만에서 튀어나온 테러리스트 24명이 땅바닥에 뒹굴었다. 서쪽으로 기울어진 달이 처참한 현장을 묵묵히 내려다보았다.
돌격조를 쓸어버린 블랙맘바가 루만 내부의 지원화기를 잡도리하기 시작했다. 꺼껑- 꺼껑- 단조로운 발사음이 쉴 새 없이 울렸다.
공격하려면 신체 일부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드러난 신체는 여지없이 날아갔다. 팔이 드러나면 팔이 날아가고, 코가 드러나면 코가 날아갔다.
땡- 곡사포 포신에 튕긴 탄자가 엄폐된 사수의 안면을 뭉갰다. 원쿠션 저격이다. 무반동포 사수는 포신을 통과한 탄자에 목이 뚫렸다. 손이 드러난 저격수는 손이 날아갔다. RPG 탄두 상자를 메고 달리던 탄약수는 머리가 터졌다.
30초간 저격 후 블랙맘바가 바람같이 현장 이탈했다. 제법 감이 좋은 놈이 예광탄으로 타격 위치를 잡아주고 있다. 타켓팅 시간을 주면 폭탄을 뒤집어쓰게 된다.
쌩- 수류탄이 날아갔다. 참호속에서 기관총을 난사하던 ANO 조직원이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반시리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교관인 동시에 절정의 감각을 지닌 스나이퍼다. 블랙맘바가 저격탄을 날릴 때마다 미세한 총구 화염을 포착하고, 예광탄을 날렸다. 예광탄을 따라 저격탄과 포탄이 쏟아졌다. 기민한 대응이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매번 한 타임 늦게 저격 위치가 초토화되었다.
“자르카이, 돌격조 내보내라. 박격포 엄호.”
견디다 못한 반시리가 악을 썼다. 살아남은 82mm 카라치 박격포 세 문이 공세에 가담했다. 꽝- 꽈등- 3.1kg짜리 고폭탄에 얻어맞은 지면이 푹푹 파여나갔다. 돌격조가 다시 튀어 나갔다.
박격포가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에 완벽히 엄폐되었지만, 블랙맘바의 공간지각력을 속이지 못했다. 슈앙- 대전차 수류탄이 밤하늘을 가로질렀다. 틱- 피르르 수류탄이 작은 낙하산을 타고 떨어졌다.
“악, 저게 뭐냐?”
낙하 중인 수류탄을 운좋게 발견한 탄약수가 비명을 질렀다. 탄약수는 비명을 지르기전에 튀어야 했다. 꽝- 굉음이 비명을 삼켰다. 박격포 운용병 4명이 수류탄 한 발에 피떡이 되었다. 쉥- 쉥- 뒤이어 날아간 수류탄이 박격포 두 문을 여지없이 박살 냈다.
박격포를 쓸어버린 블랙맘바가 드라구노프를 들었다. 꺼껑- 꺼껑- 지원화기의 엄호를 받지 못한 십여 명의 돌격조가 일시에 허물어졌다.
“무 무서운 놈! 저놈이 인간인가?”
반시리는 스코프에서 눈을 뗐다. 눈 한 번 깜짝할 순간에 박격포와 돌격조가 전멸당했다. 3년간 애써 길러온 스나이퍼 전사도 몽땅 저격당했다. 일인이 중대병력에 필적한다는 스나이퍼 2개 조, 20명의 손실이 뼈아팠다. 병력도 바닥났다.
놈은 인간이 아니다. 칼끝 같은 전장에서 구른 지 20년이다. 상상못할 공격을 받고 있지만, 습격자는 단 일인이다. 저격탄과 수류탄이 날아오는 패턴을 보면 알 수 있다. 놈의 총구 화염을 확인하고, 집중타를 가하면 1~2초 이내에 다른 위치에서 저격탄이 날아왔다. 인간이 그처럼 빠르게 이동할 수도 없고, 연타를 날릴 수도 없다. 이런 놈이 존재할 수 있을까? 믿을 수 없는 현실, 악몽이다. 대적 불가인 상대다. 잔뜩 차올랐던 독기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자르카이, 전략군 경비대에 지원을 요청했나?”
“옙, 지원을 오는 중입니다.”
반시리의 표정은 그리 밝아지지 않았다. 경비 중대는 그야말로 경비대일 뿐이다. 전투력이 자신의 조직원들과 비교할 바 못된다. 경비대 몇십 명의 개인화기로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반시리의 한숨이 깊어졌다.
블랙맘바는 호를 크게 그려서 최초 은신 지점으로 돌아왔다. 바위 뒤에서 적외선 촬영 중인 자말의 후방에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자말, 탄창을 채워라.”
“억!”
놀란 자말이 번개같이 권총을 뽑았다. 손목이 강철 집게에 꽉 물렸다. 빈 탄창과 탄환 팩이 툭 떨어졌다.
“나다. 탄창을 채워라.”
“예? 예!”
화들짝 놀란 자말이 정신없이 드라구노프 탄창을 채웠다. 평생 놀랄 일을 몇 시간 동안에 몽땅 놀랐다. 앞으론 무슨 일을 당해도 놀랄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지독한 놈들!”
괴멸 지경에 빠진 루만이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간헐적으로 총탄이 날아왔다. 정상적인 지휘관이라면 항복하거나 퇴각해야 한다. 감투 정신에 손뼉을 쳐 줄 마음은 없다. 악착같은 근성이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DGSE에서 클로드가 보여준 자료가 생각났다. 몸값이 지불되지 않은 인질의 목을 자르는 놈들, 출근길의 시민에게 폭탄을 던지는 놈들, 어린 소녀, 만삭의 임부를 거침없이 강간하는 놈들이 ANO다.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인간의 굴레를 벗어던진 놈들은 짐승이다. 짐승에겐 짐승의 대우를 해주면 된다.
“씨를 말려주마.”
드라구노프가 재차 불을 뿜었다. 표적은 계곡 안쪽에서 지원을 나온 정복 차림의 군인들이다. 퍽- 권총을 든 지휘관의 머리가 터졌다.
블랙맘바의 의식이 한 점으로 집중되었다. 의식이 사라졌다. 자신이 총을 쏜다는 의식 자체가 없어졌다. 적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도 없어졌다. 공간지각력과 관안만 남았다. 표적을 잡고 방아쇠를 당기는 동작에만 몰입되었다.
껑껑껑- 껑껑껑- 더블텝이 쓰리텝으로 진화했다. 군인들이 도미노 쓰러지듯 우르르 쓰러졌다. 기겁한 군인들이 미친 듯이 엄폐물을 찾아 뛰었다. 대열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엄폐해도 소용이 없다. 여지없이 수류탄이 날아갔다.
“반시리님, 퇴각해야 합니다. 경비대가 당하는 틈에 빠져나가야 합니다.”
자르카이가 비명을 질렀다. 고함이 터져 나오는 곳은 사격 연습용 더미의 백보드로 쓰이는 30mm 철판 아래다. 철판에 무수한 탄흔이 남아있다. 자르카이도 제정신이 아니다.
“흐으, 내가, 나 반시리가 더러운 이교도 놈에게……. 흐흐!”
반시리가 말끝을 맺지 못하고 흐느꼈다.
“대적불가입니다. 생존한 교관과 친위대만이라도 유지해야 합니다. 일출이 60분 남았습니다. 날이 밝으면 지원군이 도착합니다.”
“그렇지. 훗날을 기약해야겠지. 방공호로 퇴각!”
경비대가 교전을 벌이는 틈에 ANO 생존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테러리스트들 사전에 의리는 없다.
저항이 뚝 멎었다. 루만이 정적에 묻혔다. 더 이상 표적이 보이지 않았다. 계곡을 내려오던 병력도 저격탄 수십 발을 얻어맞고 허겁지겁 퇴각했다.
블랙맘바는 총열이 벌겋게 달아오른 드라구노프를 내려놓았다. 총열에 눌린 잡초가 누런 연기를 피워올렸다. 줄잡아 탄창 20개를 비웠다.
일차 바퀴벌레 박멸이 끝났다. 블랙맘바는 드라구노프 총열을 분리해서 백팩에 수납했다. 힙 플라스크를 꺼내서 씨아까렐로를 홀짝이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몇이나 죽였을까? 대략 600~700명은 죽인 것 같다. 폭탄으로 절반을 쓸어버리고, 수류탄과 저격으로 대략 300명을 지웠다. 정체불명의 허접한 군인은 30명쯤 저격했다. 사헬 둠브레이 숲에서 지운 숫자와 비슷했다.
처절했던 당시의 전투와 달리 여유롭기까지 한 도살이다. 지켜야 할 대상이 있으면 전투는 몇 배로 힘들어진다. 자말의 존재가 마음에 걸리지만, 목숨을 던져 지켜야 할 동료는 아니다.
정당성 유무를 떠나서 대량 살상이 마음에 걸리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신의 사자도 아니고, 종교적 신념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출근해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매출 전표를 정리하는 셀러리맨처럼 죽이고 박살 내는 일이 자신의 일이다. 아즈라일의 방문을 받은 ANO가 지지리 운이 없었을 따름이다. 그들 말대로 알라의 버림을 받았거나 아즈라일의 저주를 받았거나.
코히바 지골로 한 대를 알뜰히 태우기까지 6분이 걸렸다. 마지막 연기를 길게 뿜어내고 텅 빈 힙플라스크를 백팩에 던져 넣었다. 담배와 술은 스나이퍼의 적이다. 즐기는 것이 아니다. 살육이 끝난 허망함을 한 잔 술과 담배 연기로 날려 보낸다.
자말은 몽롱한 눈빛으로 블랙맘바를 바라보았다. 긴가민가했지만 결국 알로아딘의 별장이 박살 났다. 천 년을 이어온 아사신의 성지, 난공불락의 요새 알로아딘이 지워졌다. 뚜바이부르파 단 일인에 의해서 말이다. 자말의 표정이 결연해졌다. 헛되게 살아온 인생을 새로 시작할 기회다.
블랙맘바의 시선이 배낭을 뒤덮은 돌무더기에 머물렀다. 황금 400kg,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엄청난 가치가 현실로 다가섰다. 아기 돌 반지 한 개가 50,000원이다. 계산이 나오지 않았다. 배낭에 현금 몇 백만불도 들어있다.
‘흐미, 저걸 두고 밥값 하러 가야만 하나?’
더럭 걱정되었다. 그렇다고 400kg을 메고 싸울 수는 없다. 아니 배낭의 어깨끈이 견디지 못한다.
“뭐, 훔쳐갈 놈도 없겠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육성회비 넉 달 치 800원을 내지 못해 갈비뼈가 부러지도록 맞았다. 살을 에는 추위에 홑옷을 걸치고 벌벌 떨던 촌놈이 수십억이 든 배낭을 돌보듯 하다니, 이거야말로 상전벽해다.
“빗자루질했으니 걸레질도 해야제.”
백팩에서 MP5를 뽑았다. 배낭 무게가 훌쩍 줄었다. 줄어든 무게만큼이나 생명도 줄었다. 그리고 용케 살아남은 생명도 곧 꺼질 것이다. 전장의 악몽, 죽음의 천사, 블랙맘바의 재차 방문이다. 징글징글하게 집요한 놈은 ANO가 아니라 블랙맘바 본인이다.
블랙맘바는 차분히 무장을 점검했다. 준비가 지나친 법은 없다. 치명적인 데미지는 항상 준비 부족에서 유발된다.
MP5sd3 30발들이 탄창 다섯 개, 왼쪽 옆구리 홀더에 든 글록, 왼쪽 발목에 찬 글록, 오른쪽 옆구리 쿠크리, 비갑에 든 수전 20자루, 글록 예비 탄창 네 개, 백팩 하단에 수납된 고르곤.
특별 제작된 방탄 헬멧을 쓰는 것으로 준비를 끝냈다. 방탄소재로 만들어진 백팩은 그 자체가 방탄복이다. 자말이 소총을 들고 벌떡 일어났다.
“자말, 여기서 기다려라.”
“뚜바이부르파님, 부디 그 명을 거두어 주십시오. 현장을 철저히 기록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소인은 죽어도 좋습니다. 아니 명을 완수하기까지 절대 죽지 않겠습니다.”
“허이고 지랄, 또 이상한 인간이 붙었구마.”
블랙맘바가 한국말로 탄식했다. 움직이기만 하면 진드기가 달라붙는다. 사부님이 말씀한 그놈의 인연중중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단 말인가?
“좋다. 뒤따라 오도록.”
슁- 마지막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형이 사라졌다. 루만을 지워버린 장본인이 정문을 거침없이 통과했다. 총알 한 발 날아오지 않았다.
블랙맘바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단백질이 타는 메케한 냄새와 피비린내가 후각을 쥐어박았다. 아수라장도 이런 아수라장이 없다. 건물과 시설, 구축물은 철저히 불타고 파괴되었다. 무너진 잔해에서 파르스름한 연기만 피어올랐다.
뒤따라 온 자말은 말을 잊었다. 곳곳에 불탄 시체와 찢어진 시체가 널브러져 있다. 숫자를 헤아릴 수 없다. 사지가 날아간 인간들의 비명, 불붙은 몸을 땅바닥에 굴리는 인간, 이곳이 바로 지옥이다.
본인도 파괴 공작을 십여 번 이상 실행했다. 뚜바이부르파의 스케일에 비하면 그야말로 소꿉놀이다. 절로 몸이 떨렸다. 사도가 아니라 아즈라일의 강림인가!
존재가 무엇이든 어쩌랴. 자신의 주인이다. 자말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 카메라로 현장을 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