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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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13 ->여기까지 11권
이들 ANO의 행태를 보라!
이들은 신비주의 아사신파다. 이들의 지상 목적은 알로아딘 왕국 재건이다. 이스마일 아사신의 가르침이 지상의 선이다. 이들은 지극히 배타적인 종파다. 그들의 목적을 위해, 그들이 믿는 선을 행하기 위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타 종교와 종파, 가치관은 말살 대상일 따름이다. 타인의 행복은 이들의 고려 사항이 아니다. 블랙맘바가 혐오하는 선민의식, 구분의식의 극단적인 발현이다.
종교에 따라 아수라의 지위가 선신과 악신을 오가듯이, 선악은 인간의 가치관에 따라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인간의 조건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 보편적 도덕률에 따른 인간의 조건이 지표가 되어야 한다. 블랙맘바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번 시리아 출장은 헛되지 않았다. 무거운 숙제로 남아있는 인간의 조건이란 명제에 부합되는 한 가닥 실마리를 얻었다.
상념에 젖어있던 블랙맘바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꾸워워워- 거창한 하울링이 뇌를 두드렸다. 살기와 악의가 물씬 풍기는 울부짖음이다.
“자말, 이상한 소리 듣지 못했나?”
“듣지 못했습니다.”
자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꾸워워워- 다시 한 번 소리가 울렸다.
“그렇군!”
공기를 매개로 전달된 음파가 아니다. 뇌에 그대로 전달되는 사념파다. 짚은다리 낙동강에서 경험했던 일이다.
보름달이 뜨는 날, 물안개 자욱한 밤이면 수많은 군인이 줄지어 강물속에서 솟아올랐다. 소리도 없고 물거품도 일지 않는다. 그냥 머리부터 스윽 올라온다. 해골위에 부식된 철모가 얹혀있다. 배낭을 등에 메고, 부식된 소총을 어깨에 걸치고 수면에 도열한다.
대열이 갖추어지면 침묵의 행군이 시작된다. 물 위를 걷는 군화 소리가 땅을 걷듯 저벅 저벅이다. 덜컥덜컥- 반합이 개머리판에 부딪는 소리가 들린다.
그워워워- 무엇인가 갈구하는 듯 긴 울부짖음이 군가를 대신한다. 행군 대열은 언제나 그렇듯 자신의 앞에 도열한다. 수천 명의 해골 군인이 합창한다. 그워워워- 그워워워-
무엇인가를 원한다. 알 수가 없다. 큰집에 옭아매어 머슴 노릇 하는 12살 소년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저 지켜볼 따름이다. 퀭한 해골의 눈 속에 원망이 흐른다. 그렇게 느껴졌다. 우워워- 저벅저벅- 덜컥 덜컥- 그렇게 행진은 다시 강물 속으로 들어갔다.
무쌍 본인 외엔 누구도 해골 군인을 봤다는 사람이 없다. 사부님은 백의 방황이라 하셨다. 상단전이 특이하게 발달한 인간만이 볼 수 있는 좌도방의 삿된 이능이라며 능력을 봉인해 버리셨다.
예전에 경험했던 내면의 존재가 울부짖는 소리가 아니다. 백의 방황도 아니다. 백의 찌꺼기가 아니라 실체다. 광기, 살의, 울분, 온갖 음차원의 감정이 담긴 울부짖음이다.
피가 끓어올랐다. 오셀롯을 만났을 때와 같은 투쟁심이 솟구쳤다. 저 소리를 내는 존재를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다. 블랙맘바의 눈동자가 선홍색으로 변했다. 자욱한 살기가 뿜어졌다.
“주인님, 주인님!”
자말이 애처롭게 소리 질렀다. 폭풍 같은 살기에 짓눌린 자말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색됐다.
“응!”
귀를 앵앵 울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끄악!”
블랙맘바와 눈이 마주친 자말이 째지는 비명을 질렀다. 올올이 솟구친 머리카락, 선홍색으로 물든 눈동자, 광폭한 얼굴, 아즈라일의 강림이다.
“알라후 아끄바르, 알라후 아끄바르~”
인간이 쳐다만 보아도 숨이 끊어진다는 죽음의 천사다. 자말이 고개를 무릎 사이에 처박고 덜덜 떨었다.
두웅- 머리 한쪽이 울렸다. 박하 향처럼 화한 기운이 새나와 달아오른 뇌를 식혔다. 머릿속이 시원해졌다.
“옴 마니 반메 훔, 옴~”
정심공으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블랙맘바의 눈동자가 본래의 색을 찾았다. 치솟았던 머리카락도 주르르 흘러내렸다. 공동을 휩쓸던 살기가 씻은 듯 사라졌다.
“자말, 이곳 시설을 알고 있었나?”
평온한 목소리에 자말이 얼굴을 들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무덤덤한 표정의 뚜바이부르파다.
‘내가 헛것을 봤나? 아니야. 아즈라일이셨어.’
자말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자말, 이곳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다.”
“예? 예!, ANO에서 8년을 활동했지만 까맣게 몰랐습니다. 소인은 특공전사라 알로아딘에 머무는 날이 많지 않습니다.”
“특공전사?”
“정확히 말하면 자폭 테러리스트입니다.”
“헐, 명령이 떨어지면 자폭도 불사한단 말인가? 이슬람은 신체 훼손을 극도로 경계하지 않나?”
“이교도와 배신자를 징치할 때는 예외입니다. 알로아딘의 천사가 내려와서 성스런 신체를 제자리로 돌려놓는다고 합니다.
“지랄을 해라. 놈들 편한 대로구먼.”
블랙맘바가 냉소를 쳤다. 한국에서 정치하는 놈들이 늘 써먹는 방법이다. 내가 하는 일은 전부 로맨스다.
“그렇습니다. 저 역시 주인님을 만나기 전엔 그렇게 믿었습니다. 지금은 악몽에서 깨어난 기분입니다.”
“보편적 도덕률 체계가 허약한 인간이 현실에 대한 불만과 좌절에 몰리면 광신도가 되는 법이다. 흠, 깨부숴 볼까.”
고르곤에 공진파를 주입했다. 편신이 부르르 진동했다. 초진동 고르곤이 매섭게 바닥을 때렸다. 슈앙- 꽝- 바닥이 산산이 깨져 나갔다.
“엇?”
10인치 콘크리트 슬래브 바닥을 박살 낼만한 역도에 불구하고 표면만 깨져나갔다. 바닥을 두께 50mm의 돌로 덮었다. 포석이 깨져 나간 자리에 검은 광택이 번들거렸다. 고르곤에 공진을 재차 불어넣었다. 우우웅- 고르곤이 진동했다. 진동수가 점차 높아졌다. 채찍을 따라 뿌연 막이 생성되었다.
“얍!”
꽝- 고르곤이 무지막지한 역도를 싣고 바닥을 강타했다. 우르릉- 넓은 지하실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 귀를 막고 있던 자말이 비틀거렸다.
“헐!”
고르곤이 튀어 올랐다. 비상식적인 반탄력에 손이 저릿저릿했다. 채찍을 손에서 놓칠 뻔 했다. 검은색 바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특이한 금속이다. 스쿼시 벽처럼 가해진 역도를 고스란히 되돌린다. 이래서야 깨부술 가능성이 제로다.
“자말, 이곳은 ANO가 만든 시설물이 아니다. 이 아래에 또 다른 지하실이 있다. 반시리는 이곳을 열고 도주했다.”
지름 50cm 남짓한 둥근 출구가 열렸던 바닥을 고르곤으로 툭툭 두드렸다.
“알로아딘에는 고대에 만들어진 은밀한 장소가 몇 군데 있습니다. 저는 허벅지에 총알이 박히는 바람에 오인장 감투를 쓰긴 했지만, 아웃 사이드입니다. 조직의 비밀은 잘 알지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은 무슨 죄송, 원래 존재하던 지하실 상부에 ANO가 대피소를 만들었다. 조사할 시간이 없어서 안타깝다.”
블랙맘바는 혀를 찼다. 정체불명의 하울링이 찜찜하게 뇌리에 남았다. 일출이 사오십 분 남았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다시 찾아올 기회가 있으려나?”
시계를 확인한 블랙맘바가 아쉬운 표정으로 지하 공동을 나섰다. 미지의 존재가 내내 마음에 걸렸다.
황량한 고원에도 태양은 뜬다. 빛살이 볼품없는 바위산 상공으로 창날처럼 솟아올랐다. 일출 30분 전이다.
“주인님, 퇴출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무 여유를 부리는 주인이 불안했다. 카파루자 계곡이 고립된 지역이지만, 새벽녘의 거창한 폭발음과 절벽이 붕괴하는 소음은 수십키로 밖에서도 들을 수 있는 수준이다.
“자말, 중요한 표적이 남았다. 잠시 기다려라.”
블랙맘바는 백팩에서 암호화 압축 위성 통신기를 꺼냈다. 손바닥 두 개 넓이의 파라볼라 안테나를 펼쳤다. 통신기의 컴파일러 헐 모드를 다이얼로그 모드로 바꾸었다. 통신을 인터셉터 당할 염려가 있지만 이것저것 따질 계제가 아니다.
-동방불패, 전기와 물로 길러진 석류가 1,000개 있다. 으깨진 석류에 오염물질이 끼었다. 재포장에 비용이 많이 든다. 도요새 둥지도 있다. 구매 의사가 있으면 5분 후 전화 바란다.
띡- 자신의 말만 하고 수위치를 내렸다.
도요새 둥지는 미사일 포대다. 전기와 물로 석류를 길렀다는 말은 수력 발전소가 있다는 의미다. 오염물질은 생화학 무기다. 대충 말을 만들었지만, DGSE라면 알아듣고 남는다.
꾸르르- 블랙맘바의 배에서 민망한 소리가 울렸다. 자말은 민망함과 안쓰러움으로 안절부절했다. 하인이 되어서 주인의 배고픔을 헤아리지 못했으니 불충이다. 한편으론 까마득히 높이 있는 주인의 인간다운 표징이 반가웠다.
“쩝, 폭탄이 비상식량 자리를 차지했으니.”
짐이 너무 많았다. 부피를 줄이려고 시레이션 몇 개만 넣어왔다. 이처럼 사태가 급박하게 진행될 줄 몰랐다. 씨레이션은 뱃속에 들어간지 오래다.
자말이 호주머니에서 딱딱한 빵을 꺼냈다. 또띠아는 원래 도우 형태로 구워서 신선한 야채와 햄으로 속을 채워야 한다. 또띠아 도우용 밀가루를 그냥 뭉쳐서 빵으로 구워냈다. 열악해진 보급 때문이다.
충분한 발효와 부풀림이 없다 보니 돌처럼 딱딱하다. 자말은 주머니칼로 더러워진 빵껍질을 열심히 잘라냈다.
“주인님, 형편없지만 요기라도 하시지요.”
자말이 겸연쩍은 표정으로 빵을 내밀었다. 블랙맘바의 눈이 빵과 초췌한 자말의 얼굴을 오갔다. 세포 내 ATP합성공장인 미토콘드리아가 활발히 움직이면 뇌파도 안정적이다.
뇌파가 안정적이면 공간지각력에 잡힌 심상이 밝게 보인다. 반면에 세포의 에너지 생산 활동이 부진하면 뇌파가 불안정해진다. 자말은 회색이다. 신진대사가 별로 좋지 않다는 의미다.
“고맙다.”
블랙맘바는 기꺼이 빵을 받았다. 인간은 절박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본성이 나타난다. 자말 본인도 허기진 상태다. 숨겨둔 빵을 정성스레 손질해서 올리는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정성을 받지 않으면 상대방에 대한 모욕이 된다. 절반을 뚝 잘라 자말에게 내밀었다.
“주인님, 소인은 문제없습니다.”
“자말,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없다. 나를 주인님이라 부르지 마라. 나는 동방불패다. 동쪽 끝에 한국이란 나라가 있다. 그곳에선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 관계를 가족이라 부른다. 오늘 너와 나는 빵을 나누어 먹는다. 아무드 자말을 내 가족으로 인정한다. 너는 나 동방불패의 형제가 될 것이며 나 동방불패의 보호를 받을 것이다.”
사기적인 능력에 언변까지 늘어난 블랙맘바는 일대 종사의 풍모를 보였다.
자말의 눈이 왕방울처럼 커졌다. 떨리는 손으로 빵을 받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천을 꺼내 빵을 소중히 감쌌다. 사도이자 아즈라일인 뚜바이부르파님이 내린 빵이다. 영원히 보관해야 될 성물이다.
자말이 털썩 무릎을 꿇었다.
“뚜바이부르파님, 형제라니요?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입니다. 소인은 한때의 어리석은 생각으로 죄악의 길을 걸었습니다. 위대한 영혼께서 벌레만도 못한 저를 살려주시고, 한 인간으로 대우해주신 것만도 넘치는 은혜입니다. 소인은 영원히 주인님의 신발을 들겠습니다.”
블랙맘바가 말없이 빙그레 웃었다. 어쩌다 테러리스트가 되었지만, 천성이 순수한 인간이다. 스스로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인간은 악인이 될 수 없다.
신명(晨明, 새벽의 끝, 해가 떠오르기 직전)이 블랙맘바의 머리 위에 후광을 드리웠다. 자말은 황홀한 눈으로 뚜바이부르파를 올려다보았다.
“비쓰밀라히 라흐마니 라힘(자비롭고 자애로우신 하나님의 이름으로) 쌀랄라후 알레이히 와쌀람 뚜바이부르파!(하나님께서 뚜바이부르파님의 명예를 더 높여 주시기를!)”
자말이 눈물을 주르륵 쏟았다. 기다리던 사도가 오셨다. 말로만 떠드는 허약한 사도가 아니라 강력한 무력을 휘두르는 사도가 오셨다. 시아파 중에도 소수파인 이스마일이 이 몽매간에 바라던 사도다.
빵은 더럽게 맛이 없었다. 돌덩이처럼 딱딱하고 단맛은 없고 짠맛만 넘쳤다. 전형적인 훈련소 음식이다. 악어 이빨을 가진 자신이야 문제없지만 보통 사람은 이빨이 상할 만큼 딱딱했다.
“자말, 시간이 없다.”
블랙맘바는 빵을 먹지 않는 자말을 재촉했다.
“소인은 이 빵을 먹을 수 없습니다. 자손 대대로 뚜바이부르파님의 전설을 전할 성물입니다.”
“허이고!”
블랙맘바는 가슴을 쳤다. 어찌 거두는 인간마다 이상하게 변했다. 그는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지 못했다.
“자말,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고 했다.”
“무슨 뜻인지요?”
“알라의 품으로 돌아갈 때는 배불리 먹고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아! 훌륭한 말씀입니다. 그래도 안 됩니다. 소인이 식량 창고를 뒤져보겠습니다. 대추야자는 불에 타도 먹을 수 있습니다.”
“헐!”
블랙맘바는 대추야자란 말에 이마를 쳤다. DGSE에서 특별히 만든 시레이션이 백팩에 들어있다. 대추야자를 주재료로 만든 특제 초코렛이다. 전투에 몰입하는 바람에 까맣게 잊었다.
파리 쌩도미니끄가 14번지 DGSE본부 작전부장실,
보니파스가 머무는 부장실은 언제나 그렇듯 생선 비린내 나는 골루즈 냄새가 가득했다. 보니파스는 골루즈를 삐딱하게 물고 정면의 벽을 잔뜩 노려보고 있다. 전면 벽에 파리 시내 전자 지도가 떠올라 있다.
블랙맘바의 압축 통신을 받은 DGSE와 내무부는 초비상이 걸렸다. 드골 공항과 바스티유 오페라 하우스에 지젠느 10개 조가 잠복중이다. 출입구 경비원과 안내 직원은 이미 작전부 요원으로 교체되었다.
꽝- 작전부장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작전부 아리바 과장과 정보부 클로드 과장이 뛰어들었다.
“터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