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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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14
보니파스가 벌떡 일어났다. 회전의자가 뒤로 와당탕 넘어갔다.
‘읔!’ 방안에 들어선 아리바와 클로드가 황급히 코를 막았다. 지독한 담배 냄새다. 두 사람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이따위 비린내 나는 담배를 왜 피우는지 이해 불가다. 보니파스가 골루즈를 피우는 사연을 그들은 모른다.
“블랙맘바입니다.”
“블랙맘바?”
보니파스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ANO의 폭탄 테러를 예상한 그로서는 뜬금없는 소리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는 블랙맘바가 아니라 드골 공항과 바스티유 오페라 하우스다.
“루만에 자리 잡은 일천 명이 넘는 ANO 조직원을~”
“뭐야?”
보니파스가 클로드의 말을 성급하게 잘랐다. 가슴이 덜컹했다. DGSE에서 파악한 루만의 인원은 훈련병 300명에 베테랑 100명이다. 1,000명이면 공정여단급이다. 루만 작전도 문제지만 엉터리 정보를 제공한 자신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블랙맘바가 시퍼런 눈깔을 부릅뜨고 따지면 대책이 없다.
“박살 냈답니다.”
테이블에 놓여있던 재떨이가 날아갔다. 쨍그랑- 벽에 부딪힌 유리 재떨이가 장렬히 전사했다.
“이 자식아, 도치법도 몰라? 결과를 먼저 말하란 말이야.”
“……”
클로드와 아리바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입을 닫았다. 써펀드라 불리는 냉혈한 부장이 블랙맘바 이야기만 나오면 침착성을 잃고 다혈질이 된다. 황당한 노릇이지만 계급이 깡패니 어쩌랴. 두 사람은 보니파스가 블랙맘바에게 얼마나 시달렸는지 모른다. 블랙맘바 포비아에 빠진 상관을 당연히 이해하지 못했다.
“후우, 비싼 값을 하는군. 우리 프랑스의 보물이자 전략 병기답다.”
보니파스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역내에 침투한 세포 조직원은 가지에 불과하다. 블랙맘바가 뿌리를 파내버렸으니 저절로 고사한다. 이로써 자신의 자리는 한결 든든해졌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카파루자 계곡이 심상치 않습니다. 수력 발전소, 전략 미사일 부대, 생화학 무기가 숨겨져 있다는 블랙맘바의 통신입니다.”
“그게 사실인가? 테러 조직의 근거지에 시리아 비밀 기지가 있다니 말이 되나?”
보니파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렇다면 아사드가 단순히 ANO를 이용하는 수준이 아니다.
“블랙맘바의 정보로 미루어 볼 때 ANO는 아사드와 협력 관계가 아니라 그가 직접 길러낸 비밀조직으로 판단됩니다.”
클로드가 뚝 잘라 말했다.
“으으 여우 같은 새끼, 난리 났다. 아사드 놈의 행보가 심상치 않더니 프랑스와 완전히 척을 지려는 수순이다. 더러운 놈!”
블랙맘바의 정보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수력발전소는 미사일 포대에 전력을 공급하고, 장기적으로 생화학 무기 생산 공장을 세우려는 의도다. 아사드가 북동부의 유전을 국유화해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 힘이 쭉 빠진 보니파스가 의자에 털썩 앉았다.
“구매 의사가 있으면 연락하랍니다.”
“블랙맘바가 그랬단 말이지? 대단해, 대단한 인간이다. 당연히 구매해야지. 당장 연락해. 발전소 파괴, 생화학 무기 저장소 파괴, 미사일 포대 파괴에 석 장이다.”
이게 웬 떡인가! 보니파스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불감청 고소원이다.
“석 장이면 부장님의 전결 권한을…….”
아리바의 얼굴이 흐려졌다.
“닥쳐, 석 장 아니라 삼십 장을 줘도 돼.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한다. 블랙맘바가 아니라면 삼백 장, 삼천 장을 들여도 불가능해. 급하다. 그놈이 삐치기 전에 당장 연락해.”
“알겠습니다.”
아리바와 클로드가 뛰쳐나가자 보니파스가 턱을 쓰다듬었다.
“젠장, 그놈이 돌아오면 턱이 무사하려나. 필립이야 솜 주먹이지만 그놈은 핵 주먹인데……루만에 숨어있는 테러리스트가 1,000명이라니 기가 막히는군. 아니 그곳을 쓸어버린 놈이 어이가 없구먼.”
이번에도 블랙맘바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 심기가 뒤틀린 놈이 시퍼런 눈깔을 번득일 게 뻔했다. 숯덩이가 된 미구엘과 내장을 쏟아내고 죽은 땅쉬 대령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오금이 저렸다.
“금화 소리 짤랑 이면 다툼이 사라진다고 그놈이 말했지. 씹을수록 명언이란 말이야.”
보니파스가 중얼거리며 전화기를 들었다. 공항과 오페라 하우스 쪽은 정보를 주었으니 내무부가 알아서 할 일이다. 카파루자 계곡은 당장 대통령과 통화해야 할 사안이다. 빨간 도청방지 버튼을 누르고 0번을 눌렀다.
“각하, 보니파스입니다.”
-나보다 열 배는 더 바쁜 분이 웬일인가? 놈들이 시작했나?
긴장한 미테랑의 음성이 구리선을 타고 달려왔다. 대형 공공기관 테러는 대통령도 안절부절못할 사건이다.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아쥐 레머의 암호 통신입니다. 시리아 카파루자 계곡에 수력 발전소, 생화학 무기 저장소, 고고도 대공 미사일 포대가 숨겨져 있습니다. 생화학 무기는 테러리스트가 역내로 반입할 위험성이 높습니다.”
-음!
침묵이 수 초간 이어졌다. 충격을 받은 대통령의 얼굴이 눈앞에 선했다. 넙데데한 이마에 주름이 서너 줄 생기고, 늘어진 입꼬리가 바짝 올라갔을 것이다. 생화학 테러의 포비아는 폭탄 테러에 비할 바가 아니다. 보니파스는 전화기를 들고 기다렸다.
-자네가 아무런 대책 없이 전화기를 들지는 않았겠지?
십여 초가 지난 후에야 무거운 음성이 구리선을 타고 달려왔다.
“아쥐 레머가 ANO 테러리스트 양성소를 지웠습니다. 아쥐 레머를 움직여야 합니다.”
-뭐라고? 아쥐 레머가 루만 작전을 시작한 지 4일째 아닌가?
“비상식적인 존재를 상식적으로 이해는 불가능합니다.”
-엄청난 격전을 치렀을 텐데 문제가 없겠나? 아니 그 친구는 프리랜서로 아는데 본인이 수락했나?
“아쥐 레머는 루만을 지우는 걸로 임무를 다했습니다. 서비스 애파이(애프터서비스)로 특급 정보까지 제공했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려면 석 장은 준비해야 할 듯합니다.”
-삼억 프랑이라~ 아사드가 삼십억 프랑쯤 타격을 받겠군. 프랑스는 삼백억 프랑의 이익을 지키고 말이야. 다른 방법이 있나?
보니파스는 속으로 웃었다. 대통령은 다른 방법이 없음을 자신보다 더 잘 안다. 정보 작전부 수뇌의 의사를 확인하는 요식 행위다.
“카파루자를 지우는 방법은 딱 두 가지입니다. ICBM을 사용하거나 공습입니다. ICBM은 그림의 떡이고, 드비나와 베르쿠트가 발톱을 세우고 있는 곳에 미라주를 들이밀 수는 없습니다. 방법은 아쥐 레머밖에 없습니다.”
미라주는 뛰어난 대지 공격 능력에 비해 공대공 능력이 허약하다. 피탐 레이더가 약한 미라주는 띄워봐야 지대공 미사일의 성찬이 될 뿐이다.
제4차 중동전에서 미라주의 명암이 극명히 나타났다. 대지공격으로 이집트와 시리아의 탱크 부대를 묵사발 냈지만 지대공 미사일에 추풍낙엽이 되었다.
미테랑은 보니파스의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했다.
-돈이라면 걱정하지 말게. 예비비를 전용하겠네. 배신을 때린 아사드를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자네가 그 친구를 잘 구슬려 보게.
“맡겨 주십시오.”
-그리고 지난번에 그 친구가 요청한 사헬 땅 말일세. 하브레와 이야기가 끝났네. 이참에 전갈을 키우든, 도마뱀을 키우든 원하는 대로 해줘. 선물은 덤이 있어야 빛나는 법이거든.
“감사합니다. 아쥐 레머는 돈보다 땅에 대한 집착이 강합니다. 기꺼이 나설 겁니다.”
전화를 끊은 미테랑의 얼굴에 여유가 묻어났다. 가슴이 쿵 떨어지도록 놀랐지만, 블랙맘바라면 웬지 믿음이 갔다. 차드 작전은 그 친구가 아니었으면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뻔 했다. 이번에도 큼직한 선물을 줄 수 있을지 자못 기대가 되었다. 프랑스가 얻는 국익에 비하면 3억 프랑은 껌값이다.
암호 통신기의 인디게이트 램프가 깜박였다. DGSE의 응답이다. 송수화기를 들자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기꺼이 전량 구매하겠다. 제시 가격은 석 장이다. 부족분은 부동산으로 지급하겠다.
띡- 통신이 끊어졌다.
“부동산? 아항, 요것들 바라.”
블랙맘바는 속으로 웃었다. 이왕 줄 땅을 이번에 선심 쓰겠다는 소리다. 보니파스의 잔머리가 뻔했다. 어쨌던 차드에 말뚝만 박으면 자신의 땅이다.
“자말, 시리아에서 3천만 프랑이면 무엇을 할 수 있나?”
“글쎄요.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알레포의 상가를 몽땅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가자. 3천만 프랑짜리 일이다.”
영문을 모르는 자말이 짐을 챙겨 일어났다. 블랙맘바는 삼천만 프랑을 질렀지만, 보니파스는 삼억 프랑으로 콜을 받았다. 그만큼 카파루자 계곡의 상황이 민감하다는 소리다.
루만은 여전히 불타는 중이다. 태양 아래 펼쳐진 전장의 처참함은 야시경으로 보던 모습과 차원이 달랐다. 그야말로 짓밟은 석류꼴이다. 석류는 박살 나고, 석류알은 모조리 으깨지고, 불탔다. 테러범 양성소를 루만이라 명명한 클로드의 악취미가 분쇄된 석류로 남았다.
블랙맘바는 머리를 흔들었다. 수많은 인간을 죽인 업보를 씻기도 전에 다시 업보가 쌓였다. 그리고 또 업보를 쌓으러 간다. 아수라의 숙명이다. 아수라가 신이라 할지라도 윤회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한 피조물일 뿐이다. 바로 자신의 모습이다.
“자말, 계곡 안쪽의 발전소와 미사일 포대를 깨부순다. 표적은 시설이다. 정규군을 구태여 사살할 필요는 없겠지.”
“소인이 할 일을 말씀해 주십시오.”
“너는 나와 함께 움직일 레벨이 아니다. 자신이 할 일을 하면 된다.”
“헤러 보스 페데 보트 트레비에!(당신 할 일을 해라.)” 자말이 중얼거렸다. 그렇다. 자신이 할 일은 주인의 활약을 증거로 남기는 일이다. 주인과 함께 날뛰고 싶지만, 턱도 없는 일이다. 인간이 아즈라일의 역사에 끼어들어 봐야 수레바퀴에 갈리는 사마귀 꼴이 된다. 현장을 촬영하고, 자료를 충실히 수집하는 일이 그가 할 일이다.
“알겠습니다. 주인님의 역사 하심을 철저하게 남기겠습니다.”
블랙맘바는 잔존 무기를 확인했다. C4 폭약 2,000g 4세트, 수류탄 30개, 7.62mm 탄환 700발, 9mm 파라블럼탄 600발이 남았다. 근접무기는 표창 300개가 남아있다. 자말이 어깨에 멘 바렛이 눈에 들어왔다. 반시리가 남긴 탄창과 12.7mm 탄환 200발도 알뜰히 챙겨 놓은 자말이다. 고르곤을 챙긴 옴부티가 생각났다. 무식한 고르곤을 잘 쓰고 있으니 무식한 총도 쓰임이 있을지도……
미사일 포대는 처리하기 쉽다. 소리 없이 스며들어 탄두 유폭을 유도하면 된다. 발전소 파괴도 별문제가 없다. 산업 시설이야 수류탄 스무 개쯤 던져넣으면 박살난다.
가장 골치 아픈 존재가 생화학 무기다. 그는 생화학 무기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다. DGSE에 알아볼 한가한 상황도 아니다. 보툴리눔 톡신의 위력은 생각만 해도 살이 떨렸다.
시리아는 1970년부터 소련과 이집트의 지원을 받아 생화학 무기를 개발해 왔다. DGSE는 이집트와 시리아의 생화학 무기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블랙맘바는 자말이 말한 접근 금지 동굴이 생화학무기 저장고라고 확신했다.
사린과 VX는 호흡기 흡입만이 아니라 피부로도 스며든다. 가스가 누출되면 자신은 물론 애꿎은 시민들까지 치명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
보툴리눔 균이나 탄저균도 골치 아프긴 마찬가지다. 치사율도 높지만 생존성이 강한 세균이라 몇 년이 지나도 감염 위험이 상존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를 태우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고열로 녹여 버리는 방법 외엔 없다. 소모해버린 폭약이 아쉽기 이를 데 없는 대목이다.
“뚜바이부르파님, 인명 살상을 줄이려면 야간 작전을 고려해 보심이 어떻습니까?”
자말은 눈치 빠르게 블랙맘바의 고민을 이해했다.
“흠, 야간이라~”
고심이 깊어졌다. 어둠은 자신의 세상이다. 문제는 카파루자 계곡의 중요성이다. 테러범 비밀 양성소와 미사일 포대가 있고, 생화학 무기 저장고가 있다. 전략 요충지다. 시리아가 폭발을 눈감고 있을 리 없다. 시간이 문제일 뿐 곧 조사반과 지원군이 들이닥친다.
“카파루자 인근의 시리아군 편성을 알고 있나?”
“대략은 알고 있습니다. 시리아군은 소비에트연방과 노스코리아의 군사 체계를 모방해서 군을 편제했습니다. 특작 부대가 많고, 육군은 여단 위주로 편성되어 있습니다. 전체 상비군은 27만 명, 예비군이 40만 명입니다. 물론 무카바라트 12만도 후방 예비 전력입니다.”
자말이 바렛 총탄을 탄창에서 한 발 빼냈다. 땅바닥에 총알 끝으로 지도를 그렸다.
“10km 후방인 다르타이짜(Dar Taizzah)에 보병 대대가 주둔하고 있습니다. 헬기와 기갑 전력이 없는 알 보병입니다. 두 번째로 가까운 부대가 20km 북쪽 샬란의 제4탄약창 대대입니다. 이틀전에 원인 모를 폭발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후후, 내가 날려버렸다.”
“아!”
자말이 짧은 탄성을 뱉었다. 하긴 뚜바이부르파가 마음먹으면 탄약창쯤이야 문제도 아니다.
“이틀 전부터 이슬람의형제들이 동시 다발적인 테러에 나섰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그것도 뚜바이부르파님의 행사입니까?”
“후후, 그렇다. 루만에 신경 쓰지 못하도록 무카바라트와 싸움을 붙여놓았다.”
“오, 알라시여!”
자말은 탄복했다. 진정한 전신이다. 루만의 후원자인 무카바라트가 보급을 못 한 이유를 알았다. 그들은 이슬람의형제들 준동을 막느라 제 코가 석 자다.
“무카바라트도 별문제 없군요. 샤와란(Sawran)에 주둔 중인 3기갑여단이 가장 강력하지만, 터키를 견제하는 전략군입니다. 쉽게 움직이지 못합니다. 주인님께 위협적인 부대라면 바로 이곳입니다.”
자말이 동남쪽으로 선을 쭉 그었다. 75km 후방의 시어아마드에 총알을 푹 꽂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