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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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15
“정예군으로 알려진 3공수여단입니다. 아사드의 친위부대로 훈련이 충실하고, 기갑과 헬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상황 전파가 되었으면 출동 준비를 마쳤을 겁니다.”
“흠, 폭약만 충분했어도…….”
블랙맘바는 장고에 들어갔다. 쉽게 끝날 줄 알았던 루만 작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일이 커져도 너무 커졌다.
‘나는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문득 왜 어려운 선택을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사헬에서도 계속되었던 의문이다. 생화학무기가 목구멍에 가시 걸린 듯 편치 못했던 이유가 무엇일까? 임무를 깔끔하게 끝냈다. 귀환해서 폭 쉬면 그만이다.
오지랖의 발동일까? 자신의 오지랖이 넓긴 하다. 마음에 걸림이 있으면 지나치지 못한다. 오지랖은 단순한 변덕일뿐 자신은 박애주의자도 아니고, 열혈 그린피스 멤버도 아니다.
생화학무기는 코베리카 마을의 와엘과는 다른 문제다. 아사드가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든 미사일 포대를 설치하든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다. 시리아 국민에게 사용되면 지도자를 잘못 선택한 국민의 업보다. 이스라엘이 덮어쓰면 적대국 간의 전투 행위다. 터키에 투발하면 뿌리 깊은 민족적 증오의 표출이다. 어떤 경우든 정치적 행위다. 자신이 상관할 바 아니다.
돈 때문인가?
물론 돈이 중요하지만 이미 평생 쓸 만큼 벌어놓았다. 당장 암릉에 묻혀있는 금괴와 달러만 해도 거의 100억 원이다. 100억이면 백부가 설립한 향심여객 따위는 50개쯤 살 수 있다. 돈 때문도 아니다.
땅인가?
돈보다 땅이 좋지만, 그것도 아니다. 사실 차드 북부에 경기도 크기의 땅을 받아서 어쩔 것인가? 온갖 골머리를 앓을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왜 애물단지를 원했을까?
야망?
갑자기 뒤통수를 가격당한 듯 띵했다. 자신에게 야망이 있었던가? 소망은 있어도 야망은 생각지 못했다. 작은 소망이라면 어머니를 찾고, 커다란 기와집을 지어서 미나와 하동댁을 불러들여서 와글거리며 사는 것이다.
더많은 사람과 행복하고 싶다. 이 세상에 커다란 흔적을 남기고 싶다. 바로 야망이다. 소망이 커져서 야망이 되었다. 겨자씨가 수박이 되었다. 야망이 없었다면 차드에서 귀환했을 당시에 전역했어야 한다. 옴부티와 에델을 차드 북부로 보낼 필요도 없다. 이 세상에 자신이 살아간 흔적을 남기고 싶은 욕망의 표출이다. 철학적, 현학적으로 말하면 자기실현 욕구다.
“아, 이래서 스승님이 불기(佛器)가 아니라 하셨구나! 야망도 인간의 조건이었어.”
탄식이 절로 나왔다. 아버지께서 자신을 낳았고, 어머니가 자신을 길렀다. 스승은 자신을 인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스승은 제자의 야망을 읽고 수계를 내리지 않았다.
엄마와 살고 싶은 소망이 하동댁과 미나로 범위가 넓어졌다. 넓은 세상엔 하동댁도 많고, 미나도 많고, 엄마도 많다. 장씨도 많고, 김달수도 많고, 배씨도 많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 편안한 마음으로 가족이 저녁식탁에 앉도록 만들어 주고 싶다. 응무소주 이생기심이다. 마음이 가는 바를 억지로 막을 이유는 없다.
“우오오오! 나는 동방불패 무쌍이다.”
거창한 하울링이 폭우를 뚫고 카파루자 절벽을 드르릉 울렸다.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렸다.
“헉!”
콘크리트 덩어리에 기대어 끄덕끄덕 졸던 자말이 화들짝 일어났다. 자말은 밤새 잠 한숨 못 자고 정신적 육체적 충격을 거듭받았다. 정신이 해파리처럼 늘어질만 했다. 본인도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말, 일단 푹 쉬면서 사태를 살펴보자. 적당한 장소가 있나?”
“예, 있습니다. 계곡 안쪽의 절벽 중턱에 사람이 출입할만한 동굴이 몇 개 있습니다. 주인님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습니다.”
눈을 번쩍 뜬 자말이 절대 졸지 않았다는 듯이 눈을 부릅뜨고 대답했다. 블랙맘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사일 격납고 상부 절벽 면에도 동굴이 있었다.
“가자. 이곳에 오래 있다간 코가 썩어버리겠다.”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시리아 북서부 지역은 소위 비옥한 초승달 지대(Fertile Crescent)에 속한다. 다마스쿠스의 연평균 강우량이 200mm에 불과하지만 카파루자 일대는 800mm나 된다.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이례적으로 8, 9월에 국지성 폭우가 쏟아지기도 한다.
급작스럽게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타오르던 불길이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콰자작- 번개가 먹구름 사이를 치달리고, 뒤이어 천둥이 쿠르릉 울렸다. 알라의 분노인가? 육체를 잃은 수많은 사령의 원염인가? 수십 수백 가닥의 번개가 지상으로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카파루자 계곡은 번개가 자주 치는 지역이다. 건물이 모두 붕괴하고 피뢰침이 사라졌다. 20만평에 이르는 알로아딘의 폐허에 널린 게 금속 무기다.
콰자작- 굵은 번개가 순식간에 좍 갈라져서 지면에 빨려 들어갔다. 푸앙- 무엇인가가 터져나가는 굉음이 울렸다. 2차 방전이 발생했다. 고압의 전류가 빗물을 타고 달렸다. 루만이 하얗게 백열 되었다.
자말이 털썩 꿇어앉았다. 산중노인 알로아딘이 천 년 전에 세운 배덕의 땅, 루만이 신의 분노를 샀다. 두 팔을 높이 들고 외쳤다.
“오, 알라시여! 뚜바이부르파님이 피의 세례를 내린 저주의 땅이여, 알라께서 피의 세례를 기뻐하신다. 이로써 뚜바이부르파님이 알라의 사도임이 증명되었도다. 알라후 아끄바르, 알라후 아끄바르으~!”
“허이구, 하여튼 이놈의 인간들은 알라에 죽고 사는구마.”
폭우와 번개가 일으키는 장관에 잠시 정신을 뺏겼던 블랙맘바가 자말의 뒷덜미를 잡아채서 냅다 달렸다. 아차 하면 통구이가 될 판이다.
카파루자 계곡은 시리아에서 사해를 거쳐 모잠비크까지 이어지는 4천800km의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Great Rift Valley)와 연결된 주향이동 단층대에 속한다. 해발 500m 고원지대에 도끼로 찍어내듯이 깊이 들어앉아 있다. 지질은 변성암에 석회암층이 틈입한 단층대로 동굴이 많다.
유프라테스 강 서쪽으로 100km나 떨어져 있고 주변에 별다른 수원도 없지만, 단층대에서 흘러나온 물이 모여서 급류를 이룬다. 폭우로 인해 계곡 물이 순식간에 불어났다. 야외 작전시 눈과 비에 노출되면 체온 강하는 물론 신진대사가 떨어진다. 당장 비를 피해야 할 판이다.
블랙맘바는 암벽 등반 장비를 갖추지 않고는 오를 수 없는 암벽 앞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80m높이의 오버행 위쪽에 있는 동굴이 표적이다.
자말의 얼굴이 암담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오르기 힘든 절벽인데 폭우까지 쏟아진다. 미끌거리는 절벽을 오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주 주인님, 이곳은 곤란합니다.”
자말이 기겁했다. 깎아지른 수직 암벽에 기가 질렸다. 알로아딘 전사들도 오를 엄두를 내지 못했던 절벽이다. 150m에 이르는 수직 벽은 손가락을 박을 틈새나 발을 붙일 블록도 마땅히 없다. 게다가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놀라운 능력을 지닌 주인이지만 이건 아니다.
“자말, 업혀라.”
“소인이 어찌 감히.”
놀란 자말이 흠칫 물러났다.
“시간이 없다. 어물거리다간 경비대의 촉수에 걸린다.”
“억!”
자말이 비명을 질렀다. 번쩍 들어 올려져 무동 타듯이 배낭 위에 올려졌다.
변성암은 생성 과정에서 열을 심하게 받는다. 절벽이 매끈해 보여도 가까이서 보면 표면이 우툴두툴하다. 일반인이 맨손으로 오르기엔 턱도 없지만, 블랙맘바에겐 그리 어려운 등반이 아니다.
그는 손가락 한 개로 체중을 지탱할 수 있고, 이쑤시개 같은 슬롯에도 손가락을 박아 넣는다. 도마뱀의 동작을 본뜬 벽호주벽은 자일, 슬링, 하네스, 플로그 따위의 암벽 등반 장비가 필요 없다. 거대한 도마뱀이 미끈거리는 절벽에 찰싹 달라붙었다. 곧 왼쪽, 오른쪽 사지가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수직 벽을 거침없이 올라갔다.
배낭에 올라탄 자말은 존귀한 뚜바이부르파의 목에 죽으라고 매달렸다. 오줌을 지리기 직전이다. 이것저것 생각할 정신적 여유가 없다. 동굴을 휴식처로 추천한 자신의 입을 때리고 싶었다. 순식간에 80m를 맨손 등반한 블랙맘바가 오버행에 고르곤을 휘감고 반동을 주어서 튀어 올랐다.
“끄윽!”
자말이 숨넘어가는 비명을 질렀다. 까마득한 절벽에서 허공으로 튀어 오른 그는 혼이 외출했다. 단번에 오버행에 올라선 블랙맘바가 시커먼 입구로 뛰어들었다. 고생은 블랙맘바가 했지만, 동굴 바닥에 널브러져 거품을 버걱이는 사람은 자말이다.
“좋군!”
사람이 서서 입동할 만큼 넓은 석회암 동굴이다. 오버행으로 인해 아래쪽에서는 동굴이 보이지도 않는다. 쿠루루- 동굴 안쪽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동굴은 눅눅했다. 벽을 손바닥으로 훔치면 물기가 묻어 나왔다. 축축한 습기가 흠이지만, 본래 집 떠나면 고생이다.
푸다다닥- 쏴아- 동굴 바깥쪽의 빗소리가 아니라 동굴 안쪽에서 박쥐가 날개를 치는 소리다. 영역을 침범당한 동굴 주인이 짜증을 냈다. 활강 비행은 무음이지만, 동굴 같은 좁은 구역에서 날개를 쳐야 한다.
동굴에 뛰어드는 순간에 수많은 생명체를 감지했지만 될 수 있으면 우호적으로 지내고 싶었다. 동굴 주인은 별로 우호적이지 않았다.
“주인이 손님을 별로 반기지 않는구마.”
블랙맘바가 고르곤을 뽑았다. 박쥐는 공격성이 없지만, 영역을 침범당하면 공격하는 종류도 있다. 공격하지 않으면 건드릴 이유가 없지만 공격하면 어쩔 수 없다.
끼끼끼끼- 박쥐떼가 몰려나왔다. 허공에서 수많은 새빨간 눈알이 번득였다. 박쥐에게 물린다고 죽지야 않겠지만, 세균에 오염될 수 있다. 재수 없으면 광견병에 걸린다.
위잉- 고르곤이 허공을 한 바퀴 휘돌았다. 위협해서 쫓을 생각이었으나 박쥐는 생각이 달랐다. 퍼드덕- 한 놈이 달려들자 수백마리가 일시에 덤벼들었다.
동굴이 박쥐 날갯소리로 가득찼다. 쏴아아- 고르곤이 편영을 겹겹이 그렸다. 블랙맘바 앞에 깔때기 형상의 장벽이 만들어졌다. 퍽퍽퍽- 허공에서 피보라가 자욱이 일었다. 날개가 꺽이고, 몸통이 터져나간 박쥐가 비오듯이 떨어졌다.
쏴아- 무리 중 절반이 희생되자 박쥐가 일제히 동굴 안쪽으로 퇴각했다. 위이잉- 고르곤이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박쥐 사체가 말끔이 동굴 안쪽으로 날려갔다. 자말은 입만 딱 벌렸다. 주인이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일까? 이적을 볼 때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인을 쫓아버린 객이 백팩에서 방수포를 꺼내서 자말에게 던졌다.
“분위기 좋다. 지원군이 폭우 속을 뚫고오려면 고생깨나 할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숨 푹 자 둬.”
블랙맘바가 슬리핑 백을 열고 들어갔다. 딱 3초 후에 고롱고롱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자말은 천근 무게로 떨어지는 눈꺼풀을 연약한 상안검거근으로 버텼다. 박쥐가 주인의 단잠을 방해할지도 모르고, 외부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자신은 주인을 지켜야 하는 하인이다.
눈꺼풀과 힘겨루기를 하던 자말이 결국 수마에 먹혔다. 잠든 블랙맘바의 감각이 깨어있는 자신보다 훨씬 예민함을 모르는 자말의 삽질이다.
4,000kg에 달하는 고폭탄 폭발이 활성단층을 흔들어 놓았다. 쏟아지는 폭우가 균열 속으로 스며들었다. 쩌저적- 깊은 지하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동양인은 활개를 편 채로, 아랍인은 쪼그려 앉은채로 숙면을 즐겼다.
8월 20일 15시, 루만 작전 6일 차,
“왔다!”
블랙맘바가 눈을 번쩍 떴다. 줄기차게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로터음이 울렸다. 시리아 서북부 지역은 지형이 험악하다. 이름난 높은 산은 없지만, 고원 산악과 산악사이에 평지가 발달한 지형이다.
기갑이 카파루자에 접근하려면 진창이 된 평야와 산악을 타고 달려야 한다. 75km에 불과한 거리지만 최소한 하루는 지나야 카파루자에 머리를 들이밀 수 있다. 헬기는 정찰용이다.
퍽퍽퍽퍽- 빗소리를 뚫고 공기를 찢는듯한 로터음이 울렸다. 사탄의 마차라 불리는 하인드 특유의 로터음이다. MI-24하인드 공격 헬기의 동체는 7.62mm 총탄에 견딜 수 있고, 티타늄 장갑을 장착한 연료통과 하부 동체는 12.7mm 기관포를 견디는 맷집을 자랑한다. 항속거리 450km지만 무장을 줄이고 보조 연료통을 장착하면 800km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블랙맘바가 망원경을 들었다. 거리 4km, 탠덤형 조종석을 채용한 공격형 하인드와 초기형 사이드 바이 사이드형 하인드다. 공격형 Mi-24P는 강력한 4연장 캐틀링건외에 30mm GSH-30K기관포 2문이 장착되어 있다. 만만치 않은 상대다.
“무식한 물건을 써먹을 찬스가 왔구마.”
블랙맘바는 바렛을 안고 잠들어 있는 자말을 돌아보고 비시시 웃었다.
“자말, 손님이 왔다.”
“헛!”
나지막한 경고에 자말이 번쩍 눈을 뜨고 엎어지듯 엎드렸다. 전직 테러리스트다운 몸놀림이다.
“사탄의 마차 두 대다.”
“폭우 때문에 헬기만 왔군요. 최고의 눈요기가 기대됩니다.”
자말이 비시시 웃으며 안고 있던 바렛에 탄창을 결합해서 두 손으로 받쳐 올렸다. 지상군에겐 악마적 존재인 공격 헬기 등장에도 흥미진진한 표정이다.
중장갑 하인드는 드라구노프로 격파하기 난감하다. 바렛은 500m 거리에서 철판 34mm, 1,200m에서 23mm를 관통한다고 했다. 말로만 들었던 바렛의 위력을 시험해볼 좋은 기회다.
블랙맘바는 동굴 벽에 기대어 사격 자세를 잡았다. 스코프를 이리저리 돌려서 초점을 잡아 보았다.
“헐, 스코프 쥑이네.”
표적에 초점을 맞추자 우 하단에 거리가 자동으로 마킹되었다. 놀라운 기술력이다. 이래서야 개나 소나 스나이퍼가 될 판이다.
‘카파루자 계곡을 침공한 이슬람의형제들을 분쇄하라.’
명령을 받은 하산은 소풍 가는 기분으로 카파루자 계곡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