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42
x 242
제27장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16
블랙맘바에게 격퇴된 전략 방공군 경비대는 즉각 시어아마드 주둔 제3공수여단에 지원을 요청했다. 시리아 군부는 이슬람의형제들 침입으로 판단했다. 카파루자 계곡에는 폭파와 게릴라전에 특화된 ANO 특작군이 있다. 군부는 사태를 낙관적으로 판단했다. 하산의 불행이자 아사드의 불행이다.
하산은 비 오는 날이 싫다. 15년 전 아버지가 화형을 당한 그 날도 비가 쏟아졌다. 마을에 돌입한 와하비즘(Wahhabism,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 폭도들은 무자비한 살육극을 벌였다. 이교도와 시아파는 참수하고, 동조하지 않는 수니파는 배교자로 몰아 화형에 처했다.
아버지는 십자가에 매달렸다. 쏟아지는 빗줄기에 불구하고 불길은 잘도 타올랐다. 신의 이름을 빈 살육자들을 용서 못한다. 그날 19세 하산은 기꺼이 바트당에 가입했다. 총을 들고 배덕자인 와하비즘 척결에 앞장섰다. 하산에게는 하산의 정의가 있다. 비가 쏟아지면 처절한 아버지의 비명이 들린다. 비가 싫다.
나는 내 운명을 저주해
나는 조용히 살고 싶었어.
아버지가 나에게 외쳤어.
신의 이름을 파는 자를 죽여라
나는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어.
나는 불길 속으로 간다네.
배덕자들을 지옥으로 보낸다네
나는 아내를 사랑해
아사드를 더 사랑해
아들과 딸도 사랑해
레반트를 더 사랑해
이교도는 지옥으로
배덕자도 지옥으로
알라 후 악바르
알라 후 악바르
하산은 자작곡을 흥얼거렸다. 텅- 노래가 뚝 끊어졌다. 낡은 연료 분사 노즐이 또 말썽이다. 3년간 이곳저곳 백번은 정비한 기체다. 이젠 소리만 들어도 문제 부위를 알 수 있다. 비행에 지장은 없지만, 신경이 쓰였다.
“망할 놈의 흰둥이 새끼들!”
하산은 투덜거리며 속도를 줄였다. 공격형 하인드 두 대가 부품 부족으로 정비창에 들어가 있다. 편대 구성을 못 한 이유는 슬라브 흰 돼지새끼들의 농간이다. 부품 바가지에 군부는 질려버렸다.
이번 작전은 위력 정찰이다. 하인드 두 대면 충분하고 넘친다. 이슬람의형제들, 망할 배덕자들은 기껏해야 칼라시니코프와 RPG를 들고 설치는 사마귀다. 사마귀가 설쳐봐야 사마귀다. 전차에 눌리면 사훼르마(시리아의 납작한 빵)가 된다.
막강한 기관포와 개틀링 건에 쓸려 나가는 와하비즘 잡종들을 상상만 해도 흥겨워졌다. 하산은 독수리를 잡는 특별한 사마귀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카파루자 계곡에 진입한 하산은 고도를 낮추었다.
-2번기, 시계가 불량하다. 고도 600을 유지하라.
-파힘투(접수)
뒤따르는 2호기에는 강습 수색병 8명이 탑승해 있다. 하인드가 잡종을 쓸어버리면 전과를 확인할 수색병이다.
-편대장, 시계가 불량하다. 지상 관측이 어렵다. 고도를 400으로 낮추겠다.
-파힘투
하산은 피치 레버를 당겨 고도를 낮추었다.
“길을 잘못 들었나?”
고도를 400으로 낮추어도 훈련소 시설물이 보이지 않았다. 하산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슬라브 백 돼지 놈들의 물건은 믿을게 못된다. 그는 급히 항공 지도를 콘솔에 띄웠다. 좌표는 틀림이 없다.
-2번기 이상하다. 건물이 보이지 않는다.
-편대장,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수색병 투하를 요청한다.
-고도 200으로 낮추어 다시 한 번 확인하라.
하산은 강습병 투입을 미루었다. 잔당이 매복 중이면 헛되이 병사를 잃는다.
-파힘투
“망할 놈의 비가 장님을 만드는군.”
하산이 투덜거렸다. 폭우가 그칠 줄을 몰랐다. 계곡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로 인해 시야가 더욱 나빠졌다. 그는 야간투시경을 작동시키고 후드와 연동시켰다.
-편대장, 건물과 시설이 모두 파괴되었다. 수많은 시체가 보인다. 움직이는 물체는 없다. 강습 수색병 투하를 요청한다.
-뭐라고? ANO가 깨졌단 말이냐? 믿을 수 없다. 수색병을 내려라.
-파임투
하산은 믿을 수 없었다. 카파루자는 난공불락의 요새다. 이슬람의형제들 따위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불안감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비 오는 날은 역시 재수가 없다.
2호기가 고도를 낮추었다. 하산은 고도를 높여서 엄호에 들어갔다.
시야 제한을 받기는 블랙맘바도 마찬가지다. 빗줄기와 물안개로 인해 시야는 10m도 미치지 못했다. 스코프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두웅- 공간지각력과 관안을 동시에 발동했다. 공간지각력은 대상을 포착하고 관안은 대상을 카메라 줌처럼 끌어들인다. 기계가 만능은 아니다. 역시 인간 본연의 능력이 중요하다.
표적은 고도를 낮추는 무장형 하인드의 조종석이다. 회전익기의 취약부는 테일 붐과 테일 로터다. 공교롭게도 하인드가 정면을 향해있다. 테일이 잡히지 않았다.
거리 800m, 남서풍 8m/sec, 오차 보정 110mm, 블랙맘바는 탄속이 초당 1,080m인 바렛의 사양에 맞추어 오조준했다.
1970년대부터 총기 정밀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스코프의 발전은 웬만큼 훈련받은 병사를 명사수로 만들었다. 명사수와 스나이퍼는 다르다. 사격 능력은 스나이퍼의 수많은 능력 중 말미에 속한다. 오조준 능력도 그중 한 가지다.
블랙맘바가 무장형을 첫 번째 희생양으로 택한 이유는 영점 잡기다. 생소한 바렛으로 날렵하고 막강 화력을 갖춘 공격형을 상대하기는 부담이 있다.
약한 놈 먼저 때려잡기는 동물의 세계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스킬이다. 또 한가지 이유는 공격형 하인드를 상대하려면 바렛 영점을 미리 잡아둘 필요가 있다.
울고 싶자 때린다고 했다. 무장형 하인드가 지상 30m에서 호버링했다. 패스트 로프가 사이드 도어에서 줄줄이 던져졌다.
수색병이 패스트 로프에 매달리는 순간, 꽝- 특대형 머즐 브레이커(반동을 줄이기 위해 머즐에 부착된 부품, 소음기가 아니다.)에서 불꽃이 번쩍했다. 강력한 50구경 99mm 탄이 3중 방탄 실드를 뚫고 들어갔다. 추진력 태반을 잃은 대형 탄자가 덤블링을 일으켰다.
뿌악- 가로누운 12.7mm 탄자가 조종사 얼굴 중앙을 강타했다. 결과는 볼 것도 없다. 발로 밟은 참외 형상과 다를 바 없다. 콕핏이 핏물로 칠갑이 되었다.
“아악!”
튀어 오른 피를 덮어쓴 부조종사는 아연실색했다. 얼굴이 박살 난 조종사가 털퍽 엎어졌다. 사망한 조종사의 팔에 걸린 조종간이 오른쪽으로 밀렸다. 기체가 오른쪽으로 확 기울어졌다. 얼이 빠져있던 부조종사는 콘솔에 이마를 처박았다.
코가 깨졌지만, 덕분에 정신이 돌아왔다. 인간 본능 중에 가장 강한 본능이 개체 보호 본능이다. 부조종사는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본능적으로 행동했다. 피치 레버와 조종간을 힘껏 밀고, 오른쪽 페달을 밟았다.
부조종사의 머릿속에 패스트 로프에 매달린 강습병은 까맣게 잊혔다. 그아앙- 엔진 RPM이 급격히 높아졌다. 기수를 바짝 치켜든 기체가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튀어 나가며 고도를 올렸다.
“아아악”
비명이 메아리쳤다. 패스트 로프에 선착으로 매달린 강습병들이 50m 아래 지상으로 줄줄이 추락했다. 하인드는 돌멩이처럼 떨어지는 강습병을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추가 공격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써서 고도를 높였다.
“꼬리를 잘라주지.”
하인드가 오른쪽으로 횡전하자 꼬리날개가 훤히 드러났다. 머리카락에 매달린 서캐를 수레바퀴처럼 보는 관안이다. 테일 로터 샤프트가 대들보로 다가왔다.
‘거리 1,100m, 남서풍 8m/sec, 오차 보정 120mm, 아디오스!’ 블랙맘바는 냉정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꽝 꽝- 화염이 번쩍했다. 뻑- 이 연타를 맞은 테일 로터 샤프터가 칼로 베어낸 듯 절단되었다. 피르르- 테일 붐에서 이탈된 은빛 팔랑개비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고도를 250m까지 높이던 하인드가 주춤했다.
헬기 꼬리날개는 작용 반작용의 법칙에 의해 메인 로터의 회전에 따른 동체 비틀림을 잡아준다. 메인 로터의 회전 방향은 각국의 제조 설계에 따라 달라진다. 유럽과 미국 헬기는 반시계방향, 프랑스와 소련 헬기는 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 하인드는 메인 로터가 시계 방향이므로 테일 로터는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해서 좌측으로 비틀리는 동체를 안정시킨다.
테일 로터를 잃은 동체가 좌측으로 빙글빙글 돌았다. 어차피 추락할 상황이지만, 부조종사가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고도가 떨어지자 피치 레버를 힘껏 밀었다.
메인 로터에 강력한 양력이 걸렸다. 비틀림을 잡아줄 테일 로터가 사라진 상황에서 상승 추력이 걸렸다. 하인드의 동체가 팔랑개비처럼 돌았다. 눈 깜짝할 새 벌어진 일이다.
“으앗, 저 저게 뭐야?”
2호기의 이상을 목격한 하산은 정신없이 지면을 훑었다. 2호기를 격추한 어떤 대공무기도 보이지 않았다. 2호기 하인드가 팔랑개비처럼 돌며 지면을 향해 내리박혔다.
-2호기, 2호기, 알툰 알툰
하산이 애타게 불렀다. 대답은 굉음으로 돌아왔다. 콰앙- 거대한 동체가 맞은편 절벽 중단을 들이박았다. 콕핏이 박살 난 하인드가 70도 경사면을 타고 주르르 미끄러졌다. 그그그긍- 철판이 바위를 긁는 소리가 유부에서 악귀가 우는 듯 계곡을 울렸다.
쿠쾅- 날개를 잃은 날틀은 당연히 중력을 이길 수 없다. 계곡 바닥에 처박힌 하인드가 유폭을 일으켰다. 검붉은 불꽃과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솨아아-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솟구쳐 시계를 가렸다.
후흐- 자말이 참았던 숨을 내 쉬었다. 단 두 발로 공포의 존재인 하인드를 격추했다. 다시는 놀라지 않을 거라 했지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뚜바이부르파 후 악바르!”
자말이 두 팔을 치켜들고 고함쳤다.
“으읔, 이슬람의 배반자, 그냥 두지 않겠다.”
하산이 조종간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2호기의 급격한 배롤은 테일 로터가 통째로 떨어져 나간 현상이다. 2호기는 미사일이나 대공포에 피격되지 않았다. 믿기 어렵지만 스나이퍼가 대구경 총기로 테일 로터를 날렸다.
지상에서 헤비 건으로 테일 로터를 박살 낼 수 있을까? 농담도 아주 질이 나쁜 농담이다. 알툰은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눈먼 총탄에 급소를 피격당하다니 낙타가 웃을 노릇이다. 탑승시 살라트를 못했다고 투덜거리더니 알라의 버림을 받고 말았다.
하산은 복수심에 불탔다. 스나이퍼의 위험성은 안중에도 없었다. 우연은 계속되지 않기에 우연이다. 쏟아지는 비를 뚫고 1,000m 거리의 50mm 표적을 타격한다? 농담도 질이 나쁜 농담이다. 알툰은 재수가 없었을 뿐이다.
자신은 야간투시경을 통해 빗속을 뚫어 볼 수 있다. 상대는 장님이다. 피할 이유가 없다. 의심 지역은 양측 절벽이다.
투투투투- 하산은 계곡을 타고 올라가며 좌측 절벽을 수색했다. 눈이 빠지라 살폈지만 의심 지역이 없다. 2호기를 저격할만한 지점의 절벽은 가로 100m가 통째로 붕괴되었다. 전날 블랙맘바가 저지른 일이다.
블랙맘바는 계곡을 타고 올라가는 공격 하인드를 냉정한 눈으로 주시했다. 타격을 가하기엔 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놈이 선회해서 계곡을 타고 내려 올 때가 타점을 잡는 순간이다.
Mi25P 하인드의 GOES-342 TV/LR 항전 장비와 HUD 시스템은 야간작전 능력이 있다. 야간투시경과 시현기가 연동되어있다. 지근거리에서 절벽을 수색하기엔 충분하다.
하산은 방공 전략군 기지 못 미쳐서 기체를 돌렸다. 의심 지역은 우측 절벽이다. 슈악- 슈악- 하인드에서 30mm 기관포 두 발이 발사됐다. 꽝 꽝- 폭발음이 절벽을 드르릉 울렸다. 잠시 후 하산은 다시 로켓을 발사했다. 표적은 검은 구멍, 돌출된 동굴이다.
세 번째 포탄이 동굴 입구로 뛰어들어갔다. 쿠웅- 동굴 입구로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스나이퍼가 은신했다면 통닭구이를 면치 못한다. 하산은 의심되는 지점을 찾아서 철저히 두들겼다. 소위 양탄자 짜기 사격이다.
투투투투- 헬기가 은신지역으로 접근했다. 거리 500m, 꽝- 타킷이 잡히자 여지없이 바렛이 불을 뿜었다. 그 순간 하인드의 기수가 숙어졌다. 동굴을 발견한 하산 역시 포격을 가하기 위해 기수를 숙였던 것이다.
콰쾅- 포탄 두 발이 동굴에서 10m 떨어진 절벽을 강타했다. 땡- 조종사를 겨냥한 탄환이 주익을 때렸다. 주익에 구멍이 났지만 그 정도론 하인드가 타격을 받지 않는다. 꽝- 제 이탄도 주익을 때렸다. 공교롭게도 일차 타격을 받은 블레이드다. 블레이드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쩝!”
콕핏 실드를 노린 블랙맘바는 입맛을 다셨다.
“배신자 찌끄러기 놈, 그기였나?”
하산은 맞은편 절벽 8부 높이에서 반짝이는 화염을 포착했다. 동체가 텅 울렸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낡은 기체라 수시로 작은 삑사리가 난다. 별로 걱정할 일은 아니다.
슈악- 슈악- 30mm GSH-30K기관포가 불을 뿜었다. 쾅- 쾅- 쾅- 절벽에 화려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동굴이 우르르 흔들렸다. 쇄설물이 동굴 안까지 튀었다.
블랙맘바의 사격 자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미동도 없이 하인드의 움직임을 쫓았다. 자말도 태연했다. 알라의 대리자인 뚜바이부르파가 인간 따위가 만든 기계에 당할 리 없다. 그의 믿음은 굳건했다.
기관포와 4연장 개틀링을 갖춘 하인드와 바렛의 싸움은 당연히 바렛이 불리하다. 화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것만이 아니다. 블랙맘바는 동굴에 묶여있고, 하인드는 자유자재로 위치를 이동한다.
더욱이 노련한 조종수인 하산은 고도를 높여 거리를 벌렸다. 블랙맘바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돌출된 암장으로 인해 테일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하인드가 기수를 35도 각도로 기울여 사격하자 콕핏이 메인 로터에 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