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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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17
“쯧, 여우 같은 놈!”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용의주도한 놈이다. 콕핏을 타격해서 조종사를 사살하거나 테일 로터를 떼 내려 했지만, 곁을 주지 않았다. 방어력 좋은 메인 로터만 주야장천 두드려야할 팔자다.
탄약고를 날리기 전에 맨페즈를 챙겨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어차피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다. 하인드의 공격을 받을 줄 알았나? 꽝 꽝 꽝- 영점을 잡은 블랙맘바는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격점은 블레이드와 허브가 볼팅된 접합부다.
머즐 브레이커에 불구하고 바렛의 반동은 살인적이다. 와이어 로프 근육이 반동을 짓누르고 연타를 감당했다. 탱- 탱- 탱- 블레이드 접합부에서 연속 불꽃이 튀었다.
하산과 블랙맘바는 900m 거리를 두고 서로 장거리 펀치를 교환했다. 하인드 하단에 장착된 4연장 개틀링 건이 부르륵 돌아갔다. 한 호흡에 50구경 총탄 200발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퍽퍽퍽- 절벽에 무수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하산도 만만치 않았다. 제한적인 시계에 불구하고 지근탄을 쏟아냈다.
‘대충 맛텡이가 가는구마. 얼마나 버티는지 함 보까.’
관안에 들어온 블레이드의 회전 궤도가 미세하게 틀어지고 있다. 데미지가 누적된 블레이드가 있다는 유의미한 메시지다. 꽝 꽝 꽝- 로터 축과 블레이드 접합부에 연속 타격이 가해졌다. 허브와 접합된 볼팅이 깨져나갔다. 푸아앙- 블레이드 한 개가 까마득히 허공으로 튀어 나갔다.
“읔!”
하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푸득푸득- 로터음이 달라졌다. 동체 이동이 매끄럽지 못하다. 메인 로터의 블레이드가 떨어져 나갔다는 신호다.
“저 새끼는 도대체 뭐냐고?”
경악한 하산이 자신도 모르게 악을 썼다. 소름이 등줄기를 치달렸다. 하인드의 메인 로터 블레이드는 대구경 총탄에 한 두 발 맞아도 끄떡없다. 구멍이 뚫려도 비행에 무리없고, 각도에 따라 총탄을 튕겨낸다. 취약부에 연타를 맞았다는 소리다. 놈은 쏟아지는 빗줄기에 불구하고 정확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스나이핑이다.
“흐흐, 공중전차란 이름은 노름으로 따지 않았다. 더러운 수니 배신자 놈, 끝까지 해 보자고.”
하산은 이를 악물었다. 분노가 공포를 눌렀다. 악마 같은 놈을 잡아서 알툰의 복수를 해야한다. 최강의 헬기 하인드와 베스트 파일럿 하산의 조합이다. 블레이드 한 개가 떨어져 나갔다고 추락하면 공중 전차라는 별명이 아깝다.
근본주의자 한 놈이 무서워 도망칠 수는 없다. 자존심은 둘째치고, 천국에 가서 아버지 얼굴을 볼 낯이 없어진다. 어차피 놈은 독안에 든 쥐다. 도망갈 길도 없고, 화점이 노출된 이상 통구이는 시간문제다.
연타 잽을 맞은 하인드가 무거운 펀치를 날렸다. 쾅- 쾅- 쾅- 30mm 포탄이 연속 절벽에 틀어박혔다.
“대단한 놈이다.”
블랙맘바가 감탄했다. 과연 공중 전차라 불릴만한 맷집이다.
“제기랄!”
하산이 콘솔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동체 안정성이 떨어진 탓에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했다. 조금씩 탄착점이 빗나갔다. 거리를 좁혀서 정타를 먹이고 싶지만 귀신같은 놈을 상대로 실행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산은 하인드의 맷집을 믿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RPG 탄두에 직격당하고도 격추되지 않은 하인드다. 총탄 몇 발 더 맞는다고 어떻게 될 리 없다.
블랙맘바는 자신의 피지컬을 믿었다. 스트라이크가 들어오면 고르곤으로 오버행을 휘감아 뛰어내리면 된다. 서로 믿는 바가 있으니 전투 양상은 개싸움으로 변했다. 동굴에 스트라이크를 넣으면 하산의 승리다. 로터를 한 개 더 떼어내면 블랙맘바의 승리다. 누가 오래 물고 버티느냐의 싸움이 되었다.
“자말, 탄창!”
“옙!”
바렛이 연타에 들어갔다. 꽝- 꽝- 꽝-, 꽝- 꽝- 꽝- 연속 삼점사 사격이다. 공간지각력과 안법을 발휘한 블랙맘바의 저격은 단 한발도 헛되지 않았다. 블레이드 접합부를 줄기차게 두드렸다.
하산은 개틀링으로 응수했다. 부르륵- 어두컴컴한 공간을 검붉은 예광탄이 줄줄이 선을 그었다. 퍽퍽퍽퍽- 하인드가 쏟아낸 50구경 총탄이 기어코 동굴 입구를 파고들었다. 어지러이 튀어오른 돌조각이 퍽퍽 몸통을 때렸다. 동굴 안쪽에 움츠리고 있던 박쥐떼가 푸드득 거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이크!”
식은땀이 쭉 흘렀다. 기총소사가 아니라 기관포탄이 방문했으면 제삿날이 될뻔했다. 일단 탄착군이 형성되면 위험이 배로 높아진다.
“자말, 탄창!”
“옙!”
세 번째 탄창 교체다.
“자말, 엄폐해라. 얍!”
예비 탄창을 받아든 블랙맘바가 한소리 남기고 거침없이 허공에 몸을 던졌다.
“악, 주인님!”
식겁한 자말이 부르짖었을 때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슈악- 고르곤을 뻗었다. 퍽- 편두에 달린 표창이 허공을 한 바퀴 돌아서 절벽에 깊숙이 박혔다.
거미처럼 대롱대롱 매달린 블랙맘바가 한 손으로 바렛을 들고 격발했다. 꽝- 꽝- 꽝- 막강한 근육이 바렛의 무게와 반동을 거뜬히 버텨냈다.
하인드 하부에서 불꽃이 번쩍했다. 팍- 절벽을 박찬 블랙맘바가 시계추처럼 반대쪽으로 이동했다. 꽝- 기관포에 직격당한 절벽이 쇄설물을 쏟아냈다. 퉤퉤- 먼지와 돌조각을 뒤집어 쓴 블랙맘바가 침을 뱉었다.
“저 저게 뭐냐?”
하산이 눈을 부릅떴다. 상대방의 총구 화염이 절벽을 오가며 튀고 있다. 그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총구 화염을 포착하고 사격하면 어느 틈에 10여미터 떨어진 다른 지점에서 반격탄이 날아왔다. 하산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타점을 잡지 못하고 허둥거렸다.
블랙맘바는 고르곤을 이용해서 수시로 위치를 바꾸었다. 진자운동으로 포격과 기총소사를 피하고 반격탄을 날렸다. 구경꾼이 없어서 애통한 절대의 묘기다.
텡- 마지막 총탄에 블레이드가 허브에서 이탈했다. 누적된 데미지가 결국 파탄을 일으켰다. 하인드의 동체가 출렁하며 기수가 번쩍 들렸다.
“헉!”
놀란 하산이 피치 레버를 힘껏 당겼다. 소용없는 몸부림이다. 공중 전차도 다섯 개 블레이드 중 두 개를 잃고는 버틸 수 없다. 꼬리가 처지며 고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콕핏이 온전히 사격 시야에 들어왔다.
‘흐흐, 가드가 내려가면 얼굴을 맞는 법이지.’
찰칵- 꽝 꽝 꽝- 탄창을 바꾼 블랙맘바가 한결 편하게 격발했다. 퍽퍽퍽- 총탄 세 발이 일제히 콕핏 실드를 뚫고 들어갔다. 두발이 콘솔을 박살내고, 한발이 하산의 어깨를 뭉갰다. 피보라가 자욱이 뿌려졌다.
“아악!”
듣는이 없는 비명이 콕핏을 울렸다. 하산은 아득해지는 정신을 다잡았다. 자신과 3년을 함께 해온 친구는 날개를 잃었다. 살아날 가능성은 제로다.
“마샤알라!(최고다!) 네놈이 이겼다. 목숨 바쳐 싸운 나는 천국으로 들어간다. 아사드 만세! 바트당 만세!”
습관적으로 외쳤지만 떠오른 얼굴은 콧수염을 기른 하페즈 알 아사드가 아니다. 알레포 집에서 아라비안 사훼르마를 굽고 있을 아내가 눈앞을 채웠다. 자신도 모르게 볼이 척척해졌다.
챙- 또 한발의 총탄이 실드를 뚫고 들어왔다. 총탄과 총탄을 감싼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는 모습이 빤히 보였다. 퍽- 감속된 탄자가 더 큰 데미지를 준다. 하산의 오른쪽 가슴이 뻥 뚫렸다.
‘저놈은 신인가? 악마인가?’
즉사하기 직전 머릿속을 스쳐 간 의문이다. 추력을 상실한 하이드가 나선을 그리며 추락했다. 꽝- 폭발음이 계곡을 뒤흔들었다. 검붉은 화염이 폭발적으로 솟아올랐다. 장대비에 불어난 계곡 물이 헬기 잔해를 덮쳤다. 불붙은 항공유가 수면을 지글지글 태웠다.
아와르 하산, 시리아 제3공수 여단의 탑 파일럿은 그렇게 알라의 품으로 돌아갔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하산의 상대는 그가 증오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아니라 동방불패 블랙맘바였다. 하산의 불행이다.
“후우!”
블랙맘바는 긴 한숨을 쉬고 바렛을 내렸다. 소매로 이마에 진득하니 밴 땀을 훔쳐냈다. 끈기와 시간 싸움이었다. 하인드 맷집이 조금만 더 강했으면 난처한 상황에 부닥칠 뻔 했다.
초심을 잃고 오만했다. 진화된 현대 무기는 얕잡아 볼 상대가 아니다. 적절한 장비만 확보되면 파괴와 살인은 무척 쉬운 일이다. 진입과 퇴각이 문제일 뿐, 이레이저 작업 자체는 별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작전 중에 돌발적으로 등장한 하인드 헬기 같은 첨단 무기는 위협적이다.
하인드에 비하면 둠브레이 숲의 T34 탱크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사부처럼 염동력과 추뢰술을 발휘하지 못하는 한 공중 폭격을 당하면 방법이 없다. 하인드 공격기의 내습이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졌다.
하인드 두 대와 격전을 벌이는 사이에 먹구름이 옅어졌다. 투둑 투둑 약해지던 빗방울이 뚝 멎었다. 계곡풍이 두텁게 피어오른 물안개를 거두어갔다.
“몽 디우, 세 땅끄 화이아블로.(세상에, 믿을 수가 없군)”
자말은 검붉은 불길이 사그라지는 계곡 바닥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인식을 초월하는 무력은 그 자체로 경외의 대상이다.
주인의 권능에 가슴이 떨렸다. 조국에 대한 충성과 애착은 사라진 지 오래다. 자국의 소중한 헬기가 끝장났지만 머릿속을 채운 영상은 부모님이다.
블랙맘바가 휙 하고 동굴에 뛰어들었다. 땀과 피, 그을음과 먼지로 뒤덮인 얼굴이다. 거지같은 얼굴에 두 눈만 무섭게 번쩍였다. 자말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뚜바이부르파님을 찬양하라. 위대하신 분의 승리를 찬양하옵니다.”
“싱거운 소리 그만해라. 죽을 뻔 했다.”
“알라께서 보내신 분을 인간이 대적할 수는 없습니다. 청컨대 뚜바이부르파님이 만드시는 세상에 소인의 부모님도 거두어 주십시오.”
“당연하다. 가족의 가족은 당연히 가족이다. 시리아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마단끼 호수 남단에 코베리카 마을이 있다. 바크리 자디르 부제에게 의탁하라.”
“시리아 정교도입니가?”
“그렇다. 자신만의 종교가 옳다는 도그마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겠지?”
“물론입니다. 테러리스트로 살아오면서 독선이 총보다 더 무서움을 알았습니다. 아사드와 이슬람의형제들의 싸움도 마찬가집니다.”
“좋다. 서로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니다. 서로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 보면 분명해진다.”
“서로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니다.”
자말이 중얼거렸다. 자신이 이교도라 칭해온 자들, 그들의 처지에서 보면 자신이 이교도다. 종교가 다르고, 계율 해석을 달리한다고 죄인인가? 지도부의 명령이 알라의 가르침인가?
아집과 독선을 신념으로 여겨온 세월이 허망했다. 새삼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가 느껴졌다. 뚜바이부르파는 무슬림이 아니다. 그럼에도 믿음의 존체가 되었다. 허상에 집착해서 헛된 세월을 보내버렸다.
“자말, 혼자서 절벽을 내려갈 수 있나?”
“히히, 저는 주인님이 아닙니다.”
생각에 잠겨있던 자말이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흠, 이만한 은신처도 없는데 말이야. 쩝!”
블랙맘바가 입맛을 다셨다.
“송구하지만 지상에 내려보내 주십시오. 이곳 지리는 소인이 잘 알고 있습니다. 제 능력으론 주인님께 방해만 됩니다. 퇴로를 확보하겠습니다.”
블랙맘바는 자말이 마음에 들었다. 눈치가 빠르고, 상황을 읽을 줄도 안다. 딱 집사 타입이다. 에델의 농장을 맡기기에 적합한 인물이다. 블랙맘바는 자말을 업고 동굴을 나섰다.
“합!”
짧은 기합과 함께 고르곤이 허공을 휘돌았다. 퍽- 편두에 달린 오망성 표창이 절벽을 파고들었다. 고르곤을 로프삼아 낙하 점핑하듯 절벽을 박찼다. 자세가 확보되면 다시 고르곤을 박아넣고 도약했다. 자말은 등반할때보다 열배는 더 공포에 질렸다. 인간의 팔 근육이 낙하하는 200kg 중량을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조차 못했다. 당분간 절벽만 쳐다봐도 구토가 나올 것 같았다.
“자말, 코베리카 마을의 바크리 자디르다.”
블랙맘바는 다시 한 번 알려주고 자연동화술을 시전했다. 스스스- 신체가 공기 중으로 스며들었다. 자말이 눈이 부릅떴다. 눈앞에 있던 주인의 몸이 흐려지더니 사라져버렸다.
“오, 알라시여!”
자말은 말을 잇지 못했다.
자연동화술은 두 가지 단점이 있다. 첫째는 30분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 선정에 든 고승과 같은 무심, 최고 수준의 간섭장을 뇌가 버티지 못한다. 또 한가지 제한은 빠른 움직임이 불가능하다. 움직인다는 의식 자체가 적정을 깨뜨린다.
5분 후 블랙맘바는 자연동화술을 풀었다. 의외로 곡 내부가 텅 비었다. 경계가 조밀하지 않으면 부담이 큰 자연동화술을 펼칠 이유가 없다. 감각만으로 주변의 기척을 파악해서 회피하면 된다. 검은 그림자가 유성처럼 계곡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카파루자 계곡은 호리병을 눕혀놓은 형상이다. 총연장 15km, 폭이 좁은 곳은 200m에 불과하지만 넓은 곳은 1,000m에 달한다.
계곡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폭이 넓어졌다. 좁은 곡 구에 ANO가 자리하고, 넓은 안쪽에 미사일 부대가 자리했다. ANO가 문지기인 셈이다. 아사드의 잔머리다.
첫째 목표는 접근 불가라는 동굴이다. 자말의 설명을 들었을 때 생화학 무기 격납고라고 확신했다. DGSE 정보에 따르면 시리아는 대량의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강대국 정보기관에 알려진 생화학 무기 격납고는 다마스쿠스 인근의 쿠사이 지역이다. 다른 저장소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곳이 제2의 저장소일 가능성이 높았다.
블랙맘바는 청파보를 시전해서 험악한 산길을 치달렸다. 계곡 내부로 진입할수록 지세가 험악해졌다. 칼날처럼 예리한 크고 작은 바위가 널린 거대한 돌너덜이다. 바위를 건너 뛰면 갑자기 소택지가 나타나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바이크도 통과하기 힘든 지형이다. 이 험악한 계곡에도 알라의 손길이 깃들었다. 계곡 사면에 폐허가 된 유적과 주거지가 숱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