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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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18
인간이 살아가기엔 너무나 황량한 땅에 들어선 고대 사원과 유적들, ANO가 웅거하지 않았으면 여전히 알라 후 악바르가 울려퍼지고 있을 폐허다.
아랍인들에게 종교란 어떤 의미일까? 종교에 매달리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팍팍한 삶인가? 종교라는 맷돌에 갈리는 굴종의 삶인가?
같은 무슬림이라도 종파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증오와 분노를 폭출시키는 사람들, 피 흘리는 투쟁이 알라의 가르침인가? 이들은 진심으로 계율을 인간의 가치에 우선시 하는가?
무수한 의문이 떠올랐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입으로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가치관이고 행태다.
한국인은 부처를 죽이고, 목을 베야 한다고 일갈해도 욕을 하지 않는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고 오리무중의 말을 해도 감탄할지언정 욕을 하지 않는다.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진다고 고래고래 소리쳐도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정교 분리든 정교일치든 중요한 사실은 인간의 조건이다.
인류 공통의 보편적인 가치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특별법이 일반법에 우선하듯 시계열적으로 특정화된 의식이 사고의 우듬지를 장악한다. 자신만 해도 그렇다. 바리바리 쌓인 돈을 쓸 틈도 없이, 사서 개고생하는 모습이 납득될까? 이해하는 사람이 별로 있을 것 같지 않다.
만인은 만인의 사정이 있고, 만인의 생각이 있다. 인간은 획일화되고 집단화되는 순간 괴물로 변한다. 천황주의, 파시즘, 나치즘의 폐해는 가공하다. 그 해악은 수십년이 지난 현재도 악성 종양으로 남아있다. 형태와 규모는 다르지만 조선조 사대주의도 집단 최면에 걸린 썩은 인간들이 남긴 폐해다.
선악 판단은 지극히 유동적이고, 때로는 상대적이다. 아사드가 악인가? 판단 유보다. 독재의 수단으로 국민을 감시하고 탄압하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고, 훗날의 판단이 달라질지 모른다. 그러나 생화학 무기를 생산하고 적재하는 행위는 악이다. 적어도 자신의 판단은 그렇다. 사린 가스로 메뚜기 떼를 퇴치하고, 탄저균을 외계인 퇴치에 사용하려고 저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인간에게 사용하려는 기도다.
나는 아수라다. 선이든 악이든 세상을 오염시키는 자를 청소하는 아수라다. 정돈된 세상보다 혼돈 세상이 재미있다. 재미없는 천국보단 재미있는 지옥이 백번 낫다.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고 깔아뭉개는 자들을 기꺼이 방문하는 아수라다.
3km를 진입해서야 인기척이 잡혔다. 손수레가 간신히 드나들 좁은 소로를 벙커가 떡 하니 가로막고 있다. 바위로 단단하게 쌓아올린 기관총 진지다.
총안으로 삐죽이 내밀어 진 총구 두 개는 데그차레프 후속 모델인 PK 기관총이다. 총구가 드라구노프와 판박이라 금방 알아볼 수 있다. PK 기관총은 유효 사거리 1,500m로 대공 겸용이다. 대공 거치대에 올리면 곧바로 대공화기가 된다. 항공 전력이 약한 시리아의 신경질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어마어마 하구마.”
벙커 뒤쪽에 열병하듯 늘어선 바위 한 개 크기가 아파트 한 동 크기다. 바위틈 사이로 보이는 조잡한 바라크는 병사들의 숙소로 추정되었다. 모든 장비와 물품을 항공 수송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지형이다. 카파루자 계곡 자체가 외부와 고립된 장소다. 이곳은 또다시 고립되어 있다. 외부 접근이 철저히 차단된 은밀한 장소에 만든 시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나야 좋지.”
블랙맘바가 하얗게 웃었다. 산악전에서 벽호주벽은 최고의 스킬이다. 배낭을 멘 커다란 도마뱀이 바위를 주르륵 타고 올라갔다. 20m 아래 하프 오픈형 벙커 내부가 훤히 보였다.
황갈색 군복을 입고 적철색 철모를 쓴 시리아 군인이다. 기관총 좌에 붙어있는 사수와 조수, 소총을 든 조공까지 셋이다. 소련은 시리아군 조직부터 전략 전술까지 깊숙이 개입했다. 기관총과 저격수의 조합은 소련식이다. 소련군은 1차 세계대전 후반부터 기관총 사수와 저격수를 묶어서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국전 당시 상당수의 소련군 저격수가 중공군 부대에 합류했다. 연합군은 저격수의 존재로 인해 진격이 돈좌되고, 결정적인 작전 차질을 빚기도 했다.
1950년 11월, 미 해병 1사단의 흥남 북부 산악 진격이 대표적인 경우다. 10군단장 에드워드 알몬드 중장은 중공군 참전 징조를 무시했다. 스미스 사단장에게 산악지대로 최대한 빠르게 진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산악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미 해병 1사단은 끔찍한 일을 당했다. 징조도 없이 날아드는 총탄에 다수의 지휘관이 희생되고, 차량이 당했다. 단 하나의 산악도로에 길게 늘어진 차량 1,500대와 병력은 스나이퍼의 밥이되었다. 밤낮없이 날아드는 저격탄에 혼비백산한 해병 1사단은 진격 타이밍을 놓쳤다. 미 해병은 유담리부터 하갈우리, 다시 고토리까지 후퇴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스나이퍼 포비아에 시달렸다.
물론 10배에 달하는 중공군의 인해전술과 혹독한 추위가 결정적인 후퇴 요인이지만, 진격 타이밍을 놓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중공군은 형편없는 무장에 불구하고 국공내전으로 다져진 백전노장이 많았다. 이들이 산악전에서 스나이퍼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연합군 측은 중국과 소련의 저격수에게 두드려 맞기만 했는가? 그렇다. 대항할 스나이퍼가 없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측은 2차 대전 후 스나이퍼 운용을 폐기했다. 비 인도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인도적 전쟁이란 없다. 전쟁은 그 자체로 비인도적이다. 비인도적 전쟁에 인도를 찾는 위선적 사고는 전형적인 서구 유럽 문명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군인을 잡는 스나이퍼가 비인도적인 존재라면 불특정 다수인을 무차별 살상하는 핵은 인도적이란 말인가?
한국전에서 스나이퍼에게 된통 얻어맞은 미국, 영국, 프랑스는 본격적인 스나이퍼 양성에 나섰다. 그들 스스로 자가당착을 드러낸 셈이다.
시리아 경계병은 머리 위에 등장한 사신을 꿈에도 알지 못했다. 잔뜩 긴장한 상태로 곡구쪽에 시야를 고정하고 있다. 블랙맘바는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군인의 본분에 충실한 정규군이다. 테러리스트도 아니고 게릴라도 아니다.
“당신들은 당신들의 일이 있고, 나는 내 일이 있구나. 뚜뜨 메 꽁돌레엉쓰!(삼가, 애도를 표한다!)”
쉭- 블랙맘바가 사지를 활짝 펴고 낙하했다. 쥐를 덮치는 올빼미 형상이다. 퍽 퍽- 떵- 양발이 채찍처럼 휘어져서 기관총 사수와 조수의 뒤통수를 후려차고, 배지기 하듯 벌떡 뒤집어지며 손바닥이 소총수의 철모를 두드렸다.
1톤을 웃도는 운동량을 지닌 발길이다. 기관총 사수와 조수의 뒤통수가 절반 사라졌다. 소총수는 머리가 어깨 속으로 푹 파묻혔다. 비명 한마디 새 나오지 않았다. 다소 과한 손속이다. 블랙맘바는 공포를 느낄 틈도 없이 죽이는 것이야말로 자비라고 믿는다.
늘어선 바위 뒤로 돌아들어 갔다. 굵은 철창문이 달린 동굴이 시커먼 입을 벌리고 있다. 동굴 좌우에 시리아 병사 네 명이 집총 자세로 경계중이다. 이들도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새볔녘부터 총성과 포성, 폭발음이 이어졌다. 전장과 채 3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긴장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철창문 안쪽이 막혀있다. 야안을 집중해서 살폈다. 금속 차폐문이 동굴을 빈틈없이 틀어막고 있다. 천연동굴의 입구를 깎아서 설치한 차폐문이다. 볼것없이 생화학무기 격납고다. 야채를 밀봉해서 보관할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빙고!”
기뻐할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표적을 찾았다. 자말이 개략적인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으면 그대로 지나칠뻔했다.
‘또 죽여야 하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십여 명의 병사들이 30m 떨어진 바라크 주위에서 땅을 고르고 있다. 완강히 버티고 있는 철창문과 차폐문이 문제다. 경계병들의 눈을 피해서 스며들기도 어렵고, 이들을 제거할 때 소리가 나도 곤란하다.
가능하면 살상을 피하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피스켓 카우를 꺼냈다. 스치기만 해도 보툴리눔 톡신이 중주 신경계와 뇌를 일시에 불능으로 만들어버린다. 불길한 물건이지만 침묵 살인엔 그만이다. 하단부의 고리를 살짝 당기자 시퍼런 송곳이 모습을 드러냈다.
블랙맘바가 자연동화술을 시전해서 사마귀처럼 은밀히 접근했다. 소리도 없이 피스켓 카우가 공기를 갈랐다. 뇌와 척수를 잇는 대추혈이 표적이다.
모기에 물린 듯 살짝 따끔한 정도다. 손바닥으로 뒷목을 찰싹 때리려던 병사가 그대로 굳었다. 털썩- 경계병 넷이 일시에 쓰러졌다. 하나같이 입을 벌리고 눈을 크게 뜬 상태다. 역시 보툴리눔 톡신의 위엄은 명불허전이었다.
‘니미 조또, 이카다 이레이저가 아이라 아사신이 되겠구마.’
송곳칼을 수납한 블랙맘바가 쓴웃음을 지었다. 경보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지형적 위치에 더해서 곡 구에 포진한 ANO를 단단히 믿었을 것이다. 아니면 잊어버렸거나.
손바닥 크기인 자물통을 잡고 불끈 힘을 썼다. 뿌악- 자물통은 건재하고 걸쇠가 뚝 떨어졌다. 자물통을 팽개치고 철창문을 밀었다. 동굴 특유의 눅눅한 습기가 없다. 전기가 공급된 덕분에 별도의 공조 장치가 있다는 소리다.
시체 네 구를 동굴 내부로 집어 던지고 진입했다. 열 걸음 쯤 진입하자 시커먼 차폐문이 앞을 막았다. 사이드 오픈형인 금속 문은 종이 한 장 들어갈 틈도 없다. 시건장치도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제대로 힘을 써야겠구먼.”
쿠크리를 뽑아 문틈에 콱 박아넣고 공진을 발동했다. 웅- 칼날이 부르르 진동했다. 아래로 내리그었다. 중간쯤에서 칼날이 막혔다. 빗장이다.
“헙!”
이마에 혈관이 돋았다. 웅- 칼날에서 시퍼런 빛이 튕겼다. 써컹- 안쪽에서 무엇인가 툭 잘렸다. 문을 조심스럽게 밀었다.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열렸다. 캄캄한 동굴 속에 시퍼런 눈알 두 개가 떠올랐다.
“헐, 이기 다 머꼬?”
야안으로 동굴 내부를 둘러본 블랙맘바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했다. 동굴 내부는 입구보다 몇 배 넓었다. 통로 양측에 3단 강철 랙이 설치되어 있다. 랙 하단과 중단에 200ℓ 드럼통이 꽉 차있다.
3단에는 노란색 볼 탱크와 피스톤형 백색 용기가 저장되어 있다. 녹슬어가는 드럼통만 줄잡아 400개다. 동굴 안쪽에 세워둔 지게차도 보였다. 볼 것 없이 생화학무기 격납고다. 적재물이 모두 생화학 무기라면 중동 전역을 인간없는 청정지역으로 만들고도 남는다.
미국 화학민간방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생화학 무기의 장점(?)이 엄청남을 알 수 있다. 비교적 독성이 약한 탄저균, 사린 가스를 핵과 비교해보자.
도시지역 1㎢ 내의 인원 살상에 투입되는 생산비는 탄저균 단 1달러, 사린 가스 600달러, 핵은 800달러다. 효과 범위를 보면 입이 절로 벌어진다. 탄저균 5톤(폭격기 표준 적재량)은 88,000㎢, 사린 가스 5톤은 260㎢, 핵은 200㎢다.
B52 폭격기나 투폴레프 한 대가 탄저균 5톤을 고고도에서 살포하면 한국 전체가 피해 범위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설마는 게으른 자의 변명이자 무책임한 위정자의 기만이다. 북한이 보유한 엄청난 생화학 무기를 잊었다간 처참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다.
비교적 약한 사린 가스 1톤의 표준 살상력이 23만 명이다. VX 1톤은 2,300만명을 살상할 수 있다. 생화학 무기가 더러운 무기라 불리는 이유는 불특정 다수인이 피해를 당하며, 극악한 고통과 후유증이 따르기 때문이다. 독재자는 국내외적으로 압박을 받는다. 비용대비 효율면에서 독재자가 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더러운 무기가 생화학 무기다.
DGSE는 시리아의 화학무기 재고를 4,000톤~10,000톤으로 추정했다. 정제된 탄저균을 얻으려면 많은 양의 매개 물질이 필요하다. 드럼통에 든 물질이 모두 독성 생화학 물질은 아니겠지만 어마어마한 양이다.
“망할 새끼, 아사드 이놈은 인류 최악의 홀로코스트를 벌여보자는 건가?”
생각도 못 한 규모에 기가 질렸다. 생화학 독성 물질은 태워야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일시에 태울 재간이 없다는 점이다. 컴포지션4 2,000g짜리 4개로는 턱도 없다. 남은 수류탄 30개를 추가해도 불가능이다.
베르쿠트 미사일 탄두 열 개쯤 동굴 내부에서 폭발시키면 가능할지 모른다. 쓸데없는 생각이다. 미사일 발사 시스템을 알지도 못하고 찾지도 못했다.
“니미 조또, 장쒼이나 모리스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역시 폭파는 자신의 과가 아니다. 관심이 없다보니 즉석 폭약을 만드는 방법도 모른다.
“어! 저거?”
블랙맘바의 눈이 번쩍 빛났다. 지게차 꽁무니에 매달린 LPG 가스통이 눈에 들어왔다. 가스 엔진을 채용한 지게차다. 밀폐된 동굴 규모를 고려할 때 봄베 2개만 더 확보하면 된다. 블랙맘바는 격납고 문을 꼭 닫고 경비대 막사로 향했다. 행여나 독가스가 새 나올까 봐 걱정이 되었다.
바라크 앞에서 병사들이 삽과 곡괭이로 도로 보수 작업 중이다. 한국군이나 시리아군이나 쫄따구가 노가다를 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군 보병은 곡괭이와 삽을 잡는 빈도가 총기를 잡는 빈도보다 높다. 땅개 OB라면 누구나 겪은 현실이다. 땅개라는 비칭은 땅바닥을 박박 긴다는 의미도 있지만 툭하면 땅을 판다는 의미가 강하다.
블랙맘바는 경사로에 납작 엎드린 상태에서 표창을 날렸다. 쉭쉭쉭- 수투에 잠들어 있던 표창이 빗살처럼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