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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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19
“크럭!”
“훅!”
목젖을 관통당한 병사 셋이 가래 끓는 소리를 뱉고 푹 엎어졌다.
“야- 싸-티르?(어라?)”
“야- 투라-, 마-다- 후나-카?(도대체 무슨 일이야?)”
영문을 모르는 병사들이 멀뚱거렸다. 여전히 삽질을 열심히 하는 병사도 있다. 냉병기의 은밀함이자 풀어진 군기탓이다.
쉭쉭쉭- 표창이 연속 날아갔다. 멀뚱히 서 있던 병사들이 목을 움켜쥐고 퍽퍽 쓰러졌다. 보수 작업 중이던 열명의 병사는 더 이상 힘든 작업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께에엑- 께에엑- 까마귀 한 마리가 바라크 꼭대기 장식물에 앉아 울어댔다. 바라크에서 병사가 튀어나와 돌멩이를 던져 쫓았다. 서남아시아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까마귀를 흉조로 여긴다. 불길한 소식을 전한다고 여겨 쫓아버린다.
퍽- 병사의 목을 표창이 산적 꿰듯 관통했다. 역시 까마귀는 불길한 소식을 전했다. 꽝- 글록을 뽑아든 블랙맘바가 출입문을 걷어차고 뛰어들었다. 내부 인원은 이미 파악했다. 여섯이다.
“뭐야?”
침상에서 뒹굴던 병사들이 벌떡 일어났다. 군대는 어디나 마찬가지다. 고참은 뒹굴거리고 쫄따구가 삽질한다.
“저승사자!”
말과 동시에 글록이 불을 뿜었다. 퍽퍽퍽- 퍽퍽퍽- 쓰리텝 이 연타에 여섯이 일시에 나자빠졌다. 딱 1초다. 이마를 뚫고 들어간 총탄이 두개골 속을 빙빙 돌았다. 감각기관이 이물질을 인식하고, 신경 조직이 통각을 인식하기도 전에 뇌가 곤죽이 되었다.
단말마도 없이 쓰러진 병사들의 이마에서 뇌수와 뒤섞인 핏물이 줄줄 새 나왔다. 블랙맘바는 유리알 같은 눈으로 바라크 내부를 쓱 둘러보았다.
블랙맘바는 네오사이코패스다. 오지랖넓고 정 많은 인간이지만 무심할때는 한없이 무심하다. 특히 군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연민을 느끼지 않는다.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총을 들었으면 누군가에게 자신도 당연히 죽는다. 그것이 군인이다.
바라크 내부에는 무기와 온갖 생활용품이 널려있지만, 원하는 물건이 보이지 않았다. 반대쪽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식당 겸 창고다.
“빙고!”
100kg짜리 프로판 봄베가 여섯 개다. 네 개는 꽉 차있고, 두 개는 비었다. 가스가 충진되어 있는 봄베 네 개를 동굴로 옮겼다.
독성 물질과 세균이 들었을 용기는 손대기 꺼려졌다. 폭약을 부착할 매개체로는 지게차가 딱이다. 지게차를 밀어서 동굴 중앙으로 옮겨놓고, 연료 가스통에 C4 150g을 부착시켰다. 발화만 시키면 되는데 아까운 폭약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
봄베 두 개를 남겨두고, 두개만 노즐을 풀었다. 연속 폭발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쉬이익- 마늘과 양파가 부패할 때 뿜는 악취가 코를 쥐어박았다.
갑작스런 악취 공격에 후다닥 물러났다. 수천만 명을 죽이고 남을 치명적인 독가스와 세균이 가득한 동굴이다. 작은 불씨만 튀어도 통구이가 된다. 천하의 블랙맘바도 후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폭약에 신관을 푹 박고 폭발 시간을 200초에 세팅했다. 오른쪽 포켓에 든 시계의 랩타임도 200초에 세팅했다. 불꽃놀이 준비가 끝났다. 한 뼘 두께의 격납고 출입문을 닫고 폭탄 부착용 테이프로 단단히 밀봉했다.
“흐흐흐, 프로판 가스와 독가스가 칵테일 되면 어떤 맛일까?”
음충맞게 웃고는 계곡 안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나머지는 폭약과 격납고에 가득 찬 가스가 알아서 할 일이다.
어설픈 폭탄마는 프로판 가스의 폭발 하한치와 상한치도 몰랐다. 충분한 공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폭발은 오히려 약해지거나 불발로 끝난다.
프로판 가스의 폭발 하한치는 2.1%, 상한치는 9.5%다. 공기 중에 프로판 가스 비율이 2.1%이상 9.5%이하에서 폭발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공기 중에 프로판 가스 포화도가 9.5% 이상이면 산소 부족으로 인해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 블랙맘바는 공조장치를 설치한 시리아군에게 감사(?)해야 할 상황이다.
카파루자 계곡 주둔 시리아 북부방공전략군 사령관실,
사령관 와히드 라티푸 준장은 전날 밤을 꼬박 새웠다. 막 잠들려던 차에 들린 엄청난 폭음, 계속되는 전투 소음이 잠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위력 정찰을 내보낸 경비 중대는 병력 20명을 잃고 상갓집 개꼴로 쫓겨왔다. 중대장의 보고가 너무 황당했다. 스나이퍼 부대가 대거 침공했다고? C3 지점에서 C5 지점까지 절벽이 붕괴하였다고? ANO가 개박살나고 있다고?모두 어이없는 소식 뿐이다. 중대장의 정강이를 걷어찼지만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베르쿠트 사이트 경비대는 2개 중대다. 기지 중요도를 고려하면 적은 인원이다. 곡 구의 ANO 특작군이 있기 때문이다.
1,000명에 달하는 전투 귀신 ANO가 몰린다고? 라티푸 중장은 어이가 없었다. 며칠 전 이슬람형제단의 준동을 보고 받았다. 그들이 곡 구의 특작군을 유린할 수준의 전투력을 보유했다고는 믿을 수 없다.
라티푸 준장은 제3공수여단에 적습을 알리는 것으로 상황을 종결지었다. 경비대 2개 중대는 미사일 사이트를 절대로 떠날 수 없다. 특작군과 공수여단이 알아서 할 일이다.
날이 밝아진 다음에 또다시 큰 폭음이 두 번 들렸다. 그는 예비 격납고의 탄두가 걱정되었다. 안절부절못하던 그는 결국 인터폰을 들었다.
“부관, 상황 파악을 해야 하지 않겠나?”
-충성, 곡 구의 ANO 특작군이 무려 일천 명입니다. 훈련과 실전으로 다져진 놈들이 허접한 원리주의 반군을 감당하지 못하겠습니까? 제3공수에서 하인드 두 대를 지원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금쯤 정리되었을 겁니다.
“아니야. 불안해. 뭔가 이상해.”
-알겠습니다. 즉시 정찰대를 준비하겠습니다.
“우리 임무는 어디까지나 상시 발사 태세 완비와 기지 방어다. 전투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분대 병력만 내려 보내라.
-넵, 충성!
라티푸 준장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그는 제3공수여단 상황실을 호출했다. ANO 특작군과 그 어떤 통화나 접촉도 금지되어 있다. 직접 통화를 하고 싶지만, 그들과 직접 연계되는 흔적을 남겼다간 군법 회의감이다.
인간이 만든 어쩐 조직과 체계도 허점이 있다. 라티푸 준장이 진작에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했다면 블랙맘바는 세 불리를 깨닫고 ANO만 소거하고 퇴각했을 것이다.
블랙맘바가 떠난 카파루자 생화학 무기 저장소, 대형 LPG 봄베 2개가 누출시킨 가스가 공기와 맹렬히 뒤섞였다. 동굴이 증기운으로 꽉 찼다.
공조 장치가 지속해서 가스와 섞인 공기를 빼내고 신선한 공기를 밀어 넣었다. 격납고 내의 프로판 농도가 8%에서 고정되었다. 공조 장치가 빼낸 공기는 포화 습도에 이른 무거운 공기에 눌려 동굴 주위에 낮게 깔렸다.
LPG는 액화시키면 부피가 1/600~1/700로 줄어든다. 누출된 가스가 700배로 팽창한다는 의미다. LPG 100kg가 누출되면 이론적으로 1,200㎥가 일시에 증기운 폭발을 일으킨다. 폭발력은 C4 폭약 100kg 따위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가운데 블랙맘바가 준비한 회심의 한 수는 극점을 향해 치달았다.
여기서 역지사지(易地思之) 심정으로 아사드의 입장을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일 관계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하페즈 아사드가 권력에 연연해서 생화학 무기에 집착하는 무개념 국가 수장은 아니다. 아사드에 주적으로 각인된 나라는 이스라엘과 터키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터키가 제1 주적, 이스라엘이 제2 주적이다.
시리아 입장에서 보면 터키는 오스만 제국 시절부터 장구한 원한이 쌓여온 이웃이다. 두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 바다 없이 국경을 맞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아사드가 터키를 이스라엘 이상으로 증오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영토 문제다. 터키 남부, 시리아 알레포 서부의 하타이(Hatay) 지역은 누대로 시리아 영토였다. 간도와 같다고 보면 된다.
프랑스가 시리아를 점령해서 위임 통치하던 시기에 하타이는 우물쭈물 하타이 공화국으로 독립했다. 프랑스와 터키의 합작품이다. 하타이 공화국은 십 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39년에 터키에 합병되었다. 프랑스와 터키가 시리아를 배제하고 멋대로 저지른 일이다.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일본은 1905년 간도를 청나라에 넘겨주고 남만주철도 부설권과 푸순 탄광 채굴권을 얻어갔다. 외교권을 박탈당한 대한제국은 손가락만 빨았다.
시리아는 벙어리 냉가슴이 되었다. 프랑스의 통치를 받고 있으니 말빨이 설 리 없다.
아사드는 독재자지만,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집권 후 하타이 반환을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터키는 꿈쩍도 않았다. 프랑스 역시 매번 터키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타이에 거주하는 시리아인의 비율이 낮다는 이유다. 아사드는 터키와 프랑스를 불구대천의 원수로 찍고 이빨을 갈았다.
두 번째는 터키의 내정 간섭이다. 터키는 은근히 시아파 소수종파인 알라위파 출신의 아사드를 씹었다. 다수의 수니파를 충동질해서 툭하면 폭동을 일으켰다.
열 받은 아사드는 탱크 포로 잽을 날리고, 테러단체를 양성해서 터키로 밀어 넣고, 터키내 반정부 단체인 쿠르드 PKK를 지원했다.
터키 또한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우세한 공군력으로 툭하면 시리아 북부를 두들기고, 시리아 역내 무장 세력인 이슬람의형제단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했다. 앙숙도 그런 앙숙이 없다. 한국과 일본은 바다로 격리된 덕분에 직접적인 충돌없이 지내왔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1982년, 터키의 지원을 받은 수니파 무슬림이 대거 봉기했다. 악에 받친 아사드는 이들의 근거지인 하마 지역에 네이팜탄을 퍼부었다. 무지막지한 진압에 시리아 국민 15,000명이 죽었다. 하마 대학살 사건이다.
참담한 사건이지만, 하페즈 아사드는 커다란 정치적 과실을 얻었다. 집권 기반을 공고히 했고, 아랍 세계에 강력한 리더로 각인되었다.
하마 대학살로 고무된 아사드는 간이 부었다. 터키를 한 방 먹이고, 프랑스 소유의 동부 유전지대를 국유화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카파루자 프로젝트가 비밀리에 가동되었다. 카파루자 계곡의 ANO 특작군, 생화학 무기, 미사일 포대는 터키와 프랑스를 흔들려는 회심의 한 수다.
아사드는 ANO로 하여금 프랑스와 터키에 생화학 테러를 획책했다. 방공전략군은 공군력이 우세한 터키 견제용이다. 물론 말리는 시누이인 프랑스 전투기도 격추 대상이다. 아사드야말로 몰래 이빨을 갈고 있는 중동의 늑대였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일제 치하의 안중근 의사나 운봉길 의사의 거사를 미루어 보면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악당도 나름의 사정은 있는 법이다.
블랙맘바는 아사드의 사정 따위는 알지도 못하고 알아도 달라질 게 없다. 시리아, 터키, 프랑스 간에 복잡하게 얽힌 역사적, 종교적 갈등은 그가 관여할 수준이 아니다. 임무를 완수하고 거액의 수당을 챙기면 그만이다.
청파보를 극성으로 시전하면 100m를 6초에 주파할 수 있다. 1분이면 1km를 단축할 수 있다. 바람같이 내달린 블랙맘바는 3분 후 급변한 환경에 헛바람을 뱉었다.
“헐!”
갑자기 시야가 툭 터졌다. 캐노피가 길게 뻗은 절벽으로 둘러싸인 초록 분지다. 바위뿐인 카파루자가 사라지고 쭉쭉 뻗은 교목이 싱그러운 초록 카파루자가 거짓말처럼 펼쳐졌다.
졸지에 안구가 정화된 블랙맘바는 눈을 비볐다. 사헬에서 보던 신기루를 시리아 북부 황무지에서 보다니……
물론 실상이지만 신기루처럼 여겨지는 기경이다. 활단층대가 큰 단차를 이룬 지질이지만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수목에 가려진 분지가 시야를 방해했다. 둥- 공간지각력을 발동했다. 공진파가 전면을 향해 부챗살처럼 쫙 퍼져나갔다. 무수한 인기척이 기감에 잡혔다. 다짜고짜 뛰어들 상황이 아니다.
블랙맘바는 곧바로 절벽을 탔다. 깎아지른 낭떠러지를 절반쯤 올랐을까, 왼쪽 포켓의 시계가 띡하고 멈췄다.
꽝- LPG 봄베에 부착된 C4가 폭발했다. 봄베가 갈가리 찢어지며 탄화수소를 대량 방출했다. 폭발 1,000분의 1초 후, 동굴에 가득찬 증기운이 폭발했다. 개구부가 폭발 부피에 비해 적을수록 폭압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화염 체류 시간이 길어진다.
콰앙- 두께 150mm 차폐문이 수백 미터 밖으로 튕겨나갔다. 카파루자 계곡이 우르르 진동했다. 3,000℃ 불 폭풍이 동굴을 휩쓸었다. 공조 장치가 신선한 공기를 계속 공급하고, 증기운이 탄화수소와 섞였다.
콰앙- 차폐된 봄베 두 개가 폭발하며 탄화수소를 쏟아냈다. 2차 폭발이 일어났다. 일차 폭발보다 열 배는 더 강했다. 어마어마한 폭굉 압력파가 동굴벽을 때리고 입구로 쏟아져 나갔다. 동굴속에 저장된 사린 가스와 VX 가스, 탄저균은 막대한 압력과 3,000℃ 불 폭풍에 흔적없이 불타버렸다.
실험치에 의하면 아파트의 경우 0.2kg/㎠의 폭발 압력을 받을 경우 내력 기둥과 내력벽이 붕괴한다. 내력벽 붕괴는 건물 전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격납고는 2차 폭발 시 5kg/㎠의 막대한 폭압이 동굴 벽과 천정에 걸렸다. 1차 폭발로 데미지를 입은 절벽이 결정타를 맞았다.
압력파를 이기지 못한 절벽이 한차례 출렁했다. 우르르 쾅 쾅- 기어이 높이 120m 까마득히 솟은 절벽 일부가 슬로비디오 보듯 천천히 주저앉았다. 꽈르르- 하늘로 솟구친 먼지와 쇄설물이 햇빛을 가렸다. 두 번째 붕괴다.
폭발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외부로 누출된 가스가 3차 폭발을 일으켰다. 번쩍- 10억 칸델라 수준의 섬광이 번쩍했다. 콰아앙- 불폭풍이 반경 300m를 휩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