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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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22
진입과 퇴각이 문제일 뿐, 이레이저 행위는 별문제가 아니다. 생산보다 소비가 쉽고, 건설보다 파괴가 쉽다. 방법이야 만들어 내면 된다. 능력이 문제일 뿐이다. 자신이 이리저리 재고 눙치면서 행동했던가! 모자람은 넘치는 것만 못하다.
선무당 폭탄마는 남은 C4 2000g 세트 4개를 백팩에서 꺼냈다. 발전소 폭파가 남았지만, 어차피 C4 덩어리 몇 개로 댐은 꿈쩍도 않는다. 애꿎은 물고기만 잡는다. 발전 장치를 수류탄 30개로 날려 버리면 된다. 아니면 무식하게 뜯어내서 수몰시키거나.
미사일 네 무더기에 폭약을 한 세트씩 부착하고 뇌관을 꽂았다.
‘이거 랩타임을 몇 초로 걸지?’
되지엠 랩의 폭파 교육을 건성으로 들은 터라 폭발력과 범위 예측이 되지 않았다. 유일한 예측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랩타임을 길게 걸면 폭약이 발각되기 쉽다. 겐트리 로드에 숲처럼 솟아있던 미사일이 몽땅 사라졌다. 동초를 모조리 지워버렸지만, 발각은 시간문제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타이머를 100초에 세팅했다. 100초면 600~700m는 폭심에서 멀어질 수 있다.
세 번째 대형 불장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보람찬 일과를 끝낸 폭탄마는 철조망을 뛰어넘어서 줄행랑을 놓았다.
쿠르르- 계곡 깊숙이 진입하자 세찬 물소리가 들렸다. 댐이 상류를 막고 있지만, 계곡 양쪽 사면에서 물이 폭포처럼 흘러나왔다. 곡내로 진입하던 블랙맘바의 눈이 커졌다.
“얼래, 이 자식들 봐라.”
미사일 기지 뒤쪽에 숨겨진 도로가 있다. 하긴 트레일러 없이 엄청난 물자를 옮기려면 허큘리스급의 항공기가 있어야 한다. 작업 난이도도 엄청나게 높아진다. 수송기를 빈번하게 운용하면 DGSE의 촉각에 걸리지 않을 수 없다.
험준한 산악에 도로까지 닦느라 돈깨나 들었을 것이다. 여하튼 아사드 정권이 무지하게 공들인 카파루자 계곡이다.
“속이 쓰리겠지만, 내 알 바가 아이제.”
블랙맘바는 도로를 버리고 계곡을 타고 올라갔다. 마지막 표적은 발전소다. 계곡 폭이 좁아지며 지형이 갈수록 험준해졌다.
컴포지션 폭약은 C4가 많이 알려졌지만, A, B, C, H 계열이 있다. 컴포지션 B 계열은 RDX와 TNT의 혼합물로 대구경 야포탄과 미사일 탄두에 쓰인다. 조합비는 RDX 63%, TNT 36%, 왁스 1%다. 필요에 따라 가소제인 알루미늄 분말을 추가하기도 한다. 위력은 TNT 135%다. 베르쿠트의 탄두에 충전된 폭약이 알루미늄 분말을 첨가한 컴포지션B2다.
100초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띡 띡- 시계가 멈추었다. 번쩍- 섬광이 밤하늘을 환히 밝혔다. 쿠쾅- 굉렬한 폭음이 계곡을 뒤흔들었다.
컴포지션B2의 폭속은 8,500m/sec다. 700억J의 가공할 에너지가 초당 8km의 속력으로 대기를 미친 듯이 밀어냈다. 겐트리 로드와 요요 밴드가 종이짝처럼 날아갔다.
푸아악- 파편과 불 폭풍이 폭심 300m 내의 미사일 사이트, 레이더 사이트, 방공군 막사, 기타 시설물, 수목을 한순간에 휩쓸었다.
인간이 만든 각종 기계와 구조물이 파편과 압력파에 분쇄되고 녹아내렸다. 인간은 말할 것도 없다. 뼈와 살이 흔적도 없이 분해되었다.
집무실에서 정찰대의 보고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라티푸 준장은 강렬한 섬광에 눈을 가렸다. 순간 건물 벽이 박살 났다. 화염이 집무실을 휩쓸었다. 뜨거운 증기탕에 들어간 느낌을 마지막으로 라티푸 준장은 맷돌에 갈린 듯 분쇄되었다. 그는 폭음을 듣지도 못했다.
외곽 동초 아흐멧은 섬광이 번쩍하는 순간 죽으라 뛰었다. 아사드가 하마에 네이팜탄을 쏟아붓던 날의 경험이 그를 무조건 도주하게 하였다.
허공에서 섬광이 번쩍하는 순간, 하마시는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몸에 붙은 불을 끄려고 미친 듯이 뒹구는 사람들, 분수대에 서로 먼저 뛰어들려고 악다구니를 쓰는 사람들, 호흡 곤란으로 목을 움켜쥐고 몸부림치는 사람들, 지옥이 따로 없었다. 놀란 아흐멧은 들고 있던 쌍안경을 툭 떨어뜨렸다.
사후 처리반으로 투입된 그는 지옥을 보았다. 남녀 구분이 힘들 정도로 새카맣게 탄화된 사체가 거리에 널렸다. 건물이 녹아내리고 수목은 잿더미가 되었다. 그날의 재현이다. 아사드의 실리주의와 민족주의를 지지하지만, 하마가 불벼락에 먹히던 날만은 바트당원이 된 자신을 후회했다.
고오오오- 급팽창된 공기가 무서운 속도로 뒤를 쫓았다. “오, 알라시여! 이것이 응보입니까!”
완강한 철조망이 앞을 막고 있다. 아흐멧의 능력으로 너비 7m 높이 5m 철조망을 돌파할 수 없다. 아흐멧은 마음만 열심히 달렸다. 겨우 두 발짝 걸음을 떼었을 뿐이다.
음속 22배 속도로 아흐멧을 삼킨 압력파가 외곽 시설물을 덮쳤다. 정비창과 격납고, 경비대 숙소가 산산이 찢어져 허공으로 날아갔다. 쿠오오오- 장대한 버섯구름이 끝없이 하늘로 치솟았다.
아사드가 공들인 북부전략방공군은 0.3초 만에 처참하게 뭉개졌다. 기지 외곽의 콘크리트 건물만 형상이 남았다. 방공군 소속 1,420명, 경비대 소속 260명, 민간 기술자 40명, 총 1,720명의 인원 중 겨우 170명이 살아남았다. 구사일생한 인원도 성치 못했다. 절반은 복사열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윽!”
지이잉- 신체 일부가 눌리는 느낌이 아니다. 신체 전부가 진동했다.
“씨바, 조떼따!”
블랙맘바는 죽으라 달렸다. 초감각을 얻은 이래 최고의 위기감이 뇌를 짓눌렀다. 극성의 청파보를 시전해서 미친 듯이 계곡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버언쩍- 섬광이 계곡을 환히 밝혔다. 살이 익을듯한 열 폭풍이 밀려들었다. 옷이 누렇게 타들어갔지만, 돌아볼 틈도 없다. 열풍에 몸을 싣고 쎄빠지게 다리를 놀렸다.
쾅- 퍽- 투탁- 미사일 파편과 온갖 쇄설물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탱- 무엇인지 모를 파편이 헬멧을 때렸다. 머리가 윙 울렸다. 퍽- 묵직한 놈이 백팩을 때렸다.
“에쿠!”
확 떠밀린 블랙맘바가 땅바닥을 굴렀다. 내장이 꼬이는 충격이다. 벌떡 일어나는 순간, 쇄액- 살벌한 공기 파열음이 울렸다. 허리가 휘청 꺾였다.
옆구리를 스쳐 간 파편이 무화과나무를 박살냈다. 쇄액- 이번에는 머리다. 고개가 부러질 듯이 툭 꺾였다. 꽝- 눈앞의 바위가 우쩍 깨져 나갔다.
“씨바 조또, 100초가 뭐냐고!”
날아오는 궤적을 알아도 초속 수백 미터로 우박처럼 쏟아지는 파편을 일일이 피할 재간이 없다. 위험한 놈은 피하고 자잘한 놈은 몸으로 때웠다.
미사일 탄두 120개의 폭발력을 과소평가했다. 100초를 세팅한 손가락을 원망했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공간지각력을 그물처럼 펼쳐서 날아드는 파편을 정신없이 피했다.
미친년 널뛰듯이 튀는 중에 거대한 암반이 눈에 들어왔다. 암반 뒤로 다이빙해 들어갔다. 쾅 쾅 쾅- 파편 세례를 받은 암반이 몸살을 앓았다.
“아이구, 내가 앓느니 죽는다.”
겨우 숨을 돌렸다. 백팩에 자잘한 구멍이 열 개는 뚫렸다. 등판에 티타늄 플레이트를 넣지 않았으면 방탄복 소재에 불구하고 등이 결딴날 뻔 했다. 파편이 무려 1,000m를 날아오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내가 폭탄마를 불러서 과외비를 주고라도 폭파술을 배우고 만다.”
쇄설물이 여전히 퉁탕거리며 떨어지는 판에 별 영양가 없는 각오를 다지는 블랙맘바다.
카파루자 계곡의 폭발은 당사자와 가해자, 국외자에게 즉각 보고되었다. 가장 먼저 상황을 보고받은 곳은 랭글리의 CIA 공작부다. KGB가 루뱐카라고 불리는 것처럼 CIA는 본부가 위치한 지명을 따라 랭글리로 회자한다.
공작부는 첩보부와 함께 CIA의 핵이다. 비밀공작, 정보수집, 방첩 등의 임무를 수행하며 해외 공작원 대부분이 공작부 소속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CIA는 흔히 막대한 예산을 쓰는 무능한 조직으로 묘사되곤 한다. 입이 딱 벌어질 비용과 인력을 동원해서 이곳저곳 들쑤시다가 삽질로 끝나는 악당으로 흔히 등장한다. 소위 평범한 신문기자, 존재감 없던 경찰을 영웅으로 만들어주는 덩치큰 조연이 CIA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CIA는 실패한 해외 작전으로 인해 종종 구설에 오르지만, 역설적으로 CIA이기에 대형 해외 작전을 구사할 수 있다. 한국의 안기부는 꿈도 못 꾼다.
CIA는 만만한 조직이 아니다. 최고의 두뇌, 최첨단의 장비, 천문학적인 예산을 사용하는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이다. 합리성을 중시하는 미국이란 나라가 허구한 날 삽질이나 하는 정보조직에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처묵처묵할 리없다.
시리아 북부 상공 22km, 노즈콘이 길게 튀어나온 비행체가 알레포와 카파루자 계곡을 선회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U2 정찰기다. 정찰기 노우즈에 장착된 ASARS-2 시스템이 초당 200프레임의 정보를 생성시켰다.
ASARS-2 시스템은 전천후 주·야간 정찰이 가능하며, 200km 이상 떨어진 지역의 10~30cm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ASARS-2 합성개구레이더 정보는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인 이지스 순양함 밀리어스의 중개를 거쳐 실시간으로 랭글리로 전송되었다.
랭글리 공작부 부장실, 루이스 아담의 얼굴이 비틀렸다. 테이블 위에 선명하게 현상된 사진 100여 장이 올려져 있다. 생화학탄 격납고 증기운 폭발, 하인드 추락과 폭발, 미사일 기지 폭발 사진이다. 빗자루 눈썹 각도가 올라가고, 뒤집힌 입술이 실룩거렸다.
“설명해 봐”
아담의 지시는 언제나 간단했다. 미녀라고 상냥하게 대하는 법이 없다. 물론 사만다 마틸다 역시 밥맛없는 중년 남자의 느끼한 멘트를 기대하는 골빈 여자가 아니다.
“부장님이 보고 있는 그대로예요.”
“이봐, 침입자가 없잖나. 알로아딘이 커피를 볶다가 불을 냈나?”
“파일을 마저 보시죠. 키홀(KH-11, Crystal, Kennan 정찰위성)이 보내온 광학 이미지예요.”
마틸다가 쌀쌀한 어조로 답했다. 미국의 정찰위성은 키홀 시리즈 빅버드(KH-9)까지 파노라마 필름을 사용해서 지상을 촬영했다. 위성체에 필름 회수용 비행체가 별도로 있다. 필름 통이 꽉 차면 회수용 비행체는 궤도를 떠나 낙하산을 이용해 지상으로 떨어진다. 수송기 C-119가 공중에서 비행체를 낚아채서 필름을 회수한다. 1980년 키홀 11호 위성에 CCD를 이용한 전자광학카메라가 부착되면서 필름을 회수하는 불편함이 사라졌다.
“젠장, 키홀이 고장 나기라도 했나.”
아담이 파일을 툭 밀어놓았다. 위성 사진은 카파루자 계곡을 10초 단위로 촬영한 자료다. 사진 어디에도 침입자가 보이지 않았다. 온통 화염과 버섯구름뿐이다.
“자네 생각은?”
“카파루자 계곡에 파견된 사이어와 다이슨의 연락이 끊어졌어요. 키홀 해상도가 낮아서 드레곤 레이디(U2정찰기의 별칭)를 밀어 넣었죠. 불행히도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선명한 사진을 얻지 못했어요. 분석반의 보고에 의하면 ANO 본부, 탄약고, 아사드의 똥까지 날아갔어요. 아까운 우리 뻐꾸기 둥지가 날아간 거죠.”
CIA는 아사드의 생화학탄을 묵인하는 대가로 프랑스가 보유한 북동부의 유전을 넘겨받는 작전을 진행했다. 아사드의 똥은 생화학탄, 뻐꾸기 둥지는 카파루자 계곡을 칭하는 암호인 동시에 작전명이다. 공작부장 아담은 카파루자 계곡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알고 있다.
“아, 그건 나도 알아. 죽은 자식 불알 만져봐야 뭔 소용이겠어. 내 관심은 이레이저야. 놈들이 이슬람의형제들인지, 밀리(MIT, 터키 국가정보국)의 공작이냐에 따라 대응을 달리해야 한다. 나는 터키쪽이 의심스럽다. 이슬람의형제들은 뻐꾸기 둥지를 날릴 역량이 없어.”
마틸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이슬람의형제들도 아니고 밀리도 아녜요. 침입자는 단 한 명이예요. 분석반은 침입자에게 식별 코드 아바돈을 부여했어요.”
블랙맘바가 CIA 상층부에 아바돈이란 극악의 테러범으로 각인되는 순간이다. 아담의 늘어진 눈꺼풀이 훅 밀려 올라갔다.
“한 명? 마틸다, 난 농담을 즐기지 않아. ANO는 아사드의 특작군이란 말이야. 테러와 막싸움 귀신 1,000명을 단 한 명이 지웠다고? 람보가 울겠군. 농담은 그만하라고. 망할 놈의 폭우 때문에 비싼 장비가 침입자를 포착하지 못했을 뿐이야. 소설을 쓰려면 책상빼고 51구역으로 옮기라고.”
아담이 부인하자 마틸다가 피식피식 웃었다.
“흐흥, 람보 따윈 묵시록의 아바돈에게 명함도 내밀지 못하죠. 믿을수 없지만 침입자는 한 명이 분명해요. 아니면 51구역으로 기꺼이 자리를 옮기죠. 물론 후방 화력 지원 부대가 따로 있겠죠. 일주일 전 알레포 북쪽 라조 마운틴에서 미확인 비행체가 드비나의 공격을 받았죠. 공정단을 쏟아넣고 갔겠죠. 비행체 항적을 조사하니 프랑스가 튀어 나오더군요.”
“으음, 프랑스! 공정단이 후방에서 화력을 쏟아붓고, 아바돈이 단신으로 침입해서 알로아딘을 날려버렸다?”
아담이 깊이 신음했다. 뻐꾸기 둥지는 중동지역에 껌처럼 눌어붙은 프랑스의 밥숟가락을 걷어내는 작전이다. 시리아 동북부에 발을 걸치면 이라크의 석유 수송도 한결 편리해진다. 레이건의 기대가 큰 만큼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작전이다. 정체를 알 수없는 놈이 대사를 망쳐버렸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속단은 할 수 없지만 아바돈은 프랑스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아요.”
마틸다의 첨언에 아담의 눈이 번쩍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