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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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23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군.”
아담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마틸다 반장은 책임지지 못할 말은 하지 않는 여우다. 그녀가 확언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부장님, 난 남자를 만날 때만 거짓말을 해요. 침입자는 분명히 한 명이에요. 이 사진을 보세요.”
길쭉한 손가락이 위성 카메라가 전송한 사진 열 장을 테이블에 주르륵 펼쳤다. 딸각- 스위치를 올리자 테이블 상판에 투시등이 켜졌다.
“빗방울이 회절되는 각도를 3차원으로 재구성했어요. 침입자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분명 이동 중인 인간 형체라고요. 주변의 사물과 대조해 보세요. 눈금은 미터 단위예요.”
사진을 뚫어지라 들여다보던 아담의 눈이 커졌다. 0.1초 간격으로 촬영된 사진이 열 장이다. 빗방울 회절 영상이 1초 사이에 20m 움직였다.
“뭐야? 아바돈이 초당 20m를 이동했다는 건가?”
“바로 그거예요. 완전 군장을 갖춘 그린베레나 씰의 이동속도가 초당 6m에 불과해요. 침입자는 혼터(Haunters)예요. 먹구름이 걷힌 후 촬영된 사진을 보면 알로아딘의 외곽 철조망은 전혀 손상이 없어요. 정밀 분석반의 침투 재구성에 의하면 아바돈은 고압 철조망을 손상시키지 않고, 뛰어넘었어요. 적어도 20개 이상의 폭약을 시설물에 설치해서 순차적인 폭발을 유도한 폭탄마죠. 폭발 규모로 볼 때 테러리스트 70% 이상이 전력 이탈되었을 거예요. 어떻게라고 묻지 마세요. 저도 몰라요. 잔당은 후방의 화력지원부대가 쓸어버렸겠죠. 나는 아바돈이 능동적 혼터 이레이저라고 생각해요.”
마틸다가 말하는 혼터는 초능력자를 말한다. 사이킥 파워를 발휘하는 정신 능력자와 인공 근육과 경량 유압식 스텐스를 부착한 기계적 능력자 두 종류가 있다. 51구역 제7 섹터에서 개발 중인 생체병기다.
“크크크, 그게 말이 되나? ANO는 인원만 일천 명이란 말이야. 최근엔 호라잔이란 극악의 자살 테러리스트 백 명이 합세했다. 테러 집단의 경계망은 화이트하우스 이상이야. 본인들이 늘 경계망을 뚫어야 하는 테러리스트이기 때문이지. ANO와 호라잔이 몽땅 하시시에 취했나? 아바돈이 투명 인간이라도 된단 말이냐? 소설을 쓰려거든 책상 빼.”
아담이 뒤집힌 입술을 비틀어 툴툴 웃었다.
“초당 20m 주력에 별도의 잠입 훈련을 받았으면 못할 것도 없어요. 51구역의 프레데터만 해도~”
“아, 그만! 하던 이야기나 해.”
부장이 마틸다의 말을 막았다. 51구역은 CIA 간부들 간에도 금기어다. 실수를 깨달은 마틸다가 흠칫했다.
“프랑스가 인공 근육과 경량 유압식 스텐스 개발을 했을까?”
“그건 아녜요. 프랑스의 유전공학 수준으로는 불가능해요. 51구역을 따라오려면 50년쯤 지나야 할 걸요.”
마틸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흑발이 샴푸 광고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칼 몇 올을 길쭉한 손가락이 살짝 걷어 올렸다.
의도적인 연출이 아니라 타고난 관능이다. 고혹적인 자태에 신체 한 부분이 꿈틀했다. 당황한 아담은 기지개를 켜는 물건을 꾹 눌렀다. 부하 직원에게, 그것도 암사마귀에게 욕정을 느낄 계제가 아니다.
“흠, 그렇긴 하지. 혹시 아라고 프로젝트의 산물인가?”
아담은 실현성 없는 추측을 꺼냈다. 프랑스는 나폴레옹 시절부터 초인을 만든다고 깝죽댔다. 돌연변이 한 개체쯤 나올 법도 하다. 프랑스는 사이킥 연구 수준이 제법 높은 축에 속한다.
“아라고 프로젝트는 실패했어요. 몰의 보고에 의하면 실험실과 동굴이 폐쇄되었어요.”
“하긴 개구리 새끼들이 분수도 모르고 애꿎은 아이들만~”
아담은 희생시켰다는 말을 꿀꺽 삼켰다. 51구역의 프로젝트는 그보다 훨씬 더 하다. 남 탓을 할 계제가 아니다.
“부장님도 알다시피 혼터(Haunters)는 한가지 능력밖에 없어요. 아바돈은 이동 능력을 가졌어요. DGSE 작전부가 트랜스퍼 혼터에게 은신과 폭발물 훈련을 시켰겠죠. 아사드의 똥도 폭약으로 지웠을 거예요. 지원 나온 헬기는 미사일로 격추하고요. 방공전략군의 무기고에서 스트렐라를 입수했겠죠.”
“프랑스가 놀라운 무기를 개발했군.”
“DGSE가 자체적으로 길러낸 무기는 아녜요. 이름 그대로 지옥에서 기어나왔거나 하늘에서 뚝 떨어진 미지의 존재죠.”
“혼터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아. 도대체 뭘까?”
“능동성과 창의성을 가진, 혼터, 바로 우리가 원하는 물건이죠. 흐흥, 너무 멋있어. 프랑스인은 매너도 좋다는데 데이트를 신청하고 싶어. 홍홍!”
‘사마귀 같은 년’
아담은 콧소리를 내며 아랫도리를 비트는 마틸다를 외면했다. 저런 모습에 혹해서 촉수를 뻗었다가 뺨을 맞고 고자가 될뻔한 수컷이 랭글리에 다섯은 된다.
사만다 마틸다, 정보분석 반장이자 특급 니고시에이터다. 눈이 돌아갈 미녀지만, 그린베레 열 명을 단숨에 해치우는 살인 기술자다. 자신이 여섯 번째 희생물이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혼터라~ 빌어먹을 것.”
입맛이 썼다. 아바돈이 혼터라는 분석 반장의 추측은 일리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다. 아담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혼터의 사이킥 능력은 놀랍지만, 전투력은 미지수다. 51구역의 혼터도 내재적인 부작용으로 인해 현장 투입을 못 하고 있다.
화력 지원을 받았다고 하지만 혼터 한 놈이 난공불락의 알로아딘 요새를 무인지경으로 쓸었다.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혼터만이 그런 비상식적인 일을 해 치울 수 있다.
람보 실베스터 스탤론이 깨갱 할 수준의 초특급 히트맨, 아니 초특급 테러리스트 등장이다. 뻐꾸기 둥지가 받은 타격도 문제지만 아바돈 같은 존재는 두고두고 부담된다.
“부장님, 한가하게 아바돈의 정체를 논의할 시간이 없어요. 막판에 어그러진 뻐꾸기 둥지를 빼내야 해요.”
마틸다가 아담의 정신을 현실적인 문제로 돌렸다. 실패한 공작은 재빨리 정리해야 외부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
“아사드의 젓가락이 남아있는 한 속단은 일러. 카파루자에 우리 쪽 휴먼이 있나?”
띠이- 인터폰이 대화를 방해했다. 인터폰을 받아든 아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알았다.”
꽝- 아담이 송수화기를 거칠게 내려놓았다.
“마틸다, 놈이 기어코 미사일 기지를 날렸다.”
“뭐예요? 미사일 기지를요!”
이번에는 마틸다가 놀랐다. 아사드의 젓가락은 자체 경비 시스템도 단단하지만, 제3공수여단이 방호한다. ANO는 기습을 받았다 치고, 정규군 방공기지가 그 짧은 시간에 무너지다니 믿기 어려웠다.
“큰일이다. 프랑스는 미라쥬를 시리아 북부에 맘대로 밀어 넣을 수 있게 됐어. 아사드는 프랑스의 비위를 건드리지 못해. 흐흐, 소크라테스 프로젝트의 한 축이 이렇게 무너지다니, 집행관에게 어떻게 보고하지?”
아담이 여유를 잃고 허둥거렸다. 소크라테스 프로젝트는 팍스 아메리카나를 추진하는 레이건 행정부의 핵심 사업이다.
‘석유를 비롯해 화석자원의 고갈에 대응하고, 적성국을 제어할 파괴적 기술의 흐름을 연구하는 것’이 소크라테스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말하자면 제 3세계의 에너지를 수탈해서 미국의 배를 채우고, 말 안 듣는 놈을 박살낼 기술을 개발한다는 의미다. 그야말로 깡패 논리의 전형이 소크라테스 프로젝트다.
뻐꾸기 둥지는 소크라테스 프로젝트의 한 갈래다. 데이비스 집행관은 하시라도 대통령과 독대 할 수 있는 실세다. 집행관의 굳은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사실대로 보고하세요. 이리저리 숨기다간 코피 터질 거예요.”
“흐으, 데이비스가 펄펄 뛰겠군.”
“데이비스 집행관은 성질이 급해요. 보고서가 늦어지면 허리케인을 입에서 뿜어낼걸요. 부장님은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가겠죠.”
“뭐 그렇긴 하지.”
아담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삼 년을 투자한 뻐꾸기 둥지가 끝장났다. 아사드는 이빨과 발톱이 빠졌다. 북동부 유전의 프랑스 지분에 손댈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었다.
공작금 삼천만 불이 황량한 시리아 계곡에 덧없이 뿌려졌다. 보고가 시급한 판에 자료가 부족했다. 아바돈이란 정체불명의 존재가 프로젝트를 망쳐버렸다고 보고했다간 엉덩이에 깔린 회전의자가 사라진다.
“정보가 부족해. 역시 기계는 한계가 있어. 사이어와 다이슨이 살아 있을까?”
“그 둘은 사디스트일 뿐이에요. 살아있어도 별 쓸모가 없어요.”
마틸다가 딱 잘라 말했다. DIA에서 임대한 두 공작원은 수차례 거친 공작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두 놈이 사건을 치면 매번 자신이 설거지했다. 진저리가 났다.
“마틸다, 기계를 너무 믿으면 안 돼. 그들은 유능한 에이전트다. 그들의 임무는 ANO 지도부와 시리아 권력층 포섭이다. 포섭 공작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에이전트 본인이 아니다. 포섭 대상자가 핵심이다. 포섭 대상자가 테러리스트에 사디스트면 에이전트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포섭 대상자의 희망에 동참함으로써 신뢰를 얻고, 일체감을 이룰 수 있다. 사이어와 다이슨은 아부니달의 이상을 공감하고, 약간의 외부 도움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일깨워 주었다. 그 틈을 우리가 파고들었고, 그것이 공작의 첫 걸음이다. 공작원에게 윤리와 도덕이란 남자의 젖꼭지만큼의 가치도 없다. 휴먼 공작원의 존재가 우리 회사의 존립 기반임을 잊어선 안된다.”
“아이고, 어련하시겠어요.”
마틸다는 아담의 휴먼 예찬론에 진저리를 쳤다. 하늘에서 지상을 낱낱이 내려다보고, 시리아 대통령 집무실의 대화를 랭글리 사무실에서 청취하는 세상이다. 휴먼 정보 시대는 가고 0과 1의 세상이 도래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휴먼 정보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이다.
“마틸다, 정보의 주체는 인간이다. 자네 실력은 알지만, 기계에 너무 의존하면 알맹이를 놓치게 된다.
“네, 알겠어요. 현장을 지휘할 컨설턴트를 파견해 주세요. 아바돈이 등장해서 뻐꾸기 둥지를 엎었다. 이렇게 보고할 수는 없잖아요?”
“그랬다간 자네 모가지부터 날아갈걸.”
“부장님의 회전의자 바퀴도 빠지고요.”
“그놈의 바퀴 타령은 집어치우고 당장 블랙버드를 띄워. 키홀을 동원해서 놈을 추적해.”
“키홀 채널 3개를 시리아에 배당하죠. 부장님은 DIA 쉐도우를 지원해 주세요. 사이어와 다이슨 같은 사이코패스 말고요.”
마틸다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30중반 노처녀의 히스테릭한 반응이다. 아담은 생글거리는 면상이 밉살스러워졌다.
“그러지. 모든 지원을 해 주겠다. 그놈을 잡지 못하면 내 의자 바퀴가 빠지기 전에 자네부터 해고할 거야.”
“네, 네 어련하시겠어요. 아바돈은 개목걸이를 채워서 끌고 오죠.”
마틸다가 빨간 입술을 할짝거리며 사무실을 나갔다. 그녀가 블랙맘바의 목에 개목걸이를 채울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아담은 마틸다에게도 자이툰의 존재를 숨겼다. 자이툰은 CIA가 움직일 수 있는 최상급 컨설턴트다. 그는 아사드를 조종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인물이다. 컨설턴트는 독자적인 작전 권한이 있다. 본인이 필요할 때만 본부와 컨텍한다. 아담은 자이툰의 죽음을 상상도 못했다.
“에이 망할!”
꽝- 애꿎은 데스크가 발길에 걷어차였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뻐꾸기 둥지를 엉뚱한 놈이 나타나서 엎어버렸다. 시리아의 석유 이권, 프랑스 견제, 소련의 중동 팽창 방어, 손안에 들어온 파랑새 세 마리가 훌쩍 날아가 버렸다. 내심 기대하던 국장 자리는 고사하고 현재 앉아있는 자리도 위태롭게 되었다.
“아바돈, 반드시 네놈의 껍질을 벗겨 주마.”
이를 부드득 갈고 시가에 불을 붙였다. 금연 결심이 일주일 만에 무너졌다.
다마스쿠스 테센 대통령궁,
“죄송합니다. 각하!”
보고를 마친 반시리가 바짝 엎드렸다. 아사드는 집무실 창밖에 시선을 박은 채 말이 없었다. 창밖의 미나렛(뾰족하게 솟은 첨탑)꼭대기의 별이 햇빛에 눈부시게 빛났다. 대통령궁에 들어온날, 빛나는 미나렛의 별을 보면서 각오를 다졌다. 외세를 몰아내고 시리아를 강대국으로 만들겠다고. 현실은 여전히 시궁창이다. 온갖 상념이 머릿속을 휘돌았다.
이슬람의형제단이 두려운 이유는 그들의 무력이 아니라 위험한 사상 때문이다. 범이슬람주의는 공허한 구호지만, 우매한 수니파는 쉽게 혹했다. [너희는 계급에 따라 창조되었다]는 코란의 어구에 천착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상은 수니파가 지배하는 세계다. 그들이 원하는 계급은 지배층 수니파와 피지배층 비 수니파의 고착이다.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기도다.
수니파든 시아파든, 알라위파든 모두 시리아 민족이고 시리아 국민이다. 외세에 의해 갈가리 찢어지고, 허약해진 조국이다. 잘사는 국민, 강한 나라를 만들고 싶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끊임없이 장애물이 등장했다. 긴 침묵 끝에 아사드가 입을 열었다.
“아부, 나의 자식이여. 나는 너를 잘 안다. 너는 최선을 다했다. 놈이 이브리스(악에 물든 지니, 악마)라 했던가?”
“네 각하, 놈은 불로 만들어진 이브리스가 분명했습니다. 각하의 재산이 불타고, 각하의 전사가 불탔습니다. 놈이 휘두른 화염 채찍에 정예 전사들의 허리가 끊어지고 목이 잘렸습니다. 지금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으흐흐흑!”
아부 반시리가 굵은 눈물을 흘렸다. 분하고 원통했다. 알라의 전사 일천 명을 모조리 잃고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왔다. 뒤따르던 자르카위의 처절한 비명이 귀에 생생했다. 자르카이가 아니었으면 자신이 이브리스의 채찍에 갈가리 찢어졌다.